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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11. 원앙과 물 수제비
작성일 : 17-07-31 18:55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7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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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마마께서 소자와의 약조를 지키신다 들었습니다! 맞습니까아?”

 

 어린 황자가 의젓하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리고는, 자리에 앉아 물었다.

 

 발가락이 꼼지락 거리는 것이 자세가 불편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베어 있었다.

 

 “ 어허, 당연한 것 아니겠소 황자.”

 

 대답하면서 청이 태진에게 눈빛을 쏘았다.

 

 - 이게 무슨 상황이냐?

 

 하지만 태진은 수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말까지 보탰다.

 

 “ 맞습니다 마마. 폐하께서 하루라도 먼저 황자마마와의 언약을 지켜야 하니 서두르라 하셨다고 제가 고하지 않았습니까.”

 

 “ 꺄아- 소자 기분이 너무 좋사옵니다!”

 

 아이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 아바마마! 그럼 지금 나갈까요!”

 

 “ 어..... 그래! 그러자꾸나!”

 

 어리둥절한 청이 수의 말에 일단은 화답했다.

 

 청이 먼저 일어나자 수가 짧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일어나 도도도 걸어 청의 곁에 붙었다.

 

 “ 대체 무슨 일이냐.”

 

 수의 시선을 피해 청이 따르는 태진에게 물었다.

 

 청과 태진의 훌쩍 큰 키 때문에 어린 수에게는 들리지 않을 이야기들이었다.

 

 “ 어차피 찾으셔야 하는 기억이 많지 않습니까. 귀비마마와의 일도, 황자마마와의 일도.”

 

 “ 이러다 그 전처럼 황자에게 실수라도 하면.....!”

 

 “ 그래도 모든 사건에 대해 가장 순수하게 보고 전달해줄 분은 황자마마뿐이시지 않겠습니까.”

 

 “ …………………… ”

 

 “ 제가 곁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부자 간의 정도 다시 쌓으셔야 하지 않으십니까.”

 

 청이 수를 바라봤다.

 

 정신을 차리고 황자의 존재를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혼란이었다.

 

 아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비라니. 최악이었다.

 

 설명을 굳이 듣지 않아도 눈 앞에 황자는 청 자신의 작은 형태 그대로였다.

 

 태진의 말도 틀린 것이 없었다.

 

 다만 두려운 것은 수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 그럼 지금 무엇하러 가는 건지 귀띔 좀 해주거라.”

 

 “ 우선 지금 황자마마께서 하시려고 하시는 건......”

 

 “ 그래.”

 

 “ …………. 물 수제비입니다.”

 

 “ 뭐?"

 

 청이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 뭐, 뭔 수제비...? ”

 

 “ 물 수제비입니다, 폐하. ”

 

 청의 눈동자는 요동치는데 태진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청이 수에게는 들리지 않게 태진에게 속닥였다.

 

 “ ……………….. 내가 기억을 잃었다고 나를 놀리는 것이냐. 내가 어찌 물수제비를 하느냐. ”

 

 청이 인상을 찌푸린 채 얼굴을 갸웃거렸다.

 

 태진의 대답을 청이 기다리는데, 수가 말했다.

 

 “ 아바마마, 손 잡아 주시옵소서!”

 

 “ 응? 아, 그러자꾸나.”

 

 청이 짧은 팔을 뻗고 버둥대는 수의 손을 잡았다.

 

 청의 커다란 손에 잡히는 수의 손은 유약했다.

 

 훗날 청룡의 나라를 품을 천자라기엔 아직 너무 작고 연약했다.

 

 “ 아바마마, 오늘은 소자가 돌을 못에 띄울 수 있겠지요?”

 

 “ 그럼, 당연한 것 아니냐.”

 

 아버지라는 이름이 낯선 청이었다.

 

 다섯살이 됐다는 어린 아들을 내려다보며 청이 수의 얼굴을 살폈다.

 

 쪽빛에 가까운 검푸른 머리카락, 짙은 심연을 담은 눈.

 

 의심할 것 없는 자신의 옛 모습이었다.

 

 “ 오늘도 돌을 띄우지 못할까 소자 염려 되옵니다.”

 

 제법 어려운 단어를 쓰는 수였지만 말투와 몸짓은 영락 없는 어린 아이였다.

 

 근심 투성이인 수를 보던 청이 몸을 숙이더니, 아이를 안아올렸다.

 

 “ 읏차- 이렇게 안아보니, 우리 황자도 많이 컸구나.”

 

 손길이 닿자 수가 까르륵 웃었다. 품에서 치대는 게 귀여웠다.

 

 이 아이의 5년이 머리에서 사라진 것을 청이 안타깝게 느꼈다.

 

 “ 오늘 이 아비가 꼭 할 수 있게 만들어주마. ”

 

 수를 보며 청이 말했다. 수는 방긋 웃더니 청의 손을 쥐었다.

 

 “ 약조하셔야 합니다! ”

 

 “ 약조하마. ”

 

 청과 수의 새끼손가락이 엮였다.

 

 다시 활기를 찾은 수의 얼굴을 보며 청은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떠올랐다.

 

 청이 뒤따르는 태진을 보며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어찌 기억을 잃고 나서 생긴 난제가, 나라 정사보다 집안 문제가 심각했다.

 

 

 

 * * *

 

 

 

 청의 걱정은 이것이었다.

 

 “ 아바마마, 어떻게 쥐면 됩니까? 이렇게 쥐면 된다 책사께서 일러주신 적이 있는데 맞사옵니까? ”

 

 수가 판판한 돌을 골라잡아 청 앞에 내밀었다.

 

 제법 물에 뜨기 좋은 판판한 돌을 추려왔다.

 

 “ 어디보자........... ”

 

 문제는,

 

 “ 음, 태진아 내가 보기엔 조금 부족한데 네가 보기엔 어떻냐? ”

 

 “ 황자마마, 조금만 더 손을 넓게 쥐시옵소서. ”

 

 “ 그렇지, 그렇게 하는 거란다! ”

 

 청도 사실 물수제비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 그래, 그렇게 쥐거라! ”

 

 태진의 도움을 받아 청이 수에게 자세를 알려주는데 겨우 성공했다.

 

 본인도 모르는 걸 알려주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 소자 이대로 던지면 되옵니까? ”

 

 “ 내 보기엔 괜찮은 거 같은데, 태진이 네가 볼 때는 어떠냐? ”

 

 “ 잘 잡으셨습니다. 황자마마, 너무 지나치게 몸에 힘을 주시면 아니 되옵니다. ”

 

 “ 황자, 한 번 해보거라. ”

 

 태진의 동의에 청이 수에게 말했다. 수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던지려는데 청이 무언가 보더니, 급히 황자의 돌을 쥔 손을 잡았다.

 

 “ 내 제일 중요한 걸 이르지 않았구나. ”

 

 청이 수를 그대로 들어 안았다.

 

 청의 시선 방향을 따라서 본 수가 작게 “ 아... ” 하고 탄성을 질렀다.

 

 “ 무언가를 행할 때 항상 잘 주변을 살펴야 한다. ”

 

 “ 큰 일이 날 뻔 했습니다...! 귀비마마께서 아끼시는 원앙 부부인데...! ”

 

 귀비가 아끼는 원앙부부, 청이 수의 말을 기억했다.

 

 내려다 보인 수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두 마리 원앙이 보였다.

 

 거리 상 여유가 있으나, 물 수제비가 서툰 황자의 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기에 위험했다.

 

 울상인 황자를 달래며 청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 우리 황자의 키보다 큰 이 나무 탓에 보이지 않았음이야. ”

 

 청이 황자의 자리 옆에 있던 나무를 가리켰다.

 

 나무라기엔 덤불이었지만, 어린 황자보다 큰 나무였다.

 

 “ 하지만 황자, 기억해야 한다. 황제의 자리에서도 보이지 않는 게 너무 많아. 이 나무처럼 시야를 가리는 것들 투성이란다. ”

 

 청이 등을 토닥여주자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아무리 큰 장애물이 있더라도, 시야를 넓혀 꼭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황제가 잘 못된 선택을 하면, 백성을 지킬 수가 없다. 좋은 황제란 늘 자리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하나를 행할 때도 백 가지, 아니 천 가지 이상을 헤아려야 하는 것이 황제의 자리다. 알겠느냐? ”

 

 “ ......... 명심하겠습니다...! ”

 

 청의 말에 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목소리와 꼭 쥔 작은 두 손은 아직 훗날 황제의 미래를 감당하기엔 어리고, 또 여렸다.

 

 “ 자, 다 지나갔구나. ”

 

 말하며 청이 수를 내려주었다.

 

 신이 난 황자가 아까 지도를 받은 대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퐁-

 퐁-

 퐁-

 

 연신 돌이 한 번 빠지는 소리만 났다.

 

 시도가 일곱 번이 넘어가자 수가 시무룩해졌다.

 

 “ 무엇이 잘 못된 걸까요, 아바마마? ”

 

 수의 물음에 청이 속으로 난색을 표했다.

 

 뭘 알아야 알려줄 것이 아닌가. 그 마음을 속으로 삼키며 청이 말했다.

 

 “ 그건 황자가 찾아보도록 해야지, 나중에 정사를 돌볼 때, 황제에게 아무도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렇지 않느냐, 태진아? ”

 

 능청스러운 청의 말에 태진이 속으로 웃었다.

 

 수는 또 청의 말에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소신 또한 폐하와 뜻이 같사옵니다. ”

 

 태진의 대답에 수가 고민했다.

 

 두 어른이 아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데, 작은 입술에서 천청벽력이 떨어졌다.

 

 “ 그럼 소자가 알아내겠습니다! ”

 

 “ 그래, 그래. ”

 

 “ 그러니 아바마마가 시범을 보여주십시오! ”

 

 그야말로 놀랄 소리였다.

 

 “ 하하, 황자, 어찌... ”

 

 “ 소자가 가늠하여 알아내겠습니다! 바른 사례를 보여주십시오! ”

 

 청이 보이지 않게 태진의 옆구리를 찔렀다. 청을 돕겠다고 옆에서 태진이 말했다.

 

 “ 그럼 소신이 시범을..... ”

 

 “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폐하께서 손수 보여주시겠다 약조도 했사옵니다! ”

 

 와이씨, 내가 할 줄 모르는 거 황자가 알고 있는 지도 몰라. 청이 그렇게 생각했다.

 

 머리를 굴려도 답을 찾지 못하는데, 의외의 해답이 수의 입에서 나왔다.

 

 “ 귀비마마께서 시범을 보여 주셨던 게 멋졌다고, 그리 소자가 고했더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더 잘 하시니까 아바마마께서 직접 보여 주시겠다구요! ”

 

 청이 묘수를 찾은 듯 웃으며 말했다.

 

 “ 당연하지 않느냐. 이 아비가 귀비보다 물수제비를 얼마나 잘 하는데. ”

 

 “ 보여주십시오! ”

 

 “ 근데, 황자 비교라는 것이 무릇, 한 날 한 시에 측정해야 공정한 것이다. 특히 바람과 물의 흐름이 매일 다르지 않느냐. ”

 

 “ 흠... 그러하옵니까? ”

 

 “ 그렇지. 태진아, 지금 귀비께서 바쁘시더냐? 한 번 귀비궁에 가서 알아오련? ”

 

 청의 마음을 짐작한 태진이 대답했다.

 

 “ 오늘 귀비마마께서 따로 업무가 있으신 것으로 아옵니다. ”

 

 “ 흠... 황자! 그럼 내 며칠 안에 날을 잡을 터이니, 귀비와 내가 경합을 벌이는 모습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 모습을 보며 황자가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두 분 중에 더 나은 분의 모습을 닮으라는 것입니까? 왜 더 나은지도 찾구요? ”

 

 청의 말에 영특하게 수가 대답했다. 수를 보며 청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 과연 황자구나! 맞다. 그게 아비의 뜻이다. 생각해보니 아비의 첫 뜻이 짧았다. 내 직접 가르쳐 주는 것보다 여러 사례를 보여주고, 황자가 해답을 찾는 것이 좋겠다. ”

 

 청의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솜씨에 태진이 감탄했다.

 

 위기를 빠져나갔다고 안도하는 어른들의 속내를 모른 채, 어린 수는 작은 주먹을 꼭 쥐며 결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사옵니다! "

 

 

 

 * * *

 

 

 

 “ 대체 이 판은 왜 벌린 것이냐! 아오, 나는 물수제비는 또 언제 배웠던 것이야. ”

 

 천청궁으로 돌아 온 청이 머리를 쥐었다.

 

 불만을 토하는 청에게 태진이 말했다.

 

 “ 황자마마가 폐하께 기억의 조각을 던져드리는 건 최고일 것이옵니다. 오늘만 해도, 귀비마마가 원앙 부부를 아끼시는 것, 또 물수제비가 귀비마마와 관련이 있다는 걸 황자마마께서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김에 황자마마와 부자간의 정도 쌓으시구요. ”

 

 “ 그냥 네가 알려주면 되지 않느냐! 귀비랑 이런 일이 있었다. 황자와 이런 관련이 있다! 근데 왜 하필 할 줄 모르는 물수제비를 가르쳐 주겠다 황자를 불렀느냐! ”

 

 청이 태진을 원망하며 말했다.

 

 청의 목소리에 태진이 단호하게 물었다.

 

 “ 제가 아뢰온다고 그냥 믿을 폐하가 아니시지 않습니까. ”

 

 태진의 대답에 청이 허, 하고 코웃음을 쳤다.

 

 반론을 펴지 못하는 건 그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태진이 말을 더 보탰다.

 

 “ 귀비마마와의 일, 황자마마와의 일은 어디까지나 폐하 고유의 영역이옵니다. 제가 안다한들 그 깊이가 얕음은 당연한 일. 어설프게 제가 고했다가는 기억의 조각을 오독(誤讀)하게 만들겠지요. 그것을 폐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실 지온데, 제가 고한다고 믿기나 하시겠습니까. 사초에 기록된 귀비마마와의 일들도 전부는 못 믿으시지 않습니까. ”

 

 “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

 

 청이 삐친 듯 툴툴댔다. 태진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딱히 할 말도 없었다.

 

 화제를 전환해 청이 말했다.

 

 “ 근데 닷새 뒤 황자에게 시범을 보이기로 하였는데, 이를 어쩐단 말이냐. ”

 

 “ 연습하셔야지요. ”

 

 “ 아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아마 몸은 기억을 하고 있겠지? ”

 

 “ 해봐야 아는 것이지요. ”

 

 “ 거참 걱정이 태산이다, 태산. ”

 

 청이 고뇌하니, 태진이 물었다.

 

 “ 귀비마마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

 

 그 말에 청이 어이없다는 듯 태진을 보았다.

 

 “ 안 그래도 나를 떠나겠다고 안간 힘을 쓰는 귀비에게 그 말을 하면, 지아비로서 참- 신뢰 있어 보이겠다, 신뢰 있어 보이겠어. 좀 괜찮은 모습만 보여줘도 위로가 안 될 판국에 말이다. ”

 

 “ 귀비마마께 말도 잘 못 붙이시는데, 기회는 되지 않겠습니까. ”

 

 “ 아오........................ ”

 

 태진의 말에 아픈 곳이 찔린 듯 청이 다시 머리를 감쌌다.

 

 이것도 저것도 제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 그래서, 귀비에게 닷새 뒤 나와 물수제비 경합을 해야 한다는 그 어이없는 소식을 전하였느냐. ”

 

 “ 곧 소신이 직접 전하러 갈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곤란한 부탁이라, 소신이 직접 가야 할 것 같사옵니다. ”

 

 태진의 대답에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펼친 사초에는 수와 귀비가 나란히 산책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청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전혀 기억 하지 못하는, 사라져버린 사랑의 흔적이었다.

 

 

 

 * * *

 

 

 

 “ 마마, 어디 가시옵니까? ”

 

 유모의 손을 잡고 신이 나 콩콩거리는 수를 길에서 본 화연이 물었다.

 

 “ 귀비마마! ”

 

 화연의 음성을 들은 수가 서둘러 귀비에게 달려왔다.

 

 “ 조심하소서, 다치시옵니다. ”

 

 “ 소식 들으셨습니까? ”

 

 “ 무엇을요? 무슨 소식이기에 이렇게 신이 나셨습니까. ”

 

 수가 안아달라는 듯 화연에게 손을 뻗어 붕붕 흔들었다.

 

 화연이 웃으며 수의 몸을 안아들었다. 이제 제법 커서 묵직해졌다.

 

 “ 아마 시진이 얼마 되지 않아 전달이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

 

 “ 무엇이기에 그러십니까? ”

 

 기쁨에 상기된 수의 두 뺨에 웃음이 걸렸다.

 

 “ 닷새 뒤에 아바마마와 물 수제비 경합을 하셔야 합니다! ”

 

 아이의 말을 화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수가 더 신이 나 말했다.

 

 “ 소자께 물 수제비를 알려주시다가.... 제가 시범을 보여달라고 하니, 귀비마마와 함께 시범을 보이시겠다 하셨습니다! 더 나은 것을 배우는 게 좋겠다구요...! ”

 

 수가 끊임없이 말을 이었다.

 

 귀여운 목소리가 만든 문장에 화연이 대충 맥락을 깨달았다.

 

 현재 황제의 기억은 17살.

 

 그리고 분명히 화연은 알고 있었다.

 

 “ 너무 기대되옵니다! 아바마마와 귀비마마의 경합이요! ”

 

 17살의 청은, 물 수제비를 할 줄 몰랐다.

 

 그 사실을, 화연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의 기대에 청이 얼마나 당황스러워 했을 지, 머릿속에 빤히 그려지는 화연이었다.

 

 “ 황자마마, 폐하께서 분명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

 

 “ 네, 닷새 뒤에 보여주시겠다 하셨습니다! ”

 

 청의 곤란함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한 궁녀가 와서 화연의 곁에 있던 채연에게 말을 전했다.

 

 그리고 채연이, 그 말을 화연에게 조심히 옮겼다.

 

 “ 책사께서 한 시진 뒤에 알현을 청하시는데 어찌 전할까요 마마...? ”

 

 분명 지금 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논의할 발걸음이 분명했다.

 

 " .......... 알았다고 전하거라. "

 

 대답하면서 화연이 근심했다. 채연도 마찬가지였다.

 

 " 대체 무슨 일일까요...? "

 " 그러게 말이다. "

 

 화연과 신경전을 벌이며 청이 밤을 지새고, 말도 하지 않으며 점심을 같이 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근데 물 수제비를 할 줄 모르는 황제와 갑자기 무슨 경합이란 말인가.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화연이었다.

 

 " 너무 기대되옵니다! "

 

 품 안의 수가 방싯 방싯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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