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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흑역사'를 유발하는 얼굴... 잠깐 치워주겠어?!
작성일 : 17-07-31 13:50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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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맹스러운 여자는

 반드시 접대! 아니, 대접을 받는다.

 

 회장님의 초대로 회장실을 방문했다.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다니! 감격이 온몸에 진동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고, 휘까번쩍한 회장실에서,

 번쩍번쩍거리는 회장님의 대머리를

 가까이서 대놓고!!

 보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진행된 탈모군..

 

 내가 먼저 악수를 청하였다.

 그다지 영광스럽지는 않았다..

 잘생기고 젊은 남자가 청한 박수 따위는 아니었으니!

 

 “고맙네, 자네같은 사원이 있어서 내가 명을 단축했네!”

 

 역시 어느 집구석이든지 자식 걱정하는 건 다 똑같구나..

 

 회장실에 함께 있던 홍보팀 부장은

 평소 예쁜 여직원만 밝히기로 유명하여,

 내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아 쌍방에 쌩까는 사이였는데?!

 

 이렇게 생글거리면서, 웃는 것은

 처음 보았다.

 

 “아이고! 우리 천대리가 아주 인품이 훌륭한 인재입니다. 외모도 참 참하구요!”

 

 착한 외모라, 저 오묘한 의미란.

 당황스러운 칭찬이었지만,

 난 히죽거렸다.

 

 회장님은 나에게 가족관계, 학력, 고향 등 인사부 팀장보다 더 세세하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고,

 난 따박따박 성실하게

 대답을 했다.

 

 “혹시 남자친구 있나?”

 

 비서가 내어놓은 모나카를

 우기적우기적 씹으며, 말했다.

 

 “아..아녀 없는네염.(쩝) 고백했다가 지난주에 차였어요.

 그래서 제가 어제 구해볼 용기가 났다고 해야하나...!!

  그랬습니다!! 동병상련 같은 거죠!”

 

 "동병상련?"

 

 "저도 종종... 얼굴때문에 살기 싫은 순간이 있었거든요!"

 

 회장님은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자신의 어리버리한 막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에 둘이 저녁 식사를 하라며..

 상대는 뭔가 반발하려는 듯 했으나,

 '카드'를 뺏는다는 말에,

 수긍한 듯 했다.

 

 그리고 호텔 중식 레스토랑을 예약하셨다.

 

 “저.. 낮에 짜장면 먹었는데...”

 

 회장님은 빙긋 웃었다.

 그는 메뉴를

 일식으로 메뉴를 바꿨다.

 매너가이! 같으니라구.

 

 올레!!

 난 순간

 이 거대 중견 식품업체의 며느리가 되는 줄 알았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사람들은 내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뭐라셔?!! 천대리? 응?”

 

 평소 나를 골리고 갈구는 재미에 사는 김부장이

 제일 설레발이었다.

 

 “네? 그냥 별일 없었어요..”

 

 쿨내 진동하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 착석하여,일을 하려고 하자,

 김과장이 내 노트북을 훅 덮었다.

 이런 썩을 자식!

 

 “아니! 그러지 말고 말 좀 해봐! 뭐 해주신데?!”

 

 난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글쎄, 며느리?!”

 

 웃자고 한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냉랭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구나’

 이런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비밀스럽게 회장님의 아들과 식사를 했다.

 프러자 호텔 일식 레스토랑.

 

 그는 나보다 오 분 일찍 도착했다고, 설레발을 떨었다.

 

 “진짜 고마웠어요, 어제”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신의 연애 흑역사를 고백했다.

 더욱더 진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이란.

 

 지금은 그와 나의 신분이 달라도,

 전생에 무슨 가족 정도 되지는 않았을까.

 

 가까이서 보니깐, 더 못생겼는데,

 고마운 것을 아는 거 보니 예의가 있군.

 

 나도 그에게 답례하고자

 핵폭탄같은 연애담을 쏟아냈고,

 그는 웃다가,

 휴지를 꺼내서 눈물을 닦기도 하면서,

 내게 폭풍 공감을 했다.

 

 신분의 차이란,

 종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얼마나 부유한 사람의 배에 안착했는지의 미묘한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회장님의 아들,

 내 앞에 앉아있는 그 남자,

 ‘남추남’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름도 추남이라니..

 

 가을에 태어나서 그렇단다.

 

 첫째누나는 남봄녀, 둘째 누나는 남여름, 그는 남추남.

 

 계절이름을 따서 지어야

 사시 사철의 기운이 집안에 뻗쳐서,

 식품 기업의 부와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어느 동네, 무당의 말에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고.

 

 추남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다.

 

 나는 그와 부쩍 가까웠고,

 서 너번 만나면서 추남이는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긴 것인지,

 아니면 진짜 눈알이 좀 이상한 것인지,

 진짜..

 나를 좋아하는 듯한 코스프레를 했다.

 

 우리는, 달달하게!

 파스타도 먹고, 영화도 한 편 보고,

 경리단길에서 둘이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 부족한 3%가 있었으니!

 나는 추남이가 내 몸에 손을 대자 알 수 있었다.

 뭐 남녀가 데이트를 하다보면,

 그런 순간이 오지 않는가!

 호기의 순간.

 만지고 싶은 순간.

 이제는 만져봐야 더 만나도 될런지 알 것 같은 순간.

 

 입술을 너머 가슴에 손이 온 그 순간..

 그건 뭐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추남이의 얼굴이 내 얼굴 가까이 왔을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앗! 시발!!”

 

 추남이도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내 얼굴에 숭숭 뚫린 모공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우린, 서로 경악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목청으로 말하고 있었다.

 

 '우린 서로의 얼굴을 인정할 수 없어!'

 

 이심전심, 그딴 거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얼굴이 보여야 몸이 통하고,

 그래야 마음도 통한다는 사실을.

 

 내 생에 가장 ‘부자 남자’와의 썸은 그렇게 끝났고,

 추남이와 3번 정도 만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 때,

 늘 나를 개갈구던!!

 김부장은..

 내 책상 위에

 ‘알로에 음료수’를 하루 하나씩 사다 놓았다.

 

 사모님 되면, 자신을 잘 봐달라는 거지.

 나는 알로에 음료를 쪽쪽 빨고,

 이 식품 기업의 며느리가 되는 상상을 했으나,

 모든 욕심을 놓기로 했다.

 

 추남이와 내가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까자,

 다시 나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사람 마음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못생긴 사람끼리 결합하는 것은,

 잘생긴 사람들끼리 마나는 것과는 다르게

 결합이 어렵다는 것을.

 

 요건 정말, 철학이다..

 

 그렇게,

 우리는 쿨한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다.

 

 둘 다 몰입이 안 되는 걸?! 어쩌라고!!

 

 나중에 엄마한테 농담식으로 이 얘기를 했다가,

 나는 등짝을 두들겨 처 맞았다.

 

 “야! 그 자식한테 사정을 해서라도 계속 키스를 해보라고 해야지!

 한번 해보려고 해서 그게 되냐?”

 

 사실...난

 아빠를 닮아서 이 모양이지만, 엄마는 아니다.

 동네에서 좀 노는 언니었던 엄마는 나름 미모가 있으신 편이다.

 

 엄마는 자신이

 32세 노처녀라도 된 것처럼, 난리였다.

 비록 자신의 이목구비를 제대로 닮지 못하고 태어난 딸이지만,

 연애만큼은 좀 어떻게 잘 해볼 수 없겠니?!..

 

 “야! 내가 가발 하나 뒤짚어 쓰고 나가서,

 너 인척 해도 너보다 남자 더 잘 꼬시겠다!”

 

 아무튼 이것도 이년 전 일이다.

 추남이는 끈질기게 회장님을 설득하여,

 남자로써 전신 성형을 감행했고,

 그 결과 15층 옥상으로 올라갈 때보다 한결 나아진 외모로

 밤이면 청담, 이태원 등지에 출몰하여

 여자를 열나게 꼬시고 다녔다.

 

 어쨌든 추남이는,

 자란 건 왕자처럼 자라서 예의는 바르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는지,

 작년 명절에 우리 집에 비서를 통해,

 ‘한우 갈비 세트’를 보내왔다.

 

 엄마는

 추남이가 사위가 되었다면

 이깟 한우 갈비가 아니라

 고급 세단이 선물로 왔을 것이라며,

 탐욕에 찬 비통한 표정으로 ‘갈비’를 구웠다.

 

 결국 올해 초,

 추남이가 정략 결혼을 하고 해외 지사로 발령 나면서,

 그 얇은 동아줄같은..

 인연조차 끊어졌으니.

 

 물론 회장님은 나를 기억하신다.

 

 회사 보안팀에 혹시 누가 또 자살하겠다고 15층에 오르면,

 경찰이 아니라,

 마케팅팀 ‘천지연 대리’를 먼저 부르라고!!

 단단히 지시를 해놓았다.

 

 난

 이 회사의

 힐링같은 존재지!

 암! 그렇고 말고!!

 자신감을 갖자, 에헴~

 

 경비 아저씨들은 내가 뭔 힘이라도 있는 줄 알고,

 내 표정이 썩어서 출근을 하는 날이면,

 나를 복돋아 주신다.

 

 자신들과 함께 회사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그런 사람쯤으로 오인하는 듯.

 

 어디 가서 인공호흡술이라도 배워와야지.

 뭔가 대접받는 격에 맞게!! 흥..

 저번처럼 못생긴 남자가 아니라,

 잘생긴 남자가 자살 직전이라면,

 내 정녕.. 말로 설득하지 않고,

 흡입력있는 인공 호흡으로 보여주리라!!

 

 아무래도

 사내 하청업체의 만기일이 다가오나 보다.

 요즘 아저씨가 부쩍 친한 척이다.

 이제 난 회장님과 아무런 인연의 끄나플도 없는걸.

 

 어쨌든 서로 아침에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이니.

 고마운 일이다!

 

 에르베이터를 올라 사무실에 당도해야 한다.

 

 다시, 경비아저씨와의 현실.

 

 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무슨요, 아저씨. 오늘 제가 그날이라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요”

 

 아저씨는 갑자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 알지, 나도 딸 키우기든, 오늘 더 잘 챙겨먹고 일 잘하게!”

 

 아저씨의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은 아침.

 

 “저기요!”

 

 이건 웬 익숙한 남자의 음성...

 더럽지 않은 느낌.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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