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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피로스
작가 : 아마란스
작품등록일 : 2017.7.31

망국의 기사 파디스. 단 하나 남은 왕가의 핏줄을 지키기 위한 파디스의 투쟁이 지금 시작된다.

 
하리스타타 향기 (3)
작성일 : 17-07-31 18:01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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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릭과 지슈아 사이에 작은 언쟁이 벌어진 그때, 파디스 일행은 벌써 마을 입구까지 도달해 있었다. 파디스가 거의 뛸 듯 한 기세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행과 파디스와는 상당한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견디다 못한 사리에가 종종걸음으로 파디스를 쫓아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봐요, 파디스!”

 헌데, 막 사리에의 손이 파디스의 어깨에 닿은 그 순간.

 “음?”

 파디스는 뭔가에 찔린 사람처럼 흠칫 몸을 떨더니 그 자리에 걸음을 딱 멈추었다. 과민한 그의 반응에 놀라 잠시 말을 잊었던 사리에가 이내 양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뭐예요, 무슨 쓰레기라도 몸에 닿은 듯 한 그 반응은?”

 “아, 아니.. 실례했소. 그보다 사리에.”

 “왜요.”

 사리에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퉁명스러워졌다. 파디스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방금 전 일은 미안했소. 그런데..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예감을 믿소?”

 “...갑자기 무슨 잠자다 남의 다리 긁는 소리예요.”

 “그냥 그렇다, 아니다 로만 말해주시오.”

 파디스는 사리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해서, 사리에는 차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이건 설마..’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옛 전설이나 영웅담에서 흔히들 등장했던 고전적인 고백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한다고 믿었던 낯간지럽고 뜬금없는 고백의 장면들이.

 한번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니 조금 전 파디스의 과민한 반응도 다른 의미로 해석되었고, 더구나 진지하기 짝이 없는 파디스의 태도 역시 또 달리 해석되는 것이었다.

 ‘아, 아냐.. 정신을 차리자, 사리에! 넌 얼마 전까지 파디스의 적이었고, 지금은 한쪽 팔마저 없는 병신이란 말야! 이런 내가 어디가 좋다고 고백을 하겠어.’

 그녀는 애써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려 했지만, 때론 감성이 이성을 억누를 때가 있는 법. 그녀는 얼굴마저 살짝 붉히며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말을 입에 올렸다.

 “다, 당연하죠. 이래봬도 저도 여자인 걸요. 예감을 믿는 건 당연해요.”

 “다행이오! 그럼,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하겠소.”

 “아, 아니.. 잠깐..! 그런 이야긴 좀 더 은밀한데서.. 지금은 엘레나 사제님도 있고..”

 “아니, 지금 해야만 하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소.”

 파디스는 사리에가 물러서려는 기색을 보이자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때 사정없이 쿵쾅거리는 사리에의 심장이라니! 그녀는 곧 기절할 것만 같은 것을 억지로 눌러 참으며 파디스의 뒷말을 기다렸다.

 “아까, 사리에 당신이 내 어깨를 건드렸을 때..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예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소. 난,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런 감각을 신용하지 않소. 하지만, 방금 전의 느낌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만치 생생했소. 그래서 난 걸음을 멈추고 말았던 거요. 다행히 당신이 예감을 믿는다 하니 내 주저 않고 말하리다.”

 ‘아... 안 돼.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가 고백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로 생각할거야. 그리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겠지. 여기선 한번 뿌리쳐 줘야만 해. 아, 하지만 그의 팔은 왜 이렇게도 굳건한 걸까. 그래, 곁에서 죽 지켜봐 왔잖아. 그 어떤 강대한 적이 앞을 가로 막아도 그는 저 팔로 언제나 길을 만들어 오곤 했지. 그 팔에 보호 받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야. 그라면.. 나의 새로운 팔이 되어 줄지도.’

 “사리에!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요?”

 “무, 물론이에요! 계속하세.. 우웁..! 아니, 그러니까..”

 사리에가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고 파디스는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는 마침내 큰 목소리로 본론을 이야기 했다.

 “당신은 이번에는 빠지시오!”

 “예, 그럴게... 아니, 뭐라고요?”

 “예감을 믿는다 하지 않았소? 그건..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이었소. 사신이라는 놈이 정말로 있다면.. 그 놈의 숨결이 바로 뒷덜미에 불어오는 듯한.. 마치 이세상의 모든 악의가 한꺼번에 온몸을 꿰뚫고 지나가는 듯 한 그런 느낌이었단 말이오. 단 한 번도 마주해 보지 못했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소. 사리에, 당신이 이번에 나와 같이 행동을 하다간... 반드시 죽게 될 거요! 빌어먹을! 내가 대체 무슨 재수 없는 소릴 하는 거람. 하지만, 너무도.. 너무도 생생했소. 부탁하오, 사리에. 부디 이번 일에선 빠져 주시오.”

 “파디스..”

 사리에의 온몸을 뜨겁게 흐르던 피가 일시에 식었다. 그녀는 조용히 파디스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몸을 비틀어 그의 팔에서 빠져 나왔다.

 “내 말을 들어 주는 거요?”

 “파디스.. 내 생각엔 이번 일에서 빠져야 할 것은 당신 같아요.”

 “이런.. 내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에요. 생각해보면 당신이 사크리드를 빠져나온 이래.. 오늘까지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잖아요. 저랑 엘레나 사제님이 합류한 뒤에도 언제나 당신이 불침번을 서왔고. 자, 파디스. 내 말을 들어요. 하리스타타를 채취하는 일은 어린애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랑 프리아가 다녀올 테니, 당신은 엘레나 사제님께 축복이라도 받고 한숨 푹 자는 거예요.”

 “아니오, 아니오! 당신도 기사니까 알거요. 기사라는 인종은 이정도 전투로 피로해지지 않소.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정신이 맑아지지..! 하지만, 방금 전의 느낌은 절대로 무시할 만한 게 아니었소. 사리에, 이건 진정으로 당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오. 지금까지 한 번도 당신에게 부탁 같은 것은 한 적이 없지 않소? 이번 한번만.. 내 부탁을 들어주시오.”

 “착각하지 말아요.”

 사리에는 이전 적으로서 파디스와 마주했을 때와 같은 싸늘한 표정으로 파디스를 노려보았다.

 “내가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은 순수한 나의 의지예요.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도, 그라시아 대륙이 전란의 위기에 빠졌기 때문도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내가 당신을 돕고 싶기 때문이란 말이에요. 부탁 같은 것은 한 적이 없다고?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간단한 부탁정도는 내가 들어 줄 수도 있을 거라고,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내가 검을 들고 들지 않고는 언제나 나 스스로 판단해요. 그 누구도, 나 자신의 의지에 간섭할 순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오.”

 “나는 누구에게 걱정 받을 만큼 약하지 않아요. 분명히 말하죠. 나는 갈 거예요.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거론하지 마세요.”

 사리에는 말을 마치고 앞장서서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파디스는 더 이상 그녀를 잡을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뒤쳐져 있던 엘레나가 파디스의 곁을 스쳐 지날 때, 파디스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엘레나 사제님.”

 “예, 듣고 있습니다.”

 “제가.. 말을 잘못한 겁니까?”

 “후후후.. 아니요, 파디스 경의 말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다만..?”

 “때가 안 좋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후후후.. 다음에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게끔 잘 이야기 해 보세요.”

 “헷갈렸다..? 하지만 대체 사리에는 제 말을 어떻게 이해했기에..”

 “후후후.. 그걸 모르시기 때문에 사리에 경이 화가 난 거랍니다.”

  파디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골똘히 생각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차선책에 따라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사리에! 사리에!!”

 “사리에 경, 이라고 불러줬음 좋겠네요.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친한 사이가 됐죠?”

 “호칭 따위야 아무려면 어떻소. 더구나 당신도 날 파디스라고 부르지 않소?”

 “내 평생 최대의 실수죠.”

 “뭐라 말해도 좋소. 나는 아까의 느낌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소.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철저히 당신 주변에 머물겠소.”

 “그러니까! 보호 따윈 필요 없다니까요.”

 사리에는 걸음을 딱 멈추고 파디스를 돌아보았다. 한바탕 또 쏘아붙이려는 찰나, 그녀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두 개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의 생각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사리에는 알 수가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의지대로 검을 뽑도록 하시오. 나는 나의 의지대로 검을 뽑겠소.”

 “휴.. 이제야 알겠어요. 당신의 검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이라는 것을.”

 “기사의 검이란 원래 그런 것이오.”

 파디스의 즉각적인 대답에 사리에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의 검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검이에요. 뭐, 좋겠죠. 가끔씩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아 보는 것도. 하지만 답례는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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