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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너는야 나만의 다홍색 바지!
작성일 : 17-07-31 13:47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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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흘렀다!

 디데이.

 

 일주일만에 내가 좋아하는 이 남자를

 세 번이나 만나게 될 것이라고 어디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동철씨와 나는,

 분명 하늘이 맺어준 필연이다.

 오늘은 먼저 문자가 왔다.

 대략 이런 내용,

 

 나를 만나는 것이 백퍼센트 ‘팩트’이며,

 오늘 자신이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노라!

 

 얼쑤!

 어깨춤이 덩실덩실 날 일이다.

 

 어제는 진정으로 ‘소식’ 했다.

 호밀빵 반조각, 아메리카노 한 컵, 그리고 바나나들.

 바나나의 개수는 말하지 않겠다!

 사실 나도 모르게 거의 한다발을 어젯밤 흡입하고 잠이 든 듯.

 

 왜 바나나는 대체 다발로 파는 것인가!!

 낮까지 분명

 다이어트를 결심한 몸이었다.

 그 마음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왜 갑자기 바나나가 내 몸으로 ‘훅’ 들어오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는 것은 분명하니깐!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소개팅의 정석대로 파스타를 제안해볼까나?!

 

 퇴근 시간이 당도하고 있다.

 오늘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김부장이 요구한 것들을 끝내주기라.

 사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반발심에 그가 시킨 모든 일들을 조금씩 지연시킨 적이 많았다는 내 핑계.

 오늘 만큼은 그가 원하는 일을 그가 졸기 전까지 마쳐주겠어!

 

 “부장님! 제안서 이메일로 드렸습니다!”

 

 말없는 부장님.

 알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텔레파시를 느낀다.

 서로 면상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니까!

 심각한 집중력으로 온몸의 포도당을 심하게 소진한 것 같아서,

 잠시 회사 앞 계천으로 마실을 다녀올 결심을 했다.

 

 아무튼 오늘의 ‘핵’같은 일은 마쳤으니,

 잠시 내게 휴식을 줘도 되겠는걸.

 강가에서 힐링을 해야겠어!

 

 오후 5시.

 약 한 시간 후,

 그와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강가를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배고파서 속이 거북해진 된 내 복부,

 결국 나는 공복을 참지 못하고, 에그타르트 한 개를 샀다.

 진정으로 반만 먹고 버릴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에그타르트의 노란 핵을 핥으면서,

 작지만 사소하게 분출하는 청계천의 분수를 보고 있는데, 헉.

 이게 웬일인가.

 

 나 지금 낮잠 자다가 꿈꾼 거 아니지?

 갑자기 내 님,

 동철씨가 보였다.

 눈을 비볐는데, 감촉이 살아있다.

 꿈이 아니야!!

 내 앞에 있는 저 남자, 바로 내 남자.

 황동철.

 

 뭔가를 추구하고, 쫒는 듯한 저 포즈.

 직장인이 낮에 선글라스를 쓰고 저러고 다니는거지?!

 분명 그냥 그저 그런 샐러리맨이라고 했는데..

 혹시 개백수?!

 

 나야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거라지만, 대체 그는 뭐란 말이냐.

 왜 이 시간에, 강가에 있냐고.

 

 뭐 명퇴당한 부장님도 아니고, 말이지.

 

 앗, 순간 떠올랐다.

 참 그가 무슨 직장에 다니고? 뭘 한다고 했던가?

 내가 모르는 것이네..

 

 경철 오빠는 그가 잘 사는 집 아들에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말만 했을 뿐.

 

 나는 물질주의적이지 않을뿐더러,

 그딴 것보다 얼굴이 훨씬 중요한

 ‘외모지상주의자’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정보는 묻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의 직장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호기심조차 없었어!

 그저 난 저 반반한 면상에 매력을 느꼈지.

 이런 외모지상주의자 같으니라구!!

 

 혹시 그는.. 백수?!

 어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지연씨 회사 근처에서 일이 끝날 것 같아요..."

 

 대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강을 걷고 있는 ‘알파남’ 이라니.

 이게 대체 뭐지.

 내가 알고 있는 이 두가지 정보 중에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를 쫒았다.

 발바닥이 찢어지게 큰 보폭으로 걷다가,

 잠시 주춤,

 다시 엉거주춤 큰 보폭으로 걷다가,

 나무 뒤에서 주춤 거리다가,

 나 지금 평발이라서 이러는 거니.

 

 그의 걸음은 잠깐 유유자적을 즐기러

 산책 나온 보통의 이 동네 회사원들과는

 분명 매우 달랐다.

 

 이게 또 뭐람.

 그를 뒤따르는 나의 존재가 발각되지 않고자 용을 쓰는 바람에 나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동적으로 운동이 되고있다.

 

 “천지연! 거기서 뭐해?”

 

 여기서, 내 이름을 누군가 부르면 안되는 것인데, 대체 누구더냐!!

 평소에는 누가 내 존재를 좀 알아봐주기를 진정으로 바랬으나, 이건 아니다. 왜 이 타이밍에?!

 

 입사 동기 서과장이다. 내게 가장 따뜻한 인간.

 내 덕분에 신세 고친 턱이 뾰쪽한 안경잡이.

 난 서 과장의 약혼남이 바람 피는 현장을 백화점에서 목격하여,

  그녀에게 제보하고, 서과장과 나는 약간 절친이 되었다.

 

 그런 그녀가,

 나의 작업을 방해해 버리고 말았다!

 헉, 동철씨로 추정되는 그가 주춤거린다.

 딱 걸렸어!!

 동철씨가 뒤돌아봤다.

 나는 놀라서 물웅덩이에 자빠졌다.

 

 “천지연! 괜찮아?”

 

 망할, 또 내이름을 불렀다.

 서과장이 내게 다가오고, 나는 자빠진 육중한 몸을 어쩌지 못했으며,

 동철씨는 나를 힐끔 보더니 앞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헉.

 이건 뭥미.

 

 엉덩이가 축축해졌다.

 또 패닉에 빠졌다.

 꿈을 꾼 건지 뭔지,

 저 남자가 내가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남자가 맞다면,

 나를 이렇게 내팽개치고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순간, 나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상황, 판단력 제로!!

 주선자, 경철 오빠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전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참았다.

 

 “지연아, 잘보고 다녀야지. 너 요즘 왜 그래?!”

 

 헉, 서과장과 줄줄이 사탕같은 입사 동기 과장 둘이 서 있다.

 

 “동기야, 정신 좀 차리고 살자(큭큭)”

 

 내 앞에서 쳐 웃는 남자 동기들.

 내가 조금 예뻤거나,

 너희랑 같이 과장으로 진급했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 걱정스런 멘트 하나 혹은 고무줄 바지 하나라도 사들고 왔을 것이다.

 웃다니! 이런 망할 것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지금의 개같은 상황의

 계천 인파 속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쿨하게 일어났다.

 

 “아 놔...아까 김부장이 피티 자료 만들어오라고 너무 볶아대서... 내가 더위를 먹은 거지.

 이 튼튼하고 육중한 몸으로 비틀거리다 넘어지는 게 말이나 돼?!”

 

 나도 모르게 방언처럼 훌훌 쏟아지는 자기비하.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비겁한 나.

 

 서과장이 말했다.

 

 “미안, 그거 내가 하던 일인데, 정말 답 안 나와, 직접 업체 미팅을 하고 오라는 것도 아니고...

 김부장님 맨날 그런 식이야, 곤란한 걸 왜 다 너한테 떠넘기는지...”

 

 옆에 남자 동기가 거들었다.

 

 “서과장 너한테 잘 보이려는 거지, 너네 외삼촌 빛 좀 볼라고, 세상이 다 그런 거 아니냐?!”

 

 서과장의 외삼촌은

  우리 회사의 임원이다.

 

 그녀가 눈을 흘기자, 남자 동기도 움짤했다.

 나는 피차 ‘빽없는 것들끼리 왜 디스하냐’고 말하고 싶었으나,

 치졸해 보이니깐 입을 다물기로 했다.

 

 대학시절,

 알바에 미친 나를 사귀던

 한 놈이 말했다.

 

 “지연아, 너는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제일 예뻐”

 

 그리고 그 자식은 내 지갑을 열어서,

 자신이 사고 싶던 일제 CD 플레이어를 구입했다.

 

 그건 국내산 삼겹살 백점은 구워먹을 가격!!

 

 나는 그가 처음으로 한 “예쁘다”는 말에,

 그저 입을 다물고,

 그가 내 지갑에서 돈을 빼서 지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

 

 지금..

 엉덩이가 점점 축축해진다.

 

 “나 바지라도 사러 가야겠다!”

 

 나는 손바닥을 엉덩이를 훌훌 털었다.

 그 순간 모르는 여자 두 명이 다가왔다.

 

 “저기요!!”

 

 남자도 아니고, 반갑지 않게 이 순간 뉘신가?!

 

 “아! 저 쪽에 계신 남자분이 이 봉투 좀 전달해달라고 하셔서…”

 

 봉투를 열어보니,

 계천 앞에 있는

 스파브랜드의 레깅스 바지.

 

 “오~ 뭐야?! 남자가 이걸 왜? 너 넘어지는 거 보고 누가 반했나봐 취향 장난 아니네!”

 

 으하하하.

 남자 동기들이 웃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뻥졌다.

 혹시 동철씨?

 

 “저기 그 남자 어떻게 생겼나요? 막 잘 생겼죠?”

 

 여자 둘은 당황한 표정이었고, 한 명이 말했다.

 

 “아.. 그건 모르겠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요.”

 

 “아니야, 잘생겼었어! 그 남자. 몸도 좋던데?!”

 

 물론 난 논리적이므로

 쉽게 단정 지을 수 있었다.

 동철씨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바지라는 것을!

 역시, 내 남자.

 

 그런데 다홍색은 뭥미.

 남다른 그의 취향.

 직접 건네주면 될 것을

 왜 타인에게 바지를 맡기고 이 계천을 뜬 것일까.

 

 내 여자가 계천 한가운데 물웅덩이에 자빠져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인지,

 이 얼굴을 가진 여자와 아는 사이라는 것조차

 공인하기에 과도하게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서과장이 말했다.

 

 “너 여기서 남자 만나고 있었어? 직접 주고 가지 뭘 전달을 해?!”

 

 남자 동기가 흙을 뿌리듯 말했다.

 

 “야, 얘가 무슨 남자야..

 누가 너 넘어지는 거 보고 진짜 반한 거 아니야?

 원래 인간 취향이라는 게 가지각색이잖아!”

 

 킥킥거리는 남자 동기 두 명의 입을 밧줄로 묶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사소한 미움을 덮기에는 동철씨의 착한 마음 씀씀이가 연상되었다.

 

 내 추측으로는 분명하다.

 일단 그의 직장은 잘 모르겠으나,

 낮에 선글라스를 끼고 계천을 배회 할 만큼 살짝 자유로우며,

 그는 뭔가 풀리지 않는 업무 때문에 일찍 퇴근을 하고,

 나를 만날 요량으로 계천에 일찍 온 것.

 근데 그의 직장도 혹시 요 근처?!

 

 일단 모르니까 패스!!

 그는 개천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그저 강을 따라 산책 중이었다.

 그러다 내가 자빠진 것을 발견하고,

 아는 척하는 것보다 바지를 하나 사서 안겨주는 것이

 나를 진정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바지를 사러 간 것이지.

 

 막상 바지를 전달해 주려고 하니,

 회사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나를 아는 척 하는 게

 민폐가 될까봐 직접적인 접촉을 피한 게 아닐까.

 

 예를 들어 ‘낮에 남자나 만나러 다닌다’ 라거나, 그런 오명을 쓸까봐 걱정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이 바지 색깔은 그의 취향인가. 내 고려하여 앞으로 내의를 장만하겠소!!

 

 그런데 문자 한통은 보내줄 것을.

 혹시 또 폰을 똥통에 빠트린 것은 아니겠지?!

 

 “지연아, 너 일단 갈아입어야겠어! 들어가자 우리”

 

 서과장은 살짝 내 팔짱을 끼고,

 뭔가 내가 장애라도 앓고 있는 것처럼 나를 보듬어줬고,

 그 손길이 따뜻했다.

 

 고맙다, 동기, 서과장님아. 너밖에 없다.

 

 남자 동기들은 내 모습이 쪽 팔린지 티안나게 다섯 발짝 멀리서 함께 걸어왔다.

 

 사무실 책상 머리에 앉았다.

 김부장이 말이 없는 것을 보면, 내 제안서가 적어도 ‘쏘쏘’인가 보다.

 칭찬은 바라지도 않는다.

 저 인간은 단 한 번도 내 업무에만 칭찬 따위를 해준 적이 없는

 전생에 나한테 심하게 까이기라도 한 원수인 듯.

 

 깨톡,

 동철 씨인가?

 

 삼총녀 단톡방이다.

 

 마리가 말했다.

 

 “야 오늘 데이트 잘해! 오늘은 확 자빠트려!”

 

 수지가 재수없이 말했다.

 “ㅋㅋㅋ그냥 남자 안 도망가게 밥이나 잘 사 먹여서 보내”

 

 난 생각했다.

 남자도 없는 것들이 꼭 전위적인 척 한다고.

 이제 나는 너희들과 다른 급수라고!

 일급수 남자와 만나는 여자가 될 것이다.

 

 깨톡.

 헉! 동철님이다.

 그는 내가 자신의 이름을 ‘왕자’로 저장해 놓은 것을 알런지 모르겠다.

 만약에 알게 된다면,

 완전 부담은 느끼겠지만,

 기분이 퍽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야.

 

 동철씨가 문자를 했다.

 “저 가는 중입니다. 6시 반에 청계천에서 뵈요^^”

 

 나는 그의 문자를 보고 살짝 당황도 하였으나, 이해해, 이해해.

 부끄러워서 저러는 거지.

 

 거울을 보았다.

 오늘 역시 평이한 얼굴.

 

 그런데 정말 옷이 에러아닌가.

 하얀색 셔츠에 다홍색 바지라니.

 참나,

 마치 동요를 부르는 북한 천재 소녀 같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은갈치색 구두까지.

 작년에 성괴 수지를 따라 난생 처음

 쇼핑천국 홍콩에 갔다가 평생 모셔놓을 요량으로

 사 놓은 프러다 구두.

 

 아울렛 매장에서 80% 할인한다기에 한사이즈 작은 것을 사버렸다.

 그냥 모셔놓거나, 아주 가끔 신을 예정이었으므로.

 하지만 오늘 내 남자에게 보여줄 요량으로 특별히 두 발에 장착했다.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다홍색 바지.

 

 원래 입고 온 하늘색 치마에 이 모든 몸통 오브제들이 배치되었다면,

 아름다웠을 것을.

 예쁘지 못한 탓을 모두 다홍색 바지 탓으로 돌리고,

 오는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제발 오늘의 만남은 별일이 없기를 기대하며,

 나는 묵주를 한 바퀴 ‘휙’ 돌렸다!

 

 언능 그를 만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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