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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연의 기억
작가 : 한정화
작품등록일 : 2017.7.31

태양도 그 기세를 꺾지 못한다는 해(海)국 청 황제. 황제인 청은 모든 대신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불길하다 낙인 찍힌 주작의 후예, 윤화연을 귀비로 맞이한다. 하지만 청 황제 7년, 귀비를 향한 의문의 활을 청이 대신 맞게 된다. 청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17살 이전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황궁은 충격에 빠지고, 화연은 자신과의 기억을 모두 잃은 지아비를 마주하게 되는데...

 
5. 희롱
작성일 : 17-07-31 18:53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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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상궁과 아이가 사라진 자리를 보던 청이 대신들에게 말했다.

 

 “ 내 특별이 임무를 맡긴 이가 주작 사냥을 직접 목도하고, 피해자인 저 아이를 구출해내 여기까지 왔소. 아이를 겨우 달래 상황을 다 듣고 나니 기가 막히더이다. 그 이야기를 아이의 입에서 함께 들으면 좋았으련만, 아이가 청룡이라 하면 기겁을 하니 잠이 들었을 때 겨우 보여주게 되었소. 여기 청룡들이 이렇게 많은데 아이가 얼마나 놀라겠소. 기운을 숨겨도 한계가 있지. 함께 듣지 못한 건 다들 이해해주시길 바라오. ”

 

 영의정 기현의 낯빛이 처음으로 어두워졌다.

 

 “ 대신, 아이가 말한 것을 내가 대신 전하겠소. ”

 

 “ .................................... ”

 

 “ 이제 짐은 이 일을 헛소문이라 넘길 수 없으니, 경들도 함께 들으시오. ”

 

 “ ........................... ”

 

 “ 확실한 건, 이 주작 사냥이라는 해괴망측한 일에 범인은 청룡인 무관들이 아니란 것이오. 아이도 직접 말했소. 그동안 변방에 살면서 무관인 청룡들은 항상 주작을 잘 대해 주었다고. 그렇다면, 범인은 변방에 사는 청룡 중 무관이 아니란 소리인데, 변방에 사는 무관이 아닌 청룡. ............... 그런 청룡이 얼마나 된다고 보시오? ”

 

 “ 아이가 무관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지 않습니까. ”

 

 영상이 말했다.

 

 “ 아니, 아이 입으로 먼저 말하더이다. 그들의 몸에 무관임을 증명하는 문신이 없었다고. ”

 

 “ ............................. ”

 

 “ 그래서 참 이상했지. 무관이 아닌 청룡이 변방에서 주작 사냥을 한다-라. ”

 

 “ ................... ”

 

 “ 그런 청룡이 거기 있을 리가 없는데. ”

 

 청의 눈빛이 더 없이 차갑게 바뀌었다.

 

 하지만 입에 조소를 달고 있었다.

 

 눈이 매서워지며 빛난 게 시작이었을까, 마치 광대처럼 웃으며 청이 한 발자국 씩 걸음을 옮겼다.

 

 앞에 서있는 대신들 하나하나에게 얼굴을 가져다대며 물었다.

 

 “ 영상의 친척 중 변방에 사는 이가 있소? ”

 

 청이 눈을 빛내며 영상에게 물었다. 조소를 머금은 입이 괴기스러웠다.

 

 “ ............... 없습니다. ”

 

 “ 좌상의 인척은? ”

 

 한 발짝 더 떼며 좌의정에게 청이 물었다.

 

 “ 없습니다. ”

 

 “ 허어, 참 이상하지? 그럼 좌찬성께서는 어떻소? ”

 

 “ ........... 없습니다, 폐하. ”

 

 “ 그럼 참찬께서는? ”

 

 한 걸음, 한 걸음, 청이 하문했다.

 

 마치 이는 희롱 같았다.

 

 “ 폐, 폐하.... 어찌 하문을 하십니까. ”

 

 “ 대답하시오, 참찬께서는 어떻소? ”

 

 청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참찬이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 모, 모든 인척이 변방에 살지 않사옵니다.... 일가 대대로 청룡의 황족을 모신 문인 집안의 소생이라 변방에는 발도 들인 적이 없습니다....! ”

 

 강한 부정이었다.

 

 한 명 한 명, 직급을 부르며 청이 똑같은 질문을 했다.

 

 청의 희번뜩이는 눈빛은 분명 범인을 알고 있는 게 틀림 없었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대신들이 몸을 깊이 숙였다.

 

 “ 임무를 맡았던 이가 범인들은 인도하고 있다고 하오. 워낙 난리판이었다고 하더군. ”

 

 청이 다시 걸음을 옮겨 계단을 올라 자신의 옥좌에 앉았다.

 

 누구보다 기품 있게 그 자리의 주인임을 뽐내고 있었다.

 

 “ 아무튼! 범인들을 문초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주작 사냥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도 참 궁금했소. ”

 

 “ ........................... ”

 

 “ 아이의 증언과 지금까지 뜬소문으로 돌았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답이 간단히 나오더이다. ”

 

 “ ........................ ”

 

 “ 주작 사냥의 이유는. ”

 

 “ ................................ ”

 

 “ 주작이 자신들의 힘을 발휘하는 걸 보기 위해서. 애초에 주작의 혈통은 화국이 붕괴되며 힘이 많이 약해졌소. 사냥을 나서는 다수의 청룡들에게 힘을 발휘해봤자, 소수로 이길 수가 없지. 그런데도 생명이 위협 받고, 더 나아가 자식이 간음 당하고 살해 당하는 걸 보니, 주작의 아이들은 물론, 다 큰 주작들까지 숨기고 살던 힘을 발휘해 불을 일으키지오. 그래봤자, 이길 수가 없겠지만. ”

 

 “ ................................ ”

 

 “ 그리고 주작 사냥 후 청룡들이 이렇게 얘기한답디다. ”

 

 “ ......................................... ”

 

 “ 거봐라!! 주작은 불길하다. 이렇게 화염을 일으켜 위험하다!!! ”

 

 청이 분노를 감추지 않고 소리쳤다.

 

 옥좌 옆에 가득 쌓인 상소문을 청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청의 몸에 또아리를 틀었던 청룡이 푸른 기운을 내뿜으며 그 아가리로 종이를 모조리 씹어 삼켰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시오? 이래도 주작이 불길하고, 위험한 것이오! 아니요, 이제 그들은 그저 해국에서 핍박 받고, 박해 받는 유일한 종족일 뿐입니다. ”

 

 “ .................................. ”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대신들을 바라보는 청의 눈이 매서웠다.

 

 “ 다들 잘 들으시오. ”

 

 “ ................................. ”

 

 “ 해국은 청룡의 나라. 그리고 천자인 나의 나라요. 하지만 동시에, 모든 종족과 백성을 위해 군림하는 나라요. 나는 그것을 수호할 것이고, 이에 반하는 모든 자들을 역도라 부를 심산이오. ”

 

 “ ................................ ”

 

 “ 주작 사냥에 관련된 자들은 모두 해국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 ”

 

 “ .................................. ”

 

 “ 해국을, 그리고 나를 거스르는 자가 여기에 있다면. ”

 

 “ ....................................... ”

 

 “ 지금 당장 나와, 내 목을 베시오. ”

 

 “ ..................................... ”

 

 청이 옆에 있던 호위 무관의 칼을 빼들어 대신들 앞에 던졌다.

 

 “ 나 말고 여기 무관도, 누구도 반격하지 않을지니. ”

 

 “ ..................................... ”

 

 “ 지금 나올 수 없다면, ”

 

 “ ........................ ”

 

 “ 내 앞으로 이 일을 좌시하지 않으리란 걸 똑똑히 기억하시오. ”

 

 황제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한 대신들이 서로 눈치를 봤다.

 

 영의정 기현이 입술을 꾹 깨물다 신음처럼 말을 토했다.

 

 “ 황제 폐하....................... ”

 

 그 운을 시작으로 약속한 듯 모두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 황제 폐하, 만세! ”

 

 “ 만세! ”

 

 “ 만만세! ”

 

 “ 천세를 누리시옵소서! ”

 

 그대로 모든 대신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만세를 외쳤다.

 

 청이 그들을 벌레보듯 내려보다 웃었다.

 

 세상을 모두 가진 사내의,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만세 삼창이 끝날 때 쯤, 청이 준비한 마지막 행사가 시작됐다.

 

 “ 밖에 들리느냐. ”

 

 “ 예- 폐하. ”

 

 몇 겹의 문 너머로 환관이 대답했다.

 

 “ 귀비는, 아니 대장군은 오셨느냐. ”

 

 “ 예- 안 그래도 고할 참이었사옵니다. ”

 

 “ 안으로 뫼셔라. ”

 

 그렇게 한 겹, 두 겹, 여러 겹의 문이 동시에 열리더니 갑옷을 두른 여인이 등장했다.

 

 중간 크기의 함을 들고 오는 여인의 자세는 강경했다.

 

 대신들은 여전히 납작 엎드린 채였다. 그 사이를 걸어오는 화연이 웃음 지었다.

 

 “ 승전을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

 

 화연이 무릎을 꿇어 함을 진상하려는 것을 청이 말렸다.

 

 “ 귀비, 아무리 대장군이라지만 내 귀비라는 걸 잊지 마시오. 부부는 한 몸인데 어찌 내 앞에서 무릎 꿇는단 말이오. 법도는 그렇지 않다만, 내게는 나보다 귀한 귀비라는 걸 잊지 마시오. ”

 

 청이 영상에게 들으라는 듯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화연이 그런 청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함을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땅을 짚은 영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상은 했지만 분명했다.

 

 “ 폐하, 오는 길에 변고가 있어 좀 늦었나이다. ”

 

 주작 사냥의 진상 조사를 맡은 이는 분명, 윤화연이 틀림없었다.

 

 그 태생이 주작이자, 전장마다 승전을 주도하는 이였다.

 

 귀비로서 얻는 총애는 황궁에서 제일이었다.

 

 영상이 당했다며 속으로 한탄하는데, 화연이 말했다.

 

 “ 주작 사냥의 공범자들.................. ”

 

 “ 그래. ”

 

 “ 도망을 꾀하던 자들을 그 자리에서 사살하였습니다. ”

 

 “ ....................... ”

 

 “ 저항이 너무 강해 생포하지 못했음을 용서하시옵소서. ”

 

 화연이 들어오며 함께 가져온 상자를 청 앞에 바쳤다.

 

 “ 괜찮소. 무엇이오. ”

 

 “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행을 꾀하고, 폐하의 부름을 거역하고 도망가려던 자들 중 하나의 목이옵니다. ”

 

 “ 열어보시오. ”

 

 화연이 허리를 굽혀 예를 취하더니 상자를 열었다.

 

 얼굴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탄 형상이 상자 안에 있었다.

 

 “ 범인들의 신원은 찾았소? ”

 

 “ 찾았습니다. ”

 

 “ 내가 알만한 이가 있는가. ”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이 상자 속 처형당한 이가........ ”

 

 화연이 말끝을 흐렸다.

 

 주저함이 아닌 준비된 머뭇거림이었다.

 

 짧은 적막이 대신들을 희롱하듯 공기 중으로 흩날렸다.

 

 좌우에 대신들이 화연의 목소리에 주먹을 움켜 쥐었다.

 

 “ 고하거라. ”

 

 화연이 무릎을 굽혀 앉아 예를 갖추었다.

 

 붉은 끈으로 야무지게 또아리를 튼 머리카락, 그 아래 굵은 철심이 박힌 갑옷은 영락없는 대장군의 기백이었다.

 

 적당히 높은 음조에 품위 있는 화연의 말씨는, 대신들을 향해 청이 준비한 최고의 무기이자, 경고였다.

 

 “ 의금부사 송하식의 조카, 송승진입니다. ”

 

 그것이, 피눈물로 얼룩질 역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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