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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은혜로운 열애사
작가 : 우연리
작품등록일 : 2017.6.2

"귀신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죠?"

은혜가 물었다.

"춤 추는 건 본 적 있습니다."

차트를 넘기던 무열이 대답했다. 콧등을 타고 내려온 안경을 끌어 올리려다 그냥 벗어 버렸다. 은혜만 있는데 뭐 어떠랴 싶었다.

"어땠는데요?"

"굳이 말로 해야 압니까?"

은혜와 무열이 조소를 머금었다. 삐딱한 그들의 입술은 동시에 답을 뱉었다.

"최악이죠."



귀신이 들리는 여자 주은혜와 귀신이 보이는 남자 최무열의, 미스터리로맨스릴러 은혜로운 열애사.

 
오만과 편견 (2)
작성일 : 17-07-31 20:22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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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열의 친부이자 지안 종합 병원장인 현욱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아들이 크면서 제대로 된 대화라곤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와 절친한 이 교수를 통해 무열의 상태나 근황을 알 정도였다.

 

  현욱이 이를 사려 물었다. 눈앞의 아들은 여전히 어리고 생각이 짧았다.

 

  "그래, 미쳤지."

 

  "……."

 

  "애비한테 못 할 말을 지껄이는 걸 보니 네 놈이 정말 미쳤구나."

 

  강아지는 무열의 발등 위에서 눈을 감았다. 잠이라도 잘 기세였다. 꼭 닮은 부자간의 냉랭한 기류 속에서 작은 영혼은 홀로 평화로웠다.

 

  무열의 책상 위로 널브러진 애견 서적과 파란 파일을 발견한 현욱이 혀를 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빼다 박은 아들이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병원장의 아들이라는 자리를 내세워 타전문의의 정보를 빼내다니. 물론 무열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실수한 것이다.

 

  게다가 무열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얼굴이었다. 유리 알 너머의 눈동자는 고집을 세우는 어린 아이의 것이었다. 현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만한 녀석. 세상이 다 네 마음대로 굴러갈 거란 편견은 버려."

 

  의미심장한 말을 마친 현욱이 등을 돌렸다. 무열이 많이 보던 모습이다. 언제나 현욱은 뒷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 주었다. 무열은 어릴 적에 비해 작아진 등을 노려보았다.

 

  "……오만과 편견이라."

 

  악에 받친 목소리로 중얼거린 그가 파일을 집어 들었다. 내가 오만하고 편견에 차있다고?

 

  아니, 진정 오만하고 편견을 가진 이는 자신이 아니라 현욱이다.

 

  이번에 증명해 보이겠다. 똑똑히.

 

 

  *

 

  "좀 막히네……."

 

  토요일 저녁의 도로는 점점 과열되었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은혜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원에게 늦는다고 전화를 줄 생각이었다.

 

  케이스를 열어젖히자 꼬깃꼬깃한 노란 종이가 툭 떨어졌다. 부적은 은혜의 무릎을 타고 미끄러져 운전석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래서 대체 저건 정체가 뭐냐고요."

 

  빨간 신호등을 확인한 은혜가 벨트를 풀고 상체를 숙였다. 뭔지는 몰라도 매꽃 선녀가 준 부적을 바닥에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내뻗은 손끝에 바스락거리는 종이가 잡혔다. 은혜는 바로 부적을 쥐고 몸을 일으켰다. 알 수 없는 글자가 적힌 종이는 요요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만 같았다.

 

  이게 귀신을 내쫓는 부적이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지난 일주일이 너무나도 평화로웠는데.

 

  봐, 지금도 아무 소리가…….

 

  「파란 불이다.」

 

  "어? 맞네."

 

  「…….」

 

  "……."

 

  「…….」

 

  "어……."

 

  뭐지. 파란 불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한 은혜가 눈을 깜빡였다. 자동차 안에는 분명 그녀 홀로 탑승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 꺾었다.

 

  잘못…….

 

  「야, 너 들리지?」

 

  ……들었을 리가.

 

  치, 침착해.

 

  마른 침을 삼킨 은혜가 여유롭게 액셀을 밟았다. 핸들을 돌리는 그녀의 손은 숨길 수 없이 떨렸지만.

 

  많이 겪어 봤잖아. 그냥 모르는 척하면 우연이겠거니 스쳐 지나갈 거다. 침착해, 주은혜. 침착해.

 

  하지만 매꽃 선녀의 말대로 그녀는 박복한 인생임이 틀림없다.

 

  「이 년 들리나봐.」

 

  「진짜?」

 

  「에이, 설마. 어떻게?」

 

  「무당 같은 건가?」

 

  「저거 부적 아니야? 조심해야겠다.」

 

  「별 느낌이 없는데? 선무당인가 봐.」

 

  「다시 한 번 불러 보자.」

 

  「딱 봐도 안 들리는 척하는 것 같은데?」

 

  「야!」

 

  미친.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18년 간 단련한 은혜의 굳센 귀는 겨우 일주일만의 자유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소음에 이기지 못한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분명해. 들려.」

 

  「세상에, 웬 일이야!」

 

  「야, 야! 안 들리는 척 하지 마.」

 

  「이게 어디서 귀신을 속이려고.」

 

  「참 나, 계속 안 들리는 척하는 것 봐라.」

 

  가라. 제발. 가. 계속 안 들리는 척 할 테니까 헛물켜지 말고 썩 가버려!

 

  「야, 저기 관광버스에 붙어 있는 놈들도 다 이리 오라고 그래.」

 

  ……뭐?

 

  「온 사방에 귀신들 다 끌어 모아!」

 

  뭐?!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진짜 더 늘어나고 있잖아!

 

  은혜는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언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토요일 저녁 서울의 도로를 질주하는 운전자에게 차마 버틸 수 없는 고통이었다.

 

  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와글.

 

  시끄럽다. 시끄러워. 오른 쪽이 액셀이던가, 브레이크던가.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고. 지금 어딜 향해 가는 것인가. 눈앞이 핑글핑글 도는 구나.

 

  ……한계다.

 

  은혜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이……!"

 

  쾅!

 

  아니, 외치려고 했다. 차체가 흔들리지만 않았더라면.

 

  굉음과 동시에 은혜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제야 깨달았다. 당황한 나머지 부적을 줍고 나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사실을.

 

  온 몸을 강타하는 충격과 고통. 그에 정신을 잃기 전 은혜는 마저 외쳤다.

 

  "이, 망할, 귀신들……!"

 

 

  *

 

  병원에서 깨어나면서 '소독약 냄새…….'같은 대사를 치는 아련한 소녀 역을 맡기에 은혜는 너무 속세에 찌든 어른이었다.

 

  팔뚝으로 흘러 들어오는 링거의 한 방울 한 방울이 다 돈이겠거니,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아윽……."

 

  누가 덤프 트럭으로 내 몸을 밟고 갔나. 은혜는 절로 앓는 소리를 내었다. 삭신이 다 쑤신다. 한참을 끙끙 앓는 그녀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누나?"

 

  "으……."

 

  "누나!"

 

  원이었다. 얘가 왜 여기 있대. 은혜가 흐릿한 눈으로 원을 올려다 보았다. 그는 꼭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 아, 아니지. 간호사 불러 올게요!"

 

  방금 문을 열고 들어선 원이 다시 뛰쳐나갔다. 뻐근한 목을 돌리니 병실 여기저기에 원의 겉옷이나 가방이 널려 있는 게 보였다. 아마 은혜의 곁을 오래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아……."

 

  은혜는 다시 눈을 감았다. 몸은 아프고 정신은 아직 몽롱하고. 그녀는 드문드문한 기억을 정확하게 모았다.

 

  그래, 사고가 났었지.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안전벨트를 안 메는 바람에……. 왜 안 멨지? 부적을 줍고, 아, 맞아. 귀신. 망할 귀신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앞 차를 박…….

 

  '……망할 귀신들!'

 

  만약 은혜의 몸이 멀쩡했다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을 거다. 오른 팔과 왼 다리에 감긴 깁스가 그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막아섰다.

 

  ‘왜…….’

 

  뒤늦게 의문점이 찾아왔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사고가 날 때, 못해도 20명은 넘을 목소리를 들었었다.

 

  그 귀신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 거지?

 

  '그리고 여기는 병원이잖아.'

 

  평소보다 시끄러워야 정상일 그녀의 귀는 지난 일주일처럼 다시 침묵에 빠져 들었다.

 

  뭐냐고. 정말 우연일 뿐이란 말이야? 은혜는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매꽃 선녀는 귀신을 쫓는 부적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무엇이 계기가 되었을까.

 

  이제까지의 삶과 지난 일주일의 달라진 점을 생각해보자.

 

  일단 하나 있다. 서점을 차린 거. 그러나 그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 후에 춘자를 만났으니까. 바로 서점 윗 층에 자리한 새로운 집에서.

 

  그 외에는 달라진 게 딱히 없는데. 은혜는 미간을 찌푸렸다. 우연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엔 석연치 않았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다 할 게 없었다. 은혜가 생각을 포기하려던 그 때 병실 문이 열렸다.

 

  “……!”

 

  아.

 

  있다.

 

  지난 삶과 일주일 전의 차이점.

 

  '설마.'

 

  색소가 옅은 남자가 걱정이 가득 스민 표정으로 은혜에게 다가왔다.

 

  그렇다. 은혜는 일주일 전에.

 

  "누나, 어때요. 좀 괜찮아요?"

 

  구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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