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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이 남자의 망할 매너, 어디까지 가 봤니?!
작성일 : 17-07-31 13:53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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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그에게

 그 돈도 없는 체크 카드를 돌려주고

 따져물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당신은 여자에게 데이트 밥값을 내게 하더니 튀어버리는 남자군요!'

 

 하지만,

 난 단호박처럼 잘생긴 남자를 끊어낼

 용기가 부재하다.

 너에게 기회라는 것도 있다는 것!

 너가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게 증명할 수 있도록.

 

 너의 지갑이 '탈탈, 털털' 털리도록!

 내 오늘 소고기 부챗살을 구워 먹으리라..

 그런 결심으로

 나는 지하철의 다음 정거장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런데 삼청동에 갠춘한 고깃집이 어딨지?!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만나자고 할껄!!

 아까비.

 

 식당을 검색을 하려는 찰라,

 냉큼 도착한 안국역에 내리고야 말았다.

 뜯어먹을 계획을 아직 제대로 짜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핫.

 내리자마자 심장이 뜨거워졌다.

 

 웬일이지,

 그가 버스 정류장, 내가 내리지마자,

 바로 거기에

 서 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건, 운명인지 모른다.

 

 길지도 않은데, 마치 찰랑거리는 것 같기도 한

 저 영롱한 머릿결.

 앵두를 실컷 잡아먹은 것 같은 입술.

 완벽한 남자.

 

 니가 완벽히 내 남자가 된다면,

 훅!

 

 긴가민가

 선글라스를 끼고 돌아다닌 듯한 정황,

 독일 족발을 사준다고 하고 튄 사건,

 낮에 우리 회사 앞 S빌딩 앞에서 어떤 여자와 녹차라떼 빨다가

 맞딱들인 그 광경.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내 눈 앞을 지나가지만,

 모든 의혹들이

 윤기와 광채나는 그의 외모에 가려져서,

 나는 다시 판단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혹시,

 니가 나를 좋아한다면,

 난 다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지연씨, 잘 지냈어요? 오랫만이예요..”

 

 이건 뭔, 개소리인가.

 

 “네? 엊그제 봤잖아요!! 회사 앞에서..”

 

 “아, 그렇죠.. 근데 그건 지나가다 본 거니깐...”

 

 냉정한 자식.

 그것도 만난 것이다,

 내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일이었는데,

 내게는 상처를 남긴 일이었는데,

 이 자식에게는

 그저 작은 타박상같은 일에

 불과했나봐!

 

 “우리 차 한 잔 할까요?”

 

 뭐지.

 지금 여섯시인데,

 뭔 카페야..

 

 “아...네!”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혹시 집에 도로 가라고 할 수도 있으니깐.

 

 딸기케이크 한 조각,

 아메리카노 두 잔.

 

 나는 케이크를 한 스푼만 먹었다.

 

 두 수푼이면,

 다 헤치울 것 같은 케이크를 아주 조금 떠 먹으니,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지연씨...”

 

 그의 눈이 떨린다.

 뭔가 감춰놓은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입은 청색 린넨 셔츠도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또 말해버렸다,

 내 마음을..

 

 “셔츠 되게 잘 어울려요, 청색 린넨 셔츠요..”

 

 “아.. 네”

 

 그가 웃는다.

 아,귀여워.

 

 “아, 그 날 너무 죄송해요.”

 

 그가 흰 봉투를 꺼내서 내민다.

 

 “제가 카드에 돈이 없는 줄 몰랐어요, 요즘 정신이 없어서….”

 

 헉.

 불안한다..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거니.

 드라마에서 많이 본 장면같은 느낌.

 

 ‘얼마면 되겠니?’이러면서,

 돈봉투를 휙 던지며 사라지는 사모님들.

 그런 느낌을 풍기는 동철씨는

 나를 점점 불안하게 했다.

 

 “받을 수 없어요!!”

 

 단호하게 말했다.

 

 “아, 제가 너무 미안해서요,

 제가 실례한건데, 이렇게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뭥미,

 그럼 꼴랑 이걸 줄라고 오라고 한 거니.

 

 “됐어요! 내가 쏘 걸로 해요, 오늘 그냥 저녁 사세요!”

 

 그가 말이 없다.

 혹시,

 카페에 온 것도,

 나랑 밥 안 먹을라고?!

 이런 망할.

 

 배고팠지만,

 잘생긴 동철씨의 얼굴에

 잠시 정적해주었던

 뱃가죽이 출렁출렁.

 

 '주인님, 탄수화물 좀 투척해줘!!’

 

 이렇게 개난리를 치는 듯 하였는데,

 

 “아.. 그게. 제가 오늘 저녁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런 말을 나불나불.

 뭐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

 

 “급한 일이 있으면, 저녁 때 보자고 하지 말아야죠?

 왜 딱 밥 먹을 시간에 사람 부르냐구요!!”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갑자기 바늘처럼 찌릿한

 예쁘지 않은 여자들의 시선.

 여기, 소개팅 메카였니.

 

 갑자기 서먹하게 차와 케이크를 먹던 여자들이,

 맞은편에 앉은 남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너 나 케이크 먹고 보내려는 거니?!’

 

 이런 눈빛들로.

 

 “그게... 제가 그 생각은 못했어요,

 밥이라도 먹고 헤어지면 좋은데..

 급한 일이 생겨서, 며칠동안 서울에 잠깐 동안 없거든요.”

 

 입술 직전까지 쌍욕이 분출할 것 같았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화가 나서 화가 똥배가 되어,

 배가 쏙 튀어나올 것도 같은 느낌.

 한마디로

 완전 개짜증!!

 

 역시나,

 웬 삼청동?!

 그것부터 내가 ‘네고’를 하고 나왔어야 했다.

 고기집이 즐비한 거리에서 만나자고.

 

 더 이상은 존심이 상해서 안 될 것 같았다.

 

 행여나,

 고백에 대한 답변이라도 들을 줄 알고,

 자갈 밭에 피어오르는 고구마 뿌리같은 희망을 갖고 나온

 내가 미친녀자지!

 

 “여기 카드요!”

 

 씩씩거리면서 그의 돈 따위도 없는 남루한 카드를 돌려줬다.

 

 “아, 그거 이미 정지했어요.”

 

 뭥미, 씨불.

 

 지금 나 의심한 거?

 내가 뭐 거기 남은 이만원 이하에 천원 쪼가리 몇 개라도

 사용할 것 같았나보지?!

 아우, 나 정말, 열받아서 참나.

 행여나 내가 거기 남은 뭐 일이만 삼천 오백원 정도라도 썼을라고?!

 

 이런 뭐 거지같은!!

 드아아악!

 더 이상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 좋은 시력을 망가뜨려서라도

 너를 잊겠노라!!

 

 “알겠구요, 그럼 저 돈 가져갈께요!!”

 

 나는 먼저 일어섰고,

 내게도 개딱지같은

 존심은 있는데..

 모든 게 짓밟힌 듯한 느낌.

 

 대체 얼마나 들었길래?!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흰 봉투를 열었다.

 

 팔만원.

 진짜 딱 밥값이네...

 이런 밥맛없는 자식 같으니라구!!

 아니다,

 밥값보다 적다 적어!

 

 내 십만원만 되어도

 정녕 그냥 갈 생각이었으나,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인정머리없는 자식 같으니라구!!

 

 육천원이 모자라기도 하다.

 밥값은 팔만 육천원이었으니.

 

 사실 손해 본 것이 육천원뿐인가.

 내 시간, 열정, 순수한 마음 등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어쨌든 그냥 돌아가기에는

 기분이 아주 더럽다는 거지.

 

 그가 내 뒤로 주섬주섬 걸어 나왔다.

 눈이 마주쳤다.

 

 오기가 발동했다.

 뭔가 지는 이 기분이란 뭐란 말인가.

 

 쏘쏘,

 나는 ‘쿨걸’인지라,

 대학, 진급 등 모든 것을 다 지고 살았지만..

 

 하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돌아갈 수 없다!!

 

 “저기요!!”

 

 그가 주섬주섬 다가와 말했다.

 

 “지연씨, 너무 급하게 나가시길래... 화나신 거 아니죠?”

 

 “났는데요! 왜 제 질문에 답 안해요?”

 

 그가 말이 없다.

 그냥 나를 쳐다보는데,

 흰 봉투를 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 정말, 모르겠다.

 이 남자.

 진짜 팔만원이 정말 좀 깨긴 깼는데,

 그래도 너무 잘생겼다..

 드아아악!

 

 “뭘요?”

 

 “내가 저번에 사귀자고 해잖아요!!”

 

 망부석같은 동철씨의 표정.

 

 나는 정말 참으로

 구질구질, 꾸리꾸리해지고 있었는데,

 마치 헤진 내복으로 방구석을 구석구석 닦는 기분이랄까.

 

 흔들리는 눈빛.

 뭔가 불안한데, 그가 입구멍을 열었다.

 

 “그게... 지연씨 참 밝고 재밌는 사람인데요, 안 될 것 같아요.”

 

 “뭐가요? 뭐가 안되는데요?”

 

 내 얼굴이 안 된다는 거야?! 그럼 뭐야?!

 대체 뭐 이런 오락가락 하는 돌아이같은 게 다 있는 거야!!

 

 그가 또 말이 없다.

 이 자식..

 기럭지도 참 길다.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잘생긴 그의 얼굴에 대한

 존경심이 들기도 하고,

 세상 참..

 나는 그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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