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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켈베로스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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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을 살라먹고 살아가는 자.
작은 형이 죽던 날, 심장은 멈췄고.
큰 형이 죽던 날, 나의 두 눈은 빛을 버렸다.

그대, 기억하라.
어둠을 기생하는 이여.
나의 손짓이 찾아가는 순간, 너의 세상은 멈출 것이다.

분노, 순수한 감정의 불길이 타오른다!

 
1 화
작성일 : 16-08-24 11:45     조회 : 1,096     추천 : 1     분량 : 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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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

 

 

 

 그해 늦봄.

 강원도 사명산.

 “큰형…….”

 내가 입술을 깨물고 있는 것을 본 막내 녀석이 다가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며 웅얼거렸다.

 요 이틀 동안 얼마나 울었는지 나를 부르는 녀석의 음성은 꽉 잠겨 있었다. 녀석의 탁한 목소리에 담긴 그 긴 여운이 내 가슴을 헤집었다.

 “좋은 데로 갔을 거다. 너도 그만 울어라.”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나는 녀석의 한쪽 어깨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20년이라는 큰 나이 차 때문에 항상 아이로만 느껴졌었는데 일 때문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한 몇 달 동안 부쩍 큰 느낌이다.

 어느새 내 눈 밑에 닿을 정도로 키가 큰 녀석의 어깨는 돌덩어리처럼 단단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탓에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면서도 그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더니 어느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몸이 좋아져 있었다.

 ‘이 녀석이 배운다고 했던 게 뭐였지……?’

 둘째가 있었다면 바로 궁금증을 풀 수 있었을 텐데.

 일 때문에 바빠 막내를 챙길 수 없었던 내 대신 둘째는 나만큼 바쁜 와중에서도 막내에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었다.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의문은 내 가슴을 축축하게 적시는 녀석의 눈물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막내에게 있어 둘째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나는 손에 쥔 막내의 어깨에서 전해지는 강한 느낌이 둘째의 죽음으로 받았던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마음이 빈 탓이다.

 철없는 아이에게 위로를 받다니.

 나는 손에 든 작은 나무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상자 안에는 한 줌 재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먼지로 사라져 버린 둘째의 마지막 흔적이 산정의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 애쓰다가 속절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둘째는 후회 없이 살았다. 지금은 네게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없지만 나중에 네가 크면 네 둘째 형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는지 말해주마. 지금 네가 할 일은 공부야. 둘째도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랐다.”

 “…….”

 나는 시선을 들었다.

 막내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정말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나일지도 몰랐다.

 둘째가 그들의 단서를 잡은 후 추적하겠다고 말했을 때 말렸어야 했다는 후회로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것이 왜 둘째여야만 했을까.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뒤엉키고 있었다.

 “흐으으흑…….”

 옆에서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막내의 흐느낌을 들으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가슴이 터질 듯했고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막내가 없었다면 아마도 목을 놓아 울었을지도 몰랐다.

 ‘너를 이대로 보내진 않는다. 네가 하던 일은 내가 반드시 마무리 지으마. 편히 눈을 감으려무나.’

 

 내 자랑스런 둘째 아우는 그렇게 갔다.

 

 ***

 

 그해 겨울.

 강원도 사명산.

 장석주는 어두운 얼굴로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소년 한 명이 그를 등지고 서 있었다.

 절벽의 끝자락이라 보는 사람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곳에 우뚝 선 소년은 앳되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180에 가까운 키에 75킬로는 나가 보이는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청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체격이다.

 소년은 손에 든 작은 나무상자에서 재 같은 것을 한 줌씩 꺼내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어떤 종교적인 의식이라도 거행하는 듯 무겁고 장중했다.

 장석주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무어라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소년의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뿌릴 것이 남지 않은 후에도 망연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이 잠시 후 장석주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아저씨, 큰형은 어떻게 돌아가신 겁니까?”

 갑작스런 질문이었지만 이미 예상했던 것이라 장석주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다…….”

 그는 말끝을 흐렸다.

 차분하긴 하지만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어쩔 수 없는 머뭇거림이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그는 매사에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하던 말을 얼버무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소년에게는 분명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에게 질문을 한 소년의 형은 자존심 높기로 하늘 아래 첫째일 거라고 자부하는 그가 진심으로 존경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죽음을 맞게 된 과정을 유일하게 남은 가족에게마저 사실대로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소년에게 사실을 말해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장석주의 대답을 들은 소년의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어 중얼거리듯 말했다.

 “형들 모두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훌쩍 제 곁을 떠났는데 남은 저는 그분들이 어떻게 떠났는지도 알 수가 없군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군요…….”

 소년의 음성에는 긴 여운이 담겨 있었다.

 소년에게서 나이답지 않게 깊은 허무를 읽은 장석주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그어졌다.

 그는 내심 길게 탄식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소년의 가족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저 소년의 가족들은 모두 죽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그들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그만큼 그들의 죽음은 고귀한 것이었다.

 하지만 홀로 된 열일곱의 소년은 가족이 맞았던 죽음이 그 어떤 사람의 죽음보다도 고귀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큰형의 마지막 흔적마저 바람에 날려 보내고 난 소년은 준비해 온 작은 삽으로 바로 앞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턱, 턱, 턱.

 이곳은 고지대인데다 한겨울이어서 땅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게다가 소년이 가지고 온 삽은 분재용이어서 땅은 잘 파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땅을 팠다.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그의 앞에 30센티 깊이의 작은 구덩이가 입을 벌렸다.

 소년이 파놓은 구멍을 본 장석주의 눈이 빛났다.

 그곳에는 지금 소년의 옆에 놓인 나무상자와 비슷한 크기의 나무상자가 묻혀 있었던 것이다.

 나무상자는 원형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었는데 묻힌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 않았다.

 소년은 큰형의 유골이 담겨 있던 나무상자를 자신이 판 구멍에 묻혀 있던 나무상자의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흙으로 구멍을 메운 후 손으로 단단하게 눌렀다.

 곧 땅은 소년이 파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소년은 그 땅 위에 삽을 꽂고 일어섰다.

 그의 시선이 장석주를 향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의 눈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어떤 것을 본 장석주는 진정되어 가던 가슴이 다시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저 나이에는 저런 눈빛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이다.

 허무와 절망, 고통과 분노, 그리고 터질 듯한 광기가 뒤섞여 오히려 가라앉아 보이는 눈빛.

 소년의 눈빛은 세상의 고통을 맛볼 대로 맛본 삼사 십대도 갖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때 소년이 장석주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일이었다.”

 장석주는 어두운 그늘이 진 눈길로 소년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숙였던 허리를 편 소년은 산 아래쪽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아로군요… 저는…….”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이었지만 장석주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소년의 중얼거림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나직하게 탄식하며 소년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명산의 정상은 수천 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다시 깊은 적막 속으로 침몰해 갔다.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큰형마저 떠나보낸 열일곱의 겨울.

 이혁은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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