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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불안의 순간에는, 들이대~ 들이대~
작성일 : 17-07-31 13:46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3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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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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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난 직진만 하는 여자니까.

 내가 끝내야 끝내는 것이다.

 난 끝까지 들이대니까.

 우하하.

 

 다시 문자를 보냈다.

 

 “오늘 날씨가 엄청 좋네요!”

 

 헉, 이번에는 15분째, ‘1’이 없어지지 않는다.

 너무 평이했나 보다.

 위트라도 있어야 그가 답변을 내놓을 텐데,

 내가 무미건조했구만.

 

 좌절했다.

 책상 위에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흰 우유가 바닥을 남기고 흰 우유 방울이 입가에 맺힐 때쯤,

 문자 벨소리가 울렸다.

 

 “네, 저는 출근해서 일보고 있어요, 어제 잘 들어가셨죠?”

 

 나도 모르게 겉소리를 외쳤다.

 

 “올레!!”

 

 예상치 못했는데,

 혹시 씹힌 줄 알고 우울했는데,

 답장이 온 것이야! 얼쑤!

 

 나를 추종하는 몇몇 사우들이 킥킥거렸다.

 헉, 김부장의 째려봄이 느껴진다.

 뭔가 한심스럽다는 그 눈빛이 내 눈가를 찌릿하게 하고,

 성혜교도 그것에 동조하는 눈빛이다.

 

 잡것들.

 나는 그것들을 멀리하고 내 갈 길을 가겠노라.

 

 “천대리~”

 

 김부장이 나를 부른다.

 

 “네?”

 

 “옥외광고 대상업체에서 준 제안서 다 검토했지?

 노출 효과 분석해서 제안서 만들어서 오늘까지 줘,

 내일 조찬 회의 때 필요하거든”

 

 벌써 내일 아침 먹을 궁리를 하는 저 왕돼지.

 

 그는 방금 전에 뭘 또 처먹었는지 또 이를 쑤시면서 말했다.

 이쑤시개로 기어 나오는 그릇된 이물질들.

 네 그 슝슝 뚫린 이빨 틈새 사이로 세상의 온갖 더러운 공기들이 지나가겠느니라!!

 너의 얼굴에 오염물질들이 가득하리라!!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나의 사악함을 감춰야해.

 난 공식적으론 저 돼지의 부하니까.

 

 무엇보다 그의 답장이 무사히 도착하지 않았는가.

 이 고요한 아침, 나는 정녕 세상을 다 가진 여인이다, 음하하.

 

 김부장의 면상을 잠시 외면하고, 동철씨에게 문자를 했다.

 

 “당근! 회사에 출근하여 우유를 하나 섭취하고, 일에 몰두하는 중이었습니다.

 바깥 햇살도 잠깐잠깐 감상하면서!”

 

 오, 그가 바로 답장을 쐈다.

 

 “ 날씨 정말 좋네요, 덥지도 않고”

 

 이건 그의 마음이 약간이라도,

 내가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안 덥죠?! 안 더우니깐 우리 오늘 또 만날까요?”

 

 아뿔사..

 나도 모르게 내 맘을 스마트폰 버튼으로 다 쳐버렸다.

 그가 느낄 엄청난 부담감,

 혹시 그가 또 스트레스에 화장실로 직행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또, ‘1’이 사라지지 않는다.

 너무 성급했나.

 이것을 어찌하리오.

 

 답 없는 이 순간,

 나는 멍을 때리고,

 할 일 없는 김부장은 나를 다시 주목하고.

 이런 악순환은 대략 십 분간 지속되었다.

 

 망할, 진짜 이러다가 올해 또 승진이 누락될지 모른다.

 지금의 과오는 잊고, 업무에 복귀하자!

 김 부장의 고막을 파괴해야겠다는 마음에

 자판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

 

 “탁탁탁탁!”

 

 이런 저성능 노트북의 허접한 자판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굉음을 낼 수 있는 나의 손목은

 분명 보통은 아니다.

 

 망할, 너무 열심히 일했는지 피로하다.

 자꾸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게 되는 이유,

 그의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절대 부정하고 싶다!!

 

 그때 도착한 어메이징 진동음.

 

 “오늘은 제가 일이 많고, 내일 볼까요?^^”

 

 헉,

 진짜 예상외의 답변이다.

 이런 달달한 이모티콘,

 그의 마음도 분명 나를 향해 시속 100m가 넘는

 이례적인 경주마처럼 달려오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의문스럽기도 했다.

 대체 왜일까? 나를 다시 만나주는 이유.

 

 삼총녀 단톡방에 물어봤다.

 

 나 동철씨가 만나재”

 

 마리가 말했다.

 “잘됐네~그럴 줄 알았어!”

 

 수지가 재를 뿌렸다.

 “진짜? 그때 그 진상을 떨었는데? 담날에는 마리도 끌고 나갔다매? 그 남자 눈 안보이는 거 아니야?ㅋㅋㅋㅋ”

 

 마리가 두둔했다.

 “야! 남자들이 다 얼굴 보는 거 아니거든! 우리 진가를 알아본거쥐~”

 

 수지가 또 염병을 떨었다.

 “몬데?ㅋㅋ그게?”

 

 마리가 좋은말을 했다.

 “자유로움과 솔직함, 그리고 웃긴 거?”

 

 수지 잡 것은 입만 벌리면 망언이다.

 “됐다... 이 참에 너희도 새 인생 살자, 마리는 지방흡입하고, 지연이는 마리한테 돈 꿔서 코랑 눈이랑, 이마랑 턱?! 다 하고”

 

 “요년이 정말!”

 

 “근데.. 사실 내가 먼저 보자고 했어”

 

 “ㅋㅋㅋㅋ그럼 그렇지, 거절을 못한거넹. 내일 아마 안된다고 할껴”

 

 “야! 수지말 듣지 말고 그냥 들이대~~”

 

 “들이댄다고 다 돼냐? 그거 경철 오빠가 해 준 거지?

 음... 내생각엔 오늘 아마 경철 오빠가 보험들으라고 연락 오고,

 가입완료되면 남자가 연락 안할걸?!”

 

 내가 소리쳤다.

 “야! 경철 오빠 그 정도는 아니거든!”

 

 수지가 또 헛소리다.

 “아이고~ 너 편든다?! 그집으로 시집 갈라공?!"

 

 마리가 말했다.

 "수지 너 말이 좀 심하다?!"

 

 보험이라...

 난 순간 움짤했다.

 수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역시 양반은 못되는 자식 같으니라구..

 그 순간 전화 한통이 울렸기 때문이다.

 발신자 ‘황경철’.

 

 세상에 데일대로 데이고, 약간 썩을 대로 썩은 수지는 판단력이 뛰어난 편이다.

 적어도 나보다는, 남자도 많이 만나봤으니깐.

 

 사소하고 텁텁한 감정들의 싸움의 온상과도 같은

 이 온실같은 사무실 안에서

 단시야 상태에서 내 위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사는

 내가 지금 동철씨를 향한 개오바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고, 말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나.

 

 쭉빵이 언니들이

 헬스클럽에서

 엉덩이의 똥줄 빠지는 통증을 견디면서 운동을 하고,

 손가락의 마디마디를 누르면서 식욕을 억제하려고 할 때,

 나는 무엇을 했는가.

 

 실컷 먹고, 즐기고, 또 먹고, 운동은 절대 안하고, 그랬다.

 동철씨에게 분명 그런 여자들도 들이댈 것이다.

 

 황경철.

 그도 너절하기로 익숙한 캐릭터가 아닌가.

 그가 내게 연분을 소개핼 줄 깜냥 혹은 인격은 절대 아니다.

 

 선배랍시고 뭐 하나 변변하게 도움 준 것도 없고,

 오히려 우리가 그를 도왔지!

 

 바 여주인에게 갖다 바친 등록금을 찾아오거나,

 갑자기 성당에 있던 수녀에게 반해서

 수녀원을 기웃거리다가 경찰서에 갈 것을 막아 준 것도

 마리와 내가 아니었던가!

 

 그래, 그가 내게 도움을 줄 리가 없어.

 지 앞가림도 못하는 인간인데...

 

 순간 갈등했다.

 동철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

 그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이 맞는가.

 

 일단 경철 오빠의 전화는 씹었다.

 지금 단톡방에서 우리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이 급 복잡해졌으므로.

 

 하지만, 동철씨의 문자에는 빨리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깐!

 그냥 그를 믿어보자!

 

 “내일 뵈요! 좋아요. 어디서 뵐까요?”

 

 그의 답장에 질질 목을 매지 말자.

 나는 일부러 업무에 눈알을 돌렸다.

 

 옥외 광고 대상업체의 리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진정 바보들(우리 회사 관리자들).

 개뿔이나, 옥외광고로 기름 한병이라도 더 팔겠다!!

 

 마트를 순회하면서 아주머니들에게 직접 먹여주는 것이

 더 효율적인 광고 효과일 것 같다고

 고급진 직언을 날리고 싶은 만년 대리의 마음.

 

 동철씨에게 답장이 왔다.

 

 “제가 내일 지연씨 회사 근처에서 일이 끝날 것 같아서, 그 쪽으로 갈께요, 저녁먹어요!”

 

 “네! 내일은 소맥, 소사, 삼겹살 이런 거 먹자고 하지 않을께요!”

 

 “먹어도 되요^^ 제가 술만 안마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역시 삼총녀 단톡방에서의 대화는 모두 허무한 것이었다.

 여자들끼리, 남자얘기 해야 답 안나오지!!

 

 그는 좋은 남자인지 모른다.

 게다가 나의 진짜 단 하나의 짝일지도..

 그가 언젠가 삼겹살을 기똥차게 구워서

 내 앞에 차곡차곡 올려주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

 소맥과 함께 삼겹살을 꼭꼭 씹어서

 내 배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그런 바람직한 광경.

 

 그 많은 사람 중에 너와 내가 한 곳에서

 고기를 씹을 수 있는 이 세상은

 한여름의 냉면과 한겨울의 곰탕보다

 아름다워

 너의 이름을 이제 쉽게 부를 수 있어!

 come on, come on

 

 아, 한때 시인을 꿈꾸던 나의 영감이 분출된다.

 식도를 역류하여 내 가슴 속에 쏙쏙들이 박히는 이 기대감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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