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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녀의 정원
작가 : 리리코스
작품등록일 : 2017.7.10

눈을 떠보니, 그곳은 내 소설 안이었습니다.
사형대 칼날에 목이 들이밀어진 조잡한 악녀, 알렌시아의 몸으로요.
"왜 하필 빙의를 해도 지금 이 시점이야? 다른 소설들처럼 10살때로 돌아가서 인생개선계획 좀 세우면 안돼?"
눈물로 쓰는 악녀의 생존일기. 타도하자, 내가 쓴 여주인공!

 
Back to the castle
작성일 : 17-07-31 19:05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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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볼 때마다 마지막으로 보기를 바라는 데 넌 번번이 다시 돌아오는 군.”

 

 “미력한 이 몸이 돌아와 국가와 폐하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요.”

 

 “마치 바퀴벌레 같아.”

 

 노골적인 불만을 나는 못 들은 척 한 귀로 흘렸다.

 

 유형지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나는 형식상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드려야 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난 미하엘은 기분이 굉장히 나빠 보였다. 궁정 소문에 따르면 요즘 그와 혜림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내가 성녀의 정원 속으로 끌려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아 순조롭게 결혼하고 행복하게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의 사태로 미하엘의 낭만적인 청혼은 엎어지고 혜림은 그 소식을 엉뚱하게 알았으며, 일련의 짜증 끝에 혜림은 당분간 미하엘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헨리에서 널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더군. 내용물이 ‘이런 거’라고 일단은 제국 공작가의 여식이니까. 물론 기쁘겠지. 얼마 뒤 왕자가 직접 이끄는 사신단이 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조용히 살아. 포장지 안 벗겨지게. 바퀴벌레처럼 조용히. 눈에 띄기 전까진 그 자리에도 있는지 모르는 게 벌레 아닌가?”

 

 “어머, 궁정에 소독을 더 강화해야겠습니다. 존귀하신 폐하께서 바퀴벌레의 끔찍함을 알 정도라니 궁정위생이 말이 아니네요.”

 

 “소독에는 항상 신경을 쓰고 있는데, 벌레가 들끓는 계절에는 어쩔 수 없지. 계절이 바뀌면 바퀴벌레 쪽도 다른 따뜻한 나라를 찾아서 날아갈 것 같아서 참아보는 중이야.”

 

 “폐하, 저도 바퀴벌레는 무척 싫어한답니다. 자꾸 벌레, 벌레 하시니 소름이 돋네요. 그러니 다음에 저에 대한 비유를 들어주실 때는 부디 다른 걸로 들어주시겠어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헨리의 예비 왕비를 설마하니 짐이 징그럽고 지긋지긋한 바퀴벌레에 비교했겠는가? 하지만 그대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음에는 다른 얘기를 꺼내보도록 하지.”

 

 “폐하께서 그리 배려해 주신다니 저 또한 폐하의 성심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주의, 또 각별한 주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에 뵐 때까지 부디 강녕하시길.”

 

 긴 치맛자락을 주의해 끌어올리며 인사를 하고 돌아 나서다가 문득 생각 난 것처럼 미하엘에게 말을 던졌다.

 

 “아, 그런데 폐하. 성녀님은 오늘 바쁘신가요? 제가 이 자리에 돌아온 것은 폐하의 은혜뿐만이 아니라 자비로운 성녀님의 은혜까지 입은 덕분이니, 성녀님께도 마땅히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성녀에게 접근하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 알렌시아 공녀. 백합에 해로운 진딧물이 끼는 걸 절대 좌시하지 않을 참이니, 인사니 뭐니 해가며 경거망동 하지 말도록 해.”

 

 “아하하, 벌레는 싫다니까요.”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더니, 거짓말이었다. 웃는 얼굴에 칼이라도 맞을 기세였다. 미하엘의 거부가 강력했다. 여주인공 혜림과 친교를 쌓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수도에 돌아오기 까지 했으니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사절단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

 

 미하엘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접견실을 나서는 기분은 무척 좋았다. 공작가까지 마저 바라다 주던 엔도르시가 이상하게 여겨 물어볼 정도였다.

 

 “폐하와 면담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아주 기분 좋은 얼굴이군.”

 

 “그럼요. 집에 돌아가는 건데요. 누구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즐겁지 않나요?”

 

 “…즐겁다고 해도 그 이상 립스틱을 바를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여자의 화장은 남자가 지적하는 법이 아니라지만, 정말인지 너무 붉어.”

 

 “아, 역시 그런가요?”

 

 나는 선선히 그의 지적을 인정하며 립스틱 뚜껑을 톡 소리 나게 닫았다.

 

 커텐을 열어 마차 밖을 보면 수도의 길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쫓겨나던 날 먼지를 날리며 급하게 달리던 비포장도로와는 다르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귀족 문양이 번쩍거리는 멋진 새 마차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점점 길은 넓어지는데 사람의 인적은 드물어지고, 눈앞에는 장원이 멋진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벨하임 공작가였다.

 

 집. 달콤한 내 집.

 

 진짜 내 집은 아니더라도 공작가에서 맞는 달라진 신분이 주는 짜릿함은 달콤할 것이다.

 

 마차에서 내린다. 아름다운 공작가의 풍경이 보였다. 정원사가 신경 써서 키를 맞춘 일렬의 나무들보다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벨하임 공작이다.

 

 공작으로서 일정도 바쁠 텐데 그 모든 걸 중지시키고 나를 마중 나온 공작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도 갈색의 턱수염이 멋진 아버지를 마주 끌어안으면서, 진주같이 아름다운 거짓 눈물과 함께 뒤에 주루룩 서 있는 사용인들을 바라본다.

 

 저들 중에 지난 날 내가 쫓겨 날 때 비웃던 자들이 있었지.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악몽이 돌아오는 기분은 어떤지.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듯 바라봐주며 생긋 미소 짓자 짙고 붉게 칠한 입술 사이로 이가 희게 빛났다. 차마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는 사용인들의 모습이 유쾌해서 너털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하인은 주인과 눈을 맞출 수 없는 법이지.

 

 

 알렌시아의 방은 방 하나가 집 한 채 같았다. 공작가 공녀의 방은 과연 화려해서, 방의 네 귀퉁이에는 동양에서 가져왔다는 진귀한 도자기가 장식물로 올려 져 있었고 화장대에는 평생 꿈에서나 볼까 싶은 장신구들이 보석함에 가득이었다. 정말 귀중한 보석이라면 하녀가 훔쳐갈까 싶어 깊숙이 넣어뒀을 텐데, 손도 닿기 쉬운 곳에 꺼내놓은 보석들이 수준이 장난 아니었다.

 

 ‘아, 공주 되 보는 게 꿈이었는데 어렸을 때 꿈 이뤘네. 비록 목이 달랑달랑한 닉 만큼이나 목이 간당간당한 공주지만.’

 정말 공주님 침대 같은 반투명한 실크가 드리운 사주식 침대에 몸을 뉘이고 있는데 밖에서 똑똑 소리가 들렸다.

 

 “어, 들어와.”

 

 “아가씨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감축 드립니다!”

 

 “으, 응? 어 고마워….”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쨍한 파란색 하녀복이 잘 어울리는 자그마한 여성이었다. 우렁우렁하게 외치며 날 보고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표정이 가득해서 의아할 정도였다.

 

 ‘이 집안사람들은 거의 나 싫어할 텐데? 설마하니 벌써 권력이 바뀐 걸 알고 재빠르게 아부타임?’

 

 “아가씨가 가시는 길은 어디든지 따라가겠다고 맹세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 한 몸 부서지더라도 아가씨를 끝까지 보필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없었으나, 공작님이 아가씨를 잘 모시지 못한 죄를 물으셔서 그간 아가씨를 뵐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네 이름이 뭐였지?”

 

 “네이비 블루요! 아가씨의 개인 시녀입니다!”

 

 “아 그랬지, 그랬어. 네이비. 내 개인 시녀. 원래 기억했는데 내가 오랜만에 보니까 순간 기억이 안 났네. 진짜야.”

 

 “괜찮아요! 항상 모르셨잖아요!”

 

 항상 그랬어? 동공이 흔들리는 날 아는지 모르는 지, 눈을 반짝이며 네이비가 말했다.

 

 “저같이 하찮은 것을 아가씨가 어떻게 기억하시겠어요! 그래도 이름을 물어봐주시다니 정말 뜻밖이네요. 항상 제 이름 같은 거 필요 없다며 저를 이것, 저것이라고 부르셨잖아요.”

 

 알렌시아가 소설 속 전형적 악녀라 좋은 점이 있다면 주변인들이 모두 자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가씨는 항상 저를 기억하시지 못 하셨잖아요.’ ‘저 같은 사람이 공녀님 눈에 존재감이나 있어보였겠어요.’ 등등.

 

 그래도 그렇지 악녀를 주인으로 모시려면 이 정도로 긍정적이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죽이고 아부력이 이만큼 뛰어나야 하는 건가.

 

 네이비의 말에 따르면 벨하임 공작은 알렌시아가 재판을 받을 즈음 공작가에서 알렌시아의 측근들을 모조리 쫓아내버린 모양이다. 이번에야 말로 단단히 결심하고 딸과 절연할 생각이었으니, 당연했을지도. 그리고 내가 돌아오면서 원래 나를 모시던 네이비도 공작가에 다시 돌아온 거고.

 

 어쩐지 처음 쫓겨날 즈음에 그래도 한 사람 쯤은 나를 불쌍하게 여겨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더라니, 알렌시아를 도와줄 사람들은 모두 이 집에서 쫓겨난 뒤였던 것이다.

 

 공작이 나를 지지하더라도 저택이 낯선데 도와줄 사람 하나 생겼으니 갑작스럽더라도 좋은 일 아닐까, 라고 슬슬 정리를 할 때 쯤이었다. 네이비가 몰래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가씨가 없는 동안 아가씨를 욕한 사람들 명단이에요. 감히 주제도 모르고 아가씨께 불손하다니!”

 

 쪽지를 받아든 내 얼굴이 굳었다. 생각이 바뀌었다. 네이비는 좋은 시녀가 아니었다.

 

 악한 인물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두 부류의 인물로 나눌 수 있다. 그 악행을 그만하는 게 현명하다고 충고하는 부류와, 그 악행을 오히려 부채질 하는 부류.

 

 알렌시아 곁에서 개인 시녀로 오래 버티고 있는 인물이라면 그녀의 엇나감에 대해 충고하기는커녕 열심히 비위나 맞추고 있었겠지. 앞장서서 자잘한 악행을 이끌었을 것이다. 이런 애를 곁에 두고 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쪽지를 들고 해맑게 웃는 네이비를 바라보았다. 잘하지 않았냐는 듯, 쥐를 잡아온 강아지처럼 칭찬을 바라는 눈이다. 확실히 과거의 알렌시아라면 이런 종류의 충성행위를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개과천선한 악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과거에 자기와 악행을 나누던 사람을 곧바로 팽해버리는 행위지. 난 어제의 나와는 달라졌어! 너같이 날 더 나쁘게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 하고 내쳐버린다면 내팽개쳐진 쪽은 원한을 품고 나의 적에게 쪼르르 달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보석 장신구들이 굴러다니던 화장대에서 목걸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것을 네이비에게 쥐어주자 그녀가 설마라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본다.

 

 “나에 대한 네 충성에 대한 답례야, 네이비.”

 “아가씨, 이렇게 진귀한 것을 저한테 주시다니요. 저는 받을 수 없어요.”

 “괜찮아. 편하게 받아. 나보다는 너한테 더 잘 어울릴거야. 어차피 이렇게 많이 굴러다니는 것 중 하나인데 뭘. 그보다 네이비.”

 

 나는 되도록 다정하게 그 애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았다. 네이비가 황송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이걸 주는 건 내 마음이 너에게 변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주는 거야. 앞으로 나는 달라질 거거든. 그래서 네가 서운하게 느낄지도 몰라서. 내가 달라졌다고 해서 널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진 게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오늘 이걸 주는 거야.”

 

 “저는 어떤 아가씨라도 아가씨께 충성할 거예요!”

 

 “고마워. 그래도 말야, 사람이라는 게 모르니까. 지금의 공작가의 평판은 나에게 불리해. 알고 있어?”

 

 “그런 것 따위, 아가씨가 돌아오셨으니까 쓸데없는 말을 하고 다니는 것들을 일벌백계하시면 되죠.”

 

 “폭력으로 누르는 건 결국 반발을 부를 뿐이야. 앞에선 아무 말 못하겠지만 뒤에서 소문을 내고 그 소문으로 내 뒤통수를 치지. 그 반발들이 모여서 내가 쫓겨난 걸 봤잖니? 난 앞으로 전략을 바꿔볼까 해.”

 

 “어떤 전략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우선 네가 적어온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줄래? 그런 다음에 하나 더 시킬 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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