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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9. 저를 파하여 주소서
작성일 : 17-07-31 18:54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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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화연의 처소에 궁인들이 분주했다.

 

 저마다 들고 있는 비단이며, 장신구가 화려하지만 소담함을 담았다.

 

 화연의 미색과 성품의 조화를 절묘하게 담고 있었다.

 

 ‘ 그럼 오늘, 오늘 밤에 내 귀비에게 갈 것이오. 괜찮겠소. ’

 

 궁인들이 분주한 이유는 하나였다.

 

 청이 화연에게 건넨 말은 궁에서 큰 의미였다.

 

 황제가 밤에 든다는 것, 예전 화연에겐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 역시 마마께는 붉은 비단포가 제일입니다. ”

 

 채연이 화연의 곁에서 말했다.

 

 경박하지 않게 보이려 목소리를 눌렀지만, 감격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 예전에 폐하께서 좋아하시던 이 떨잠은 역시 오른쪽이 더 예쁘겠지요? ”

 

 장신구들까지 살피며 채연이 입을 달싹였다.

 

 지난 일주일, 황제가 귀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황궁 밖까지 파다했다.

 

 그 후 궁인이며, 백성들이 마음대로 화연에 대해 떠드는 말은 험악했다.

 

 그런데 황제가 다시 귀비의 처소에 든다고 한다.

 

 뒷말들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는 일이었다.

 

 “ ........................ 누가 보면 다시 혼례를 치르는 줄 알겠구나. ”

 

 기대에 부푼 채연에게 화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어느새 몸에 발라진 향유에서 은은한 꽃향이 났다.

 

 황제의 기억은 사라졌지만, 그가 좋아하던 것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 ........................... 푸른 노리개, 혹시 준비 되어 있느냐. ”

 

 한참 말이 없던 화연이 말했다.

 

 화연의 말에 채연의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 물론이지요! 노리개를 그것으로 할까요? ”

 

 “ ............. 그게 좋겠구나. ”

 

 화연의 치장은 어느덧 끝을 달리고 있었다.

 

 평소에 치장하는 걸 즐기는 화연은 아니었지만, 천청궁에서 극진히 예를 갖추라는 기별이 떨어진 탓이었다.

 

 “ 여기 있습니다, 마마! 노리개요. ”

 

 단정하게 비녀를 꽂은 머리 위 수수하지만 귀한 보석을 박은 떨잠이 화연의 미색을 돋보이게 했다.

 

 그 아래 흰 피부에 오목조목 화려하게 박힌 이목구비는, 길 가던 이 누가 보아도 황제를 사로잡은 청국 최고의 미색이라 칭할 만 했다.

 

 적빛을 담은 비단옷은 화연의 미색을 더 돋보이게 했다.

 

 “ 그래, 고맙구나. ”

 

 많은 장신구를 달지 않아서, 붉은 비단옷에 푸른 노리개가 돋보였다.

 

 푸른 노리개에는 바다에서 나는 귀한 보석들이 정교하게 박혀 있었다.

 

 “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

 

 채연이 감탄했다.

 

 평소에도 아름다운 화연이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꾸며 놓으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했다.

 

 누가 그녀가 전쟁터를 누비는 해국의 대장군이라는 걸 믿을까.

 

 “ .......................... 혹시 천청궁에서 기별이 있었느냐. ”

 

 “ 반 시진 뒤에 오신다고 하옵니다. ”

 

 “ ............................. 그래. ”

 

 화연이 소매 끝자락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상처투성이인 손이 면경에 비친 제 얼굴과 사뭇 거리감이 있었다.

 

 “ 채연아, 잠시 쉬고 싶구나. 모두와 함께 자리를 비켜주련? ”

 

 화연의 말에 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연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는 궁인 모두가 서둘러 자리를 비웠다.

 

 “ ............................................... ”

 

 고요해진 방 안, 화연이 자신의 모습을 면경에 몇 번이고 비춰보았다.

 

 한참이 지났을까.

 

 흑요석을 담은 맑은 눈에 순식간에 투명한 물줄기가 차오르더니,

 

 투둑,

 

 붉은 비단옷에 추락했다.

 

 “ 흐윽............ ”

 

 화연이 입술을 깨문 채 울음을 삼켰다.

 

 왼쪽 가슴을 부여잡은 손이 애처롭게 떨었다.

 

 청이 기억을 잃은 이후 처음으로 귀비의 처소에 들리는, 첫 날 밤, 그 직전.

 

 아무도 모를 화연의 이야기였다.

 

 

 

 

 * * *

 

 

 

 

 “ 고하거라. ”

 

 귀비의 궁 앞에 서, 청이 말했다.

 

 푸른 용포는 평소의 것보다 화려했다. 치장에 힘을 다한 건 화연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높은 콧대에 선이 굵은 청의 얼굴이 달빛에 비춰 존재만으로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 마마, 황제 폐하 드셨나이다! ”

 

 일주일,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화연의 위치가 불안해질까 걱정했던 상궁 하나가 큰 목소리로 화연에게 고했다.

 

 “ .......................... 극진히 뫼시거라. ”

 

 안에서 들려오는 화연의 목소리였다.

 

 첫 번째 문이 열리고, 그 후로 몇 겹의 문이 더 열렸다.

 

 촤르륵, 천청궁에서도 수도 없이 들리는 문 열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청이 그 사이를 걸으며 긴장한 얼굴을 했다.

 

 “ 오셨나이까, 폐하. ”

 

 일어선 화연이 예를 갖추었다.

 

 청에게 시선을 두지 않은 채,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더니, 상전으로 청을 안내했다.

 

 여전히 화연의 시선은 바닥에 있었다.

 

 “ 마마, 다과를 들일까요. ”

 

 “ ........................... 그리하여라. ”

 

 상궁의 말에 화연이 답했다. 앉은 청의 앞에 화연이 자리했다.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은 채 둘의 자세 모두 꼿꼿한 채 흐트러짐이 없었다.

 

 밤을 밝히는 호롱불만 흔들렸다.

 

 “ 아까 폐하께서 들여 주신 호국에서 진상된 다과와 술이옵니다. ”

 

 상궁의 말에 화연이 청의 쪽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여전히 화연의 시선은 청을 향하지 않았다.

 

 청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청이 말했다.

 

 “ 듭시다. ”

 

 화연이 손을 뻗어 잔에 술을 담았다.

 

 먼저 청에게 잔을 올리더니, 자신의 것을 잡았다.

 

 먼저 청이 잔을 비웠다. 그에 맞춰 화연이 입에 잔을 가져다 대려는데 덜컥 청이 말했다.

 

 “ ........................ 그 술, 못 먹지 않으시오. ”

 

 그 말에 화연이 놀라 청을 바라봤다. 놀라는 화연의 표정을 보며 청이 씁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 태진이가 알려주었소. 혹여나 귀비가 그 술을 마시려 들면, 속이 많이 상한 상태이니 잘 다독여 주라고 하더구려. ”

 

 “ .......................... ”

 

 “ 참 못난 지아비오. 그렇다면 술을 바꾸라 명하였어야 하는데, 그대가 그 술을 마시려 할 지, 아닐지, 그게 알고 싶더구려. ”

 

 

 처음 마주친 시선이었다. 그 눈빛에서 마음을 읽은 화연이 다시 바닥을 보았다.

 

 “ ........................ ”

 

 화연이 대답하지 못 하고 있는데, 청이 화연의 손에서 잔을 뺏어갔다.

 

 청이 그것을 마시더니 탁하고 소리 나게 상에 올렸다.

 

 “ 후.........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한 느낌이 드는구려. ”

 

 “ ....................... 송구하옵니다. ”

 

 “ ................. 무엇이. ”

 

 청의 말에 화연이 답했다.

 

 “ ...................... 저 때문에 괜한 상념을 만들어 드리는 것 같아........ ”

 

 “ 그렇게 말하는 이가 세 번이나 천청궁으로 걸음하라는 황제의 명을 모두 거절했소? ”

 

 “ ............. 송구하옵니다. ”

 

 화연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청이 화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 짐 때문에 귀비가 수고가 많다고 들었소. 혹여나 안 좋은 소리가 들려도 괘념치 마시오. ”

 

 “ .................. 아니옵니다, 폐하. ”

 

 “ 지난 일주일 간, 많은 걸 살펴보았소. 책사에게 물어, 기억하지 못하는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소. ”

 

 “ ................................. ”

 

 “ ................ 귀비. ”

 

 청의 말에 화연이 고개를 들었다.

 

 청이 오기 전 울며 아픔을 토하던 화연은 없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화연이 청을 바라봤다.

 

 “ .................. 미안하오. ”

 

 청의 그 말에도 화연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마음을 굳건하게 먹은 덕분이었다.

 

 청의 사과에 화연은 칼날이 찌르는 비수를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 폐하. ”

 

 “ ........... ”

 

 화연은 이미 청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다시 혼인하듯 꾸미라 황명을 내린 것도, 자신조차 화려한 용포를 입고 직접 귀비의 처소에 행차한 것도, 모두 땅에 떨어진 화연의 입지를 올려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 ............. 이러실 필요, 없사옵니다. ”

 

 “ 무엇이. ”

 

 화연의 말에 청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행동에 청의 눈에 노기가 담겼다.

 

 화연이 천천히 붉은 비단 사이로 화려하게 자리한 푸른 노리개를 풀어냈다.

 

 두 손으로 가지런히 노리개를 잡아 청에게 올렸다.

 

 “ ........... 거두어주소서. ”

 

 “ ............. 귀비. ”

 

 푸른 노리개. 화려하게 박힌 바다의 보석들.

 

 화연과의 기억이 없는 청도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달았다.

 

 “ 폐하의 총애로부터 있게 된 자리였습니다. 이제 그것이 없으니 폐하, ”

 

 “ 귀비. ”

 

 “ 저는 전쟁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이옵니다. 부디, ”

 

 “ ..................... 귀비. ”

 

 “ 귀비의 자리에서............... ”

 

 화연이 청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 저를 파하여 주소서. ”

 

 “ 귀비! ”

 

 화연이 그 날 밤 가장 오래, 그리고 진실 되게 청을 바라보며 애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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