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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나? 남자 좀 구할 줄 아는 녀자라고! 콕
작성일 : 17-07-31 13:5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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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났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배가 먼저 고픈 것처럼,

 아침은 어김없이 당도한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고기 냄새에,

 퉁퉁한 내 두 눈이 슬그머니 오픈되었다.

 

 돼지 고기 산적이면,

 공기밥 두 통은 비워내던 내가!

 한 공기로 하루를 연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가족들이 적잖이 당황을 했다.

 

 “너.. 왜 그래?!

 방에서 아침부터 빵이라도 잔뜩 처먹은거니?!”

 

 역시나,

 눈치있는 재간둥이 엄마같으니라구!!

 

 집을 나섰다.

 붐비는 지하철.

 사람들이 부대끼고 밀어도 아무 느낌이 없다.

 어떤 가냘픈 추행범이

 내 뒤에 와서 뭔 짓을 하더라도

 족손가락으로 그냥 두 눈을 콕 찌르고 끝날 것 같은

 재미없는 아침!

 

 하루가 참 시원찮을 것 같은

 이 무념무상.

 

 나는 대체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식품 회사이면 뭐하나,

 간식하나 변변히 차려놓지 않고,

 커피라고는 일층에,

 할인 따위는 없는 내 돈으로 사먹고 즐기는, 프렌차이즈!

 

 하루에 한 잔씩 4100원 곱하기 21일을 하면, 86100원.

 누가 하루에 한 잔을 마시겠니.

 86100원 곱하기 2을 해야

 한달치 나의 커피값.

 

 거의 당이지 않은가!!

 아직 대리이므로, 조미료와 연봉이 짜기로 유명한,

 중견 기업 식품업체의,

 나는야 천 대리.

 

 “아가씨,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종종 삶을 고구마를 내게 조공하는 경비아저씨가

 너털너털 걸어오는 내게

 말을 걸어주신다.

 

 “앗, 제가요?!”

 

 역시 나이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아저씨 눈치가 칼이다!

 

 “에이, 아가씨가 우울하면 안 되지. 여기 회장님이 이뻐하는 사원인데!”

 

 뿌듯함도 들었으나,

 만년 대리인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 자네같이 용맹스러운 사원만 있으면 참 좋겠네!’

 했던 회장님의 말씀이 떠오르기도 한다.

 

 2년전..

 우리 회사에는 심신이 매우 나약한 청년이 있었다.

 한국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서,

 미국에서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마쳤고,

 서른쯤, 한국에 들어와 우리 회사에 입사한 청년.

 

 모두가

 겉으로 보고서는

 그가 특별한 사람인 줄 눈치 채지 못했다.

 회사 면접을 마치고 에르베이터를 탔던 한 여성 면접자는 그를 보자마자,

 옆에 같이 왔던 면접자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야, 쟤 얼굴 진짜 더럽게 생기지 않았냐?”

 

 너무 목소리가 컸다.

 그 못생긴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쬘끔쬘끔,

 그녀를 째려보더니 옥상 위로 올라갔다.

 그는 유학 중에 여자에게 차이고,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범상치 않은

 청년.

 

 사실 우리 회사가 뭐 63빌딩 이런 거는 아니다.

 15층까지 있는 빌딩인데,

 

 아무튼 그는..

 15층으로 득달같이 뛰어 올라갔다.

 평소 그의 우울증을 감시하던

 보디가드 역시,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맨붕을 겪고 있었던 터라,

 그가 옆 에르베이터로 15층에 오르는 것을

 감시하지 못했다.

 

 더럽게 생긴 청년은 간당간당하게

 15층 계단의 난간 끝에 올라섰다.

 

 “나 돌아갈래!!”

 

 헉...

 

 목청 만큼은 기막히게 컸다.

 그 소리에 일층에서 노닥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그 여성 면접자는 기겁을 했고,

 최초의 신고자가 되었다.

 

 사실 그 원인유발자이자 면접자가 아니었다면,

 회사 이미지 때문에

 누구도

 쉽게 경찰을 냉큼 부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찰도, 누구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옥상에 냉큼 올라가 있는 그는

 우리 회사의 황태자, 회장님의 막둥이 아들이었다.

 

 기세고, 바람도 훌훌 잘 피는 누나들 사이에서

 머리도 나쁘고 인물까지 더러웠던 그는

 컴플렉스 덩어리..

 

 한국인들 사이에서 쉽게 먹혀들지 않는 얼굴을

 극복하기 위한 요량도

 유학의 사유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유랑하듯 떠난 유학길에서

 첫눈에 반한 싱가폴 여성에게

 물심양면 헌신했다가,

 헌신짝 신세가 된 서른 쯔음 된 막내 아들을

 아버지가 미국에서 질질 끌고 온 것이었는데..

 

 홍보팀 동기가 단톡에 띄웠다.

 

 “빅뉴스!! 회장님 막내아들 지금 죽는다고 옥상 올라가고, 개난리났어!!”

 

 빵빠X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짭짭 빨면서 들어오던

 모여든 정문의 인파 속에서 옥상 위에 선,

 그의 못난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정녕 못난이스러운 그 남자의 면상을..

 

 물론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처럼

 나는 1층, 그는 15층.

 

 그와 내게는

 크나큰 신분의 차이가 있었지만,

 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흔들리는 눈빛!

 죽기로 작정한 자의 눈동자 흔들림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그런 오기의 발동이 일어났다.

 

 황태자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 언론에 퍼지면,

 그는 안정적 후계구도를 가져갈 수 없기에

 회장의 지시로 홍보팀은

 여성 면접지원자의 신고를 듣고 출동한 경찰에게

 선뜻 뭔가를 말하지 못했다.

 기자가 오는 게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나의 사명감이 피어올랐다.

 그를 말릴 수 있는 것이 ‘나’뿐일 수도 있다는 아련한 확신.

 

 에르베이터를 타고 15층에 올랐다.

 사무실의 미생들이

 옥상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저 한숨과 작위적인 걱정만 연발할 뿐..

 

 그의 뒤에서 어물쩡대는

 허우대 멀쩡한 그의 보디가드는

 마치 자신이 해고당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였고,

 홍보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모두 미생이니깐.

 

 바닥까지 남은 빵빠레를 쭉쭉 빨던 나는

 그의 좁은 어깨를 보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어이, 거기 어좁이! 넌 니 얼굴만 문제인 거 같냐?”

 

 저 인간이 못생겼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팩트같은 것 아니겠는가!!

 

 순간 그가 고개를 돌렸다.

 

 홍보팀 동기가 내 뒤에 와서 등짝을 때리면서, 미쳤나며, 내 팔을 끌어당겼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올레! 앞판은 더 가관인데! 이목구비가 그게 뭐냐?

  너 나랑 같이 성형 좀 하자!”

 

 갑자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황태자는 내게 주먹을 쳐들며 다가왔고,

 나는 다이어트를 위해 동네 권투장을 다니면서 다져온

 ‘헤드락’ 기술로 그의 못난 두상을 제압했다.

 

 홍보팀 직원들은 그의 다리를 붙들어서,

 그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아무일 없는 헤프닝인 것으로 ‘네고’를 하고 돌아갔다.

 여성 면접지원자는 자신의 망할 주둥이를 탓하면서,

 합격한 최종 면접을 자체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한 남자를 구한 여자.

 황태자를 구한 여자.

 난 그런 용맹스런 여성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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