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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3. 뭐 이리 커?
작성일 : 16-08-24 13:09     조회 : 328     추천 : 1     분량 : 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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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입술, 능숙한 솜씨…

 진서는 낯선 남자의 키스에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쩜 이리 키스를 잘하니…’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는 가까스로 입술을 떼었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는 순간이 이렇게 달콤하다는 것을 왜 진즉 몰랐을까.

 진서는 아직도 정신이 나간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남자는 다짜고짜 진서의 팔목을 낚아 채었다.

 기다란 손가락,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진서는 그대로 남자에게 몸을 맡기고 싶어 버렸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의 스킨쉽이야…’

 게다가 입술만큼이나 부드러운 손바닥은 또 뭐니.

 진서는 뭔가에 홀리듯 남자를 따라 이끄는 대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스스럼없이 마루까지 걸어들어가더니 멈춰섰다.

 할머니가 살던 집을 허물지 않고 계속 지낸 터라 마당이며 마루, 방들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뒷마당의 별채도 그대로였다.

 남자는 주위를 흘깃 보았다.

 수상쩍고 불길한 것을 찾는 듯 눈초리가 매서웠다.

 그제야 진서는 놓았던 정신을 부여잡았다.

 ‘맞다 저 남자. 지금 나한테 치한 짓거리 한거지.’

 진서는 아직까지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미쳤어요? 이거 안 놔요?”

 그리고는 다시 한번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를 보았다.

 ‘뭐야… 자기가 잘못해놓고 저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는거지?’

 “정말 나 누군지 몰라요?”

 “연예인병 걸렸어요?”

 “연예인 병?”

 남자는 처음 그 단어를 듣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 막 키스하고 고작 하는 말이 누군지 모르냐고? 아이고 송구하네요. 몰라봐서 죄송하네요.”

 “그럼요. 죄송해야죠.”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동양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와 푸른 눈동자가 햇빛에 드러났다.

 ‘아… 눈부셔.’

 진서는 다시 한번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하얀 피부는 잡티 하나 없었고, 까만 눈썹과 푸른 눈동자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사인가…’

 게다가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는 또 어떻고…

 진서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빗물을 받을 수 있을 듯 푹 파인 남자의 쇄골을 만질 뻔 했다.

 남자는 그런 시선을 받는 게 당연한 듯 했다.

 “이렇게 해도 모르다니… 나 참… 차주혁입니다. 차주혁. 진짜 몰라요?”

 정말 몰랐다.

 게다가 저렇게 당당하게 모두가 알 거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살다살다 처음이었다.

 “우리 알아요? 초등학교 동창인가? 내 동창 중엔 저렇게 잘생긴 애가 없는데.”

 진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혁은 코웃음을 쳤다.

 “딱 보니까 영화도 안보고, 티브이도 안보고 사시는 모양이네.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차주혁. 빨리 검색해봐요.”

 고압적인 말투.

 진서가 딱 싫어하는 말투였다.

 보잘것없는 정태진과 오래 사귄것도 나긋나긋한 말투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그제야 진서는 꿈에서 깼다.

 잘생기면 뭐해, 저렇게 짜증나게 구는 남잔 딱 질색이었다.

 진서는 눈을 부라리며 대들었다.

 “언제 봤다고 명령질이에요? 어이가 없네. 진짜 잘생기기만 하면 뭐해. 매너가 똥인데.”

 진서는 마루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나가는 게 좋을걸요.”

 주혁은 덤덤하게 말했다.

 애초에 진서의 짜증 따위는 듣고 있지도 않은 듯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듯한 말투였다.

 “왜요? 뭐 파파라치라도 따라다니나보죠?”

 진서는 비꼬며 말했다.

 “네. 파파라치가 있어요. 차주혁의 숨겨둔 여자친구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세계 여자들의 미움받고 싶지 않으면 나가지 마세요.”

 어? 정말이었어? 정말 파파라치가 있었어?

 뭐지 이 남자의 스케일은…

 진서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차주혁을 검색했다.

 이름을 검색하자마자 지금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정말이었다…

 진서는 너무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티브이를 볼 시간이 있었어야지.

 집에 있는 티브이는 엄마껀데…

 진서는 주혁이 키스했던 입술을 손으로 매만졌다.

 ‘어머, 이게 얼마짜리 키스인거야… 어머어머…’

 진서는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

 “왜요, 말을 못하는 걸 보니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나보지? 그러니까 나가지마요. 한동안은.”

 주혁은 덤덤했다.

 하긴 그럴 법도 하지.

 “싸인해달라는 말, 사진찍자는 말은 듣지 않을 겁니다.”

 “네…”

 “아까는 미안했어요. 파파라치가 따라다니길래.”

 “네…”

 인터넷에서 차주혁을 검색해보고 금새 순한 양이 된 진서.

 주혁은 그제야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여긴 뭐하는 덴가요? 집이라고 하기에는 좁고…”

 이 집이 좁다고? 그래도 별채가 두 개나 있는 넓은 집인데! 마당도 얼마나 넓다고!

 진서는 어이가 없었다.

 잘생기고 유명하고 돈많으면 단가!

 진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좁다고요? 나 참… 엄마랑 사는 집이거든요? 가끔 손님도 받고.”

 “손님? 게스트 하우스? 이런건가.”

 “네. 맞아요. 게스트 하우스이기도 하고 뭐…”

 “고작 이런거에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아니, 뭐라고요? 이 남자가 보자보자 하니까!”

 말보다 주먹이 빠른 진서.

 주혁의 얼굴을 한대 칠 기세로 주먹을 걷어부쳤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거두었다.

 저 얼굴을 한대 치면, 얼마나 돈을 물어줘야 될까.

 얼마짜리 얼굴인데…

 참아야지.

 

 아니, 엄마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합의금으로 집 한채를 날릴 생각을 하고 주먹으로 주혁의 얼굴을 후려 쳤을 지도 몰랐다.

 “아니 이것이, 청소하고 빨래 하라고 했더니 어디서 남자랑 시시덕거리고 있어?”

 엄마는 진서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아니 엄마. 아니야 아니야… 모르는 사람이야.”

 엄마는 두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팽개치듯 던지고 진서에게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등짝을 세차게 후려쳤다.

 “이제는 모르는 남자랑도 시시덕거려? 내가 그렇게 널 가르쳤니?”

 “아. 아파 엄마. 아니라니깐. 내가 뭘 시시덕거려.”

 그러자 다시 한번 진서에게 손바닥이 날아왔다.

 “이 기집애야, 너 지금 계란 한판이야 한판! 빨리 나가서 남자랑 시시덕거리기라도 해봐. 돌부처도 아니고, 처녀 귀신이 될 것도 아니고! 어?”

 진짜 친 엄마 맞아?

 진서는 원망을 가득 담아서 엄마를 노려 보았다.

 게다가 너무 아프다.

 진서는 등짝을 어루만졌다.

 “이거나 들고 부엌으로 와 이 기집애야. 그만 시시덕거리고.”

 “아니, 시시덕거리라는거야 말라는거야.”

 “네가 하도 애매하게 구니까 그러는거 아냐!”

 엄마는 장보러 간 동안에 하지 못한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 너무 힘들다.

 엄마에 저 남자에…

 진서는 이미 온 기운을 다 써버린 기분이었다.

 엄마는 마루에 앉아 있는 주혁을 찬찬히 보았다.

 “누구요?”

 엄마는 주혁을 보고 물었다.

 “차주혁입니다.”

 “그게 누군데?”

 티브이를 안보는 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는 티브이를 좋아했다.

 전국노래자랑이나 주말 드라마 같은 한정적인 프로그램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엄마가 알게된 연예인이라고는 한류스타 장근석이 전부이니 할말 다 했다.

 “옴마야. 잘생겼네. 나 데려가라고 하늘에서 똑 떨어졌나?”

 엄마는 주혁의 얼굴을 보고 화색이 되었다.

 그저 잘생긴 남자라면…

 “얼맙니까?”

 주혁이 물었다.

 “우리 딸? 그냥 줄게 가져가. 아조 꼴도 보기 싫어 죽겠어.”

 “딸이요?”

 “우리 딸 데려가려는거 아냐? 내가 돈 줄게 빨리 데리고 가버려.”

 “이 집 얼마냐고요.”

 “우리 집? 그러니까 이게 싯가가…”

 엄마는 천장을 보며 집값을 세고 있었다.

 “아니 엄마, 이 집을 팔려고 하는게 아니라, 묵으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부엌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나온 진서가 말했다.

 “아, 그래? 그럼 진즉 말을 하지. 이 남자도 드럽게 애매하게 구네. 아조.”

 엄마는 부끄러운지 괜히 웃으며 진서의 등짝을 또 세차게 내려쳤다.

 진짜 손힘은 장사였다.

 등짝이 너무 아파서 얼얼했다.

 진서는 아픔을 참고, 엄마 대신 말했다.

 “지금 단체 손님이 오시기로 해서 작은 별채 밖에 안 남았어요. 가격은 1박에…”

 “단체손님은 얼마를 받고 오기로 했어요?”

 주혁이 진서의 말을 잘랐다.

 싹퉁머리 없기는 아조…

 진서는 하나하나 꼴보기 싫어 죽을 지경이었다.

 “1박에 20만원이에요. 2인실은 1박에 5만원이고요.”

 “오기로 한 손님이 주기로 한 만큼 드릴테니까 일주일 동안은 손님 받지 마세요.”

 “네?”

 “이 집 다 쓴다고요. 다른 사람 들락거리는 거 딱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이 집을 다 전세낸다고요?”

 “그럼요.”

 주혁은 당연한 걸 묻는 다는 듯 진서를 보았다.

 저 거만한 남자, 뭐지? 부자인가? 하긴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작년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배우 탑 3에 든다고는 하더라마는…

 “돈 많아요?”

 “이 집을 다 쓸 정도의 돈은 있어요.”

 “네?”

 “얼마 정도면 되요? 일주일 동안 먹고 자는거.”

 “네?”

 뭐야. 이 남자.

 스케일이 왜 이렇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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