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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11
작성일 : 17-07-31 20:34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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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나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달려 들었다.

 

  어젯밤, 그 여자가 몇 이름들을 입에 올렸던 것을 나는 잊지 않았다. 눈치로 보아, 난 아직 이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현재 내가 인지하고 있는 협소한 범위 내에서의 유명 인사이다. 그들은 분명 에리얼을 좋아하는 것 같은 눈치였다. 아니, 확실하게 그녀를 싫어한다. 적어도 에리얼은 그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다른 의미로 그녀의 아킬레스 건이 되리라. 나는 이전에 그녀와 같은 부류라곤, 그녀가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내게 들려주었던 시 덥지 않는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제외하고는 아스타르테와 루갈, 그리고 엔투 밖에 알 길이 없었다. 그녀들이 먼저 얘기하지도 않았고 그녀의 무리들이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어떤 가치로, 어떤 사상으로 무리를 움직이는 지 나도 구태여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이젠 그녀가 나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에 대한 죄책감인가. 아니, 완전히 무리 속으로 동화되게 하여 도망가지 못하도록 속박하는 족쇄일지도. 그렇지 않아도 현재 그녀에게 벗어나 도망가고 싶더라도 도망갈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했을 뿐더러, 나는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고, 이 무인도 같은 감옥 속에서 탈출한들 마주치는 건 대양 같은 풀밭 뿐이었다. 기꺼이 나아가 표류하기엔 난 겁쟁이였고, 아직 여기서 그녀와 해결할 앙금이 남았다. 난 지금은 절대적으로 몸을 낮추리라. 비굴할 정도로 낮추리라.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제서와 흘러 지나간 시간 되돌릴 수 있겠냐는 듯 전의를 상실한 가장을 하리라.

 

  나는 그녀가 내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되갚아 줄 만한 힘이 없다. 루갈의 힘이 보통 사람보다 저리 능가한다면, 그의 수장인 그녀는 가히 상당하리라. 내가 그녀에게 직접 손을 댈 어제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 전에 루갈이나 엔투가 날 저지하려 들 테니, 하지만 언젠가 나의 때가 올 것이다. 작은 틈이면 된다. 백일 붉을 꽃은 없으리라. 그녀가 위기의 순간에서 위험을 피해 달아 날 때에, 나에 대해서 가장 방심할 그 때에 나는 그녀를 넘어뜨릴 작은 돌 조각이 되리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이든 기꺼이 감내할 것이다.

 

 "엔릴이 누구야?"

 

  나는 행여 까먹어버리지 않을까, 정작 중요한 순간에 기억나지 않을까봐. 초조하게도 그 날 하루 온전히 밤을 새면서까지 머릿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으며 혀에 그 이름들을 익혔다. 드디어 토해내었다. 그의 눈썹이 뱀처럼 뒤틀렸다.

 

 "도대체 당신은 그 이름을 누구에게서 들은 거야?"

 

  그가 붉은 십자가 위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며 불쾌하다는 듯 혀끝을 찬다.

 

 "그건 패스."

 

 "에리얼이 내게 알려주지 말래?"

 

 "아니, 내가 그냥 그가 싫어. 다른 거 물어봐. 다만 당신이 기억해 둘 건 그 사람 주위를 알짱거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분명 당신에게 충고했어."

 

  빙고. 말은 저렇게 하다만 필히, 그녀가 루갈의 입 단속을 시킨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네이트는 누구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과연 그에 대해 말해야 할까. 말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 가. 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다. 곤란해 보이긴 하다만 이내 괜찮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내게 그에 대해 알려주었다.

 

 "네이트 님은 도미나의 스승이시지."

 

  의외였다. 뜻밖의 설명이었다. 엔릴과 한 패가 아닌가?

 

 "일곱 지파 중 한 지파의 장로를 맡고 계시지. 도미나께서 도미나가 되시기 전, 원래 도미나께서는 중앙에 계시던 분은 아니셨는데, 네이트 님께서 그 분의 가치를 처음으로 발견하셔서 데려오셨었지. 나는 그 당시에 없어서 엔투에게 전해들은 것뿐이지만. 아무것도 몰라 백지 같았던 도미나를 그 분께서 무슨 연유였는지 몰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셨다 하셨어. 도미나를 가장 가까이 곁에 두셨더라지. 엔투 누나도 그 때 도미나를 처음 만났었던 것이었고. 물론 대부분은 그 이전 행적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도미나를 곁에 두어도 네이트 님께서 따로 생각이 있으실 거라고 믿어 별 의의는 없었다곤 하지만 꼭 쓸데 없이 일을 크게 만드는 무리가 있지."

 

  과거 형이 아니라면, 그 말은 즉, 그 때의 그 무리들이 아직도 그녀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단 말이군.

 

 "어쨌거나 그 분의 뿌리는 이 전에 패했던 역사 이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태생적으론 우리 무리들 중 가장 정통과 명분이 있으시다고 들었어. 인품도 훌륭하시어 추종하던 무리들이 많았던 것도 맞는 말이지. 사실, 전대 도미나가 돌아가시고 이후 가장 도미나에 가까우셨던 분이었더라지. 그래서 모두가 당연히 다음 도미나는 네이트 님께서 되실 줄 알았었지. 아스타르테의 유래 없는 선택이 아니었다면, 도미나는 그 분께서 되셨을 거야."

 

  왕위 찬탈이라.

 

 "그 네이트란 장로는 기껏 정성스럽게 챙겨준 에리얼에게 배신감 느꼈겠다?"

 

  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일단 도미나께서 고의로 작정하신 것도 아니고. 엔투가 말하길 도미나께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네이트 님을 붙잡고 자기는 못하겠더라고, 자신 없다며 물고 늘어지셨대. 지금과는 좀 많이 다르셨나 봐. 그러나 마치 죄인 끌려가듯 다른 장로들의 손에 의하여 억지로 왕관과 홀과 목걸이를 물려받으셨다지. 아스타르테의 선택은 곧 예언의 능력을 물려 받는 것과 같은 거니까. 곧 도미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니까. 도미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약속된 때를 예지하여 에덴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리고 신의 언약대로 천 년이 흘러 지금 그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더욱 그 능력이 절실할만 하시지. 지금도 스승의 자격으로 도미나님께 아낌 없이 지원을 하고 계셔. 조금 꺼림직하긴 하지만."

 

 "꺼림직하다니?"

 

  내가 놓치지 않고 반문했다.

 

 "정작 네이트 님은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는데, 그 분을 추종하는 측근 중 몇들이 네이트 님이 도미나가 되지 못하신 것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거든. 당신도 눈치 봐서 그런 이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이긴 하지만, 현 도미나를 물러나게 하고 다시 네이트 님을 새로운 도미나로 새울 거라는 이야기도 있어.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현실성 없는 말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묘하게 네이트 님이 그런 자들을 굳이 말리시지는 는 것 같아. 당신은 톨로이에 가면 이미 도미나의 사람을 낙인 찍혀 꽤나 고생하게 될 테니까 알아 둬."

 

 "왜 현실성이 없다는 거야?"

 

  루갈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스타르테가 도미나와 함께 있는 한, 우리 가운데서 도미나를 무력으로 이길 이는 존재하지 않거든."

 

  고맙게도 참 힘이 나는 정보였다.

 

 "이 밖에도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이 있어?"

 

  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주위에 어떤 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아무거나 라도 상관없이 꺾어가면 되는 것인가. 오히려 선택지가 많으니 어떤 꽃을 가져 가야 할지 오히려 막막해 졌다. 꽃을 좋아한다니, 답지 않게 소녀 취향이다.

 

 "나도 솔직히 우리의 무리에 대해 잘 몰라. 도미나는 나를 공식적인 석상이 아니면 늘 숨겨두거든. 당신이 오기 전까진, 날 필요 이상으로 과보호하셨기에 나도 최근에서야 좀 자유로워졌어. 만약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나보단 엔투 누나에게 물어 보는 것이 더 잘 알려줄 거야. 엔투 누나도 네이트 님과 비슷한 계열이거든. 그리고 내가 도미나를 뵙기 전부터 그 둘은 함께였으니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그런가. 분명 그 둘의 성격은 극과 극이었음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고 생각했다.. 그가 먼 하늘을 바라보더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재촉한다. 그리곤 내게 어서 꽃 한 송이를 꺾으라 한다. 나는 그의 말에 꽃이라곤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 중 가장 눈에 익은 것을 고른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에게 이 꽃 한 다발을 선물해 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꽃밭에서 따온 꽃 한 송이를 그에게 주어 보내었다. 그가 나를 나의 감옥으로부터 백여여 걸음 앞에 떨어진 곳으로 내려 주었다. 그리곤 자신은 달리 가 볼 데가 있다며 날아가 버렸다. 하늘을 올려보았다.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 보니 비라도 올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성당 안으로 뛰어들어가던 순간이다.

  그 때였다.

  이전엔 미처 들어보지도 못한 굉음과 함께 땅이 진동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

 

 에리얼(ARIEL)〕

 

 

 

 

 

 

 "도미나!"

 

  루갈이 날아와 곤히 자고 있던 나를 부드럽게 깨워 일으킨다. 그리곤 내게 갓 따내어 잎 색이 밝은 꽃 한 송이를 건네었다. 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유명하고도 진부한 꽃말을 그는 이전에도 현재에도 알지 못했으리라. 분명 의도치 않았으리라. 볕같이 노란 수술에 하얀 테두리, 그리고 파란 꽃잎이 인상적이지만 손톱 크기조차 되지 않은 이 꽃을. 물망초.

 

 "예상대로 네이트나 엔릴에 대해 물어봤겠지."

 

  내가 상체를 일으켜 없는 꽃 향기를 맡았다.

 

  "상냥하게 알려 주고 왔어? 이제 그는 톨로이에 돌아가게 되면, 날 어떻게라도 하고 싶어서 엔릴을 찾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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