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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8
작성일 : 17-07-31 20:19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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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어디선가 많이 맡아본 향이었다.

 

  아, 내가 어디서 맡아본 향이었을까. 나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아무렴, 답을 찾아내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하, 헛웃음만이 나온다. 배신감. 배신감. 배신감. 그녀에게 쏟아 내버리고 싶은 수 만가지 가시 같은 말들이 목에 걸려 혀끝을 아리게 한다. 눈물이 고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뭔가를 토해내고 싶었지만 그저 마른 기침만을 토해낼 뿐이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뭇 날 걱정이라도 하듯이 놀랜 토끼 같은 표정으로 내 안색을 드려다 본다. 난 그런 그녀의 얼굴을 끝내 눈가에 눈물을 흘리며 마주본다.

 

 "무슨 일이야, 환아? 괜찮아?"

 

  그녀가 하얗고 따뜻한 손이 뺨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손을 뻗어 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린다. 나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물처럼 흘러내린다. 그리곤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두 손으로 나의 얼굴을 감싸 안는다. 내가 여기서 만난 그 어느 누구보다도 따뜻한 온기였다. 생각해보니 나는 이전에 그녀에게 닿은 적이 첫 날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해낸다. 그녀는 루갈이나 엔투와 달랐다.

 

  그녀의 의도인가? 그리고 이것은 순간의 동정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의 실수인가? 내가 비록 여기서 너와 같은 무리 일원을 본 것이라곤 루갈과 엔투가 전부이다. 그러나 너는 그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금까지 예민하게 살펴보지 못해왔던 내가 지독히도 원망스럽고도 땅을 치며 후회한다. 아니 애초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네가 어떤 부류인 줄 알고, 너에게 내 모든 것을 의지하며 티끌의 의심조차 하지 않은 채 네가 하는 말 곧이 곧 대로 믿었을까? 왜. 왜 나는 달아나 네가 말이 진실인지 나를 위해 촘촘히 엮어 둔 함정이었는지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가.

 

 "에리얼."

 

  들릴 듯 말듯, 상처를 구태여 후벼 파려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른다.

 

 "에리얼."

 

 "그래, 환아. 어디 다쳤어?"

 

  나는 그녀의 튜닉자락을 손으로 들어올려 코에 갖다 대었다. 그리곤 얼굴을 찡그렸다. 향수라도 뿌린 듯 짙고 깊어 가히 머릿속에 박혀 영원히 날아가지 않을 그 향기.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거 무슨 향이야?"

 

  얼굴 근육이 뒤틀린다.

  그녀가 멈칫했다. 그리곤 자신의 로프를 펄럭이며 가만히 향을 음미한다. 그녀가 멈칫한다. 눈이 서서히 커진다. 퍼뜩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그리곤 내 안색을 살핀다. 바람처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그녀의 표정은 가히 웃기지도 않는다. 되려 자기가 더 상처받았다는 것처럼. 기가 차서 헛웃음만 나온다. 그녀는 이내 차분이 눈을 감았고, 다시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든다.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아나 그녀에 들러붙은 독사와 같은 눈빛은 나를 핥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살결, 살결마다 불에 데어 타 들어가는 듯 하다. 그녀의 얼굴에 들러 붙은 아름다운 가면을 억지로 떼어내자 비로소 추악하게 썩어 들어가는 그녀의 참 일면을 발견했다. 소름 끼친다.

 

 "사과 향이 나네."

 

  참을 수 없는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그녀는 부정조차 하지 않는다. 이내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은 마치 그녀에 몸 속에 저 징그러운 뱀 새끼가 감싸 안아 조이는 것처럼 내게 또한 상처가 되어, 절망이 되어 그리고 노여움에 내 숨통을 조인다.

 

 "너였던 거였어! 네가! 네 년이 날 이렇게 만들었던 거였어!" 내 인생에서 이렇게나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목이 터져나 내 뱉은 절규는 입에서 짭짤한 피 맛이 난다.

 

 "그 때 그곳에서 날 밀친 건 너였어. 네가 그랬지. 너희 부류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을 불러온다고.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죄가 아니지. 물론 이것도 네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최소한 너는 아니었어. 이 마녀야. 너는 네 손으로 직접 날 떠밀었던 거였어. 그리곤 가증스럽게도 우연히 나타난 척 자기가 천사라도 된 마냥 날 구해주는 연기를 했지. 아, 지금 생각해보면 타이밍도 너무 좋았더라지. 마침 네 무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예언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내가! 하필이면 우연한 사고로 다 죽어갔을 때 우연히도 가던 길에 그런 나를 발견해 우연히도 구해줄 수 있다는 게 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에게 있어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어? 입 속에서 곱씹을 때마다 쓴 진물을 삼키는 것 같았다.

 

 "널 조금이라도 연민하고, 또.... 또....."

 

  어디론가 금방이라도 떠날 듯 먼발치를 보고 있는 널 볼 때마다 닿을 수 없다는 내 처지를 조금씩 알 때마다. 그리고 어딘가 내가 아는 사람을 닮은 너이기에.

 

 "사랑스럽다고도 생각했어."

 

  입술이 벌어져 나도 모르게 제멋대로 굴러간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 동안이었더라 하더라도 그녀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너만 아니었더라면, 너만 아니었더라면, 이런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있지 않아도 되었어. 내가 그토록 힘들게 일구어 왔던 내 원래 삶의 모든 것을 일순간에 버리지 않아도 되었어.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한 평생 내가 살아왔던 곳을 떠나와야 하지 않았어. 물론 언젠가 독립은 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잖아?

 

  난 이전에 내가 하지 않았던 잘못으로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어. 나를 쳐다보는 그 하얗던 그의 비웃음이 너무나 무서워. 그는 정말 나를 없애려고 하는 구나. 그의 무리들은 그와 같겠구나. 나를 정말 미워하고 증오하고 내가 언제나 잘못되고 불행하여 아프기를 바라겠구나. 왜? 난 저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너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젠 너희를 떠나 잠깐이라도 어딜 나갈 때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 보게 될 거 같아. 언제 어디서나 내가 다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나 스스로 행동 범위를 제약하고 살기 위해 움츠려 네가 없으면 살지도 못하게 만들었구나. 그리고 너 없이는 살지도 못하게 내가 가진 능력을 너와 네 무리들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착취할 생각이었겠지.

 

  아, 난 모든 것을 잃었어. 돌아갈 곳도 없어. 그런데 그 동안에 네게 매달리는 나를 보며 얼마나 우스웠을까. 퍽이나 재미 있었을까. 나는 이제 너에게 있어 내 가치를 알고, 네 약점을 쥐었으니 언젠가 너를 혐오하고 끌어내릴 무리가 생길 때에 그 선두에 서는 것을 나일 것이다. 너도 나와 같을 것이다.

 

 "환. 어리광부리지 마."

 

 "너 따위가 어떻게 알아?"

 

  내가 그녀의 모가지를 붙들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마치 쥐어달라며 사정하는 듯한 그녀는 저항하지도 않았다.

 

 "난 네가 나처럼 똑같이 버려졌으면 좋겠어. 불행해졌으면 좋겠어. 네가 그 때에도 내게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숨조차 고르지 않고서 고함을 질렀다.

 

 "언젠가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거야."

 

  갑작스런 강한 힘이 내 어깨를 파고들어 나를 그녀로부터 떼어내며 떨쳐버렸다. 나는 이기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졌다. 루갈이었다. 내게 저들과 같은 힘이 있다면, 이렇게 맥없이 당하고만 있지 않을 텐데. 분이라도 풀리게 개같이 달려들어 목이라도 뜯어버릴 수 있게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도 그녀가 내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을까. 그도 그때에 그녀와 한 패였을까. 그도 그녀와 똑같은 부류일까.

 

 "도미나, 괜찮아요?"

 

  루갈이 그녀를 부축하며 일으킨다. 그 날의 눈처럼 하얀 그녀의 목에 시뻘겋게 멍든 손자국이 새겨졌다. 저 딴 것에라도 만족스러운 내가 싫다.

 

  루갈이 그녀를 앉히고는 성큼성큼 내게로 향한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루갈."

 

  그녀가 나지막이 그를 불러 세울 땐 이미 늦었다. 루갈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내 얼굴을 그대로 내리쳤다. 일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차갑게 얼린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래. 저들은 차가운 피가 흐르는 존재들. 나는 얼얼한 뺨을 부여잡았다. 입안이 터져 피 맛이 난다.

 

 "루갈! 나는 괜찮아. 그러니 일단 저 아이가 머리라도 잠시 식힐 수 있게 잠시 어디에다 가둬놔."

 

  가증스러운 년. 끝까지 그녀는 부정하지 않는다. 이제서야 눈부시게 빛나던 그 사람이 몇 번이고 나타나 먼 발치에서 내게 말을 건넨 의미가 이해되었다 아, 경고였구나. 그가 물었었지. 왜 너는 널 크게 다치게 했던 범인을 찾지 않는 것이냐고. 되갚을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그의 물음에 나는 놀랐었지. 누가 내 머릿속을 의도적으로 헝클어 놓은 것처럼 나는 그날의 일을 감쪽같이 잊고 지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날 휘저어 놓았던 것도 날 그렇게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았던 것도 모두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루갈이 성당의 땅을 잠시 짚자, 내 바로 땅 아래서 나무 뿌리들이 지표면을 뚫고 나와 내 팔, 다리, 몸통, 목 그리고 입을 휘감곤 수렁처럼 끌어내린다. 그리곤 이내 크고 검은 구멍 속으로 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빨려 들어 가버렸다.

 

  잊지 않으리라. 잊지 않으리라.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빛조차 들지 않아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천 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후에 엔투가 나를 꺼내주었다.

 

 

 ****

 

 

  모두가 잠든 한밤중. 달조차 뜨지 않아 사물조차 분간 되지 않은 이 야심한 시간에 내 등 뒤, 누군가가 기척 없이 일어난다. 나는 감히 잠을 청할 수 없기에 애써 잠이 든 척 실눈을 뜬다. 뒤척이는 척, 얼굴 끝까지 덮었던 담요를 조금 내렸다. 그리곤 어둠에 익숙할 때까지, 잠시 기다린다. 누군가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며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그 외에는 그저 평안히 잠이 든 숨 소리만 귀뚜라미 소리처럼 들려왔다. 그는 한참 동안을 그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다.

 

 "아스타르테. 역시 그건 실수였을까."

 

  그리곤 그는 어딘가에 걸쳐두었던 로프를 걸치고 신도 신지 않은 채 달아나듯,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서 내가 모르는 어디론가 달아난다.

 

  아, 에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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