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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쏟은 커피 위에 나는 놈 있다!
작성일 : 17-07-31 13:50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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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연락 두절된!

 내 님이 저기 있는 것인가.

 나를 무참히 깐 저 남자는

 뭘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옆에 저 녀자는 누구지?!

 다정하게 함께 커피 한잔을 들고 가는 저 것.

 나보다 연봉이 1/3은 높다는

 S기업 명찰을 차고,

 걸어 다니는 저 여자.

 

 얼굴도 단언컨대 나보다 좀 더 나은 그 여자.

 나를 뒷걸음질 쳐서

 전봇대 뒤에 숨게 했다.

 

 “앗! 뭐야!”

 

 헉,

 나의 부주의한 뒷걸음질이 사고를 유발했다.

 지못남(지지지도 못생긴 남자)의 바지에 엎어버린 커피.

 내가 발을 밟으면서,

 균형을 잡지 못해 지 양복바지에 커피를 쏟아버린 것이다.

 아이스 커피라 다행이다.

 

 뜨끈한

 아메리카노였으면,

 니 그 '물건'이 다 쪼그라들었을 것이니라..

 감사한 줄 알아라!

 라고 말할 수는 없으므로...

 

 나는

 “헉! 죄송해요.”

 

 남자는 완전 빡친 표정이었다.

 십리라도 뛰어가서,

 쇠꼬챙이라도 들고 올 기세다.

 

 한국 남자들이 이렇다.

 잘 째려보고, 배려할 줄 모르고.

 

 삼천원 쥐어주면 될까...?

 나는 정신이 없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지금 저 시키가

 황동철인가 아닌가.

 그것이었다.

 

 배고 고팠지만,

 방금 목격한 동철씨와 그 여인의 정체.

 

 지금 니 따위의 바지가 젖었다고,

 내가 닦아 줄 정신이 없다고..

 

 “어떻게 하실 껀데요?”

 

 이 자식이 눈깔 위로 치켜뜨고 말한다.

 

 “저.. 세탁비를 좀 드리면 어떨까요? 너무 죄송해요”

 

 “안되겠는데요? 명품샵에서 바지 빌려다주세요.

 제가 살 테니 절반 배상을 하던지요.

 저 오후에 중요한 회의가 있거든요!”

 

 미쳤구나.

 어디서 약 먹고, 지나가는 행인한테 난리인건지!!

 

 “명품샵이요?”

 

 “네, 이거랑 같은걸로요!”

 

 지못남과 함께 서 있던 후배인지 동료인지도 민망해한다.

 그냥 가자면서, '지못남'의 옷을 끌어당겼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못생긴 그 놈..

 

 “싫은데요? 좀 너무하신듯!

 저도 뒤로 걸어서, 잘못한 건 맞는데요.

 

 그 쪽도 앞을 잘 안 보이셔서 커피 쏟으신 거 아니예요?”

 

 그는 헛웃음을 쳤다.

 나를 위아래로 띠껍게 훑어보던 그는 말했다.

 

 “진짜, 없어 보이는 것들이...”

 

 순간, 화가 번쩍 났다.

 난 곧이곧대로, 보이는대로, 말했다.

 

 “말 다했냐? 이 지지리도 못생긴 십쌔야?!”

 

 지못남이 당황하여, 움짤하더니 다시 용기를 내어

 반발을 시작했다.

 

 “아니, 지금 잘못한 사람이 누군데 큰 소리야?”

 

 나는 눈을 위아래로 하마처럼 부라리면서,

 그를 잡아먹을 태세로 덤볐다.

 

 “굳이 내가 잘못했다고 할 이유는 없는데?!

 명찰 보니까 멀쩡한 회사 다니시는 분이 막장으로 입 놀리고 다녀도 되나?

 사무실 번호 뭐예요? 거기도 CS부서 있어요?”

 

 그는 자신의 이름이 있는 명찰을 휙 돌려 감췄다.

 

 찌질한 시키.

 역시나 우리의 미생들은,

 회사가 담보가 되는 일에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나는 큰 맘을 먹고, 주머니에서 오천원을 꺼냈다.

 

 “커피 한잔 새로 다 드시고,

 저기 앞에 세탁소 가서, 하나 빌려 입으시던지?!”

 

 다시 보니 반지름 5cm정도의 커피가 튄 자국 정도랄까.

 정말 미미한 오점.

 

 망할,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이다.

 사람들이 주목한다.

 아, 지금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았지,

 근처 회사의 회사원들이 우리를 삥 둘러싸고 있었다.

 

 제길슨,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지못남의 못생긴 얼굴은 빨간 풍선처럼 점점 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러던 순간,

 내가 이 지못남과 시비를 붙게 한 것은

 내 시야를 가리던 동철씨의 모습이었으니.

 나는 동철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가 지못남과 내 앞에 섰다.

 

 “동철씨…”

 

 그는 대체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의 표정.

 

 “오빠, 아는 사람이야?”

 

 내가 누구냐고?!

 오빠??

 그래! 니 옆에 그 남자에게 며칠 전 독일 족발 쏜 여자다!!

 동철씨, 옆에 넌 누구니?!

 넌 누구냐? 어머님이 누구냐? 이걸 확!!!

 

 나보다 열배는 멀쩡하게 생긴 너의 존재..

 

 S기업 여사원의 말에

 동철씨는 얼음이 되었다.

 

 나와 동철씨는 잠시동안

 어색한 눈빛을 교환했다.

 속으로 그와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쪽쪽빨고 있는 저 ‘녹차라떼’는 내가 지금 사려던 것.

 그의 옆 그녀의 이빨 사이에 살짝 조금 낀 저 시금치 쪼가리는

 내가 먹으려던 샌드위치의 잔재..

 이런 젠장,

 이 순간에도 왜 배가 고픈 것인지!!

 그들은 내가 가려던 카페에서 나오던 길이었다.

 이런 거지같은 우연.

 

 세상은 좁고, 좁다.

 

 체크카드 하나 남겨주고 사라진 저 남자가

 왜 살짝 나의 '나와바리'를 넘어간 이 구역에서

 라떼를 쪽쪽 빨고 다니는 것인가.

 

 “너 어디서 협박질이야? 내가 그냥 너 같은 평사원인 줄 알어?”

 

 분위기 파악 못하는

 바지에 커피 조금 묻은 지못남의 음성.

 아우, 진짜 주둥이를 확!!

 진짜 못생긴 게

 왜 대낮에 몸에도 안 좋은 카페인 들고 다니다가 바지에 쏟고 개난리인지,

 나 원참, 짜증이 나서.

 

 “저기, 말씀이 좀 심하신데요. 반말하시는 것도 무례하구요!"

 

 동철씨가 지못남을 막아섰다.

 헉, 박력.

 웬일인가!!

 

 “넌 뭐야! 너희들,, 혹시 짜고 내 옷에 커피 흘린 거 아니야?

 나한테 뭐 원한관계 있는 사람들인가!!”

 

 그때 S기업 마크의 여사원이 나섰다.

 

 “그만 하시죠, 서 변호사님. 제가 물어드리면 될까요?”

 

 뭐냐.

 넌 또. 잘난 건 알겠는데, 대체 누구냐!!

 간에 기별도 안가는 샌드위치 하나 먹으려다가 이렇게 또

 얽히고설키는 이 개같은 상황.

 

 지못남 옆에서 아메리카노를 쪽쪽 빨던 남자가

 지못남을 ‘쿡’ 찔렀고,

 그는 갑자기 아부약이라도 먹은 사람처럼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아.. 이사님, 아니 제가 오늘 오후에 중요한 임원 회의가 있어서…”

 

 여자가 야려보며 말했다.

 

 “저도 거기 참석하거든요, (그의 바지에 묻은 커피자국을 보며)

 그냥 그 부분만 살짝 말려서 입고 오시면 어떨지.

 이 여성분한테 꼭 세탁비 받으셔야 할까요?

 저희가 그렇게 인색하게 살 정도로 월급 드리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지못남은 득달같이 대답했다.

 

 “네! 그냥 이거 말려 입고 가겠습니다.”

 

 뭔 시츄에이션?!

 동철씨 옆에 이 한없이 가녀린 여자는

 웬 슈퍼우먼이 되어 나를 두둔하고,

 내 고백에 아무 응답없던 동철씨는

 왜 내 앞에서,

 이 당차고 있어 보이는 여성과 커피를 쭉쭉 빨고 있는 것인가.

 나를 그리도 짓밟던 오늘 처음 본 남자, 지못남은

 갑자기 동철씨의 옆의 그녀에게는

 굽신거렸다.

 

 배고픔이 또 잊혀진다.

 

 그렇게..

 여자 사람들은 충격을 조금씩 받을 때마다,

 식욕을 잃고, 그 잃어버린 식욕으로

 가늘어진 개미허리 같은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인가.

 

 세상의 거지같은 이치들이 나를 점점 더럽힌다.

 이 여자는 분명 고마운 사람이다.

 이유는 어쨌든 커피를 흘린 것은 나이고,

 지못남을 화가 나게 한 것도 나인데,

 왜 내가 화나는 것인가..

 

 “괜찮으세요?”

 

 이 예쁘고, 힘 있는 여자가 내 안부를 묻는다.

 할 말이 없다.

 난 그저 뒤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괜찮은 것 같다, 괜찮다고 하고, 돌아서자, 천지연, 넌 쿨한 여자야!

 

 그런데, 그 말을 하지 못하겠다.

 이 여자 옆에

 내가 좋아하여 고백했던 그 남자,

 동철씨가 있다.

 보다 우월한 몸매와 품위 있는 저 자태와 옷차림.

 

 “네...”

 

 내가 돌아섰다.

 

 “지연씨...”

 

 “오빠, 아는 사람이야?”

 

 동철씨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눈치가 갑인 나는,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늘 배가 고팠던 것도 저 시키 때문이고,

 지금 이런 개꼴을 당한 거도

 다 저 놈 때문이다.

 

 아니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아.

 눈물이 흐르는데도

 배가 여전히 고픈 이유는 뭘까.

 

 이런 죽일놈의 식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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