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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3
작성일 : 17-07-31 19:49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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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태초에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는 마지막 일곱 번째 날에 심히 보기 좋았더라 하시더라.

 

  하마터면 소스라치게 놀라 내가 누워 있던 긴 의자 아래로 떨어져 주저 앉을 뻔했다. 그녀의 뒤에서 손목보다도 두꺼운 뱀 한 마리가 기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통의 줄무늬가 짙은 나무바닥 색과 비슷하여 그녀가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다. 그것이 비늘을 바늘처럼 날 세우며 그녀의 발목부근을 서성였다. 당장이라도 때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징그럽고 소름 끼쳤다. 나는 뱀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시선으로, 뱀에게 씌워진 그 교활하고 불길한 상징성이 본능적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위험해!"

 

  내가 그녀의 팔목을 잡아 당겨 내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녀가 아스러지듯 내 품으로 안겼다.어디선가 맡아 본 향이 났는데, 어지러움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녀가 내 안에서 고개를 들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밝은 밤색의 홍채가 무슨 일이냐는 듯 물어본다.

 

 "저기, 뱀이!"

 

  게다가 뱀의 머리마저 둥글지 않은 삼각형이다. 그녀가 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곤 이내 작은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영문을 몰라 잠시 어리둥절한 사이, 그녀는 그 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뱀은 마치 상황 파악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녀가 내민 손바닥 앞에서 나의 눈치를 보며 서성인다. 그녀가 그 뱀에게 말이라도 거는 듯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자 자연스럽다는 듯이 저보다 가는 그녀의 팔을 감아 타고 올라온다.

 

 "이 아이는 아스타르테라고 해. 혹여 아스다롯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

 

  그녀가 그 뱀의 머리를 손아귀로 잡고서는 나에게로 향하였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나와 이 아이에 대해 이해하게 될 거야."

 

  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었다. 그녀가 뱀의 입아귀를 강제로 벌리어 그것의 이빨을 내 목덜미 깊숙이 찔러 박았다. 날카로운 뱀의 이빨이 바늘처럼 내 살갗을 뚫고 박히자마자 시력을 잃은 듯 온 눈 앞이 깜깜해졌다. 얼떨결 하다. 마치 다른 이공간으로 일순 빨려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 어둠 속에서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함이 보인다. 그리곤 보이지 않은 손이라도 있는 듯, 내 눈 앞에서 그 예전 역사 시대 이전의 인류가 남긴 동굴 안 벽화처럼 무언가를 듯 물감 저 스스로가 번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게 이야기를 건넨다.

 

 ****

 

  태초에 창조주 (혹은 인류의 오래 되고 다양한 믿음에 따라 창조주들) 가 천지를 창조하셨다.

 

  아름다운 이 세상에 시작을 불어넣고, 그 시간의 흐름을 흐르도록 관장하며, 가끔은 우연과 필연의 가로에서 변덕을 부리기도 하신 창조주(들)는 저희 손으로 이루어낸 피조물들을 심히 사랑하셨다. 정돈되었지만 공허했던 본디 원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흑암 깊음의 가슴을 갈라 그 일부에서 빛을 꺼내었으니, 빛이 있었고 보기 좋았더라 하더라. 암흑에서 태어난 빛이 암흑의 곁에서 동등하게 자리 매김을 하니 그 안에서 창조주(들)의 수발들이 태어났으며 빛은 대지 안으로 스며들었고 어둠은 그 위에서 흘러가며 둘은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아 서로가 순환하며 밤과 낮을 만들었다. 이는 곧 세상을 지탱하는 조화로운 근본으로서 세상의 기둥이 된다.

 

  어느 부족함, 모자람이 없이 완전한 결합체였던 창조주, 신은 부지런히 빛과 어둠에서 태어난 수발들을 부리셨다. 물과 하늘을 나누었고 물 가운데서 뭍을 드러내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시며 땅에는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를 가진 열매 맺는 과목을 내라 하시고 태양과 달을 걸어다 하늘에 박으셔 시간이 경과함을 알게 하는 지표로 삼게 하였다. 또한 물에도, 하늘에도, 땅에도 모든 생물을 번성하게 하시니 곧 다섯째 날이 이미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들의 신 혹은 신들은 그 여섯째 날에 가장 중요한 과업을 마무리 지으시고자 하셨다. 부족함 없는 당신과 달리 낮의 태양, 밤의 달처럼 저희의 형상을 딴 서로 다른 두 사람을 만드시고 저와 비슷한 형상끼리 떨어져서 살아가지 못하도록 하매, 결합한 순간에서야 저들의 신처럼 온전하게 되리라. 그들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끼시던 신은 영원히 그들을 걱정 없는 낙원에서 머무르게 하며 영원토록 행복하게만 살게 하려 하셨다. 그런데 태초로부터 일곱 번째 날이 지나가려던 밤, 안식을 취하던, 세상을 만든 이는 무언가 잘 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느 날, 신은 땅과 하늘에서 천지창조의 순간에 태어난 수발들을 모두 저 앞으로 모이게 하셨다. 그리곤 저의 결심을 선포한다.

  내가 너희들보다도 이 인류를 사랑하니, 너희는 그들의 눈이 닿지 않는 데서, 내가 오랜 시간 영면을 맞이하여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 나를 대리하여 저들을 섬길 것이고 때로는 너희가 저들에게 섬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사랑하는 인류에게, 내 자식들에게 선물 하나 하고자 한다. 지나치게 입에 단 꿀은 도리어 입맛을 상하게 하듯 나는 그들에게 약간의 소금과 같은 행복하지 않음을 선물을 선물할 것이다. 그들을 낙원에서 추방하여 저 스스로 고난을 넘기고 저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게 해 그 땀의 의미를 깨닫게 할 것이다. 누가 저들을 위하여 약간의 슬픔을 나누어줄 존재가 되겠는가.

 

  처음엔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 하였다. 신에게 사랑 받는 자식들에게 고난과 아픔은 선사함으로써 미움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 또한 인류와 마찬가지였다. 미움 받는 일은 언제까지고 두려운 일이며 그 누구도 원망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곧 그들 중 가장 신에게 사람 다음으로 사랑 받았고 무리 가운데에 넘어 설 자가 없었던 이가 따르는 무리와 함께 나아갔다. 그리고 스스로 자청하여 신의 부름을 따르겠노라, 선포한다. 신은 가히 크게 기뻐하시더라. 창조주란 신은 이 정의로운 이를 따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두 무리를 나누어 구분 지으시고, 정의로운 이를 따랐던 가장 강한 무리에게 역경을 주는 역할을 하게 그들의 힘을 앗아가셨다. 그리고 그 힘을 다른 한 무리에게 그들을 이겨낼 수 있을 만한 자력이 되도록 나누어주었는데, 가장 사랑 받았던, 그 정의로운 존재가 그를 상징하던 뱀으로 변하여 자신을 닮아 아름답고 지혜롭던 낙원의 여인에게 선악과를 먹게 하였다. 사과를 먹임으로써 깨달음과 생명력을 가장 먼저 인류에게 선물하니 그녀를 비롯한 인류는 낙원을 떠나 새로운 땅에서 정착하기 이른다.

 

  모든 일을 마친 신은 저의 기력을 회복하여 다시 깨어날 때까지 세상의 권한을 양 무리에게 똑같이 분할하고는 영면에 빠져들고 만다.

 

  그들에겐 한 동안 문제 없었다. 신이 아니기에 양 무리가 서로 돕고 견제하여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은 채로 인류의 역사를 흐르게 하고 가끔은 짓궂은 장난으로 문명을 흥하게도, 멸망하게도 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면서도 순환하게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피어 오른다. 한 무리가 다른 한 무리를 일방적으로 이기게 하는 역할의 분배가 만용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들은 처음에 저들보다 강한 불행의 무리들을 감히 대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께서 주어 받은 권능으로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자 탄압하기 시작했다. 빛과도 같았던 저들을 따르는, 산에서 살던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게 하여 다른 한 무리를 신으로 받드는 문명을 공격하게 하고 그들을 위해 세운 우상을 파괴하며 세상의 조화가 어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흐르게 한다.

 

  그 빛의 무리들은 그들을 따르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다름을 이유로, 너희에게 불행과 슬픔과 고난을 주는 저 존재들을, 또 그를 닮아 어두운 저들을 멸하거라. 우리들의 이름으로. 너희의 신의 대리를 맡은 우리들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해를 입힌 자들에겐 영원한 낙원이 보장될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라. 생명은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마귀이자 사탄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악한 것은 마녀이니 그를 해하는 자에겐 오히려 천국에서 복이 있을 것이다. 너희들을 슬프게 하는 모든 원흉은 저들에게 있다. 기쁨을 위하여 원흉을 쳐라. 우리들 가운데서도 저들과 조금이라도 닮은 것들은 태생부터가 열등한 존재이니 열등한 존재들은 우월한 존재들에게 나를 섬기듯이 그들에게 복종하며 우월한 존재들은 열등한 이들의 머리 위에서 지배함이 옳도다.

 

  그러자 가장 사랑 받았던 존재가 항의를 한다. 당신과 나는 맡은 일이 다를 뿐이지 어찌 우리들 가운데서 상하와 강약의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겠냐고. 우리는 낙원에서 신과 함께 약속했던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장한다. 그러나 힘의 일부를 그들에게 넘겨줬었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그 정의로운 이는 이내 전쟁에서 패퇴하여 승자들의 역사에 이렇게 기록된다. 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던 자만한 이와 무리들이 나락으로 떨어졌더라고.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 사라지자 저와 가장 닮았던 형상을 한 사람에 대한 억압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인류 처음 선물 받은 자유로운 지성을 가진 사람들을 질투하여 그들의 입맛에 조금이라도 들어맞지 않으면 창녀가 낙인을 찍어버리고 핍박하고 목소리를 앗아갔다. 그리곤 그들에게 고분고분히 복종하는 이들에겐 성녀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칭송한다. 균형이 깨어진 것이다. 인류는 다시는 신과 같은 완전함의 기쁨을 이룰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한편으로 나락으로 쫓겨났던 밤과 같던 이들은 억울함과 통한에 사무쳐 그들의 눈에서 벗어나 언젠가 자기 자리를 되찾을 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삶의 시작부터가 공평하지 못하게 되었다. 언젠가 잠시 영면에 깬 신이 그들을 발견하였다. 이미 세상의 조화는 깨질 대로 깨졌지만 곧 다시 깊은 수면으로 빠지게 될 창조의 신에겐 그 당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신은 그들을 가엽게 여겨 그들이 언젠가 본래의 신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낙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예지하며 그 후에서야 평화가 찾아 올 거라는 언약을 남겨준다. 이미 한 차례 전쟁의 패퇴로 약해진, 그 사랑 받던 이는 예언의 날만을 기도하며 자신의 남은 모든 힘을 선악과의 뱀 형상으로 남겨두어 언젠가 평화의 잔(Chalice)을 들고, 무리를 이끌어 낙원으로 입상할 자신의 딸을 위해 뱀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그리고 영겁의 시간이 흘렀다.

 

 ****

 

  이야기가 다 끝나갈 무렵, 누군가 허공의 장막을 나의 키 높이만한 길이로 가르며 내게 다시 돌아오라고 손짓한다. 그녀일까. 그리고 그녀가 들려준, 아니 보여준 서로 흩어졌던 여러 갈래의 역사의 뿌리가 한 곳으로 얽어져 이내 하나의 중심을 향하여 귀결이 된다. 그녀였다. 이교도의 정점일 나의 은인, 구원자 그녀이다. 그녀가 그 딸들 중 하나리라. 무대 위의 극을 얌전하고 또 착하게 감상을 마친 관람객은 이제 퇴장해야 할 시간이다. 나를 부르는 손을 잡았다. 그 손을 나를 잡고 끌어 당긴 이끌림에 극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어머? 나 지금까지 태어나서 사람이랑 손잡은 건 처음이야."

 

  그녀가 아니었다. 맑고 터지는 물방울 같은 장난스런 음성이다. 그 사이에 수가 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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