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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하피로스
작가 : 아마란스
작품등록일 : 2017.7.31

망국의 기사 파디스. 단 하나 남은 왕가의 핏줄을 지키기 위한 파디스의 투쟁이 지금 시작된다.

 
망국의 기사 (6)
작성일 : 17-07-31 16:56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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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계신다! 어서 지혈..하고 막사...로...!”

 “..겠습니... 물.. 떠와....! ...제를 불러..!”

 흐릿한 형체들이 눈앞을 왔다갔다 하고 불분명한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뭔가 분주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파악은 무리였다. 너무나 춥고, 또 졸렸다.

 ‘눈을 떠야지.. 눈을 떠야지..’

 내려가는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들 수 없다던가. 의지와는 달리 사리에는 그만 잠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기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멋대로 자라난 턱수염 탓에 약간 낯이 설었지만, 그의 몸 전체에서 풍겨오는 분위기 때문에 사리에는 그가 누군지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미약한 목소리가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 나왔다.

 “라이오넬..”

 “음..? 앗..! 대장, 정신이 드셨습니까?”

 아주 약한 목소리였는데도 라이오넬은 금세 눈을 뜨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사리에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벼락같은 목소리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아!! 감사합니다, 에스텔라님!! 으흑.. 약속대로 치유의 신전에 그럴듯한 황소를 바치겠나이다! 아아.. 대장님,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으흑.. 한때는 어떻게 돼 버리시는 줄만..”

 “그만둬, 라이오넬. 내 자리에서 네 모습을 한번 지켜보라고 말하고 싶군. 남자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는 꼬락서니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더구나 손에는 익숙하지도 않는 명령서를 움켜쥐고 있는 모양새라니. 뭐, 내 업무를 대신 맡아보느라 그런 건 이해하지만.. 어쨌든, 자중하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리에도 내심 라이오넬의 충직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한 터였다. 평민 출신인 라이오넬은 글씨조차 제대로 쓸 줄 몰랐다. 그런데도 그녀를 위해서 업무처리와 간병을 하려고 끙끙대다가 잠이든 모양이었다. 그녀는 혹여나 자신의 마음이 얼굴에 드러날까 봐 옆으로 돌아누워 얼굴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막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가슴 쪽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밀려 올라왔다. 그녀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으윽..”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대장의 상처는 원래대로면 치명상이었습니다. 에스텔라의 신전이 가까워서 다행이었습니다. 사제님이 곧바로 달려 나와서 치료를 해 주셨기에..”

 “사제라고..? 그가.. 회복마법을 걸어주었나?”

 “그렇습니다. 그것도 대장님의 상처가 회복세에 이를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걸어주셨습니다. 나중에 거동이 가능하게 되면 한번 인사를 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들이 치료를 해준 건가.”

 고마움과 당황, 그리고 부끄러움이 섞여 사리에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앙다문 그녀의 이 사이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난 그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는데.. 제기랄. 졌어. 완패라고. 파디스에게도, 바르토스의 국민에게도 완패다. 직접 병사들을 지휘했는데도 이 꼴이라니. 지휘관 실격이로군.”

 “그런 소리 마십시오. 상대에 대해서는 저도 들었습니다. 은색의 기사라고 하면 바르토스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는 강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쓰러진지 며칠이나 지났지? 십여합 정도.. 파디스와 검을 겨루던 것까진 기억하는데 그 뒤는 모르겠군.”

 “이틀입니다. 대장께서는 이틀 내내 의식불명상태셨습니다.”

 “그런가. 병사들은.. 나와 함께 출발했던 선발대들은 어찌 되었지?”

 “저, 그것이..”

 라이오넬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자 사리에는 마음의 준비를 다졌다. 그녀는 애써 평온을 가장해 다시 라이오넬을 채근했다.

 “어서 말해주게.”

 “괴멸했습니다. 살아남은 병사는 도망쳤던 몇몇 뿐입니다.”

 “믿을 수 없군.. 급히 뽑았다고는 하나.. 삼 백명이 넘는 병사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죽었다고..?”

 “후.. 이럴 때 말씀드리기는 괴롭지만, 부관으로서 말씀드립니다. 마을공격을 위해 돌입하는 순간 대장님이 쓰러지시고, 뒤에서부터 파디스경의 공격을 받아 제대로 된 전투수행이 불가능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대장님의 판단미스로 인한 것입니다. 왜 파디스경과 대결을 벌이셨습니까? 그 파디스경을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면목이 없다. 하찮은 자존심 따위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도저히 그 상황에서 병사들 뒤로 숨을 수가 없었다.”

 몸이 움직이면 고개라도 돌릴 텐데, 그럴 수조차 없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으로 숨을 죽이고 있자니 라이오넬이 슬그머니 사리에의 숨통을 열어주었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으음?”

 “대장님께서 쓰러지신 후 파디스경과 한 번 더 전투가 있었습니다. 야간에 기습을 당해 지휘관의 막사까지 침입을 허용했지만.. 하하핫!!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그때 저는 마침 병사들과 같은 막사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살아있지 않습니까?”

 “...라이오넬.”

 “예, 대장님.”

 “내가 몸만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한 대 때려주고 싶군.”

 “후후, 몸이 나으면 그렇게 해 주십시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어떤 거지?”

 “기병대 쪽에서 꼬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애당초 에스텔라의 최고사제는 여자라고 들었는데 남자사제가 대장님을 치료해 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마르딘쪽에서 오던 기병대가 에스텔라의 여사제를 만나 축복을 받았노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 여사제가 작은 바구니 같은 것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뭐라고? 이 바보 같은 놈들!! 우욱..”

 사리에는 다쳤다는 사실도 잊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그 배는 빠른 속도로 다시 쓰러졌다. 상처의 고통 때문에 눈을 찡그리고 있자니 라이오넬이 아직까지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명령서가 그녀의 눈에 띠었다.

 ‘설마..’

 그녀는 상처의 고통을 억누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라이오넬에게 다시 말했다.

 “추격허가를 받기 위해 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는 제발 이야기 하지 말아줘.”

 “예? 아,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역시 대장님이십니..”

 뚝. 들릴 리가 없는 소리였지만, 뭔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사리에의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바로, 인내심이 끊어지는 소리였다. 다음순간, 성난 암사자와도 같은 고함소리가 사리에 군의 온 주둔지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이 바보자식!! 당장 사제를 추격한다! 나한테 죽기 싫으면 1분 내로 준비해!!”

 *****

 임시로 마련된 수레는 심하게 덜컹거렸다. 수레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상처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어 가며 그것을 견뎠다. 행여나 신음소리라도 내면 사기가 저하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곁에서 말을 몰아가던 라이오넬은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몰아 그녀의 곁에 다가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역시 마을에서 좀 더 안정을 취하시는 편이..”

 “후.. 추격명령서에 인장을 넣는 법을 몰라서 추격을 미루고 있던 사람에게 맡겨둘 수야 없지 않겠나.”

 “죄, 죄송합니다.”

 “라이오넬.”

 “예, 옛!”

 사리에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얀 구름이 바람에 밀려 제멋대로 흘러 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추적하다가, 그녀는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전쟁에서 병사의 목숨과 전투의 승리, 어느 쪽이 우선한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병사의 목숨입니다.”

 “어째서?”

 “어째서라니.. 전투에서 이겨봤자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지더라도 목숨만 붙어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긍지를 잃게 되잖아.”

 “긍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높은 곳에 있는 분들 뿐입니다. 저희 같은 백성들이야 사실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크게 변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저 세금이 얼마나 줄어들고 늘어나느냐 정도가 신경 쓰인 달까.”

 “지금 그 말, 원래대로면 군법회의 감이야.”

 “아앗! 어째서입니까?”

 당황한 라이오넬의 표정이 재미있어서, 사리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이유를 나에게 묻기 때문이지. 후후후..”

 “그, 그게 뭡니까. 에이, 저는 어차피 평민이 벼락출세 한 거라서 그런 어려운 것은 잘 모릅니다.”

 “라이오넬 부관.”

 “옛, 말씀하십시오.”

 “명령서에 인장 넣는 법을 몰라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그런 거짓말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았어? 사실대로 말해봐. 어째서야?”

 “저, 정말입니다! 믿어주십..”

 “어허..! 빨리 말 안하면 진짜 군법회의에 넘긴다?”

 “그럴 수가!!”

 라이오넬은 정말로 당황하여 허둥거렸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를 못했다. 사리에는 그의 행동을 멀뚱멀뚱 지켜보면서 느긋이 기다렸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라이오넬이 꺼낸 말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차, 차라리 군법회의에 넘겨주십시오!”

 “푸, 푸하핫!!! 으하하하하!”

 “노, 농담이 아닙..”

 “됐어, 라이오넬. 내가 맞혀보지. 부대를 나눠서 추격한 사이에 파디스가 다시 기습을 가할까봐 그런 거지? 경계가 약해져 있으면 그의 공격을 도저히 받아 낼 수가 없고, 움직일 수 없는 나는 그냥 죽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나를 데리고 추격하자니 상처가 도질까봐 걱정되고.. 결국 한심스런 우리 부관나리께서 생각해낸 변명이란 게 고작 추격명령서에 인장 찍는 법을 몰라서 추격을 지연했다.. 라는 것이고 말이야. 내 말이 틀렸나?”

 “으, 으윽..”

 정곡을 찔린 라이오넬은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신음만을 흘렸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안 돼. 전시에 상관에게 들이대려 하다니, 이건 완전히 사형감이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정말로 대장님이 걱정돼서..”

 라이오넬은 당황해서 얼굴까지 붉히며 항의 했다. 귀여운 남자였다. 사리에는 불쑥 손가락으로 물병을 가리켰다.

 “계속 떠들었더니 목이 마르네.”

 “괜찮으십니까?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라이오넬은 즉시 물병을 집어서 뚜껑을 열어주었다. 병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물맛은 달콤했다. 다시 물병을 건네면서 사리에는 나지막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마워, 걱정해줘서. 그리고, 덕분에 간만에 마음껏 웃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마. 나는, 병사의 목숨보다 전쟁의 승리를 생각하는 여자다. 정말로 나를 위한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승리하는 길을 택해주면 한다.”

 “...알겠습니다, 대장.”

 “피곤하군. 한숨 잘 테니 특별한 일이 있으면 보고하도록”

 말을 마치자마자 사리에는 수레바닥에 몸을 뉘었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라이오넬에게, 사리에는 반쯤 감았던 눈을 다시 뜨며 덧붙였다.

 “아참, 그리고 하나 더. 내가 너였다면 아까 물병을 건네주지 않고 직접 먹여 주었을 거야. 후후후.. 아깝네, 기회를 놓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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