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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레나의 은밀한 계약
작가 : 아란
작품등록일 : 2017.7.30

[회귀 복수물, 회귀 후 사이다지향, 계약 수사 치정 로맨스물]
[도도당당똑실한 여주/간헐적미래예지능력자 여주/자기가 미인인지 모르는 여주]
[기사단장 남주/공작 남주/오만하고 차가운 듯 마이페이스인 남주]

아버지의 막내동생으로 위장한 사기꾼 알렉부부에게 작위를 빼앗긴 세레나. 그녀를 구원해준다던 로이의 청혼을 받고 결혼했지만, 오히러 그녀의 삶은 깊은 수렁속에 빠진다.
결국, 나쁜남자와 결혼했다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세레나.
...?
놀랍게도 알렉이 납치되던 때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세레나는 남편이었던 로이에게 복수하고 이를 가는데...,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기사단장 미리엄이 뭔가 이상하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기사단의 대장, 미리엄은 묘한 태도로 세레나에게 접근하고, 복수를 결심한 세레나 또한 미리엄과 손을 잡길 원한다.

각자의 목적을 위해 세레나와 미리엄은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계약결혼물 아닙니다.

 
2. 되찾은 기회
작성일 : 17-07-31 16:54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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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녘이 밝아왔다. 저택의 커다란 창을 통해서 약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세레나는 멍해지는 정신을 깨웠다. 깜깜하던 하늘이 색을 찾아가고 검푸른 구름이 바람을 타고 자리를 옮겼다.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은 새벽녘은 불그스레한 빛과 어두컴컴한 것이 한데 엉키고 풀어지고를 반복했다. 구름 사이사이 주홍빛이 똬리를 뜨는 모습을 보던 세레나는 코 끝에서 희미한 물비린내를 맡았다.

 

  세레나는 물기가 남아있는 대리석 바닥을 응시하다가, 일렬로 늘어선 시종들을 내려다보았다. 세레나의 시선이 닿을 때 마다 시종들의 허리가 땅에 박힐 듯 굽어졌다.

 

 시녀장 마틸다를 제외한 모든 고용인은 제 시간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세레나는 최대한 표정을 지우고 형형한 낯을 유지했다. 그 찰나, 메인홀로 여자 하나가 성큼 들어왔다. 게니아였다. 그녀는 메인홀에 들어서 종종 걸음으로 군중을 헤쳤다.

 

 “오늘.”

 

 시종들에게 위로 받고 그들의 지지를 얻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기에 세레나는 일말의 죄책감을 내려놓았다. 시종 한 명 한 명을 쏘아보자,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것들이 움찔움찔 몸을 떤다. 눈이 머리통 끝에라도 달렸나 몰라. 세레나는 느릿하게 계단을 내려왔다.

 

 “이 저택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

 

 세레나는 첫 번째 계단에 멈춰서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대기하고 있던 게니아가 허리를 숙인 자세로 축축하게 젖은 손수건을 내밀었다. 늦게 도착했다 싶었더니, 역시 게니아는 눈썰미가 남달랐다. 세레나는 손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본인들은 잘 알고 있겠지.”

 

 구두를 신고 오랫동안 한 자세로 서있은 덕분에 발이 온통 부르텄다. 세레나는 통증을 내색하지 않으며 가장 앞에 서 있는 시녀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성인조차 되지 않은 어린 시녀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한 데 묶어 단정했다. 인상이 흐릿한 평범한 소녀이자, 세레나가 숨겨놓았던 어머니의 반지를 훔친 도둑년.

 동시에 세레나에게 ‘마법의 물’이라며 마약을 건네었던 시녀.

 

 “가령, 주인의 반지를 훔치는 도둑이라던가.”

 

 몸을 웅크리고, 필사적으로 숨을 참는 것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반지를 낀 오른손을 가리려고 애쓰던 시녀의 간절한 행동이 무색하게 세레나는 손쉽게 시녀의 팔을 잡아챌 수 있었다.

 

 “반지가 매우 예쁘구나.”

 

 어머니의 붉은 머리칼과 꼭 닮은 루비반지가 시녀 지나의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었다. 세레나는 무심함을 가장하며 게니아에게 질문했다.

 

 “게니아, 이 시녀의 급여가 어떻게 되니?”

 

 소리 없이 세레나를 뒤따르던 게니아는 갑작스런 질문에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마치 예상한 듯 유창한 답변이 게니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 백작께서 지시하신 바에 의하면, 3년차 시녀의 봉급은 은화 30개입니다. 현 백작 또한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 계신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세레나는 시녀를 좀 더 끌어당겨 일으켜 세웠다. 깜짝 놀란 둥그런 눈에서는 아까부터 눈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에 겁먹을 것이었으면, 도둑질은 하지 말았어야지. 세레나는 의도적으로 낮은 움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설마 내가 널 때리기라도 할 것 같니?”

 

 사색에 질렸던 시녀의 표정에 온기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전 백작이 아랫사람에게 너그러웠던 일을 기억하기라도 했는지, 시녀의 입술이 바보같이 벌어졌다. 세레나가 말 없이 웃고만 있자, 시녀의 엉성한 웃음 소리 또한 지속되었다.

 어설픈 두 사람의 웃음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수그렸던 고용인 몇몇이 용기를 가진 듯 했다. 세레나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다시 부복하지 않는 그들을 노려보며, 속으로 뇌까렸다.

 

 ‘이렇게 엉망이었구나.’

 

 속으로 혀를 찬 세레나는 여태껏 웃고 있는 시녀를 향해 가볍게 언질 했다.

 

 “그래서 그 반지는 어떻게 구했니? 놀랍게도 내 어머니의 것과 무척 닮았구나.”

 

 미소가 씻은 듯이 사라진 세레나의 얼굴을 마주한 시녀의 입에서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단어가 되지 못한 말들이 툭툭 튀어나올수록 세레나의 미간은 구겨져갔다. 눈 앞에서 고스란히 세레나의 변화를 확인한 시녀는 또다시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저, 저는 그저.”

 “그저?”

 “부, 부모님께서 주신….”

 

 얼토당토않은 변명에 세레나는 허하고 짧은 감탄사를 토했다. 정말로 놀라고 말았다. 고용인들의 속마음을 다시금 확인한 세레나는 웃으며 시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누가 네게 그 반지를 주었니?”

 

 놀랍게도, 시녀는 세레나의 너그러운 마음을 다시금 짓밟았다.

 

 “어, 어머니께서 주셨어요. 아가씨. 저, 저한테 도대체 왜, 왜 이러십니까!”

 

 눈물을 흘리면서도, 떨리는 몸뚱어리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시녀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진실이라 외쳤다. 세레나는 시녀가 손에 낀 반지를 강제로 빼낸 뒤 손가락에 꼈다. 드디어 제 자리로 돌아왔다.

 

 세레나는 억울함을 토하는 시녀의 팔을 놓아주며, 또 다른 도둑들에게 걸어갔다. 또각거리는 구두소리가 지나칠 때마다 근처에 있던 고용인들이 몸을 떨었으나, 그들의 시선은 세레나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네 머리를 장식한 보석은, 어디서 난 것이니?”

 

 세레나는 답을 듣지 않고, 옆에 있는 시종에게 물었다.

 

 “너도 네 허리에 찬 가죽띠를 부모에게 받았다고, 그리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온통 도둑들 천지였다. 아버지께서 호의를 가지고 고용인들을 대하셨지만, 그 끝은 배신이었다. 세레나는 게니아에게 물었다.

 

 “고용인들의 급여가 금화10개로 인상되기라도 했니? 알렉이, 그렇게 너그러운 인사였던가? 그들의 재산으로는 구입할 수 없는 물건들이 내 눈에 띠고 있으니, 도무지 무슨 상황인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구나.”

 

 현 백작을 이름으로 지칭하자, 신음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게니아. 나는 가주 대행으로서.”

 

 세레나가 본인의 직위를 언급하기가 무섭게 누군가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게 튀어나오지 못한 비명소리는 배경소리가 되었다. 세레나는 게니아를 보며 활짝 웃었다.

 

 “모든 고용인들을 해고 하고 싶은데.”

 

 게니아는 세레나의 마음을 읽고서는 바닥에 엎드리고선 소리쳤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 쫓겨 날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가주님.”

 

 늙은 게니아가 거짓울음을 토해내자, 다른 고용인들도 엎드려도 엉엉 우는 시늉을 했다. 개중에 진짜 눈물을 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세레나는 자비를 잃어버린 사람이 된지 오래였다.

 

 “갑자기 급여가 인상된 것도 아니라면, 내 고용인들이 도둑이었다는 말이 되잖니? 역사가 깊은 백작가문의 저택에 무뢰한들을 고용할 수는 없다. 도둑들을 시녀, 시종으로 두다니, 돌아가진 백작님께서 땅을 치시겠지.”

 

 앓는 소리가 점점 시끄러워졌다. 세레나는 온통 멍청한 이기주의자로 가득한 메인홀이 오물탕처럼 느껴졌다. 세레나는 잠시간 말없이 그들을 살폈다. 어디에도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세레나의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찰나, 쿵쿵거리는 발 소리가 메인홀 안에 크게 울렸다. 고용인들의 앓는 소리가 순간적으로 잦아들 만큼 거친 발소리였다. 세레나는 상대의 정체를 눈치채고 피식 웃었다. 주인공이라도 되고 싶다, 이건가? 역시, 푸른 머리카락을 풀풀 날리며 턱을 든 채로 도도하게 걸어오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시녀장, 마틸다였다.

 

 “시녀장, 시녀장님께서 오셨어.”

 “마틸다 시녀장님이시라면….”

 “아가씨를 말려주실 유일한 분이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이제 가주대리신데….”

 

 귀를 찌르는 고용인들의 웅성거림을 무시하며 세레나는 양 입술 끝을 둥글게 끌어올렸다. 곧 이어 마틸다와 눈이 마주쳤다. 메인홀을 확인한 마틸다의 눈이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도전적인 시선을 맞닥뜨린 순간, 세레나는 이 자리에서 고용인들의 죗값을 받아내려 했던 생각을 버렸다.

 

 ‘마틸다를 치우는 게 우선이야.’

 

 다른 고용인 따위야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마약을 제게 먹인 시녀는 따로 숨통을 끊어놓아야 성이 풀릴테니까, 당장은 마틸다가 먼저다. 세레나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들이 불꽃처럼 팍 튀어 올랐다가 수그러들고, 이내 다른 생각들이 크게 피어 올랐다.

 

 세레나는 마틸다가 입을 열기 전에 선수를 가로챘다.

 

 “내 고용인들이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라면, 남은 것은 단 한가지뿐이겠지. 마틸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레나는 상냥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당당하게 그녀를 노려보는 시녀장 마틸다에게 가주의 인장을 낀 손을 흔들어주었다. 분노가 경악으로 뒤바뀌는 표정을 목격한 세레나의 소감은 실로 짧았다. ‘이런 게 상큼한 것이구나.’

 

 “선대 백작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 물건을 훔칠 리도 없고, 갑작스럽게 급여가 늘어난 것도 아니니 남은 것은 한가지뿐이겠구나. 누군가 그들에게 건넨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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