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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19. 붉은 머리 왕자 (1)
작성일 : 17-07-31 14:34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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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붉은 머리 왕자 (1)

 

 

 

 

 

 

 

 

 ‘저주 받은 붉은 머리 왕자’

 

 어머니, 기억하시는지요.

 

 저는 당신의 배를 찢어내는 듯, 당신의 뱃속에서 꿈틀대었습니다. 당신의 좁은 산도를 찢어내고, 그 틈으로 머리를 들이 미었지요.

 

 당신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내 귀에 똑똑히 들렸습니다. 당신의 찢어지는 비명에 자꾸 목구멍 너머로 울컥, 울음 같은 것이 넘어 오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갑갑한 뱃속에 숨이 막혀 나는 작은 숨소리 하나 낼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산도를 뚫고, 핏속을 헤엄쳐 나왔습니다. 내가 태어난 바닥엔 당신의 피와 체액들이 즐비했지요. 그런 혼란스러운 피바다 속을 뚫고 제가 태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알고 계신지요.

 

 저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그렇게 태어납니다. 체액과 어미의 핏물에 뒤덮여 그렇게 첫 울음을 터뜨립니다.

 

 나의 첫 울음에 혼절해 있던 당신은 같이 울음을 터뜨렸지요. 시종 중 하나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어떤 울음이 이제 갓 태어난 울음인 줄 알 수 없었다고요.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년은 제가 찢어 죽여 없앴습니다.

 

 

 제 붉은 머리를 보고, 어머니는 그것이 자신의 양수인 줄 믿고 싶었다고 했지요. 갓 난 제 머리에 침을 뱉어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지요.

 

 미친 당신의 집착적인 손길에 계속하여 쓸려 문질러진 제 머리에서 피가 날 때까지. 그대는 계속하여 제 머리를 문질러냈다 했지요.

 

 할 수만 있다면 제 머리 거죽을 벗겨 내어 버리고 싶었다고요. 그 말을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 저는 크게 웃었습니다.

 

 전 당신이 절 사랑해 자꾸 어루만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저 미친 당신이었기에, 제 아이 이마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생채기 앉을 때까지 어루만져 주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저 미쳤기에 정도를 모르시는 것이겠거니, 했답니다.

 

 우스운 착각이지요.

 

 

 **

 

 

 ‘이 몸을 우습게 보는 것들의 눈알이 저 혼자 부풀어 올라 터지게 하여라. 이 몸을 두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들의 혀를 여러 갈래 갈라지게 하여 다신 아가리를 다물지 못 하게 하여라. 내 어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 것들의 손가락을 달린 그대로 야차가 씹어 먹게 해다오.’

 

 붉은 머리 왕자, 네 살배기 뿐인 소년. 발음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말로 그는 제 숙부 되는 자에게 그리 명했다.

 

 그런 끔찍한 말을 붉은 머리 왕자의 얼굴엔 또래에겐 어울리지 않는 위엄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숙부가, 해가 일가가 원했던 왕자의 상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그는, 실패작인 제 여동생 해비에게서 태어난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리 총명한 왕자였다.

 

 ‘…그리 해드리겠나이다. 당신 뜻이 그러 하다면 그렇게 죽여 보겠나이다.’

 

 숙부되는 자는 그리 답했다.

 

 숙부의 말에 아이는 입 꼬리를 비틀어 웃는다. 역시 어린 아이의 웃음은 아니었다. 붉은 머리 왕자는 다시 숙부에게 하명한다.

 

 ‘아니, 죽이지 말라. 그 꼴로 살게 해다오. 그런 꼴을 하고도 내 밑에서 나를 섬기며 살게 하라.’

 

 

 **

 

 

 붉은 머리 왕자가 태어날 적에 모든 사람들이 그의 탄생을 저주라 했다. 왕자의 어머니는 귀족 집안, 보통 귀족집안도 아닌, 세상을 호령하는 권문세족 명문 해가의 규수. 해비는 정실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많은 후궁들 중 가장 세력이 좋은 가문의 딸이었다.

 

 가난한 이웃 국가의 왕족 출신인 정실보다도 힘이 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해비의 집안의 힘 일뿐. 그녀는 나약하고 또 나약했다. 자신의 아들을 지켜주긴 커녕, 품을 수도 없을 만큼.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해가 세력이 떠밀려 억지로 강행한 정략혼인이었지만, 해비의 천진함을 왕은 사랑했다. 그녀가 태양 왕가에 흐르는 저주받은 피를 이으리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못 했다.

 

 꽃 같이 예쁘기만 한 여인이 어찌 그런 운명을 배에 품고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해비는 소년을 낳고서 품에 안고 울부짖었다. 해가 역시 혼란 그 자체였다. 왕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긴급히 태양족을 찾아 기별을 넣었다.

 

 붉은 머리 왕자는 버려지지도, 축복도 받지 못 했다. 어정쩡한 그 대로 성장했다. 해가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다시 다른 여식을 왕의 비로 맞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아니면, 해비가 완전히 미쳐버리기 이전에 다음 번 아이를 갖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붉은 머리 왕자가 보통 저주를 받았는가. 태양의, 이 왕가의, 신의 저주를 받은 존재 아니던가.

 

 이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붉은 머리 왕자는 왕좌를 손을 넣을 수 있는 운명을 타고 났다.

 

 제 19 왕자. 붉은 머리 왕자의 위로 모든 형제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고, 왕 또한 정체 모를 불치의 병을 얻게 되니, 그의 형제는 이제 아무도 없게 되었다.

 

 해가는 깨닫게 되었다. 이는 그저 저주만이 아니라고. 이것은 어쩜 축복이었다. 가문이 그토록 술수를 부려도 갖기 힘들었던 왕좌를 붉은 머리 왕자는 너무도 손쉽게 얻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는 결국 신이 보낸 영웅의 의해 처단될 존재. 그러나 그것만 피하면 되었다.

 

 어쨌든 붉은 머리 왕자의 삶은 고달팠으리라.

 

 이윽고 해가의 모든 여식들마저 병 져 죽어버렸다. 씨가 말라버렸다.

 

 해가는 어쩔 수 없이 붉은 머리 왕자의 풍파막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여, 그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포기하느니, 붉은 머리 왕을 섬기겠노라, 그를 지키겠노라 다짐하였다.

 

 

 **

 

 

 그래도 그것도 다 옛날 일이다.

 

 내 늦게라도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칠흙 같은 세상 속에서 그것이 진짜인 줄 알고 살았겠지.

 

 “뒤늦게나마 내가 널 찾아 온 것이 다행이지.”

 

 도가비는 말했다. 요즘 도가비는 자꾸 사람 말을 한다. 원래부터 못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가 처음 이각 앞에 나타났을 때, 정신으로써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나.

 

 때문에 이각이 도가비에게 쉽게 마음을 연 것 도 있었다.

 

 “아주 폐인처럼 살고 있대. 불쌍한 인간이야.”

 

 도가비는 쯧쯧 혀를 차며 그리 말했다. 인간들은 죄다 불쌍하다며. -하고 이각이 물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도가비는 매번 말이 달라진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떠드는 놈이다. 이래서 도깨비라는 족속들은 못 믿을 종이라고들 하는 건가.

 

 “아주 맘대로 떠드시는구만.”

 “짐은 떠들지 않았다네. 생각만 그리 했을 뿐.”

 “아직 책봉도 받지 못 한 것이 짐 좋아하시네.”

 

 이각에게 이리 예우 없이 쉬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도가비 뿐이다. 아주 피폐했던 이각의 어린 시절에도 괘씸한 도가비의 혀를 잘라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죽일 수도 없었다. 도가비는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존재니까.

 

 어느 날 갑자기 단도의 모습으로 이각을 찾아와, 밤낮 없이 옆에서 불손한 말들로 떠들어대며 정신 사납게 하더니 또 어느 샌가 이각의 마음의 문을 열어버렸다.

 

 요샌 또 걱정인 것이 도가비 녀석에게 저 상스러운 말투가 전염되어 버렸다. 도가비와 대화할 때는 상관없지만, 아랫것들이나 공식 석상에서 실수에서라도 상 것 말투가 튀어나올 까봐 항상 조마조마했다.

 

 “요샌 네 덕에 자꾸 내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아. 어미 따라서 아들도 미쳐버렸다고.”

 “왜.”

 “왜긴 왜야. 방에 혼자 있으면서 자꾸 말을 하니, 그렇지.”

 “그냥 밝히라니까. 도가비 여기 있다, 말을 해.”

 “그럼, 해가에서 가만히 있겠군.”

 

 해가가 문제였다. 옛날엔 자신을 섬기는 충신이라고 생각했던 외가. 그들은 붉은 머리 왕인 이각을 앞에 내세워 역모를 꾀하는 역적들이다.

 

 물론, 신이 내렸다는 태양족의 계시가 진실이라면 그런 이야기다.

 

 어쨌거나 지금껏 해가는 이각에게 있어, 충실한 충복이다. 다만, 이각을 섬기는 이유가 경외하기 때문을 테다. 그들은 이각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런 감각이라면 이각에겐 치가 떨릴 정도로 익숙한 것.

 

 타인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각은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그러지 않은 녀석들이 목을 베어 죽일 놈들이지.

 

 “어떻게 네가 변했다는 거야. 아직도 목을 벤다느니, 혀를 벤다느니 끔찍한 소릴 아무렇지 않게 뱉어대는데.”

 “그래도 옛날엔 열 놈 죽일 거, 이제는 화를 다스릴 줄 알게 되어서 한 놈 죽이잖아.”

 

 기가 막힌다.

 

 도가비는 목이라도 축이겠다며, 침상에 놓인 술병을 들었다. 잔도 두 개가 있는데도 늘 병 주둥이에 제 천박한 주둥이를 가져다 대고 벌컥 벌컥 들이킨다. 참 상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술은 어찌나 그리 좋아하는지. 도가비란 종족들은 죄다 그런 건가.

 

 “그래. 죄다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 해.”

 

 그 말 한 번 쏘아주고는 다시 병 주둥이에 상스러운 주둥이를 가져다 댄다. 단 번에 병을 비워내더니, 크으, 소리를 낸다. 입가를 소매로 쓱 닦아내고는 병을 탁자 위에 쿵 소리 나게 놓는다.

 

 “왜 남겼나.”

 

 병에 조금 남은 술을 보고 의아해하며 이각이 물었더니, 도가비가 풀린 눈을 하고 답한다.

 

 “증거는 남겨야지.”

 “…….”

 

 도가비의 말에 이각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진다.

 

 “…독주인가.”

 “응.”

 

 아직까지도 암살 위협이 멈추질 않는다. 곧 봄을 맞아 귀족들이 참여하는 사냥을 나가게 될 것인데, 거기에서도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주인 걸 알고 어찌 이렇게 잘 먹는가.”

 “독도 먹다 보면 맛있어. 그 중 광석에서 채취한 독은 특히 내 취향이지.”

 

 할 말이 없다.

 

 “여봐라.”

 “네, 마마.”

 “이 술을 누가 대령했는가.”

 “…소인이옵니다.”

 “그랬는가.”

 

 이각은 무표정한 얼굴로 성큼 걸어 벽에 장식으로 걸려 있는 검을 뽑아 든다. 장식일 뿐긴 해도 진검이었다.

 

 “…마, 마마.”

 “어찌 너는 아직도 나를 마마라고 부르는가. 이제 책봉이 코앞인데.”

 “…아, 저, 저하……!”

 

 순식간이었다. 이각이 재빠르게 검을 휘두른다. 곧 시종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 무자비하네, 여전히.”

 

 잠시 모습을 숨기고 있던 도가비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새하얀 이각의 얼굴에 시종의 피가 튀어 있다. 이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아 놓는다. 그리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다시 밖을 향해 외친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여기 깨끗한 천을 누가 좀 대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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