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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19. 붉은 노리개의 행방
작성일 : 17-07-31 19:01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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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마. 황제폐하께서 곧 당도하신다 하옵니다. ”

 

 가만히 면경을 보고 있던 화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다홍빛 저고리와 남색 치마가 화연에게 청초함을 더했다.

 

 단정히 빗어 올린 머리에는 옅은 분홍빛과 하얀 떨잠이 자리했다.

 

 “ 마마. 노리개는 무엇이 좋을까요? ”

 

 옆에 있던 상궁이 물었다. 그 물음에 화연이 골똘히 고민하다가 다른 말을 했다.

 

 “ 폐하께서 물수제비 연습을 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소? ”

 

 “ 요즘 정무가 바쁘시다 들었사옵니다. 하지만 경합을 계속 신경 쓰셨다고는 합니다. ”

 

 “ ............. 어떻게 된 일일까. ”

 

 화연이 혼잣말을 하며 고민했다.

 

 현재 청의 기억 속 사람은 물수제비를 하지 못한다.

 

 근데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그것도 숫자마저 예전과 똑같이... 혹시, 기억이...

 

 “ 황제폐하 납시오!! ”

 

 “ 내 오늘 귀비와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내관과 상궁은 끝까지 물러가고 문 앞에서도 거리를 유지하거라. ”

 

 내관의 목소리와 청의 음성이 화연의 고민을 흩뜨렸다.

 

 화연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상궁들이 재빠르게 예를 갖추며 문을 열었다.

 

 “ 오늘도 참 아름답구려. ”

 

 겹겹이 열린 문 사이로 등장한 청의 모습이 보였다.

 

 “ 오셨사옵니까. ”

 

 오직 둘만이 존재하게 된 방 안에서 청과 화연의 시선이 엮였다.

 

 눈동자에 담긴 서로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자리하게 된 밤이었다.

 

 공기 중에 주인을 잃고 떠도는 옛 세월만 구슬플 뿐이었다.

 

 “ 황공하옵게도, 일전에 보내주신 떡과 다과가 맛있어 요즘 잘 즐기고 있사옵니다. ”

 

 “ ................. ”

 

 “ 조만간 북쪽 지방에 가보아야 하는데, ”

 

 “ 김 장군이 가도 된다고 들었소만. ”

 

 화연이 말을 이으려는데 청이 끼어들었다. 화연이 옅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 아시지 않습니까 폐하. ”

 

 “ 그대가 궁에서 도망가려는 걸 말이오. ”

 

 잔에 담긴 술을 한 입에 털어 넣은 청이 인상을 찌푸렸다.

 

 “ 술이 쓰구려. ”

 

 “ ......... 폐하. ”

 

 “ 왜 져주었소. ”

 

 청이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지 화연도 뻔히 아는 소리였다.

 

 “ 무슨 소리십니까. ”

 

 “ 딱 내가 할 줄 알았던 개수에서 하나를 빼 져주다니, 참 공 들이느라 힘들었겠소. ”

 

 “ 폐하. ”

 

 “ 스무 번 넘게 거뜬히 던지는 사람이 어찌 그러셨소. ”

 

 화연이 청의 빈 잔에 술을 담았다. 액체를 따르는 손짓은 흔들림 없이 곧았다.

 

 “ 그러는 폐하께서는. ”

 

 “ ............ ”

 

 “ 어찌 모든 걸 기억하는 사람처럼 다 알고 계신 것입니까. 제가 몇 개를 던지는지, 폐하께 일러드렸던 던지는 법은 무엇이었는지, 폐하께서 잃어버린 세월 때 얼마를 던지셨는지. ”

 

 “ .............. ”

 

 “ 연습 하는 것을 본 이도 없다 합니다. 보지 못한 게 아니라, 보지 못할 곳에서 하셨겠지요. 예전에 저를 이기겠다 말씀 하시고는 몇 번이나 아무도 모르게 잠행을 나가 연습하셨던 것처럼요. ”

 

 “ .................. ”

 

 “ 어찌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까. 마치 기억을 하고 계신 분처럼. ”

 

 하지만 화연의 손이 마지막 말과 동시에 떨리기 시작했다.

 

 손을 맞잡아 긴 저고리에 숨기며 화연이 말했다.

 

 청이 가만히 화연의 말을 듣다 대답했다.

 

 “ 그럼 더 기억을 가진 사람처럼 이야기 해볼까요. ”

 

 “ 폐하! ”

 

 화연의 높아진 목소리를 무시한 채 청이 술을 한 잔 더 입에 댔다.

 

 한 모금으로 모두를 삼키더니 탁, 하고 소리가 나도록 세게 내려놓았다.

 

 “ 노리개, 어디다 숨겼소. ”

 

 화연의 커다란 눈을 응시하며 청이 물었다.

 

 “ 다시 한 번 묻소. 그대의 노리개, 어디다 숨겼소. ”

 

 “ 하. ”

 

 청의 말에 기가 막힌 듯 화연이 혀를 찼다.

 

 황제의 앞에서 무엄한 행동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감정의 표현이었다.

 

 “ 어떤 노리개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 그대와 내가 정인이 되었을 때, 그대가 푸른 노리개의 대가로 나에게 주었던 붉은 노리개 말이오. ”

 

 “ 지금 기억이 있는 것처럼 구는 폐하라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습니다. ”

 

 “ 그래, 그 때 행궁 길의 습격 때 나는 그 노리개를 하고 있었고, 분명히 그 때 사라졌소. ”

 

 “ 근데 그걸 왜 제게 찾으십니까? ”

 

 화연이 적대감을 담으며 말했다. 마주해 화연을 응시하는 청의 눈빛이 매서웠다.

 

 “ 내 분명 그 때 잃어버린 모든 것을 내게 바치라 공표했소. ”

 

 “ 맞사옵니다. ”

 

 “ 그래서 그 때 입었던 옷들, 마차에 있던 짐들, 모든 것들이 혈흔이 그대로 남은 채 내게 돌아왔소. ”

 

 “ .............. ”

 

 “ 아시잖소. 그 때 나를 공격한 자들은 산적들이 아니오. 분명 나와 그대를 노린 자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때 사라진 노리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소. 그들이 가져갔거나, 불구덩이에 타버렸다고 막연히 생각했었소만, 얼마 전에 증언 하나를 듣게 되었소. ”

 

 “ 폐하. ”

 

 “ 돌려주시오. 나의 붉은 노리개. 나의 정인이 주었던 증표를. 사사로운 정을 떼고서라도 그 때 있었던 모든 물품들은 내게 돌아와야만 하오. ”

 

 청의 말에 화연은 입을 닫았다.

 

 결코 답을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청 또한 눈치 챈 지 오래였다.

 

 청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래, 결코 주지 않으려 할 것이란 걸 모르고 온 건 아니니. ”

 

 “ 폐하, 이 무슨...! ”

 

 청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 농의 문을 열었다. 화연이 따라 일어서 그를 말렸다.

 

 하지만 농 속의 물건이 쏟아지는 쾅, 쾅 거리는 소리만 요란했다.

 

 “ 폐하!! ”

 

 “ 내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소. 그게 어디 있을지. ”

 

 “ ................... ”

 

 “ 어떻게 기억이 있는 사람처럼 구냐고 물었소? 그럼 그대가 잡고 사는 과거의 정인에게 물어보오. ”

 

 “ 폐하!! ”

 

 농에 담긴 이불을 청이 모두 쏟아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옆에 농을 열었다.

 

 순식간에 깔끔했던 방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 과거의 내가 쓰던 일기가 있던 걸 찾았소. 실록에는 담기지 않았던 깊은 속 이야기들. 겉모습에서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감정들이 거기 있었소. ”

 

 “ 폐하, 제발! ”

 

 옥체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화연이었다.

 

 농 하나를 털어낸 청의 시선이 궤짝 하나로 향했다.

 

 그 눈빛을 감지한 화연이 서둘러 그 앞에 서 두 팔을 뻗어 청을 막았다.

 

 “ 안 됩니다. 폐하. ”

 

 화연을 내려다보던 청이 그대로 화연의 팔을 잡아 벽에 밀어 붙였다.

 

 힘을 주지 않아도 황제를 거부할 수 없는 화연이기에 그의 팔 안에 갇히는 건 한 순간이었다.

 

 “ 그래, 농을 뒤지지 않아도 됐었소. 어디 있을지 이미 거기 써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러면 직접 내어줄 줄 알았지. 설마 끝까지 버틸 줄 몰랐소. ”

 

 숨이 닿을 듯 좁은 거리였다.

 

 진홍빛 저고리의 가슴 위로부터 길게 뻗은 옷고름 자락을 청이 잡았다.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손길 한 번에 고름이 풀어졌다.

 

 그대로 청의 손이 쳐들어오더니 흰 속저고리의 매듭도 풀어버렸다.

 

 화연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속치마를 묶은 매듭 위로 드러난 뽀얀 가슴골.

 

 그 옆으로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붉은 실 하나가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 그래, 여기부터는 그대의 정인과 그대의 이야기겠지. 내 더 이상은 무례를 범하지 않겠소. ”

 

 “ ............................. ”

 

 “ 내일 직접 내게로 와 전해주시오. 아시잖소. 황명을 거스른 것은 형태와 이유를 불문하고 반역이오. 설마 끝끝내 내가 그대를 내치지 않으면 이걸 빌미로 죽어서 황궁을 나갈 생각은 아니었겠지. ”

 

 “ ...................... ”

 

 “ 가져오시오. 내일 아침에. ”

 

 청이 화연의 옷을 여미게 만들고는 자리에 앉았다.

 

 입술을 깨물며 옷고름을 다시 묶는 화연의 손이 애처로웠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청이 애꿎은 술을 마시려는데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났다.

 

 “ 폐, 폐하!!! 귀비마마!! ”

 

 황제와 귀비의 밤을 방해하는 건 큰 죄였다.

 

 하지만 황실의 법도를 거스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오히려 발걸음은 더 큰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 폐하. 태진이옵니다. ”

 

 방정맞던 내관의 발걸음 소리가 쥐 죽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밖에서 고하는 소리가 났다. 화연이 옷단장을 마친 것을 확인한 청이 말했다.

 

 “ 들어라. ”

 

 겹겹이 닫힌 문을 직접 열며 태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연과 청의 낯빛이 좋지 않음을 확인한 태진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중한 사태에 무릎을 꿇으며 그들에게 비보를 알렸다.

 

 “ 폐하. ”

 

 “ 무슨 일이냐. ”

 

 “ 황자마마께서........ 황자마마께서 사라지셨사옵니다...! ”

 

 쨍그랑.

 

 화연이 들고 있던 잔이 다과 그릇 위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청과 화연에게 태진은 다시 한 번 비참한 현실을 고했다 .

 

 “ 황자마마께서.... 사라지셨사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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