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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여자는 안 튕겨야 제 맛이라우!
작성일 : 17-07-31 13:51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2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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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면상인데,

 부자연미가 뚝뚝뚝.

 이마 끝에서 턱 밑까지 떨어진다.

 

 “누..구세요?”

 

 “누나! 나야. 추남이”

 

 앗, 또 튜닝 했나 이 자식,

 정말 더 못 알아보겠다.

 이러다 참말로 우주로 가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듯.

 외계인같은 그의 면상.

 그래도 전보다 훨 낫기는 하다.

 

 하지만 대놓고, 그의 얼굴을 디스할 수는 없었으니,

 이런 걸 신분의 차이라고 하지.

 얘와 나는 신분이 다르므로.

 

 “아! 추남씨. 더 맛.. 아니 멋있어졌어..”

 

 피식거리는 추남이.

 속으로는 이런 느낌.

 구라야, 짜샤!

 

 “왜 이렇게 보기 힘드냐? 1년만인가?”

 

 “참, 너 해외 지사 나갔잖아?”

 

 “들어왔어. (귓속말) 나 별거중이거든!”

 

 에르베이터에 탔다.

 

 “누나는 남자 생겼어?”

 

 “없다…. 맨날까여..”

 

 추남이는 내 얼굴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더니 얘기했다.

 

 “안되겠다! 자기계발비로 누나 튜닝 지원이라도 해주라고 해야겠어!”

 

 고맙다, 따뜻한 추남이의 마음.

 니가 황태자가 아니었다면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야!!

 

 내 등을 툭 쳤다.

 사원을 격려하는 그런 상사의 포스로.

 

 “조만간 맛난 거 먹자! 근데 아직도 대리냐?”

 

 존심이 팍, 무너졌다.

 나의 명찰.

 차라리 ‘유성매직’으로 과장 대기중이라고 써놓고 다녀야 하는 것인지!!

 더 이상은 받고 싶지 않은 질문이란 말이야.

 

 일류대는 아니지만, 어중간한 대학도 나오고,

 흔하다는 전교 일등도

 강북에서 한 번쯤 해봤었다.

 이런 존심 구겨지는 말들에 익숙해진 나는

 정녕 이 사회의 일꾼이 된 것인가.

 

 갑자기

 에르베이터의 직원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만년 대리 처음봤니?

 드라마에 많이 나오잖아!!

 

 저들은 나를 그저 회장 아들과 대화하는 대리로 기억하겠지..

 '대리 탈출'같은 책이 있다면,

 당장 사읽고 싶은 이맘.

 

 구겨지는 내 표정.

 

 “내린다, 그럼 담에 봐!”

 

 어깨가 좁은 내 친구, 아니 황태자는

 그렇게 간만에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제길슨!!”

 

 저질스럽지만 고요하고, 바닥에 깔린 열정이 있는 사무실.

 

 구겨지는 존심, 졸고 있는 김부장,

 야한 사진으로

 아침 정신 일깨우는 양과장.

 

 정적이면서도 묵묵한 마케팅 1팀의 아침.

 들릴락말락한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동철씨의 깨톡,

 

 “지연씨, 잘 지내셨어요? 어제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다시 연락을 못 드렸네요.

 언제 한 번 뵐까요?”

 

 헉, 어제 딴 년이랑 길바닥 돌아다닐 때는 뭐고.

 참으로 남자들이란..

 내가 어제 획 돌아서서 가서 미안했던 건지 뭔지.

 마음이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이걸 대체 어째야 하는 것인지, 뭔지.

 

 어디서

 어의가 콧방귀 뀌는 소리를 하고 앉아 있는 것인지,

 나는 ‘씹기’로 바로 결심했다!!

 

 오늘까지 완료하기로 한 보고서.

 아직 6월, 이제 5개월 남은 기간 동안

 마치 고3이 수능을 준비하듯이

 온 열정 바쳐

 반드시 진급 하리라!

 

 흥흥,

 절로 콧방귀가 나왔다.

 이 자식, 열정에 태클 거는 소리하고 있네!

 

 동료들이 내 의견에 태클이 아닌,

 과도한 열정에 태클을 거는 그날까지

 뚜벅뚜벅 뚜벅이,

 아니 오뚜기처럼 걸어가리라!

 

 하지만, 왜 이리도 일에 집중이 안되는 것인지.

 

 야한 사진 감상을 마친 양과장.

 그가 탕비실로 믹스커피를 마시러 간다.

 분명 계단에서 총무팀 비품 담당하는

 고 아이랑 ‘얼레리 꼴레리’를 할 거야.

 

 내가 총무팀 고 아이와 같인 지하철 라인에 산다는 것을

 간과한 것인지,

 그는 우리 동네에서 그녀와 모텔을 들어가는 것을 내게 딱 걸렸다.

 문제는..

 나는 저들을 보았지만,

 저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는

 비루한 사실.

 

 양과장은 한 번만 내 비위를 건드리면,

 지대로 폭탄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나 왤케 김정은 같니.

 핵폭탄같은 얼굴, 아닌 성격을 가진 여자!

 너무 드세다..

 

 김부장이 나를 갈굴 때마다 옆에서 부추기는

 시누이 쯤 되는 게

 저 놈 시키, 양과장.

 남에게 관심을 끄자!!

 

 뉘엿뉘엿,

 한 시간이 지났다.

 마음이 텁텁해진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역시 아무말 없는 이 남자.

 이런 게 이심전심이라는 것일게다.

 

 두 시간이 지났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지.

 내 마음도 바뀌었다.

 

 그래! 사람이 연락을 하면 답장은 해줘야 한다.

 연락을 씹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그렇고 말고.

 답문을 보냈다.

 

 “아, 네. 어제는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답이 없다.

 헉,

 잠시 갈등했지만, 한번만 더 들이대기로 했다.

 

 “그럼 오늘 뵐 수 있나요?”

 

 사람들이 나를 쉽게 보는 것은

 다 이런 이유인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난 또 먼저 말해버렸다.

 니가 내 맘에 있노라.

 난 구질구질하도다..

 하지만,

 마음을 속이는 것보다는 낫지!! 그렇고 말고!

 

 십분 후 답장 도착.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혹시 내일 괜찮으세요?”

 

 내일이라..

 지금 튕기는거냐..

 

 왜왜??

 당췌, 오늘은 왜 안되는데?!

 

 오늘, 어제 그 여자라도 만나러 가는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갑자기 분노를 살짝 느끼기도 했으나,

 미저리스럽게 변해가는 나를 ‘컴다운(come down)’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이러지 말자, 말자!

 

 “아, 그래요! 그럼 내일 뵈요, 무슨 말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단호박처럼,

 좀 도도하게 말해 보았다.

 까일대로 까이고,

 쪽팔림 당할 대로 당한 이놈.

 더 이상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요즘

 그 화석처럼 들러붙을 것만 같은

 '대리 딱지'를 한번 떼어보고자,

 고3같은 커리어 우먼의 자세로

 빙의할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마음속에 개판이 일어났다.

 

 또 생각나는 그의 얼굴.

 오늘 아침에 내 방 벽에 붙은

 그의 사진을 떼어내고 나왔건만,

 뭔 이유인지 내게 찹살떡처럼 거부할 수 없게

 철썩!!

 그가 내 맘속에

 다시, 다가왔다는 거.

 

 천지연,

 이러면 안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커리어우먼의 꿈을 접어서는 안 된다!

 

 갑자기 어제 동철 씨의 옆에서

 얼굴, 옷차림, 아우라까지 갖춘

 기세 등등한 그녀가 떠올랐다.

 

 근데 어제 그녀는 대체 뭐고,

 나를 왜 보자고 하는 건지?!

 

 저번에 내 그 속사포같은 고백은

 거절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인지.

 이딴게 바로

 희망 고문?!

 

 뭐가 이리도 복잡한 건지,

 절친 수지가

 성형으로 기대 이하로 무너진 얼굴을 직면했을 때,

 좌절없이!

 당당히 ‘비혼’을 선언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배신을 하지 않는 건 딱 한가지 밖에 없어.

 내 실력! 그게 내가 워커 홀릭으로 살기로 작정한 이유거든!”

 

 다리와 심지만은 굵다고 자부하면서 살았는데,

 남자에게만큼은

 뭐 이리도

 갈대처럼

 마음이 흔들흔들 하는 것인지..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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