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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풍기문란 종자들을 거둬내겠다우!
작성일 : 17-07-31 13:52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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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이 답답하다.

 퀙, 퀙, 퀙.

 뭔가 잘못되고 있다.

 나의 의도와,

 무척 다르게..

 순간 얼굴이 후끈!

 몸에서 포도당이 쏙 빠져나가는

 무력감이 엄습했고,

 

 그녀, 순하디순한 양같아보였던 그녀가

 쥑일 듯이 나를 응시했다.

 

 “썅, 내 남편이야!”

 

 헐.

 이들의 사이는..

 나같이 하찮은 것이 낄 사이가 아니었어.

 내가 관여할 사이가 아니었구나!!

 나 또 뭔짓을 한 것인지.

 

 순간 지하철에 흐르는 정적.

 범죄의 순간

 여성을 보호하려는 사명감에 불탔던 나는

 남의 부부생활이나 방해하는

 미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킥킥거리면서

 나를 쳐다봤고,

 내가 여자 피해자와 남자 가해자로 판단했던

 이 남녀 세트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 것인가.

 시청 전 역이다.

 내려야 하는가.

 순간 갈등했지만, 내리지 않기로 했다.

 

 내리면 지는 것이다!!

 지면 안 된다!!

 나는 바른 일을 한 것 뿐이라구!

 

 “그.. 그러게 왜 지하철에서 그러..시냐구요..”

 

 내가 쪽팔려서,

 얼굴을 버벅거리면서 말하자,

 사람들은

 뒤에서 킥킥거렸고,

 이 부부는

 더욱 씩씩거렸다.

 

 하지만,

 니들도 잘못이 있으니,

 나를 그만 좀 째려보라우!

 

 지들이

 ‘풍기문란’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나같이 정의에 넘치는 여성이 오해할만큼!

 

 이 아침에 신성한 지하철 안에서.

 감히 아침부터

 무슨 짓거리란 말이냐!!

 

 아침부터

 망할 잡귀가 씌인 것인지,

 왠지 오늘 하루도

 다사다난할 것만 같은 느낌.

 

 어디 고양이 가면이라도 있다면,

 두 눈을 가리고 내리고 싶은 심정.

 

 아니나 다를까.

 점심시간에

 설렁탕집 줄을 기다리던 우리팀 막내 성혜교가

 스마트폰을 보다가,

 ‘푸하하핫’ 웃어댄다.

 

 사람들에게

 성혜교가 보여준 기사 하나.

 한 언론사의 ‘오늘의 유머’ 섹션에 오른

 ‘지하철의 웃기는 세 남녀’.

 

 내 얘기였다..

 오전에 시청역에서,

 한 여자가

 뒤에 있는 남자가 한 여자에게

 변태짓을 하는 줄 알고, 제압을 하고,

 싸움을 걸었는데,

 알고보니 부부였다고,

 그녀(나)는 얼굴을 푹 숙인 체 지하철에서 탈출하듯

 내렸다는 얘기.

 

 탈출은 무슨.

 역시 언론은 뻥이 많아! 순 뻥쟁이들!!

 

 그리고..

 그 여자가 완전히 ‘새 됐다’는 어떤 망할 잡 것의 관찰담.

 아래의 미친 댓글, 586개.

 백수가 차고 넘치는 사회의 폐허가 이런 것이지.

 지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일에 관심많은 잡것들 같으니라고!!

 

 성혜교가

 잇몸이 간드러지게 웃었다.

 

 “이거 진짜 웃기지 않아요? 이 여자 진짜 오지랖이다.”

 

 그녀가 웃자, 사람들도 기사를 읽더니 한마디씩 했다.

 

 “아니, 그러니깐 왜 남의 일에 상관해,

 자기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

 

 “그래도 지하철에서 보기 흉하게 그러는 사람들도 문제죠!”

 

 “셋다 똘아이죠! 뭐!!”

 

 이 망할것이,

 어디서 이 용맹스런 여성 시민에게 '똘아이'라는 막말을?!

 이것을 확!!

 

 나는 그 말에

 눈이 홱 뒤짚히고 말았다.

 어디서 나를 디스질이야!!

 

 “야! 당연히 공공장소에서 남자가 뒤에서 그러고 있으면,

 여자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걸 걍 보고 마냐고.”

 

 사람들의 눈빛이 뭔가를 알겠다는 ‘호기’넘치는 눈빛으로 촉촉해진다.

 

 우리팀 동료가 말했다.

 

 “하하, 나 느낌 온다, 느낌와.. 이거 혹시 또 천대리 아니야??"

 

 “뭐요? 아니거든요!!”

 

 “아니, 흥분하는 거 보니깐 또 뭐 아침에 사고 친 것 같은데?!”

 

 “아니라구요!!”

 

 갑자기 내가 노발대발하는데,

 뒤에서 설렁탕을 흡입하고자 줄을 기다리던

 두 명의 여자가 나를 보면서,

 뭔가 서로 귓속말을 하더니,

 다가왔다.

 

 “저기요.. 아침에 그 지하철에서 그 분 맞죠? 부부한테 뭐라고 하셨던...”

 

 망했다.

 제길슨.

 왜 대체 뭘 안다고, 아는 척이나고!!!

 

 “아.. 그게.. 저..”

 

 사실, 난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한다.

 

 “맞잖아요! 저희도 아침에 그 옆에 있었는데, 진짜 놀랐어요. 여자분이 당하시는 줄 알고,

 뭐라고 하시길래 잘 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부라니.. 진짜 황당해서!!”

 

 우리팀 팀원들이 더욱 거세게 킥킥거리기 시작한다.

 

 김부장은어제 만난 술집 마담한테 전화가 왔는지,

 잠시 설렁탕 줄을 이탈하여,

 조금 멀리서 전화를 받으며,

 다른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런 망할 잡것의 중년같으니라구!

 불륜 비슷한 것을 저지르는 사악한 저런 인간은

 저리도 들키지도 않고,

 잘만 사는데

 나는..

 대체 왜?!

 

 오늘 이 사건 만큼은

 저 시키한테 걸리지 않아서,

 참말로 다행일세.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댓글이

 나의 신성한 정의감을 모독하는 말 뿐이었으나,

 그 두명의 여자들은 달랐다.

 

 나를 알아 본 것이야.

 누군가는 나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 오해하고,

 지적할 만한 풍기 문란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과반수가

 절대 인정해주지 않는 나의 선행.

 그저 폭탄 웃음거리!

 

 오직 이 두 여자만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있었다.

 

 그녀들은 회사 앞 카페에서 일한다면서,

 나에게 커피 쿠폰 두 장을 줬다.

 

 "오늘 최고였어요!

 (엄지척) 시간날 때 꼭 오세요!"

 

 “오~~~!!”

 

 미친 이과장이

 영혼 없는 칭찬의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한결 뿌듯함도 있었다.

 은근 누가 나를 알아봐주고,

 주스 쿠폰, 바게뜨 쿠폰, 화장품 쿠폰 등을 주고,

 서울시 명예 시민으로 추천하는 일까지 상상해보았으나!

 

 그것은

 아침에 지하철 그것들이

 부부가 아니라,

 진짜 여자 피해자와 남자 가해자 일 경우의 얘기.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런 게 아니었으니,

 나에게는 커피 쿠폰 두 장.

 

 주접스럽게,

 이 과장은 그걸로 오늘 커피를 쏘라고, 궁시렁거렸고,

 나는 오늘 저녁에 ‘동철씨’를 만나는 의미있는 일도 있으니,

 커피를 쏘겠다고 했다.

 

 다시 카페에 가자,

 나를 지하철의 '소영웅' 정도로 취급하는 그녀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고,

 우리팀 잡것들은 지 돈을 낼 때에는 ‘아메리카노’ 이러더니,

 오늘은 뭐

 달달한 것이 땡긴다면서,

 ‘모카 프라프치노’요, ‘캬라멜 마끼야또’ 요. 이러고 앉아 있었으니.

 

 예의없는 것 같으니라고!

 

 한 때 영업왕을 꿈꾸던 아버지가 말하셨다.

 다른 사람이 커피를 쏜다고 할 때에는,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요!”

 

 이렇게 말하라고.

 그게 우리같은 미생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이것들은

 가정 교육이 되어 먹지를 못했다구!

 

 나는 퇴근길에도,

 동철씨와 약속한 곳을 향해,

 지하철을 타려고 했으나,

 혹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선택했고,

 혹시 버스에서도 누가 나를 알지 않을까 걱정했다.

 

 요런 게 혹시 스타병이니?!

 혹시 그렇다 해도,

 

 아... 아임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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