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 에레티아는 그저 신기하게 현우와 아린이 하는 것을 지켜봤다.
“100퍼센트야!! 데이터 손상도 없는 것 같고. 역시 현우 오빠야!”
“뭘. 저 할아버지가 다 해준 거지.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하더라, 대마법사라는 건.”
“그치, 그치! 나도 언젠가 대마법사가 될 거야!”
“그래, 참 돼야 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네…….”
어쩌면 진짜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현우는 비참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면 저 동심을 지켜온 것을 칭찬해 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21살이나 먹고 저런 짓을 하는 건 다른 것들을 잘 하는 아린이었기 때문에 용납이 되었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럼, 일단 올라가실까요? 현우 씨와 아린 언니의 방은 넘치도록 넘치니 2층이나 3층중에서 아무 곳이나 고르셔도 되요.”
“그럼 난 하리랑 같이 자도 돼?”
친구 집에 놀러 와서 친구와 함께 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린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뇌에서 나온 생각을 그대로 입으로 담았다.
“네, 네? 저랑 같이 자는 거요? 저도 물론 예전부터 친구와 함께 자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하리 에레티아는 아무리 모험가라고 해도 근본은 귀족이다. 그래서 그런 일은 절대로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 때와는 다르게 이젠 혼자서 사는 저택이다.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만, 이미 다 큰 하리 에레티아에게 그런 친구란 없었다. 이해 관계인 귀족 또래는 많이 있었지만, 이미 딱딱하게 굳은 관계는 친구라고 보기 힘들었다.
“응? 안 돼?”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요…….”
하리 에레티아는 망설여졌다. 귀족으로서의 긍지를 지킬 것인가, 귀족의 긍지를 버려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것인가. 그러나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귀족의 긍지따위 버린 모험가 하리 에레티아는 자신이 모험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귀족따위 버리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하리 에레티아 아가씨!!”
아린은 땅에 고개를 박고 절을 하며 하리 에레티아에게 부탁했다. 현우는 그런 꼴사나운 행동에 정말로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아린 언니. 그럼 오, 오늘 만이에요?”
“우오옷! 역시 넌 최고야!”
아린은 벌떡 일어나 하리를 껴안고 방방 뛰었다. 하리 에레티아는 평민이 자신에게 이렇게 거리감 없이 다가와 주는 것에 정말로 감사해했다.
“그럼 잠옷은 제가 따로 준비해 드릴게요. 아, 그리고 현우 씨와 아린 언니는 각각 어떤 무기를 사용 하시나요? 그, 치, 치, 친구가 된 기념으로 무기 정도는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음? 아, 난 양손검이야. 그리고 아린이는……. 넌 뭐냐?”
“그러게요……. 마법사면서 사제이기도 하니까요. 솔직히 둘 다 상관은 없는데, 역시 이세계하면 마법사 아니겠어요?! 난 스태프가 필요해!!”
하리 에레티아는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고 다시 넣었다. 그리고 밝은 얼굴로 현우와 아린을 2층으로 안내했다.
하리 에레티아는 자신의 방에서 아린과 수다를 떨고, 현우는 2층 왼쪽에 있는 3개의 방 중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을 고르고 들어갔다.
“이세계라……. 아직 갈 길이 머네. 대마법사였던 대장장이 할아버지를 보니까 아린이도 그냥 어린 애구나. 먼치킨인 줄 알았는데, 사실 맞지만……. 할아버지를 보니까 그건 그냥 장벽이었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린이도 대단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차원을 넘어섰다. 이 나라에서 단 2명만 존재하는 30단계 마법 사용자. 그중 한 사람이 이 대장장이다.
그러면서 현우는 씨익 웃었다.
‘알게 뭐람. 30단계에 도달하려면 꽤나 긴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린이의 먼치킨 능력? 그런 거 과학으로 짓누르면 그만 아니야? 내 특수 능력은 ’물리법칙 적용‘. 만들어질 무기는 물리법칙이 적용된 무기이기 때문에 반경 1km 이내에는 아린이 외에 나를 뛰어넘을 사람은 없다는 거잖아. 큭큭, 그래. 내 기본 능력이 먼치킨이 아니라면 과학으로 먼치킨이 되면 그만이야!’
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소리로 표현하려니 중2병이 도진 것 같아 보여 그만둔 현우였다.
“앗, 아린이 곁에 매일 있다 보니까 나도 그만…….”
부끄러워진 현우는 침대에 몸을 뒹굴며 부끄러움을 해소했다. 할 일이 없어진 현우는 뭐 할 거 없나 생각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보는 일인데, 인터넷이 안 되니 그것도 꽝이다. 그래서 방에서 나와 하리 에레티아와 아린이 있던 방문 앞으로 가 노크를 했다.
“저기, 들어가도 될까?”
“흐응? 조금 쉬겠다고 하던 현우 오빠 아니세요?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신 걸까?”
“으윽, 놀리지 말아줄래. 좀 부끄럽긴 하지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게 없단 말이야. 인터넷도 안 되고…….”
방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아린과 하리 에레티아는 마주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현우는 그 소리가 들려 더더욱 수치심이 느껴졌지만, 하는 수 없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빠, 결국 오셨네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ㅋ.”
“어이, 방금 마지막에 ㅋ가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에요, 기분 탓, 기분 탓.”
“너, 잡히면 죽었어!!”
현우는 자신도 웃으며 아린과 하리 에레티아에게 달려갔다. 아린과 하리 에레티아도 거짓 없이 웃으며 이 상황을 즐겼다. 현우는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이 행복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