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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킹즈세븐
작가 : 소별왕
작품등록일 : 2017.6.30

대영웅 레아가 처형당한지도 어언 7년.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의 눈앞에서, 레아를 닮은 수수께끼의 여인이 모험을 시작한다.

 
1막 : 워치프 에필로그
작성일 : 17-07-31 15:02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5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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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계획대로라면 1막 7장의 뒤에 나올 내용.

  하지만 공모전의 마지막 날이기에 소결말을 짓는 의미로 오늘 올립니다.

 

 

 

 

  게일은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황제의 명을 부상을 핑계로 사양했다. 아무리 이번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다지만 일개 장수인 그에게 그 명은 비할 데 없는 영광이자 더 큰 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천하일우의 기회였다. 하지만 게일은 황제가 처형대를 향해 처형 명령을 내리는 것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게일은 높이 쌓아진 처형대 아래의 광장에 서기를 택했다. 언제나 전장만을 돌아다녔기에 아무도 자신을 알아볼 리 없는 그 곳에서 게일은 황성과 연결되는 대로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형인에게 끌려오는 레아를 본다.

 

  언제나 아름다웠던 그녀, 그 누구보다 빛났고 그 누구보다 강했던 그녀, 게일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레아. 그녀가 마치 걸레처럼 질질 끌려온다. 다 헤진 넝마에 목에는 사슬까지 채워진 채로 한걸음 한걸음이 버거운 듯 절뚝거리며 개처럼 끌려온다. 그 더럽혀진 아름다움에, 죽어가는 꽃에 사람들은 돌을 던지며 분노와 열광의 함성을 토해낸다.

 

  그녀가 죽였던 장수의 딸이, 처형시켰던 첩자의 어머니가, 매몰시켰던 병사의 애인이, 그녀의 죽음을 바라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바라며 그녀에게 돌을 던지고, 저주를 퍼붓고, 자기 손으로 죽이게 해달라며 짖어댄다.

 

  게일은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 한다. 첫눈에 반했던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처럼,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정원에서 술을 먹고 자신에게 기대 잠들었을 때처럼, 자신이 지휘하는 부하들이 그녀를 생포하기 위해 달려들어 낙엽처럼 쓰러질 때처럼, 게일은 어느 쪽에도 서지 못 한 채로 그저 바라만 본다.

 

  레아가 게일의 병력들과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을 때 그녀의 조국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진 뒤였다. 그럼에도 레아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싸웠던 것은 자신의 왕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생포된 뒤, 그녀에게는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자결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저항 없이 명예가 더럽혀지고 처형당하는 것을 택한 것은 다른 포로들은 살려주겠다는 계약을 위해.

 

  처형인은 도끼의 등으로 레아의 얼굴을 억지로 정면을 향하게 한다. 처형대의 반대편, 붉은 카펫이 깔린 화려한 단상에서 황제가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입을 열어 길고 길었던 전쟁의 종식과 승전을 선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게일에게는 황제의 승전문이 들리지 않는다. 그의 눈은 처형대 위의 레아를, 체념한 듯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그 담담한 얼굴만을 담는다.

 

  그녀가 살 방법은 없었을까.

 

  그녀가 그렇게나 강하지만 않았더라면, 비겁하게 혼자서 도망쳤더라면,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왕에 대한 충성심이 조금만 더 적었더라면, 이 나라에 태어났었더라면...

 

  그녀는 살 수 있었다. 살 방법의 가짓수가 죽을 방법의 가짓수보다 훨씬 많았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죽는 것인가. 어째서, 자처하여 죽어가는 것인가.

 

  그래, 넌 그것이 정의라고 했다. 너 하나 죽어서 다른 수많은 동포들을 살릴 수 있다면, 수많은 제국민들을 상실과 증오의 괴로움에서 구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했다. 그게, 그게 정의로운 것이라고 했다.

 

  ......개소리다. 결국 너는 네 멋대로, 너 좋을대로 죽는 것이 아니냐. 그래놓고 그 위에 정의라는 이름을 가져다 붙이지 말아라. 이게 정의일 리가 없다. 이런 것이, 이런 것이 정의일 리가 없다. 너는 정의는 행복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의 행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뭐냐? 레아. 난 지금 단 한 줌의 행복도 느낄 수 없다. 그런데도 이게 정의인가? 이 고통이, 이 괴로움이 정의인가? 나는 이렇게나 괴로운데, 너는 거기서 그렇게 죽어 가는데, 이게 정의란 말인가?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사랑했던 여자가 매춘부니 마녀니 매도당하면서 죽어가는 걸 바라만 보는 이게 정의란 말이냐?

 

  그런 게 정의라면, 그딴 쓰레기 같은 게 정의라면 난 정의 따위 필요 없다. 난, 난...

 

  큭,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다.

 

  크크큭, 크흐흐흐, 병신 같은 년.

 

  그렇게 도도한 척 비싼 척 다 해대더니 겨우 이렇게 뒈질려고 그랬던 거냐. 그랬으면 그냥 한 번 대줬으면 좋잖아?

 

  멍청한 년. 게일은 송곳니를 드러낸다. 뭐 전쟁의 성처녀 그런 거라도 되고 싶었던 거냐? 모든 특별함을 지녔으면서 언제나 남들을 위한다며 주변 것들에게 성녀라고 떠받들어지니 그렇게 죽는 게 숭고한 희생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냐? 저능한 년. 그건 그냥 개죽음이다. 네 그릇은 결국 그 정도 크기 밖에 안 된다는 게지. 졸부 귀족의 첩 정도가 딱이었을 것을 네 그릇의 크기조차 모르고 나대니 그런 험한 꼴이나 당하고 뒈지는 거다.

 

  아아, 저런 얼굴뿐인 여자가 뭐가 좋다고 혼자서 아껴주니 어쩌니 헛짓거리를 했던 걸까. 차라리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한 번 범하고 버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 기회는 수차례 있었다. 국제교류의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상크투스에서 동문수학했을 때. 그 때 했어야 했는데.

 

  분명 끝내줬겠지. 앙칼진 비명과 저주의 매도가 내 귀를 후벼 팠겠지.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더더욱 그 희디흰 몸을 유린했을 것이다. 한두번으로는 끝내지 않아. 확실히 나의 씨앗이 몸 안에 심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범했을 거다. 넌 내 아이를 가진 채로, 신념은 꺾이고 긍지는 망가진 채로 고향에 돌아가 평생 커튼 뒤에 숨어 울면서 살았겠지. 다시는 날 보지 않았을 테고 멀리서 들려오는 나의 소식만 들어도 눈썹을 찌푸리며 나를 저주했겠지. 아이에게 내 이름은커녕 아버지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았겠지. 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처형대에 목을 들이밀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못으로 고정해 놓은 것처럼 잔인한 미소를 그리던 입가가 발작하며 위아래로 경련한다.

 

  비록 긍지를 잃고 몸은 더럽혀졌겠지만, 꽃은 꺾여버려 더 이상 미소를 잃게 되었겠지만, 그래도 전장과는 인연이 없는 곳에서 죽지 않고 살아갈 텐데.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어느샌가 군중들의 환호와 함성이 레아를 향한다. 왕이 길고 길었던 승전문과 레아를 향한 지탄서의 낭독을 끝내고 레아의 생사를 가를 마지막 수신호 직전의 환호를 즐기고 있다. 게일도 입을 연다. 그 저주가 되어버린 환호에 동참하기 위해, 편해지기 위해 억지로 입을 뗀다.

 

  “죽...”

 

  게일의 눈이 처형대 위의 레아에게 닿는다. 레아가 떨고 있다. 게일은 자신도 모르는 새 입을 멈춘다. 초탈한 듯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이 겁에 질린 얼굴로 입술을 덜덜 떨며, 그래도 이를 악 물고 참고 있다.

 

  갑작스레, 무언가 그의 가슴을 세게 후려친다. 게일은 허리를 꺾으며 크게 숨을 들이킨다. 옷이 찢어질 정도로 가슴을 움켜쥔다. 어금니를 꽉 물며 억지로 눈을 크게 뜬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야는 번져오기 시작한다.

 

  멍청한 년, 모자란 년! 그런다고 누가 알아나 줄 것 같으냐? 이 곳에 네 편은 아무도 없다. 너는 죽기 직전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은 타락한 창녀로 역사서에 기록될 것이다. 답도 없는 년, 호구 같은 년, 그냥 죽는 게 낫다. 너 같이 불쌍할 정도로 병신 같은 년은 그냥 뒈져버리는 게 낫다. 죽어라, 죽어! 죽...!

 

  “...지 마라.”

 

  하지만 그의 송곳니를 비집고 새어나온 진심. 봇물이 터지듯이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댐이 터지듯이 그의 입에서 마음이 쏟아진다.

 

  “제발, 제발 죽지 마라. 날 두고 가지 마라. 날, 날 혼자 두지 마라, 레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았으면 좋겠다. 내 옆 자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더라도 상관없다. 다시는 보지 못할 먼 곳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 이 세상 어딘가에,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눈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입가가 일그러진다.

 

  게일은 고개를 쳐든다. 하지만 레아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눈물을 닦아도 보이지 않는다.

 

  게일은 더 이상 견디지 못 하고 손에 얼굴을 묻는다.

 

  그 어둠 안에서, 게일은 자신의 마음 속 구멍을 마주한다.

 

  레아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나려는지 깨닫는다.

 

  어째서 날 떠나는 거야. 어째서 날 사랑해주지 않은 거야. 이렇게 큰 상처를 남겼으면서. 난 이제 너 없이는 살 수 없어. 그런데 어째서 넌 죽는 거야. 난 어떡하라고.

 

  원망스럽다. 날 두고 떠나는 네가, 너무나도 밉다. 이럴 거면 왜 나의 곁에 앉았던 거야. 왜 나의 생에서 이렇게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거야. 사랑해주지 않을 거면서 어째서 사랑을 받아갔던 거야. 네가 밉다. 네가 싫다. 정말 죽을 정도로 네가 증오스럽다.

 

  “...널 위해, 단 한 마디의 추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울먹이는 목소리는 군중들의 저주에 묻혀 그 누구도 듣지 못 한다.

 

  “널 위해, 아무런 탄원도 변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얼굴을 가리다가 제자리로 돌아간 손은 비 맞은 가죽처럼 흥건하다.

 

  “널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을 것이다.”

 

  게일은 마침내 고개를 똑바로 들어 처형대를 올려다본다. 레아는 눈을 감고 있다. 그 눈가에 언뜻 보이는 저것은 눈물일까. 그 입가에 언뜻 보이는 저것은 미소일까.

 

  나는, 나는 네 년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의 강함을 가지고서, 그만큼의 특별함을 가지고서 이타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희생이라는 개죽음이야 내 인생에서 존재하지 않으리라.

 

  이기적으로, 나만을 위해, 언제나 내 욕망을 충족시키며 살아갈 것이다.

 

  가지고 싶은 것이 눈앞에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의 기분을 헤아리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여자든 물건이든 그 즉시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 가지고 말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내 손아귀 사이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그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못 할 것이다.

 

  이제부터 오롯이 나는 나 자신만을 위해 살 것이다.

 

  정의가 행복이라 하였느냐? 내 정의는, 이제 오직 나 혼자만의 행복을 향할 것이다.

 

  두고 봐라. 네 년이 버린 내가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는지.

 

  이 게일 블랙스미스가, 네 년에게 어떻게 복수하는지.

 

  가죽을 당기듯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억지로 우는 듯 억지로 웃는 듯 기괴한 상이 만들어진다.

 

  죽어라, 네 년의 죽음으로 나는 완성된다.

 

  처형인의 도끼가 내려쳐지고, 마지막이자 첫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열광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열락과 광기의 도가니에서 워치프는 그렇게 제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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