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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가 죽어야 구해지는 세계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7.27

이세계에 소환되어 뭣도 모르고 제물로 바쳐져 죽었다. 나를 죽인 이 세상에 복수하겠다. 모조리 불살라 버리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마왕의 씨앗으로 환생한 니아. 가증스러운 천사놈들에게 걸리지 않고 세상을 부수고 인류를 몰살시킬 강대한 힘을 손에 넣어라!

 
니아와 아란티노
작성일 : 17-07-31 15:07     조회 : 332     추천 : 0     분량 : 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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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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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좋다는 아란티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란티노는 니아를 데리고 외출을 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다. 친구라 식성이 비슷한 것일까, 얼마 전 하워드와 함께 왔던 레스토랑이다.

 

  “포크질이 시원찮군. 스테이크는 처음인가?”

 

  니아는 나이프를 따라 피가 스며 나오는 고기를 내려다본다.

 

  “아닙니다. 그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불을 다루는 자가 고기를 싫어 한다라... 알레르기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 건가? 설마하니 군인 될 사람이 피가 무서운 건 아니겠고.”

  “...단순히 식성문제입니다.”

 

  아란티노는 콧방귀를 뀐다.

 

  “그럼 억지로라도 먹게. 높은 분들은 그런 나약한 소리를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면 그런 사소한 모습도 주의해야 하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니아는 작게 자른 조각을 억지로 입에 넣고 씹는다. 육즙과 피가 흐른다. 비명과 웃음이 들리는 듯하다. 니아의 눈썹이 움찔거리고 간신히 고기를 목구멍 너머로 밀어 넣는다. 후우, 티나지 않게 작은 한숨을 내쉰다.

 

  차라리 씹지 말고 통째로 삼키자. 니아는 조금 더 잘게 고기를 자르기 시작한다. 그 행동에 아란티노는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더 이상 내색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열 살도 안 된 꼬맹이, 그것도 평생을 시골에서 살다가 상경한지 갓 일 년이 넘은 소녀다. 완벽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

 

  아란티노는 우아하게 고기를 씹어 삼키고는 와인 잔을 들며 묻는다.

 

  “수행기사일 동안 받고 싶은 보직이 있는가.”

  “딱히 없습니다. 주어지는 보직에 최선을 다 하며 살 생각입니다.”

  “군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마찬가지입니다. 받은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능력에 비해 야망이 없군. 시골 출신이라 그런가. 그렇다면 약간 불을 지펴줘야겠지.

 

  “가문이 갖고 싶지는 않은가?”

  “...가문 말씀이십니까.”

  “군 대학을 나오면 얻는 형식적인 가문이 아니라 명예와 권속들이 있는 제대로 된 귀족가문 말일세.”

  “설마 혼사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자네에게 혼사가 들어오기엔 아직 한참 이르지. 그리고 혼사로 얻게 되는 가문은 족쇄일 뿐이네. 가문의 권세는 이용하지 못 하고 다만 빨아 먹힐 뿐이야.”

 

  아란티노는 잔을 내려놓으며 웨이터에게 손짓을 한다. 부근에 서 있던 웨이터가 다가와 잔을 다시 채워준다.

 

  “알다시피 제대로 된 가문이 없는 기사들은 아무리 훌륭한 공을 세워도 오래 기억되지를 못 한다네. 자신의 공을 광내고 윤기 내어 반짝거리게 해줄, 칭송하고 받들어 모실 후손들이 없으니 말일세.”

  “씁쓸한 이야기군요.”

 

  니아는 형식상이나마 대꾸를 한다.

 

  “그게 당연한 이치지. 막강하고 부유한 가문은 뼈대와도 같네. 자네가 세운 명예와 전공들이 살과 피가 되어 자네를 더욱 강하고 탄탄하게 만들어주지. 만일 자네가 죽어 사라지더라도 후손들이 끊임없이 그것을 가꾸고 칭송할 걸게. 자네가 남기고 간 권력을 위해서라도. 그게 가문의 순기능이라네. 그에 반해 그런 뼈대가 없다면... 삼대도 못 가서 썩어 사라지겠지.”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흥미롭군요.”

  “괜히 영웅들이 거대가문에서 나오는 게 아니네. 거대가문들에게는 그들의 자녀를 밀어줄 힘이 있는 거지. 아주 약간의 재능만 있어도 순식간에 가문이 닦아놓은 것을 디디고 정상을 차지하는 걸세.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자네에게 제대로 된 가문만 있다면, 분명 자네는 날개 달린 새마냥 하늘 높이 오를 걸세.”

  “...전방으로 가 공을 세우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 뜻이 아닐세.”

 

  아란티노가 양 손을 깍지 끼며 니아를 향해 몸을 기울인다.

 

  “아란티노가의 양녀가 되라는 말이네.”

 

  니아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아란티노를 바라본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고, 답변은 담백했다.

 

  “영광입니다, 교수님.”

 

  참으로 니아다운 대답에, 아란티노는 실소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차갑다.

 

  “그리고 나는 수양자식은 한 명으로 충분하다네.”

 

  니아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무심한 눈에서 아란티노는 대답을 듣는다.

 

 

 

  곧 있을 희생절의 준비로 왕도는 떠들썩하다. 해가 다 져가는 시간임에도 곧 있을 축제에 들뜬 사람들은 광장에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집에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그리고 그건 사람들을 노린 장사치나 연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마친 니아는 아란티노를 따라 사관학교로 돌아간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묵묵히 걷고 있자니, 자연히 행인들의 대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중앙 광장을 지날 때 니아의 귀에 들어온 연설이 그녀의 발을 붙든다. 수수한 마법 교단의 로브를 입은 여성이 임시로 설치한 단상의 위에 서서 연설을 토해내고 있다.

 

  “희생절은 웃고 떠드는 축제가 되어선 안 됩니다! 희생절은 우리를 위해 희생당한 이세계의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떠받드는 축제가 되어선 안 됩니다! 희생절은 원치 않은 죽음을 당한 이세계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사죄를 구하는 추모행사가 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 한다면 지옥에서 돌아온 일곱 왕에게 우리는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심판의 날은, 묵시록의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당장이라도 이 축제를 멈추고 추모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단순한 마법 교단의 극단적인 한 분파인가보다, 하고 지나친다. 하지만 니아는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감지한다. 자신을 부르는 메시지를.

 

  “아란티노 교수님.”

 

  니아가 발을 멈춘 걸 모르고 계속 나아가던 아란티노는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조금, 천천히 복귀해도 되겠습니까.”

 

  택도 없다. 평일에 외출한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특권을 누린 것이다. 다른 학도였다면 그런 불호령을 들었을 것이다.

 

  “알겠네. 내일 수업에서 보지.”

 

  아란티노는 니아를 사관학교까지 배웅하려던 걸음을 자택 방향으로 돌린다. 그의 등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후, 니아는 발을 돌려 연설가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이니, 꼬마야?”

 

  마법 교단의 로브를 입은 한 남성이 니아의 앞을 막아선다.

 

  “너희 분파장에게 할 말이 있다.”

 

  갑작스런 반말에도 남자는 불쾌한 인상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허리를 낮춰 눈높이를 맞추고 상냥히 입을 연다.

 

  “미안한데 꼬마야. 분파장님은 여기 안 계시단다. 저 사람은 그냥...”

  “동지가 이 곳에서 기다린다고 전해라.”

 

  말을 끊긴 남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단순히 니아가 무례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마왕이 기다리겠노라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니들은 어디에 있고 싶냐?”

  “안전한 후방이지.”

  “너답다, 데미안. 븅신 같은 놈.”

 

  시무룩.

 

  “그러는 케빈은?”

  “당연히 최전방이지, 짜식아. 공을 세우고 가문의 명예를 드높여야지. 라훌라 너는?”

 

  라훌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케빈은 그 침묵에서 답을 듣는다.

 

  “너 설마 사내새끼가 후방에 가고 싶은 거냐? 데미안한테 옮았냐?”

  “왜 날 갖고 그래...”

  “닥쳐. 야 라훌라, 너는 당연히 전방으로 가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라훌라는 뒷머리를 긁으며 멋쩍게 입을 연다.

 

  “글쎄... 나는 명예를 드높인다고 해서 자랑스러워하실 부모님이나 가문 것도 없고, 무엇보다...”

 

  라훌라의 눈이 교정 구석의 한 건물, 1학년생들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마법병과 강의동을 바라본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죽으면 라일리는 어떻게 해.”

 

  그 대답에 케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사정이라면 후방으로 가도 인정.”

  “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마저 죽으면 대가 끊겨 버린단 말이야.”

  “넌 데미안이라 안 돼.”

  “그런 게 어딨어?”

 

  데미안이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툴툴거린다.

 

  “넌 닥치고 나랑 최전방으로 가야 해. 그런데서 공을 세워야 니가 원하는 귀족가 아가씨들하고 만날 기회가 생길 거 아냐?”

  “그, 그런가?”

  “당연하지, 븅신아. 후방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꿀만 빠는 명예도 전흔도 없는 샌님한테 여자들이 왜 꼬이겠냐?”

 

  데미안의 표정이 환해진다. 단순한 놈, 케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야, 거기 앉아 쉬고 있는 보병과 2학년놈들.”

 

  3학년 선배의 부름에 셋은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대답한다.

 

  “예! 선배님!”

  “그만 쉬고 다시 단련해라.”

  “예! 알겠습니다!”

 

  세 소년은 교정으로 튀어나가 다시 연습용 활을 집어 든다. 2학년과 3학년은 수업을 함께 듣는다. 2학년들에게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유지될 위계질서를 확실히 세워주기 위함이고, 3학년들에게는 후배들과 비교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정진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화살을 메기면서도 라훌라는 마법병과동을 곁눈질한다. 교양과목을 포기하고 주병과 수업에만 매진하는 여동생을 걱정한다. 교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신들에게 인사조차 않는 니아를 고깝게 보는 선배들이 꽤 많다. 언제까지 ‘어리다’는 것이 면죄부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 한 번, 선배들 앞에서 제대로 인사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 라훌라는 궁술을 수련하면서도 여동생의 일로 머리가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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