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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작가 : 아범
작품등록일 : 2017.7.17

이벤트 당첨으로 일등석에 탑승한 담월. 그곳에서 한 남자와 크게 다투고 만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그가 속삭인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 없길 바라거라." 아니,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황궁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도망치려는 그녀와 잡으려는 그. 마침내 사로잡힌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신음이 터져나왔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담월의 데이트-4
작성일 : 17-07-31 16:5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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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담월의 얼굴이 금세 붉게 피어올랐다.

 삽시간이 정신이 혼미해졌다.

 흐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영혼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때마침 묵직한 목소리가 그녀의 영혼을 붙잡았다.

 

 "무겁다. 그만 내려 오거라."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담월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휘청거리며 일어선 그녀가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 이걸 어쩌지?! 왜 하필 그렇게 넘어져서.'

 

 그녀가 슬쩍 휘의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먼지를 털고 있었다.

 그러자 순간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나 혼자만 부끄러운 거야?!'

 

 어쩐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가 거칠게 콧김을 내뿜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스킨십을 많이 하고 살았길래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녀가 뽀로통한 얼굴로 입술을 쓱쓱 닦아냈다.

 그리고 애써 태연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며 그에게 다가섰다.

 

 "흠흠, 출출하시죠? 내려가서 뭐라도 먹으러 가요."

 

 그녀가 곧장 앞장서서 언덕을 내려갔다.

 휘가 보이지 않게 휘청거리더니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 거리를 둔 채 어색한 걸음을 했다.

 

 "세상에! 할매 분식이 아직도 있네?!"

 

 그녀가 두 눈을 크게 깜빡이며 한 가게로 다가섰다.

 낡은 간판에는 '할매 분식'이라는 글자가 아슬아슬하게 남아 있었다.

 

 "앗, 할머니!"

 

 가게 안으로 들어선 담월이 대뜸 소리쳤다.

 그러자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노파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잠시 담월을 바라보던 노파의 입에서 태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했더니, 화분 주인이 왔구먼."

 

 노파의 말에 담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노파가 혀를 차며 가게 구석을 가리켰다.

 

 "젊은 것이 늙은이보다 기억력이 안 좋구먼, 쯧쯧쯧. 저기, 저 화분 말이야."

 

 노파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화분 하나가 놓여있었다.

 잠시 화분을 바라보던 담월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했다.

 

 "어?! 그럼 그때 그……."

 

 "그래. 엄청 컸지?"

 

 "세상에! 그걸 아직도 키우고 계셨어요?"

 

 담월이 놀란 눈으로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내가 키웠나. 저가 알아서 큰 거지."

 

 그 옛날.

 담월이 이사를 가면서 노파에게 주고 간 작은 선물이 어느새 커다란 화분을 채울 만큼 커 있었다.

 순간 뭉클한 무언가가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

 담월이 애써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나저나 저를 단번에 알아보시네요. 크크크."

 

 "알아보다마다. 네가 망가뜨린 국자가 어디 한두 개였어야 말이지."

 

 "네?! 구, 국자요?"

 

 담월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자 노파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이런, 쯧쯧쯧. 그렇게 기억이 흐물흐물해서야 원. 아, 기억 안 나? 네가 허구한 날 달고나를 해 먹는 바람에 여기 국자를 여럿 망가뜨렸잖아!"

 

 노파의 증언에 담월이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집에 국자 다 망가뜨리고 여기에서 달고나를 만들어 먹었었지!'

 

 민망한 기억이 떠오르자 담월이 어색하게 웃었다.

 

 "제, 제가 그랬나요? 하하하……."

 

 "웃기는. 그 바람에 내가 새로 산 국자만 한 가마니였어, 이것아."

 

 노파가 웃는 담월에게 면박을 줬다.

 갑자기 뒤쪽에서 음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담월이 고개를 돌리자 휘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역시, 이번에도 같은 증언이군."

 

 순간 난처해진 담월이 말을 더듬거리며 항변했다.

 

 "어, 어렸을 땐 다 그렇게 놀면서 크, 크는 거라고요!"

 

 "폭행에 협박, 갈취. 거기에 사유물 손괴까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넘기기엔 그 죄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 안 하느냐?"

 

 휘가 조목조목 따지며 말하자 담월이 움찔했다.

 죄목을 나열하니 마치 끔찍한 범죄자의 경력을 듣는 것 같았다.

 담월이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노려봤다.

 

 "애인이야?"

 

 휘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노파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아,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니에요, 절대!"

 

 담월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휘가 그런 담월을 바라보며 이맛살을 구겼다.

 

 '그 정도로 싫은 것이냐!'

 

 기분이 상한 듯 그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런 휘를 노파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긴. 네 애인을 하기엔 좀 아깝구먼."

 

 "하하하……. 할머니도 참. 별말씀을 다 하셔……."

 

 담월이 어색하게 웃으며 휘를 슬쩍 쳐다봤다.

 그가 보란 듯이 턱을 치켜세우며 그녀를 쏘아봤다.

 

 '들었느냐! 내가 이 정도니라!'

 

 담월이 금세 약이 오른 얼굴을 했다.

 휘가 태연한 얼굴로 노파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마침 출출하던 차인데 요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저쪽에 앉아 있어. 금방 만들어 줄 테니까."

 

 "네! 그때처럼 맛있게 잘 부탁드립니다."

 

 질문은 휘가 했는데 대답은 담월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어느새 그녀는 자리까지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휘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곧 노파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담월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정하셔서 참 다행이에요."

 

 자신이 어렸을 때도 이미 나이가 상당했던 노파였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정정한 모습을 보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노파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이 다시 찾아와주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모두가 그대로 있어 주었다.

 진한 추억을 머금은 채 말이다.

 담월의 입가에 행복한 웃음이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휘가 가만히 지켜보았다.

 

 잠시 후, 맛깔스러워 보이는 김밥과 떡볶이가 테이블 위에 푸짐하게 차려졌다.

 

 "와, 맛있겠다!"

 

 "많이 먹어. 부족하면 더 말하고."

 

 "네! 잘 먹겠습니다."

 

 담월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젓가락을 들었다.

 

 "드셔보세요. 여기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밥을 집어 먹었다.

 그녀의 말처럼 맛이 상당히 좋았다.

 밥알의 찰기가 그대로 살아있어 씹는 맛도 일품이었다.

 휘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구나. 너도 어서 먹거라."

 

 휘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담월이 기분 좋게 웃으며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었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저 어렸을 때도 이런 맛이었거든요. 크크크."

 

 "얌전히 좀 먹거라."

 

 휘가 점잖게 나무랐지만 담월은 듣는 둥 마는 둥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젊은 놈이 먹는 꼴하고는! 그렇게 깨작깨작 대지 말고 팍팍 먹어, 이놈아!"

 

 어느새 곁에 다가선 노파가 휘에게 소리쳤다.

 순간 담월이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녀가 막 할머니에게 귀띔을 하려던 찰나.

 휘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음식을 듬뿍듬뿍 퍼먹기 시작했다.

 담월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럴 땐 또 멋져 보인단 말이야.'

 

 그렇게 맛있게 식사를 끝낸 두 사람.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선 담월이 아쉬운 얼굴로 노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할머니, 다음에 꼭 다시 올게요. 그때까지 가게 접으시면 안 돼요. 아셨죠?"

 

 "걱정 마라. 네가 나중에 애기들 데리고 다시 올 때까지도 할 생각이니깐."

 

 노인이 자신만만한 말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곁에 서 있던 휘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덕분에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없이 그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아까와는 다르게 매우 공손한 모습이었다.

 휘가 그런 노인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담월이 흐뭇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 분식집에서 나온 두 사람.

 시간이 꽤 흘러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담월이 두둑한 배를 쓰다듬으며 조금씩 걸음을 빨리했다.

 휘가 못마땅한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또 어디를 가려고 그리 바쁘게 가는 것이냐?"

 

 "에이, 배불리 먹었으면 소화를 시켜야죠."

 

 "아직도 구경할 곳이 남았더냐?"

 

 "물론이죠. 여기가 하이라이트인데."

 

 담월이 잔뜩 들뜬 얼굴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자 살짝 긴장이 되는 휘였다.

 

 "도대체 어딜 가려고 그러는 것이냐?"

 

 "저기요."

 

 그녀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자 자연스럽게 휘의 시선이 따라갔다.

 그의 시야에 작은 산이 들어왔다.

 

 "저기 보이는 산을 말하는 것이냐?"

 

 "네."

 

 "이 시간에 저길 가겠다고?"

 

 "이 시간이니깐 가는 거예요."

 

 그녀의 뻔뻔한 대답에 휘가 잔뜩 의구심을 품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담월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올라가요."

 

 담월이 안심하라는 듯 말하며 성큼성큼 앞서갔다.

 휘가 여전히 의심을 품은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그녀의 말처럼 산 정상을 오르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휘와 함께 정상에 오른 담월이 금세 감탄사를 쏟았다.

 

 "와, 이런 모습이구나."

 

 동네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옹기종기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었다.

 휘가 조용히 그녀의 곁에 섰다.

 

 "저 어렸을 때요, 이 시간에 여기 꼭 한 번 올라와 보고 싶었거든요."

 

 담월의 들뜬 목소리에 휘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빛들이 반짝였다.

 

 "몇 번 시도도 했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한테 걸리는 바람에 끝내 못 올라와 봤어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죠.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여기 올라와서 야경을 보겠다고."

 

 휘가 말없이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담월이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중에 이 나라 저 나라 유명한 산을 갈 때면 꼭 여기가 떠오르더라고요. 마치 끝내지 못한 숙제라도 되는 것처럼요. 크크크."

 

 담월이 소리내어 웃었다.

 그녀를 향해 휘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 이제 올라와 보니 어떠냐?"

 

 "생각보다 시시한데요?"

 

 그녀가 애써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휘가 들리지 않게 웃었다.

 곧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무엇이 말이냐?"

 

 "그냥요. 여길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 내가 참 평범한 동네를 사랑했었구나, 멋지고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는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녀의 말에 휘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어 이런저런 좋은 것을 접하다 보면 옛날의 소박했던 무언가를 점차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항상 더 좋은 것을 쫓다 보니 정말 귀한 것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잃고 마는 것이 우리네 삶.

 

 그녀의 담담한 고백에 휘 역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왔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담월의 얼굴에도 어느새 피곤이 내려앉아 있었다.

 휘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더 갈 곳이 있느냐?"

 

 그의 물음에 담월이 애써 기운을 담아 대답했다.

 

 "아니요. 이제 그만 돌아가야죠."

 

 "그럼 내 차로 이동하자."

 

 갑작스러운 휘의 제안에 담월이 살짝 망설이며 대답했다.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요?"

 

 그녀의 말에 휘가 일부러 지친 표정을 보였다.

 

 "오래 걸었더니 좀 피곤하구나."

 

 "아, 네……."

 

 그제야 담월이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어쩐지 너무 무리해서 그를 끌고 다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 앞으로 차가 나타났다.

 그가 문을 열어주자 담월이 순순히 차에 올랐다.

 곧 두 사람이 탄 차가 골목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잠시 후.

 

 한참이 지나도록 침묵이 이어지자 휘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꽤 피곤했던 모양이군.'

 

 밤새 들뜬 마음에 잠을 설친 그녀였다.

 포근한 좌석과 부드러운 차의 진동이 달달한 자장가가 되어 그녀를 잠재웠다.

 곤하게 잠든 그녀를 휘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머리가 이리저리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불안하게 지켜보던 휘가 자신의 어깨를 슬쩍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곧 그녀가 편안한 얼굴로 잠에 빠져들었다.

 휘가 흡족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마침내 그녀의 동네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섰지만 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자는 모습이 꼭 아이 같군.'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났다.

 담월이 몸을 뒤척이더니 마침내 눈을 떴다.

 

 "응?! 아, 벌써 도착했어요?"

 

 그녀의 말에 휘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방금 도착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담월이 힘껏 기지개를 켜더니 꽤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어째 몸이 개운한데요?"

 

 푹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그녀의 눈동자가 말똥말똥했다.

 그 모습을 본 휘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스쳤다.

 

 "집이 저쪽이더냐?"

 

 "네?! 아, 네. 저기 골목 끝에 파란 대문이에요."

 

 "가자. 집 앞까지 데려다주마."

 

 "아,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담월이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며 수줍은 얼굴을 했다.

 곧 두 사람이 조용한 골목을 걸었다.

 말없이 걷기만 하는 두 사람.

 어쩐지 그들의 얼굴에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왜 이렇게 아쉬운 거지?'

 

 담월이 슬쩍 휘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가 금세 무표정한 얼굴을 했다.

 때마침 좋은 게 그녀의 눈에 띄었다.

 

 "전하, 우리 여기서 딱 맥주 한 잔만 마실까요?"

 

 편의점을 발견한 담월이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휘가 마지못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가 정 원한다면 그리 하거라."

 

 뜻밖의 허락에 담월이 냉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곧 그녀가 맥주를 사 들고 나타났다.

 그렇게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조용히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담월이 맥주를 홀짝대며 그를 힐끔거렸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꽤 이질적인 멋을 풍겼다.

 

 '내가 오늘 저렇게 근사한 사람이랑 데이트를 한 거야?!'

 

 자신이 보고도 믿기지 않는 듯 그녀가 큰 눈을 끔뻑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 휘가 고개를 돌리자 서둘러 그녀가 딴청을 피웠다.

 그렇게 순식간에 맥주를 다 마신 담월이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저기, 전하. 우리 딱 한 잔만……."

 

 "되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마치 그녀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휘가 단칼에 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월이 입을 삐쭉거리며 마지못해 따라 일어섰다.

 

 '매몰찬 사람 같으니. 어쩌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안 된다고 하냐. 완전 흥! 칫! 뿡!'

 

 편의점에 벗어난 두 사람이 거리를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파란 대문 앞에 멈춰섰다.

 담월이 애써 아쉬움을 감춘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저 때문에 많이 피곤하셨죠?"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휘가 곧장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으! 저 쌀쌀맞은 말투하고는!'

 

 담월이 금세 입술을 샐쭉거렸다.

 그래도 헤어지는 마당에 화를 낼 수는 없지.

 

 "덕분에 아주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바래다주신 것도 고맙고요."

 

 말을 마친 그녀가 휘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았어요! 간다고요, 가!'

 

 담월이 새침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전하."

 

 인사를 마친 그녀가 곧장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무심한 얼굴의 휘가 몸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왔다.

 곧 그를 태운 차가 빠르게 동네를 벗어났다.

 

 긴 하루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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