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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엘레아
작가 : 마리장
작품등록일 : 2017.7.31

10년간 유폐생활을 겪은 산드리아의 왕녀 엘레아.
" 제 마음은 절대 전하께 내어드리지 않을거예요."

대륙의 통일을 꿈꾸는 메르헨의 젊은 군주 루이스.
"나는 기다릴거야. 네가 나를 온전히 사랑할때까지."

 
평온한 나날
작성일 : 17-07-31 18:33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4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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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를 마친 루이스는 베런에게 엘레아의 처소를 방문할 것이라는 명을 내렸다. 그 동안은 아침식사를 함께하거나 정원에서 같이 산책을 하는 것이 엘레아를 만나는 전부였는데 오늘은 직접 처소를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엘레아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레었다.

 

  엘레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이거나,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었다.

 

  루이스가 엘레아의 처소를 찾아오자 마가렛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엘레아 공주는 도서관에 있는 것인가?”

 

  “네. 전하. 하루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보내신답니다.”

 

  “여전히 외출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인가?”

 

  “네. 전하의 부르심이나 클레인 공녀와 가끔 산책을 하시는 것 외에는 처소 밖을 나가시질 않으십니다. 아직은...... 여러 시선들이 부담스러우신 듯합니다. 아무래도 궁인들만 하더라도 공주님이 밖에 나가실 때면 저들끼리 몰래 훔쳐보고 쑥덕거리고 하니까요.”

 

  요 근래 레지덴 궁에서는 엘레아의 얼굴을 한번 보는 것이 저들끼리의 큰 무용담이 되곤 하였다. 사실 미모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바깥출입을 거의 하질 않아 엘레아의 모습을 실제로 본이는 많질 않았다.

 

  본궁에서 루이스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궁인들조차 엘레아를 보지 못한 아거 있었기 때문에 엘레아가 외출을 한번 할 때면 늘 화제가 되곤 하였다. 어떤 드레스를 입고, 어떤 머리모양에 어떤 장식을 했는지.

 

  궁인들은 저들끼리 모여 엘레아를 바라보고 쑥덕거리곤 했는데 엘레아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루이스는 마가렛의 말을 전해 들으니 자신이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자책이 되었다. 엘레아가 레지덴 궁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쓴다고는 했지만 – 그녀는 편하게 지내고 있질 않으니 말이다.

 

  “내가 직접 도서관으로 갈 테니 동행할 필욘 없다.”

 

  “네. 전하. 그리하시지요.”

 

  마가렛과 대화를 마친 루이스는 엘레아가 있다는 도서관으로 향해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엘레아는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인기척이 없었다.

 

  켈리 공작부인의 도서관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책은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 도서관을 둘러보던 루이스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곤 숨을 죽이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역시나 – 아름다웠다. 골똘하게 집중할 땐 이런 표정이구나 싶어서 또 새로웠다.

 

  조용하게 다가간 루이스는 말없이 엘레아가 읽고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놀란 표정도 보고 싶었다. 웃는 모습은 아직 보여주질 않으니, 놀란 모습이라도 자주 보고 싶었다. 놀라는 것도 어찌되었든 감정표현의 한 종류이니.

 

  책을 읽고 있던 엘레아는 누군가 자신의 책을 집어 들자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루이스가 자신이 읽던 책을 들고 서 있었다. 루이스는 집어든 책의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 5대 안드레아스 빌로험프’라..... 여태 사서를 읽고 있던 거였어?”

 

  의외에 책에 루이스가 특유의 장난기어린 미소를 보이며 엘레아에게 물었다.

 

  “ 메르헨의 사서를 읽고 있는걸 보니 이곳에서 마음을 잡고 살아갈 마음이 들었나보군.”

 

  엘레아는 노골적으로 그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산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요. 전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엘레아는 루이스의 눈을 마주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 말을 루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한다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이제는 엘레아의 이런 말에도 상처를 받지 않을 만큼 마음이 단단해진 것인지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곧 평온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그건 내 개인의 판단으로 허락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산드리아로 돌아가는 것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위험한 일이야. 정치적으로.”

 

  사실 엘레아도 그저 해본 말일 뿐,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왜 오신 거죠?”

 

  “밖에 나가자. 메르헨에서 기분 좋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날은 얼마 안된 다구.”

 

  루이스는 그대로 엘레아를 이끌어 도서관을 나왔다. 루이스가 엘레아와 함께 향한 곳은 루이스의 개인 검술 훈련장이었다.

 

  루이스는 엘레아가 잡기 편한 가벼운 검을 하나 골라 엘레아에게 던졌다. 엘레아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의 검 자루를 낚아채듯 잡아내었다. 한동안 검을 잡지 않았지만 몸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인지 검을 잡자 저절로 공격의 기본자세가 취해졌다. 치렁거리는 소매와 드레스자락이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한번 겨루어 볼까?”

 

  엘레아는 검을 잡자 루이스와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피네 산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루이스를 그리고 검을 겨루었지만, 자신을 장난치듯 다루다가 결국에는 두건과 복면을 모두 벗겨내 얼굴마저도 확인했었던 일들이 빠짐없이 떠올랐다.

 

  자신도 레오에게 오랜 시간 성실하게 검술 훈련을 받아와서 결코 다른 남자들에게 기술로 밀리지는 않는데, 루이스에게는 연습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엘레아가 망설이자 루이스가 먼저 검을 들어 공격을 해왔다. 엘레아가 급히 검을 들어 루이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두 사람의 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루이스는 엘레아가 오랜만에 검을 잡은데다가, 검을 잡기엔 편치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가볍게, 조심조심 다루었다.

 

  엘레아가 검을 들어 올릴 때 마다, 몸을 돌릴 때마다 드레스자락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함께 춤을 추듯이 너울거렸다. 나비 같기도, 꽃 같기도 한 아름다운 움직임이었다.

 

  엘레아는 오랜만에 검을 다루고 나니 상쾌함을 느꼈다.

 

  “에리카가 너와 함께 검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군. 라키스트 공작에게 말이야.”

 

  “그렇게 말씀하였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네가 라키스트 공작에게 또다시 검을 배우는 건 싫어. 그래서 너의 검술 훈련은 내가 맡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루이스의 말에 엘레아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잔뜩 구겨진 양미간을 보며 루이스는 어쩔 수 없이 에리카를 팔아야만 했다.

 

  “네가 하지 않는다고 하면 라키스트 공작도 에리카를 맡지 않을 테지. 에리카는 알렉산더를 비롯해서 휘하의 기사에게 배우는 건 딱잘라 싫다고 말했거든. 에리카의 실망이 크겠구나.”

 

  엘레아는 에리카가 검술을 무척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라버니인 알렉산더에게 배우면서 투덕거리기만 했다는 이야기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자신이 이대로 거절을 한다면 진정 실망할 듯싶었다.

 

  엘레아가 체념하듯 말하였다.

 

  “검술은 저도 계속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해요. 그렇지만 굳이 전하께서 직접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공무도 바쁘실 텐데.”

 

  “아니 내가 직접하고 싶어. 검을 가르치다보면 몸이 스칠 수밖에 없잖아. 다른 사내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 절대로.”

 

  루이스가 꽤나 고집스런 말투로 말하였기에 엘레아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엘레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가 환하게 웃었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더 생겨서 기쁘구나.”

 

 

 * * *

 

 

  다음 날 엘레아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 루이스에게 잔뜩 싫은 티를 내었지만 – 사실은 엘레아는 검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대되고 즐거웠다.

 

  처소에서만 지내는 엘레아를 위해 마가렛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수를 건넨 적도 있었지만 엘레아는 그것을 건들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에는 영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엘레아였다. 사실 실력도 형편없었지만.

 

  바느질과 달리 검술은 엘레아가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흥미를 보이며 실력을 키워 온 분야였다. 나중에는 단순 흥미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배워야만 했지만, 그래도 엘레아는 검술훈련을 할 때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곤 하였다.

 

  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은 엘레아는 문득 – 최근 들어 악몽을 거의 꾸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악몽을 꾼 것이 언제였던지 기억이 희미했다.

 

  ‘산드리아에서 부상을 입고 깨어나기 전이 마지막이었던가?’

 

  피를 토하면서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어머니의 모습이 어린 엘레아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인지 엘레아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같은 꿈을 꾸고는 하였다.

 

  어머니는 피를 토하면서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은 울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악몽이었다. 꿈속의 엘레아는 어린아이였다가, 소녀였다가, 이제 여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머니의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나면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서 숨이 막혀올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메르헨에 도착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이 악몽을 꾸지 않았던 것이다.

 

  ‘조프리의 일가가 모두 죽어서인가. 비록 내 손으로 죽이지는 못했지만.’

 

  엘레아는 산드리아를 떠나는 날 비체트 궁에 효수된 조프리 일가의 최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비록 스스로 자결을 하는 품위는 지키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최후는 비참했기에 엘레아의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메르헨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산드리아에서도 가지지 못했던 에리카라는 마음이 통하는 동무를 얻었고, 레오도 공작의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자신은 사실 하고 싶은 일은 루이스의 허락을 구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단, 정치적인 목적이 없다는 전제하에.

 

  오늘부터는 검술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꽤나 즐겁고 행복한 포로 생활이었다. 딱 한 가지 어려운 점을 빼고는.

 

  엘레아는 오늘도 아침식사를 위해 루이스의 처소로 향하였다. 엘레아가 들어서자 루이스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맞아주었다. 그런 루이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 생각보다 어렵고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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