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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메시스 (NEMESIS)
작가 : HANNAH
작품등록일 : 2017.7.30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

 
네메시스(NEMESIS) 2
작성일 : 17-07-31 19:4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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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HWAN)〕

 

 

 

 

 

 "제가, 당신을 알고 있었던가요?"

 

  긴 꿈을 꾸다 깨어난 기분이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얼굴을 따뜻하게 데웠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누군가의 손길처럼, 가만가만히 내 머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푸근하게 뉘인 베갯잇에서 햇볕에 말린 향이 났다. 나는 함께 덮여있는 모포를 끌어안으며 좀 더 얼굴을 베개에 파묻는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저 아직은 사고를 정지한 채로 아직은 엉겨 붙은 잠 기운에게 어리광부리고 싶었다.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다. 차라리 그랬더라면 좋았을 기분이다.

 

  코를 찌르던, 어디선가 낙엽 따위를 태우는 냄새가 익숙해진다. 잠이 든 내내 맡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낙엽을

  태우는 듯한 익숙하고 낯선 향에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안정감을 찾아간다. 순간 딱딱하게 경직되었던 근육이 안정을 느끼며 이완된다.

 

  차라리 꿈처럼, 해가 떠오름과 눈을 뜬 그 순간과 함게 사라져 버리는 그런 꿈처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날아가버렸다면 나는 마음만은 편했을까. 지금 나는, 깨어나기 전에 내가 어떠한 꼴을 하고 있었는지 잘 자각하고 있다. 착각, 꿈 따위로 도피하지 않으리라. 나는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하늘이 보였다. 이제 막 햇볕 줄기가 비집고 나오는 새벽이라 수채화를 풀어놓은 듯 얼룩덜룩하다. 살짝, 어지러웠다.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보았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럽고 하얀 나의 손. 생각보다 담담한 스스로에게 놀란다.그리고 이내 가슴 한 구석이 차갑게 저며온다. 안도. 노여움. 편안함. 답답함. 그리고 불안함과 구원됨. 이 감정의 실타래를 풀러 정의를 내리기에는, 내가 있는 곳이나 내가 뉘인 베개나 담요의 모든 출처를 받아들이기엔, 아직 내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지에 들러붙은 피로에 땅 밑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 외에는, 마치 환상처럼, 나는 괜찮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현실에서 무참히 뜯겨져 나와 홀로 버려진 기분이다. 팔을 들어 올려 눈을 가렸다.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평생에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이런 나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내 삶이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이 달라 질 것이라고.

 

  등 뒤에서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얼굴에 너무 힘을 주었던 탓인지 내가 생각해봐도 너무 티 나게 자는 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그리곤 따뜻한 손길이 내 이마를 살며시 짚으며 뺨을 타고 내려간다. 눈을 떠도 될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볕에 나를 바라보는 이를 그늘이 져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언뜻 보이는 그의 가느다란 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제가, 당신을 알고 있었던가요?"

 

  입 속의 혀가 나도 모르게 굴러갔다. 첫 마디부터 의미 성립이 되지 않은 문장이었다. 나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잠이 덜 깬 것이리라.

 

 "아니, 당신은 누구신가요?"

 

  한숨과 함께 내뱉은 질문이었다. 천천히 적응해 가는 시야 속에서 비로소 그녀의 윤곽이 들어난다. 그녀의 눈동자가 놀랜 듯 조금 커졌다. 그리곤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날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뭔가 말실수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뜻 죄책감이 가슴 한 켠을 쓸고 지나간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뜸을 들인다.

 

 "당신이 날 구해주신 거죠?"

 

  내가 먼저 말을 건네었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네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큰 사고였는데도 몸이 신기하게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아픈 건, 아파서 질색이었는데."

 

  횡설수설하며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다행이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낮고도 허스키한 목소리 흘러나왔다. 그녀의 인상과 어울리는 목소리라 생각했다. 그때의 그녀가 맞았다. 내게 말을 걸던 그녀였다. 나는 비로소 나를 수렁에서 건져 올려준 은인을 찬찬히 뜯어 살펴볼 수 있었다.

 

  첫인상은, 햇볕에 살짝 그을렸지만 하얗고, 잘 정돈이 된 깨끗한 인상이었다. 얇고 선명한 눈썹이 올라간 눈꼬리까지 뻗어 있었고 퍽 얌전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눈매만큼은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 뺨이 사과 같이 붉게 물들었다.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가슴께 까지 와 닿는다. 그러나, 그녀의 옷차림은 가히 시간의 방랑자처럼, 마치 보티첼리 명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녀는 거의 검붉은 색에 가까운 후드가 달린 로프와 짙고도 파란 튜닉을 몸에 두르고 있다. 성서 시대에서 멈춰버린 사람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존재는 너무도 자연스러워 이 천장도 없는 폐허 유적지 같은 이곳에 녹아 든다.

 

  혼란스럽다. 잠깐, 내가 어디라고? 내 의지가 아니지만, 뭔가 길을 단단히 잘못 들어감은 확신했다. 그리곤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놀라면 그 상상 이상으로 차분해지고 또 멍청해지는구나.

 

  나는 상체를 들어 자리에 앉았다.

 

 "여기는 어딘가요?"

 

 "앞으로 너와 내가 당분간 있을 곳."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인가요?"

 

  내가 되묻는다. 체념. 그리고 보이지 않은 어떤 거대한 태풍에 휘말려 나 스스로가 어떻게 뭘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깨닫는다. 악마에게라도 홀린 기분이다. 나를 중심으로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그저 마냥. 외면해버리고 싶다.

 

  사실, 며칠, 아니, 몇 주 전부터 어렴풋이 느껴왔었다. 누군가 언제부터인가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는 것을. 근거는 없다. 착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건, 이 또한 근거는 없지만 내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아님은 틀림 없었다. 이 또한 근거는 없고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군가 내 귓가에서 나는 저 여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세뇌를 시키듯이 속삭이는 것 같다. 아니, 적어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뭔가 나답지 않다. 머리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는다. 정신이 맑으면서도 몽롱하다. 약에라도 취한 기분이다.

 

 "내가 널 꼭 돌려 보내줄 거야. 약속할게."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너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늘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까 늘 고민이었지. 그리고 난 수없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연습했었어. 그러나 막상 내가 너와 마주보니, 머릿속이 새하얗게, 바보가 된 것 같네, 환아."

 

  그녀가 나지막이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나를 알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네가 표적이 되었어. 저들로부터. 너는 이제 아주 위험해질 거야. 그 날의 사고와 같은 일이 아득하리만큼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일어날 테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아니,"

 

  그녀의 말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내가 그랬듯이 너도 잘 해낼 거야."

 

  그녀가 내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내가 널 지켜줄게. 나를 사랑하는 이들도 나를 지키듯이 그 무엇도 네 손가락 하나 닿지 못하게 할거야. 나만 믿어."

 

  돌아가고 싶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애초에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것인가. 나는 어쩌다가 이 모르는 여자와 그것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차림새부터가 문제가 있는 여자임에도 나는 왜 멍청하게 그녀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있는 것인가.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무너뜨린다. 함락시킨다 그리고 매달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한다.

 

  나는 그 날 무엇을 하려고 했더라. 사고에 대해선 생각이 난다. 당시의 일을 생생해 기억해낼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그런데 내가 왜 그곳에 있었던 것이지? 어디로 향하고 있던 거였을까? 우리 집은 어디였더라. 내 이름, 나이, 살던 동네나 역 이름은 기억하고 있으나 더 깊이 파고들려 할 수록 두통으로 머리가 아파 와 사고를 방해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지금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푹 쉬는 데 집중하도록 해."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는다. 살갗이 닿자마자 그물같이 뻗어나갔던 두통이 사라진다. 아, 그녀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일단 쉬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약속할게. 때가 된다면, 널 꼭 돌려보내줄게. 우리, 이제부터 잠시 긴 꿈을 꾼다고 생각하자. 그전에 내가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뭔가요?"

 

 "나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겠니?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네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내가 아는 범위에서 이야기해 줄게. 그리고 네게 소개해주고 싶은 이들도 있으니까. 너는 지금 당장 돌아 갈 수 없어. 아직 회복이 덜 되었고 위험해. 네가 돌아갈 때까지, 네가 안전해 져서 그 어떤 위험이 없어져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넌 나와 함께 있을 거야."

 

  말도 안 된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그녀가 원하는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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