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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삼왕자
작성일 : 17-07-31 15:26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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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준비는 거침없이 진행된다. 먼저 녹스에게 보낼 기나긴 전쟁선언문이 쓰여진다. 선전포고문의 형식이 아닌, 어디까지나 너희의 비열한 기습에 맞서 정당하게 전쟁을 일으킬 뿐이라는 일종의 승낙서의 형태를 띠게 한다. 주변국가에도 비슷한 형태의 공문을 보내 티타니아의 정당성을 알린다.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르곤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 공물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르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쪽 지방을 제외한 모든 귀족들은 자신의 영지에 있는 부관, 혹은 아들들에게 군대를 이끌고 오라는 편지를 보낸다.

 

  백성들에게 공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일 내에 티타니아 전토의 게시판이라는 게시판은 모두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공표문으로 도배된다. 물론 그 옆에는 티타니아의 정당함을 알리는 기나긴 선언문도 함께다.

 

  열흘 뒤, 귀족들의 병력이 왕도에 모인다. 성벽과 농경지의 밖에 진을 친 병력들은 최종 출전 명령을 기다린다. 광장에서는 성법 교단의 승전의식이 치러진다. 성법 교단에 소속된 모든 이들이 의무적으로 모인 이 의식에는 레냐도 포함되어 있었다. 밤새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며 네프렌카가 승리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니아는 그 춤사위를 알아본다. 드래곤에게 바쳐질 때 아탈리가 추었던 춤사위다. 니아는 역겨워 했지만 케빈은 본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케빈은 그의 아버지와 함께 있느라 광장에 있지 못 했다.

 

 

 

  “명심해라, 케빈.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니가 하워드 가의 가주가 된다.”

 

  케빈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잘 못 되실 리 없다는 철부지 같은 소리는 목 아래로 삼킨다.

 

  “내가 없는 동안에는 내 부관인 제루스가 나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결국 가족을 지켜야 하는 건 너의 일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그 어떤 힘든 소식에도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지 말아라.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건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그 누구보다 너에게 엄격해져라. 절대 타협하지 말고 너를 끝까지 몰아붙여 가족을 안전하게 이끌어라. 그게 가주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하워드는 케빈의 어깨를 두드리고 딸에게 눈을 돌린다.

 

  “로라.”

 

  로라는 눈물 맺힌 눈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본다.

 

  “네가 나의 뒤를 따라 군인이 된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넌 모를 거다. 넌 누구보다 당당하고 강인한 하워드 가의 여장부다. 혹시라도 네 오빠가 힘들어하거나 무너진다면 네가 힘이 되어줘야 한다. 만일 우리가 전쟁에서 지더라도 너희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에 로라는 눈물을 닦아내며 환하게 답한다.

 

  “아뇨, 아빠. 그러긴 싫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하워드는 눈썹을 모은다.

 

  “오빠야 가주지만 저는 결혼이라도 하면 성이 바뀌어 버리는 걸요.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의무 같은 건 없어요. 그러니 전 끝까지 이 곳에 남아 당당하게 싸우겠어요. 티타니아의 군인답게, 하워드가의 여식답게, 끝까지 싸우다가 영광스럽게 죽겠어요.”

 

  언제나 철부지만 같던 딸아이의 그 대견한 모습에, 그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모습에 하워드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린다. 아내가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싼다. 하워드는 촉촉이 젖은 눈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눈빛으로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하워드는 다시 로라를 본다.

 

  “참으로...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우리 딸.”

 

 

 

  “요하네스 형님께는 나라를 맡기고, 앨리엇 형님께는 1군 사령관을 맡겼으면서, 나에게는 고작 천인대장이라니!”

 

  티타니아의 셋째 왕자, 아란의 혀 꼬부라진 목소리에 곁에서 술을 따르던 기생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국왕 전하께서도 인재 보는 눈이 너무 없으시다니깐요?”

  “분명 또 후궁의 아들이라고 구분 짓는 거겠지.”

  “그래도 사랑하던 여인과의 아이인데. 너무하시다니까요?”

 

  사랑, 사랑이라. 아란은 웃음을 터뜨린다. 후궁을 상대로 사랑이 있었을까? 아란은 기생의 뺨을 쥔다.

 

  “닳고 닳은 기생치고는 참 순수한 소리를 한단 말이야? 너 마음에 들어. 이름이 뭐냐?”

  “셀리아에요. 왕자님.”

  “셀리아, 셀리아라...”

 

  술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 기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가 않는다. 아란은 고개를 털어 초점을 잡는다. 하지만 금방 다시 뿌옇게 가려진다. 아란은 비틀거리는 입에 술을 한 잔 더 붓는다.

 

  “하, 무슨 상관이야.”

 

  예쁘겠지. 여긴 고급 주점이니까. 오늘은 얘로 할까.

 

  문득 아란의 눈에 낯선 이가 보인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인영은 허락도 없이 의자를 끌어다 테이블에 앉는다. 초점이 안 잡혀서 둘로 보이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도 두 명이었다.

 

  “뭐야, 이 키쟁이랑 난쟁이는. 누구 맘대로 나랑 같은 테이블에 앉는 거야? 안 꺼져?”

 

  슈에는 셀리아에게 손짓한다. 기생은 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야, 어디 가 셀리...”

 

  잔을 잡고 있는 아란의 손 위로 니아는 자신의 손을 포갠다. 갑작스럽게 아란은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취기에 아란은 당황한다.

 

  “이게, 뭔...?”

 

  갑작스런 한기가 그의 어깨를 내리누른다. 당황한 눈을 돌리자, 넓은 방은 거짓말 같이 텅 비어 있다. 주문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할 웨이터도, 자신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곁에 있어야 할 보디가드도 없다. 오직, 세 명 뿐이다.

 

  아란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간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눈을 슈에에게 향한다.

 

  “누구...십니까?”

 

  슈에는 말없이 니아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아란의 눈도 자연히 그를 따른다. 얼굴은커녕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는 그 후드의 어둠 아래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담은 말은 결코 가느다랗지 않다.

 

  “왕이 되고 싶으냐?”

 

  아란의 눈썹이 꿈틀한다.

 

  “비천한 신분을 부수고 왕의 자리에 앉아 보겠느냐?”

 

  무엄하다.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엄하다. 하지만 아란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의 시선은 후드의 그늘에 고정된 채로, 보이지 않는 눈의 무게에 짓눌린다.

 

  아란은 간신히 주먹을 쥔다. 손가락이 뜨겁다. 어째서 이다지도 겁에 질린 걸까,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대는 고작해야 어린 아이다. 헌데, 헌데 어째서 저 어둠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 걸까. 어째서 잠시라도 눈을 뗀다면 저 후드 아래에서 괴물의 부속지가 튀어나와 나를 휘감을 거라고 멋대로 공포에 질려 있는 것일까.

 

  “대답해라. 주인님이 두 번이나 물으셨잖은가.”

 

  아란은 깜짝 놀란 눈을 옆의 슈에에게 돌린다. 그리고 황급히 니아에게로 눈을 다시 돌린다. 한 나라의 왕자인 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하면서, 저 꼬마는 주인님이라고?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침이 뜨겁다. 열이, 열이 온 몸에서 올라온다.

 

  “대체, 대체 당신들은 누굽니까? 어떤, 어느... 무슨 존재들입니까?”

 

  어둠의 아래에서 무언가 붉은 것이 움직인다. 아란은 화들짝 놀란다. 붉은 화염이, 후드의 아래에서 흘러나와 테이블에 떨어진다.

 

  나는 네가 섬겨야 할 자다.

 

  그 목소리는 귀가 아닌 머릿속을 울린다. 아란은 열기에 취해 몽롱해지는 것을 느낀다.

 

  테이블에 떨어진 불은 벌떡 일어나 사지를 갖추더니 마구잡이로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테이블의 아래로 떨어진 불꽃들은 커튼과 문에, 벽에 달라붙더니 이내 거대한 화염을 일으킨다. 삽시간에 방은 화염으로 가득 휩싸인다. 아란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주황색 불꽃에 타오른다.

 

  무엇을 원하느냐.

 

  불의 주인이 왕자에게 말을 건넨다.

 

  너의 욕망이 무엇이냐.

 

  고개를 들자 로브를 뒤집어쓴 거인이 보인다. 높은 왕좌에 앉아 불타오르는 방을 배경처럼 등에 두르고 일렁이는 열기를 날개처럼 두른 그 이는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너를 비천하다 깔보던 이들의 머리 위에 너의 오물을 쏟아주고 싶으냐. 너를 향하던 손가락들을 모두 뽑아 그것을 개들의 먹이로 던져주고 싶으냐.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를 너의 비천한 색으로 물들이고 싶으냐. 말해라. 나는 너의 섬김을 받을 자, 그 충의의 대가로 합당한 힘을 내려주마. 그러니 말해라. 무엇을 원하느냐.

 

  얼굴에서, 가려진 그 그늘 아래에서 불길이 새어나온다. 불길은 마치 의지를 가진 촉수처럼 꿈틀거린다. 열등한 자의 입에서 웃음이 터진다. 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 혼돈을 관장하며 이 세계를 다스리는 네프렌카가 내려보낸 천사일까, 아니면 죄인을 영겁의 시간동안 불태우는 지옥의 화신일까. 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해야 할 대답은 정해져 있으니.

 

  열기로 흐려진 눈으로, 낮은 자는 자신이 섬길 왕을 올려본다. 불의 역광을 받아 마치 악마처럼 불타오르는 그 자를 올려다보며, 웃는다. 미친 듯이 웃는다. 이미 원하는 것을 이룩한 것 마냥 세상이 떠나가라 웃는다. 그리고 그렇게 웃으며, 왕자는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인다.

 

  왕이, 되고 싶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주인은 웃는다.

 

  좋다. 그에 합당한 힘을 너에게 내려주마. 부수고 죽이고 씹어 먹어라. 그 누구보다 많이 죽여라, 그 피로 너와 니가 섬기는 주인의 이름을 드높여라. 죽이는 수만큼 권력이 돌아오는 것이 전쟁터의 규칙. 한둘을 죽이면 살인마지만 수백 수천을 죽이면 영웅이 되는 것이 인간들의 법칙. 나에게 놈들의 고통과 죽음과 비명을 공물로 바칠수록 너는 더 큰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하인은 자신의 안으로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뜨거운 열기와도 같고 참을 수 없는 욕망과도 같은 그것은 그의 몸을 안에서부터 태우고 재로 짓기 시작한다.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환희로운 탄성과 함께, 마왕의 첫 번째 하인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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