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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고자 호랑이의 괴성이 지하철에 울려 퍼질때..
작성일 : 17-07-31 13:51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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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스러운 이 상황.

 

 밤이 되었다.

 나의 나와바리, 고향, 내 동네에서의

 산책에 나섰다.

 

 “이 향긋한 돼지 갈비 냄새!”

 

 우리 동네는

 밤공기가 참으로 좋다.

 

 촉촉해 촉촉해!!

 그 근원은 바로 즐비한 갈비집이었으니..

 

 고기향이 엄청 풀풀 난다.

 

 회사 밀집 지역이 아니라서,

 잘생긴 꽐라들은 없지만,

 아저씨 인구라도 높은 편이라서,

 나름 음기도 있는 편!!

 

 혹자는 고기 냄새가 진저리가 나서,

 이 동네가 싫다고 하지만,

 나와 마리는 다르다!

 

 고기 냄새를 맡으면서,

 꽐라들로 피페해진

 영혼을 달래는 고기집이 즐비한 거리를 지날 때,

 그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깐.

 

 온종일 꼰대, 노땅들로부터

 악의 영향을 받아 메마른 감성이

 촉촉해지는 느낌이랄까.

 

 누구나은자기 동네에

 맛있는 고깃집이 하나쯤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누구든 이런 고기냄새를 허구헌날 맡으면 좀 싫기 마련이다.

 365일,24시.

 고기의 마력을 만킥하는 자는 많지 않다.

 제대로 고기를 사랑할 줄 아는

 한 여자, 김마리.

 그녀가 날 부른다.

 

 "지연아!!"

 

 돼지고기처럼 달려온다.

 수십 개의 맛있는

 고깃집을 섭렵한 고기의 여자,

 김마리.

 

 육중한 몸뚱이를 흔들고,

 고기 골목을 지나가면,

 마치 일수장부를 찍으러 나온 채권자를 대하듯이

 이 동네의 가게 주인들은

 굽신굽신.

 

 “아줌마, 안녕하세요!”

 

 “오늘 손님 좀 많아요? 아저씨?”

 

 “고기 냄새 쥑이네~!!"

 

 “저번에 나 목살 먹는데,

 돌 씹는 줄 알았어요, 너무 팍팍해~”

 

 아저씨가 대역죄인이라도 되는 듯,

 맛없다는 마리의 한마디에

 머리를 조아린다.

 고깃집이 즐비한 거리를 지날 때마다,

 가게 주인들은 굽신굽신 마리에게 인사를 한다.

 모두가 마리에게 안절부절.

 마리는 모든 고깃집 VIP.

 

 돼지 갈비, 돼지 삽겹살, 목살 마니아.

 그녀는 부위별로 선호하는 가게를 두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먹는다.

 

 소고기는 돼지고기가 물릴 때쯤,

 한 번씩 먹을 뿐.

 그녀는 아무리 더 많이 벌어도,

 돼지고기를 소고기보다 좋아할 것이 틀림없다!

 

 마리는

 돈을 계산할 수 있는 나이 가 된 후부터,

 홀로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주문하고 구워 먹었다.

 

 마리와 나의 인연은 8살에 시작되었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내 생일은 3월 2일,

 새 학기의 첫날,

 나같은 비주얼, 게다가 통성명만 한 사이에

 누가 생일을 챙겨 주겠는가!!

 우울함이 제길슨.

 

 동네에서 꽤 잘 살던 마리의 지갑은

 늘 두둑했다.

 작은 건설 회사를 운영했던 부모님은 늘 바빴고,

 그럴수록 마리의 지갑은 두둑해졌다.

 

 미미인형이나 토나의 집 같은 장난감 선물은 커녕,

 홍합이 든 미역국에 쌀밥 한 그릇이 고작이었던,

 9살의 조촐한

 내 생일.

 그때 난 무척 우울했다.

 

 마리는

 나와 함께 피아노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너털너털

 우울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나의 손목을 잡더니

 돼지갈비 집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여기 돼지 양념갈비 2인분 주세요!”

 

 주인 아저씨는 당황했다.

 

 “부모님은 같이 안 왔니? 둘이 먹으려고?...”

 

 “네! 먹고 더 시킬 꺼예요, 빨리 주세요!”

 

 당시 나는

 마리의 당당한 자태와 재력,

 그리고 따뜻한 마음씨에

 그녀의 평생 절친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저씨는 직접 우리 자리에 와서

 고기를 구워주셨다.

 

 물론 마리는 구워진 고기마다,

 자기 입에 넣기 바빴지만..

 

 “아저씨! 돼지고기는 그렇게 자주 뒤짚으면 안돼요!”

 

 고기를 못 굽는 어른이라면,

 나이 따위가 문제더나!!

 훈육하기도 했다.

 

 그녀는 남달랐다.

 아저씨는 마리의 눈빛에 쫄아서,

 더욱 성의껏 고기를 구웠다.

 

 그렇게

 마리와의 우정을 약속했고,

 우리는 20년이 넘게 고기와 함께

 한동네에서 성장했고,

 우리의 우정을 숙성시켰다.

 그 이후로 우리는 몇 천 접시의 돼지 고기를 먹었고,

 32세의 육중한 여자들로 성장했다.

 

 한밤에

 풀과 나무와 야채들이 살아 숨쉬는 공원이 아닌,

 텁텁한 고기 가게가 즐비한 골목을 산책하자는 마리와

 기쁘게 산책하는

 육즙같은 진한 우정을 쌓게 되었다.

 

 “야! 내일은 진짜 확 끝내버리던지,

 그 자식 확 잡아먹고 들어오던지 해!”

 

 “모르겠다... 정말”

 

 “한판 굽고 갈까?”

 

 마리가 묻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내일의 만남이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니.

 

 물론

 하룻밤의 절식으로 미녀가 되기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배가 덜 나와 보이는 효과는 있는 것이야..

 

 꿀꿀한 밤이도다.

 꿀꿀꿀.

 

 옷고 그럭저럭, 헤어스타일도 그럭저럭,

 기럭지는 약간만 그럭저럭,

 얼굴만 어떻게 간당간당하게 보통이라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고기향 진동하는 밤이 지나고,

 아침이 도착했다.

 지옥, 아니 사옥으로 나가야 하는 슬픈 직장인.

 

 내 얼굴, 몸이 그렇다.

 지하철이 그 투명한 유리로 보이는.

 

 갈아타는 동대문,

 그리고 다시 환승.

 시청역으로

 향하고 있다.

 

 밀려밀려 탔다.

 납작가슴이라서 천만다행.

 많이 불안하지가 않은 이유.

 

 그렇게 도착하려는 회사,

 시청역을 두 정거장 앞에 두고,

 나는 갑자기 ‘후끈’ 내게 전이되는 열,

 '한바가지'를 느꼈다.

 

 나 말고,

 어떤 여자가 몸을 흔들수록, 뒤에서 몸을 밀착하여,

 비비는 한 새끼!!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는

 얼굴은 그저 그랬으나,

 심장은 조막만할 것 같은,

 배포가 아주 작아보였다.

 사회 초년생 쯤 되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게 지나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임할 수 없는 이 상황.

 

 이 비좁은 곳에서,

 나는 그를 어떻게 제압하고,

 6년째 오가는 이 시청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간다운 본분을 보여야 할 것인가.

 아하!

 내게는 족발같은 팔이 있었지!!

 

 나는 뒷 팔을 ‘퍽’ 쳐들었다.

 

 ‘으헉’

 고자 호랑이의 괴성같은 게 열차 안으로 울려 퍼졌고,

 뒤를 돌아봤다.

 쿨하게 말했다.

 

 “앗 쏘리!”

 

 뭐지. 갑자기 한국 가요인데,

 ‘쏘리’ 같은 영어가 나온 탓인지 나도

 모르게 영어가 흘러 나왔다.

 

 “뭐야!”

 

 그 놈이

 소리를 지른다.

 이런 개매너 같으니라고. 지는 온갖 변태짓을 다 하더니,

 내가 족발같은 팔뚝끝으로 살짝 쳤다고 해서,

 어금니가 빠진 것도 아닐텐데,

 어디서 반말을 찍찍거리는 것인가!!

 

 사실 진짜 그냥

 한 대만 치고 말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내 오늘 너를 제압하지 못하면,

 오늘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느니라!

 이런 생각이 온몸으로 퍼져 올랐다.

 용맹스런 기운이 불끈!

 

 “니 몸에 한 대 맞은 건 아프신가보죠?”

 

 사람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봤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남자가 나를 노려보며,

 나는 갱년기 여자처럼 벌개진 얼굴로 쳐다봤다.

 

 “패대기 당하고 싶지 않으면,

 거시기 간수 똑바로 해,

 졸리면 눈이나 비비지 왜 뒤에서 지랄이야?!”

 

 헉.

 순간 놀랐다.

 내가 뭔 말을 한 것인지.

 용맹이 조금 과했던 듯, 혹시 이 남자가 나를 두들겨 패지는 않겠지?

 

 갑자기

 옆칸까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쌍방향의 시선들.

 

 이 비좁기로 비좁아

 겨드랑이 틈조차 좁혀서, 자리를 확보해야 하는

 완전 똥같은 타임에 지하철에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체 나는 지금 뭔 짓을 한 것인가!!

 

 순간 남자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너무 빨개서 타서 소멸될 것만 같은 얼굴.

 

 ‘으허허헝’

 갑자기 그의 앞에 있던 여자가 울기 시작했다.

 내가 보호해주려던 그녀.

 

 헉.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

 내가 너무 뭔가 잘한 것인가.

 그녀의 10년 묵은 체증이 훅 풀려서 그런 것인가.

 갑자기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는다.

 

 내가 아침부터 귀하고 귀한 팔뚝 힘까지 썼건만,

 이 시키가 아직도 정신이 들지 않은 것인지,

 분노의 침을 삼키며,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교련 선생님처럼,

 남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침부터 경찰서 한 번 가볼테야! 지금 지하철에 뭔 변태짓이야!”

 

 그런데 이건 뭥미?!

 내가 남자의 팔을 낚아체 젊은 여자의 가늘고 가느다란 팔로부터

 분리시키려고 하자,

 내가 보호하려던, 나의 정의감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마치 드라마 ‘M’의 귀신처럼 나를 째려보며,

 나에게 무척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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