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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14. 다정한 얼굴
작성일 : 17-07-31 18:56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6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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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아아- ”

 

 점멸된 시야에는 암흑이 가득했다. 끝 모를 어둠이 시간을 과거로 되돌렸다.

 

 빛 한 줄기 비추지 않는 검은 공간이 비극으로 드러난 건 한 순간이었다.

 

 풀숲에 숨은 화연의 어머니와 어린 화연이 그 속에 있었다.

 

 어린 화연은 울고 있었다.

 

 “ 화연아, 이제부터 어미가 하는 말 꼭 따라야 한다. ”

 

 “ 엄마아아 ”

 

 화연의 엄마가 어린 화연과 눈높이를 맞추려 꿇어 앉은 채 말했다.

 

 다정한 목소리는 비명보다 끔찍한 공포를 품고 있었다.

 

 “ 이 어미가 시간을 벌 테니, 뒤도 보지 않고 산 중으로 뛰어 가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뒤돌아봐서도, 망설여서도 안 돼. ”

 

 “ 엄마, 엄마아... ”

 

 여기저기서 청룡의 울음소리가 났다.

 

 엄마의 말에 울먹이는 화연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품은 울음이었다. 청룡들의 소리는 쾌락을 울부짖고 있었다.

 

 “ 아, 이 천 것들 어디 숨은 거야- ”

 

 청룡들의 주인들이 킬킬대며 웃는 소리가 났다. 그 숫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열 댓 명이 넘는 사내들이 숲에서 희롱을 뱉었다.

 

 “ 어디 있-니, 내 너희들 미색이 도성까지 소문이 났기에 친히 품어주려 여기까지 왔거늘- ”

 

 청룡의 주인 한 명이 노래하며 말하자 동행인들이 낄낄 거리며 말을 보탰다.

 

 “ 엄마아아.............. ”

 

 “ 화연아, 꼭 살아야 한다. 죽을 힘을 다 해 주작의 기운을 감춰야 한다. 이 숲을 건너가면, 마을이 있어. 그곳에 가서, ‘윤유원’이라는 사람을 찾거라. ”

 

 화연이 울음을 터뜨리는 걸 어머니가 손으로 막았다.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틀어막은 입 틈으로 절망이 숨쉬었다.

 

 “ 어디 있냐, 천것들아!!!!! 내 그 화기를 가슴팍에 품어 살뜰히 보살펴 줄 것이라니까!!! 키킥. ”

 

 청룡들이 푸른 기운으로 숲을 옥죄어갔다.

 

 겨우 숨긴 화연과 어머니의 주작의 기운이, 청룡의 기운에 반응해 꿈틀거리는 걸, 어머니가 간신히 막고 있었다.

 

 “ 이거, 이걸 그 분께 보여드리면, 너를 보살펴주실 것이다. ”

 

 “ 흐읍............. ”

 

 울음소리도 뱉지 못한 채 작은 손이 어머니에게서 노리개 하나를 받았다.

 

 붉은색을 띄는 노리개였다.

 

 늘 어머니 허리춤에 있던 그것이었다.

 

 “ 가거라. ”

 

 어머니가 화연을 떠밀었다. 화연이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어머니가 있는 힘껏 화연을 떠밀었다.

 

 “ 어서!!! ”

 

 그리고 순간이었다.

 

 “ 어서 가거라!! ”

 

 어머니가 그렇게 외치며 화연을 떠밀었다.

 

 커다란 목소리조차도 묻히도록 주작이 크게 포효하며 숲에 불꽃이 솟구치도록 했다.

 

 “ 어서 가거라!!! ”

 

 성이 난 주작이 있는 힘껏 불을 뿜었다.

 

 멈칫거리던 화연이 어쩔 줄 모른 채 자리에 서있었다.

 

 “ 이 화마를 보아- 역시 주작은 상대를 할 수 없는 족속이구나. 교화를 시켜준다는 도움의 손길을 어찌 이런 식으로 내쳐. ”

 

 화연 어머니가 다루는 주작이 온 숲에 불길을 만들고 있음에도, 사내들은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 시작할까- 주작사냥? ”

 

 “ 분수를 모르고 주작을 빼들다니, 한심하군. ”

 

 사내들이 낄길 거리며 말을 주고받았다.

 

 필사적인 화연의 어머니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거대한 청룡들이 주작의 몸을 휘감았다.

 

 수적으로 열세인 화연의 어머니가 무너지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 어, 엄마.............. ”

 

 높이 떠있는 주작의 온 몸을 청룡들이 꽁꽁 묶었다. 죄여오는 숨에 주작이 굉음을 질렀다.

 

 청룡들이 주작을 희롱하며 긴 혀를 내밀었다.

 

 용이라기 보단 뱀처럼 간사한 눈빛이 주작을 훑었다.

 

 “ 하으윽............ ”

 

 주작의 숨이 조여 오자 화연의 어머니도 고통을 뱉었다.

 

 청룡들이 내민 혀로 주작의 살갗을 쓸었다.

 

 주작의 목덜미에 비벼지는 혀의 표피가 끔찍했다.

 

 “ 하윽.... ”

 

 저항하려 불을 뿜어 청룡의 살갗을 지졌지만 청룡들은 가소롭다는 듯 주작에게 동시에 이빨을 박았다.

 

 “ 엄마!!!!!!!!!!! ”

 

 끼아아악-

 

 괴기한 주작의 울음소리는 죽음을 부르는 소리였다.

 

 “ 엄마아아아아!!!!! ”

 

 아이의 비명을 숨기려는 듯, 주작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곧, 불꽃보다 진한 핏물이 사방에 튀어 끈적한 비를 내렸다.

 

 “ 엄마아아아!!!!! ”

 

 붉은 노리개를 쥔 아이의 손이, 새하얗게 질렸다.

 

 

 * * *

 

 

 “ 엄, 엄마아.... ”

 

 “ 어떻게 하면 좋겠소? 열이 펄펄 끓는데. 차가운 강물에 쫄딱 젖어 고뿔이 심하게 들린 것 같소만. ”

 

 “ 단순한 고뿔이긴 한데.... 오히려 몸의 병보다는 악몽이 심한 것 같사옵니다. ”

 

 훈기가 도는 방안에 화연이 누워있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의원 박씨와 청, 태진이 앉았다. 박씨의 대답에 청이 재차 물었다.

 

 “ 진정 괜찮은 게 맞는 것이오? ”

 

 “ 네. 그런 것 같사옵니다. ”

 

 청이 눈에 띄게 초조해 했다.

 

 이불에 누운 화연의 얼굴이 야속하리만큼 새하얀 탓이었다.

 

 청이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데, 그때였다.

 

 “ 엄마아............ 엄마!!!! ”

 

 화연이 절실한 목소리를 내지르며 벌떡 깨어났다.

 

 “ 헉....... 헉...... 헉......... ”

 

 화연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슴께의 옷을 부여잡았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듯 헛기침을 하니, 박씨가 금방 붙어 말했다.

 

 “ 화연아, 화연아 괜찮느냐. ”

 

 “ 아............ ”

 

 화연이 박씨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힘들게 숨을 쉬었다.

 

 “ 하.... 하아......... ”

 

 “ 숨을 깊게 내쉬거라- 깊게- 후우. ”

 

 박씨의 말대로 호흡을 뱉은 화연이 말했다.

 

 “ 하아... 의원 어른 오셨습니까. ”

 

 제 복색과 주변에 앉은 사람들을 화연이 훑었다.

 

 무슨 상황인지 짐작이 가지 않아 당황하는데, 청이 말을 건넸다.

 

 “ 강에서 쓰러져, 가까운 마을에 오게 됐소. 다행히 낭자가 사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낭자를 알아보았고, 이렇게 집까지 낭자를 옮길 수 있었소. ”

 

 화연이 청을 보았다. 다정한 눈동자는 화연이 행여라도 놀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조근조근 따뜻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청의 모습에, 화연은 잠시 눈을 감았다.

 

 “ 감사합니다. ”

 

 화연이 청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직 떨치지 못한 악몽, 아니 과거 속 청룡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맴돌았다.

 

 그와 대조되는 눈앞의 청룡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그 후로 박씨는 화연을 다시 진단했고, 간단한 고뿔 탕약을 처방하고 방을 떠났다.

 

 태진이 청이 언질한 대로 박씨에게 사례를 한다며 그를 따라 나갔다.

 

 입 단속을 하러 간 것이 분명했다.

 

 방에 단 둘이 남은 청과 화연이었다.

 

 어색한 정적을 먼저 깬 건 청이었다.

 

 “ 내 아까는 고마웠소. 낭자 아니었으면 살생을 할 뻔 했소. 내 어리석어 옆에 있던 키가 큰 나무에 시야가 가려 원앙을 보지 못한 채 돌을 던질 뻔 했구려. ”

 

 노리개에 대한 말을 하기도, 강물에 뛰어든 얘기를 하기에도 어색할 것 같기에 청은 우선 화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 ”

 

 그럼에도 한참을 화연이 말이 없었다.

 

 고개를 떨어뜨린 채 눈을 맞추지 않는 화연이었다.

 

 걱정하는 얼굴로 청이 화연을 보았다.

 

 하지만 곧 굳은 얼굴로 입술을 움직이려는 화연에게 청이 긴장했다.

 

 붉은 입술이 무엇을 말할까 싶었다.

 

 하지만 새어나온 말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 ............. 원앙은 어찌 됐습니까? ”

 

 말에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본인이 혼절한 후 깨어나 묻는 것이 원앙에 대한 것이라니, 청이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 하, 하하하. ”

 

 “ 어찌 웃으십니까? ”

 

 “ 하하하하. ”

 

 청 자신조차 모르는 이유였다. 딱히 연유도 없이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서 제일 차가운 얼굴을 하면서도, 이리 미물을 챙기는 여인이라니.

 

 이상하게 심장 부근이 간지러운 것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청의 웃음에 화연이 이상한 사람을 보 듯 했다.

 

 “ 하하하. 괜찮다, 괜찮아. 물론 피를 흘리며 다쳐 아무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살이 급한 강가에 돌아가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지만, 상처가 완전히 나을 때까지 내가 돌볼 작정이니, 걱정 말거라. ”

 

 “ 어떻게 원앙을 돌본다 하십니까. 원앙을 둘 수 있는 연못이라도 있으신 겝니까. ”

 

 화연의 눈에 불신이 가득했다.

 

 그 눈빛에도 청이 얼굴의 미소를 거두지 못했다.

 

 입꼬리를 올린 채 큼큼, 기침을 하며 말했다.

 

 말하는 투가 보물을 자랑하는 어린 아이 같았다.

 

 “ 내 집이 아-주 다크오. ”

 

 화연은 청의 말을 여전히 믿지 못하는 듯 했다.

 

 청을 담는 맑은 두 눈 깊숙한 곳에 의문이 맺혀 있었다. 그런데 순간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 사내처럼 우쭐하던 청이 갑자기 풀이 죽더니 말했다.

 

 “ ...... 미안하오. 간절히 찾으려던 것을 찾지 못하게 말려서. ”

 

 “ ........................... ”

 

 “ 그건 정말 미안하오. ”

 

 뜬금 없는 말과 갑자기 바뀐 태도였다.

 

 하지만 청이 무슨 말을 하는 지 화연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청도 화연을 따라 강에 몸을 던졌었다.

 

 연유도 모르고 책임감으로 물에 함께 뛰어든 사람이었다.

 

 죽을 뻔 했다 경을 쳐도 화연이 할 말이 없을 텐데, 청은 화연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 정말 미안하오.... ”

 

 엄마에게 혼나기 전 아이처럼 말하는 청에 화연이 피식 웃었다.

 

 “ 어? 웃었소? ”

 

 “ 아니옵니다. ”

 

 “ 어, 웃는 것 맞지 않소! ”

 

 화연의 웃음을 놓치지 않고 청이 말했다.

 

 화연이 부정했지만 입꼬리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흐뭇한 듯 따라 웃으며 청도 함께 웃었다.

 

 “ 아까는 정말 감사....... ”

 

 화연이 말을 이으려는데,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 아가씨, 도총관 어른 오셨습니다. ”

 

 몸종이 고하는 소리였다. 그 말에 화연이 대답했다.

 

 “ 아, 손님이 있어 지금은 뵙기 어렵다고..... ”

 

 “ 화연아, 괜찮다. 들어가겠다. ”

 

 하지만 화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굵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화연이 무슨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데, 그대로 문이 열렸다.

 

 “ 아버지, 손님이 드셔서...... ”

 

 “ 인사가 늦어 황공하옵니다. 황자마마. ”

 

 화연의 말을 자르고 화연의 아버지가 바닥에 엎드려 예를 갖추었다.

 

 강직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림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화연의 얼굴이 당황에서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버지의 모습을 봐서는 이건 꿈이 아니라 명백한 참이었다.

 

 “ 소신, 도총관인 윤가 유원입니다. 제 여식이 지은 죄가 많다는 걸 방금 듣고 왔사옵니다. ”

 

 “ 하하, 이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소. ”

 

 “ 송구하옵니다. ”

 

 쐐기를 박는 유원의 말에 화연이 벌떡 일어나 유원의 옆에 납작 엎드렸다.

 

 당황함에 떨리는 손이 화연의 심정을 반영하고 있었다.

 

 “ 화, 황자마마를 뵈옵니다. ”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여인의 당황한 목소리에, 청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미소였다.

 

 “ 도총관은 아주 훌륭한 여식을 두었소. ”

 

 “ 황공하옵니다, 마마. ”

 

 “ 주,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 제가 어찌....... ”

 

 화연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지금까지 청에게 행했던 모든 일들이 아찔했다.

 

 다른 건 몰라도 청이 자신을 따라 물에 뛰어들도록 했다.

 

 황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역적이라 해도 할 말이 없었다.

 

 “ 진정 그렇게 생각하오, 낭자. ”

 

 “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 ”

 

 죽음으로 내몰 뻔 한 것도 모자라 감히 그 얼굴과 눈빛을 똑바로 마주했었다.

 

 화연이 눈을 질끈 감는데 청이 말했다.

 

 “ 낭자, 정말 그리도 잘 못 했다 생각하오. ”

 

 청이 물었다. 웃음을 짓고 있으면서도 목소리로는 심각한 체를 했다.

 

 “ 물론이옵니다. 하명만 하시면 그 어떠한 죄도 달게 받겠사옵니다.... ”

 

 달라진 화연의 목소리에 청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연유는 알 수 없었다.

 

 다시 심장 부근이 간질거리며 얼굴에 웃음이 만발하도록 했다.

 

 “ 흠...... 그리도 지은 죄가 많다 하니 내 벌을 내려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오? ”

 

 “ 어떠한 벌이라도 받겠사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

 

 화연의 말을 들으며, 청이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아찔하게 날이 선 턱선도 웃음으로 볼록해지는 볼을 숨길 수 없었다.

 

 “ 그럼 내 벌을 내려야 겠소. ”

 

 화연이 일어나더니 엎드린 화연의 앞에 손을 내밀며 말했다.

 

 “ 고개를 드시오. ”

 

 유원과 화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민 청의 손에 당황한 건 유원과 화연뿐만이 아니었다.

 

 화연이 고개를 들자 검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움직임을 따라 흘러내렸다.

 

 물기가 말라 결이 빛나는 흰 피부에는 열이 완전히 내리지 않은 듯 연분홍빛 홍조를 담고 있었다.

 

 흑요석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는 가련했다.

 

 미안함을 속삭이는 붉은 입술은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세상을 홀릴 법 했다.

 

 그 순간, 두근.

 

 두근.

 

 두근.

 

 아까 간질거리던 청의 심장이 갑자기 세차게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청이 당황했다.

 

 뻗은 손이 긴장해 떨리려는 걸 청이 가까스로 다잡았다.

 

 “ 이 주변에 밤이면 반딪불이가 별처럼 수놓아 지는 절경인 곳이 있다고 들었소. 마을에서 잔치를 함께 한다고 했는데 맞소. ”

 

 “ 마, 맞사옵니다. ”

 

 여전히 겁 먹은 화연의 목소리였다. 그런 화연에게 손을 더 가까이 뻗으며 청이 말했다.

 

 “ 벌이오. 내 아주 괘씸하여 큰 벌을 내려야겠소. ”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화연이 의아해했다.

 

 그때였다.

 

 “ 낭자, 나와 오늘 거기에 함께 가주오. ”

 

 청이 고개를 떨어뜨린 화연의 시선에 맞게 손을 더 가까이 뻗었다.

 

 “ 이것이 황자로서 내가 내리는 벌이오. ”

 

 내밀어진 큼지막한 손에 화연이 당황한 채 청을 바라봤다.

 

 그 눈앞에, 환하게 웃는 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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