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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나의 엘레아
작가 : 마리장
작품등록일 : 2017.7.31

10년간 유폐생활을 겪은 산드리아의 왕녀 엘레아.
" 제 마음은 절대 전하께 내어드리지 않을거예요."

대륙의 통일을 꿈꾸는 메르헨의 젊은 군주 루이스.
"나는 기다릴거야. 네가 나를 온전히 사랑할때까지."

 
레지덴 궁의 하루
작성일 : 17-07-31 18:21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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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루이스는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자신의 침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메르헨에 도착한 첫 날 인지라 군대를 해산하고 그동안 밀린 국정을 처리하느냐고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이었다.

 

  루이스의 침전은 왕의 침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소박하게 보였다.

 

  아버지인 카를의 영향으로 루이스 역시 왕실이 솔선수범하여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된다고 생각과 화려한 장식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 합쳐친 결과물이었다.

 

  커다란 침전에는 두 명이서 팔을 벌리고 누워도 넉넉한 크기에 커다란 침대와 서류를 검토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어서 궁인들은 루이스의 침전에 들어설 때마다 휑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루이스에게는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이자 그제야 엘레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가슴을 방망이질 치며 루이스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뛸 수 있다니 –

 

  ‘내가 지금 18살 소년도 아닌데, 이게 지금 뭔 짓이람.’

 

  설렘의 감정도 잠시, 내일부터 엘레아를 어찌해야 할지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결을 요청하는 그녀를 무작정 메르헨으로 데려와 궁에 들인 것은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게다가 엘레아의 모습을 보기 전에는 분명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그것을 뒤집은 것 역시 자신이었다.

 

  왕관의 무게를 잘 알기에 작은 명 하나도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내리던 평소에 루이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엘레아의 처결 문제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마음이 따르는 데로 명을 내린 것이다.

 

  루이스 스스로가 생각해도 엘레아의 대한 자신의 처분은 평소의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래서 제왕학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을 멀리하고,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면 안된다고 했던 것인가.’

 

  어린 시절 배웠던 제왕학의 기초가 이제야 온 마음으로 이해가 되는 루이스였다.

 

  하지만 머리로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인지라 루이스는 잠을 청하기 직전 시종에게 내일 아침식사는 엘레아 왕녀와 함께하겠다는 명을 내리고는 잠을 청하였다.

 

 

 * * *

 

 

  엘레아는 메르헨에서의 첫날밤을 생각보다 잘 보냈다. 탑 속에서 지낼 때 쓰던 침대는 하녀들이나 쓸 법한 형편없이 낡고 딱딱한 것이었는데, 5일간의 여정과 푹신한 침대는 엘레아에게 달콤한 잠을 선물해 주었다.

 

  엘레아는 침대에 걸쳐 앉아 숙면을 취한 뒤에나 느낄 수 있는 달콤한 개운함을 만끽하였다. 산드리아에서도 늘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편히 이루지 못했는데 적국에 끌려온 포로 주제에 이렇게 늘어지게 잠을 잘 자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신기했다.

 

  엘레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안을 하고 드레스를 갈아입었다. 잠을 푹 자고 난 뒤 세안을 마친 엘레아의 피부가 맑게 빛나면서 입술은 더욱 빨갛게 도드라져 보였다. 고귀한 왕녀로 자라왔지만 10년간 시중드는 궁인도 없이 유폐생활을 했기에 이제는 혼자서 하는 편이 더 편했다.

 

  마땅히 준비된 의복이 없어 산드리아에서 입고 온 얇은 드레스를 다시 입었더니 약간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궁 밖을 나갈 일은 없을 테니 상관없었다.

 

  엘레아는 머리 손질까지 직접 마친 뒤 창 밖으로 레지던 궁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같은 대륙에 위치하지만 비체트 궁과 레지던 궁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레지던 궁은 비체트 궁에 비해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만 정원의 꾸밈새나 장식 등은 투박한 편이었다. 반면 비체트 궁은 규모는 작아도 화려한 정원과 작은 장식품 하나도 섬세하게 꾸며진 아름다운 궁이었다.

 

  엘레아가 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사이에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나이든 궁인 한 명이 들어왔다.

 

  “편안하게 주무셨는지요. 저는 앞으로 공주님을 모실 이 궁의 관리를 맡은 마가렛이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전하께서 함께 하시자며 본궁으로 들라 하셨습니다. 준비하시고 저를 따르시지요.”

 

  엘레아는 갑자기 들이닥친 궁인과 루이스와의 아침 식사 모두 당황스러웠지만, 루이스와의 만남 이후에는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는 당황스러움이 계속되었던지라 – 이것마저도 익숙해진 것인지 곧 담담해졌다.

 

  메르헨 양식의 드레스를 들고 와 손수 입혀주려는 마가렛의 손길을 사양하고 엘레아는 입고 있는 산드리아 양식의 드레스를 입고 루이스의 처소로 향하였다.

 

  ‘아직 메르헨의 옷을 입고 싶지는 않아.’

 

  마가렛은 머리 손질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하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거절을 당해 처음 만나자마자 마음이 상하였지만 베레랑 궁인답게 내색하지 않고 엘레아를 루이스에게로 안내하였다.

 

  루이스는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엘레아는 인사를 올린 뒤 궁인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아 루이스를 응시하였다.

 

  몇 번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그 마저도 항상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보았기에 제대로 마주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저 키가 크고 눈매가 선하다는 느낌만 가지고 있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제대로 바라보니 눈매가 깊고 콧대가 시원하게 뻗은 잘생긴 미남 이였다. 아마 정상적인 상황에서 만났다면 단 한순간만 마주쳤어도 기억에 남을만한 잘생긴 얼굴이었다.

 

  루이스는 따뜻한 눈빛을 머금고 있는 눈매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제왕으로 키워져 왔고, 어린 나이에 왕좌에 올라 나라를 다스려온 젊은 군주로서 풍기는 압도적인 위압감과 날카로움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엘레아는 보았을 때 루이스는 –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 같았다.

 

  루이스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엘레아의 시선을 느끼자 어색함에 헛기침을 하고는 늦은 아침 인사를 건넸다.

 

  엘레아는 이런 작은 행동 하나에서도 자신을 향한 루이스의 호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그저 단순히 자신을 한번 품어보기 위해서 이러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루이스가 엘레아를 안고자 했다면 산드리아 궁에서 이미 그녀를 범했을 것이다. 엘레아 역시도 루이스가 자신에게 베풀고 있는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나는 엄청난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점점 그를 향한 분노가 누그러지려 하였다.

 

  그러나 엘레아는 잠시나마 누그러지려 했던 제 마음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에게 아무리 잘해준다 하더라도 이 자가 산드리아를 멸망시켰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아. 아버지께서 어떻게 지켜온 산드리아인데.......’

 

  엘레아는 찻잔을 들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칼이 있었다면 바로 그의 심장에 칼을 꽃을 수 있는 충분한 거리였다.

 

  그러나 엘레아는 지금 칼이 있다고 한들 차마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루이스의 눈빛이 너무 따뜻해 이대로라면 금방 마음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분명……. 죽이고 싶은 이유가 너무 분명한 원수인데.

 

 

 * * *

 

 

  비체트 궁에 머무르는 하워드는 수 없이 밀려드는 보고로 정신이 없었다. 하워드는 쉽게 산드리아를 정복하고, 백성과 귀족들의 신임까지 얻는 등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마음 한켠이 늘 불안하고 찜찜했다.

 

  바로 엘레아 때문이었다. 베런이 서신을 통하여 루이스가 엘레아를 켈리 공작부인의 궁을 내주었다는 것과 아침 식사를 함께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서신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하워드의 눈가에 근심이 드리워지며 어두워졌다.

 

  하워드에게 있어서 루이스는 단순히 섬겨야할 주군 이상의 존재였다. 자신이 목숨을 바쳐 충성을 약속했던 자신의 첫 주군이자 친우(親友)인 카를이 마지막 순간 눈물로 부탁한 아들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검술을 가리켜 온 제자였다. 하워드에게 루이스는 주군이며, 아들이며, 제자인 것이다.

 

  하워드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온 루이스는 단 한 번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주군으로서도, 아들로서도, 제자로서도. 그래서인지 하워드는 루이스에 대해 무한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엘레아에 대한 루이스의 태도는 하워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루이스가 단순히 엘레아를 한 번 품어보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워드가 알고 있는 루이스는 그저 여인을 한번 품어보겠다고 저리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차라리 루이스가 엘레아를 한번 품고는 내칠 요량으로 보였다면 이리 마음이 근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루이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든든한 왕실을 만들어가는 것을 누구보다도 바라지만, 엘레아 왕녀와 함께 그 길을 걸어가기엔 너무 험난한 일이 많아보였다.

 

  루이스가 아무리 마음을 가지고 엘레아에게 호의를 베푼들,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킨 원수를 엘레아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할 리도 없었다. 기적적으로 엘레아가 마음을 열어 루이스를 받아들인다 한들, 그녀가 멸망한 왕족이라는 신분은 변하질 않는다. 결국 정식 비(妃)로 삼지는 못하고 그저 곁에 두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이다.

 

  엘레아가 살아있음으로 인해 산드리아의 백성과 귀족들의 민심이 들끓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불안했다. 지금은 당장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니 루이스에게로 마음을 쉽게 돌렸지만, 민심이란 들불 같아서 언제든지 쉽게 돌아서서 반대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하워드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엘레아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다 염려스러웠다. 하워드는 충직한 신하로서, 아비로서, 스승으로서의 염려로 루이스가 이 험준한 길을 제발 비켜가길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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