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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남자의 정적을 만드는 여자의 기술
작성일 : 17-07-31 13:44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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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썬 양파와 양상추가 섞인 야채 한 접시 비워낸 마리.

 그를 쳐다보는 나를 보며 말했다.

 

 “저놈이냐?”

 

 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가 바깥으로 나갔다.

 

 “야! 고기 나오면 얼른 불판에 올려라!”

 

 마리는 나가서 동철씨 에게 인사를 하더니,

 팔모가지를 질질 끌고 가게 정문으로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약간씩 발을 질질 끌면서 마리에게 끌려오고 있는데,

 뭔가 도살장에 끌려오는 미남 조랑말 같은 느낌이랄까.

 어머, 귀여도다.

 

 그도 마음이 전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꺼야!

 나에게 희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아, 난 또 왜 조랑떡을 먹고 싶은 거지.

 이 죽일 놈의 식탐..

 아무튼 그가 내게 다시 다가온다.

 오마이갓.

 

 오늘은 아무 연락 없이 만났는데,

 웬 우리 사이의 이런 드레스코드의 조합이랄까.

 

 그도 파란 린넨 셔츠에 보이핏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살짝 드러나는 뽀얀 발모가지.

 

 저기에 쇠고랑을 채워서 우리 집에 질질 끌고갈 수 있다면,

 내 전 재산을 바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가 내 앞에 당도했다!

 

 살짝 찌푸린 인상,

 인위적인 이마 주름 아래에서 빛나는 날렵한 콧날,

 그 아래의 새하얀 치아.

 남자 바비 인형이 내게 목인사를 하네.

 나도 모르게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잘 지내셨어요?”

 

 사실 나는 회사에서는 김 부장이 한 번 불러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여자라고!

 반가운 척을 했지만, 그의 반응이 시크하다.

 

 아마 아파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나보다. 그럴 수 있지.

 

 그는 미적거리면서 앉았다.

 마리가 갑자기 생글생글 웃었다.

 얘 육체도 잘생긴 남자를 단번에 알아보고,

 즉각적으로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

 

 동철씨가 비위 상해하는 것이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역시 여자라는 동물은 예민한 법이야.

 나를 보자 똥 씹은 것 같은 동철씨의 표정.

 

 “저.. 경철이가 오늘 안 나오면 정말 자기가 너무 곤란하다고 부탁해서 오긴 했는데요. 또 뵐 이유가 있을까요..”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당돌한 이 인간.

 매력 넘치는 돌직구.

 

 내가 다시 그에게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을 감지한 마리는

 간장에 절인 양파와 아주 조금 덜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싸먹으려다가,

 그를 눈빛으로 제압하며 말했다.

 

 “당연히 이유가 있죠.”

 

 “뭔데요?”

 

 마리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어제 불판 위에 고기들 어떻게 하고, 가셨어요?”

 

 “네?!”

 

 마리는 한숨을 쉬면서, 삼겹살을 젖가락으로 '툭툭' 쳤다.

 

 “이 타들어 가는 안타까운 영혼들,

 이것들이 불판 위에 올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지 아실랑가 모르겠네!?”

 

 동철씨는 넋이 빠진 듯 했다.

 마리는 역시 언어의 마술사다.

 말로 남자 제압하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라고!

 

 난 그녀를 말리고 싶었지만,

 타들어 가는 고기를 몇 점 흡입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갑자기 허기가 졌다.

 이 삼겹살 저 삼겹살을 집어먹기 시작하자,

 마리가 내 젓가락을 툭 쳤다.

 

 “넌 지금 내가 중요한 말 하는 순간에 먹어 대는 거야?

 이런 절묘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 같으니라고!”

 

 마리는 구워진 삼겹살 고기 네 점을 급히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꼴깍꼴깍,

 돼지기름이 마리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그 앞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동철씨의 미묘한 고통이 느껴졌다.

 혹시 지금 통증?!

 나는 그가 지금 미세한 통증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 되었다.

 

 “황경철은 왜 안 오는 거야?!”

 

 마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깥에서 달려오는 경철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생기다 만 것 같은 저 얼굴..

 

 “미..미안! 지하철역에서 여기 꽤 머네!”

 

 마리는 갑자기 긴 생머리를 휙 넘기면서,

 볼들의 살들을 출렁이며, 경철 오빠를 째려봤다.

 

 “지하철? 오빠 차 막혀서 늦게 온다며 지하철타고 온거야? 뻥쳤네?!”

 

 갑자기 일어나서 경철 오빠의 멱살을 잡는 몸짓을 취하는 마리의 모습에

 동철씨는 마시던 물을 뿜었다.

 

 “야!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여기 오빠 친구도 있는데, 내가 아무리 너희들한테 격 없이 잘해줘도 나니 선배거든!!”

 

 경철 오빠는 약간 격양된 것이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마리를 ‘쿡’ 찔렀다.

 마리도 심했다는 것을 스모선수가 자신의 ‘패’를 인정하는 듯,

 쿨하게 눈 윙크를 경철 오빠에게 보냈고, 비위가 상해서 탄산을 들이키는 경철 오빠.

 

 “미안! 하긴 오빠지, 맞아. 내가 집에도 자주 업어다 준 유일한 오빠인데! 그런 의미 우리 한잔 콜?!”

 

 마리는 맥주잔에 맥주를 넣은 다음,

 소주잔을 빠트리고,

 잔을 휴지로 덮더니 힘차게 밀어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두 잔의 소맥을 만들었다.

 

 “자! 보이 퍼스트! 두 분 드시죠?!”

 

 경철 오빠는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잔을 들다가, 동철씨를 힐끔 보았다.

 

 “너 마셔도 괜찮아?!”

 

 “글쎄, 안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자 마리는 눈을 부릅뜨고, 동철씨에게 위협적으로 말했다.

 

 “어허! 지금 무슨 소리?! 안마시겠다고요? 그러지 말고 쫙~ 들이킵시다!”

 

 마시는 맥주잔에 소주를 들이붓더니, 동철씨에게 잔을 들이밀었고,

 동철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술을 들이켰다.

 

 둘은 원샷을 했다.

 

 “야! 천지 고기쌈 하나 싸줘!”

 

 마리의 지시에 나는 삼겹살을 세 점이나 넣고,

 고기쌈을 싸서 그의 입 앞에 밀어 넣으려 하자, 갑자기 그의 얼굴이 변했다.

 붉그락푸르락 표정이 변한 그는 다시 애타게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저... 저 좀 잠깐만..”

 

 그가 자리를 떴다.

 

 나는 직감했다.

 다시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마리를 온 힘을 다해 때리며 말했다.

 

 “어떻게 해! 이년아. 아픈 사람한테 왜 술을 매겨?!”

 

 마리는 조금 미안한듯한 표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저것 봐. 너 저런 남자랑 사귈 수 있어?

 소맥 한잔도 흡수 못 하는 저런 아픈 인간을..

  그냥 오늘 저 남자 얼굴이나 실컷 보고, 일주일 치 삼겹살 원 없이 먹고 가자!!”

 

 나는 직감했다.

 다시 통증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마리를 온 힘을 다해 때리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 이년아. 아픈 사람한테 왜 술을 매겨?!”

 

 마리는 조금 미안한듯한 표정이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저것 봐. 너 저런 남자랑 사귈 수 있어?

 소맥 한잔도 흡수 못 하는 저런 아픈 인간을…

 그냥 오늘 저 남자 얼굴이나 실컷 보고,

 일주일 치 삼겹살 원 없이 먹고 가자!!”

 

 갑자기 경철 오빠가 우리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진짜 김칫국물 마신다. 쟤는 뭐 지연이 좋아하는 줄 아냐?

 안 나오겠다는 거 내가 사정사정해서 동철이 저 자식이 온 거라고!”

 

 갑자기 마리가 매의 눈으로 경철 오빠를 째려봤다.

 

 “황경철! 그 입 다물지 못해?

 얼굴만 멀쩡하고 아픈 시키 소개해줘서 애 마음 다 혼란스럽게 해놓고 왜 난리야?”

 

 경철 오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아우~ 내가 진짜 후배라서 참는다! 뭐 배 좀 아픈 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난리야?”

 

 마리가 경철 오빠를 째려보더니, 그녀의 족손가락으로 경철 오빠의 이마를 밀며 말했다.

 

 “배 좀? 배 좀?”

 

 “너 천지랑 나랑 보낸 세월이 그렇게 하찮니? 어떻게 동생같은 애한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남자를 소개해 주냐고!”

 

 경철 오빠는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이었다.

 

 “뭘 죽어? 누가?”

 

 나는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으허헝. 그만해! 다 그만!”

 

 마리는 우리가 싸우는 사이에 타들어 가는 삼겹살을 보고,

 ‘으악’ 소리를 내며 경악을 했다.

 경철 오빠는 우리를 길거리 찐빵 보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봤다.

 왠지 우리를 육식 동물로 보는 듯한 저 눈빛.

 

 마리는 타들어 간 고기를 마구잡이로

 세 개씩 쌈을 싸서 집어 먹었고,

 경철 오빠는 마리를 한심한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경철이가 아니라 니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면 참 좋으련만…”

 

 마리의 눈빛이 달라졌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나는 흐르려던 눈물이 그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 암세포 같은데 둥둥 떠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야?!

 헉, 그런 사소한 것이었다니.

 김마리, 이 미친 것..

 

 그때 그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한결 수척해진 얼굴. 장을 모두 비워내고 나온 것이다.

 

 역시 그의 균형 잡힌 몸매의 비밀은 잦은 화장실 출입에 있다는 것을.

 나는 순간 그가 부러웠다.

 

 엄청 먹어야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수 있는 매정한 나의 장과 대조되는 그의 것.

 그가 죽을 병이 아니었다니,

 일순간 불행의 감정이 행복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그처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이 지겨운 ‘77, 라지’ 인생을 탈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

 

 마리는 갑자기 내 등을 치면서 안도하는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괜히 이 망할 것 때문에 나는 졸아 있었단 말인가.

 마리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또... 보통 저렇게 소맥이랑 고기 같은 거 잘 못 먹으면, 나는 웹소설에서 시한부로 처리하거든.

 죽을병에 걸렸나 했지!”

 

 자리에 앉던 동철씨는 마리의 거칠 말에 강펀치라도 한 대 날려주고 싶은 것 같았으나,

 얼굴처럼 고운 마음씨로 참는 것처럼 보였다. 동철 씨의 굳은 얼굴에 마리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뭔가 애쓰려는 듯했다.

 

 입술에 침을 발라서, 삼겹살 양념을 쓱쓱 닦거니, 맥주잔에 사이다와 소주를 섞었다.

 

 “이건 마실 수 있겠죠? 장이 안 좋으면 안 좋다고 해야지! 우리 천지 완전히 겁먹었잖아!”

 

 동철씨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지만, 괜찮다.

 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마리는 소주와 사이다를 훅훅 섞어서 동철씨에게 건넸다.

 그의 잘생긴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지쳐 있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요, 그리고 좀 있다 가봐야 해서...”

 

 나는 ‘간다’는 그의 말에 침울해졌다.

 마리는 갑자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동철씨를 쳐다보았고,

 그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갈 채비를 하였다.

 

 “가긴 어딜 갑니까!”

 

 마리의 말에 경철 오빠도 그의 팔을 잡았다.

 

 “동철아, 조금만 같이 얘기하다 가자,

 그냥 내 대학 후배들이니깐 편하게 한잔 하고 재밌게 놀자구!”

 

 “장 안 좋은 거 이제 다 아니까, 이 ‘소사(소주+사이다)’도 내 마시라고 안 하겠소!”

 

 마리는 영감 흉내를 내면서 경철씨의 실타래처럼 꼬인 마음을 풀려고 시도 했지만, 반응이 별로였다.

 나는 그에게 눈빛으로 가지 말 것을 호소했다.

 호소문이라도 써서 그에게 주고 싶은 심정.

 그리고 네가 죽을병이 아니라는 것이 어찌나 반가운지 네 아느냐.

 

 그런 마음이었다.

 드디어 나는 방언 터지듯이 입이 열렸다.

 그가 아프지 않다는 이유만으로도 로또를 맞은 것 같은 기분.

 

 “어제는 제가 정말 죄송했어요, 저는 하도 나오지 않으셔서 문제라도 생기신 줄 알고...”

 

 마리가 거들었다.

 

 “그래요! 괜히 지연이가 나 때문에 그쪽이 시한부라고 착각해서... 얘가 원체 착해요.

 막 아프거나 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치고”

 

 마리의 눈짓에 경철 오빠도 나섰다.

 

 “그래! 천지 정말 괜찮은 애야, 잘 해봐!”

 

 그의 표정이 없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의 연락처를 받고, 사진을 출력하여 방 한가운데 붙여 놓고,

 그를 만났던 건널목에서 오겹살을 굽고,

 오늘 삼겹살을 흡입하기까지의 숨 가쁜 일정을 돌이켜봤다.

 이것은 정녕 인연인지라.

 

 동철씨는 양파와 깻잎에 고기를 꼭 싸 먹는다.

 역시 저 잘빠진 몸매의 비밀은 야채에도 있었다.

 

 고기보다 더 많은 야채를 흡입하는 저 아름다운 식습관.

 나는 그를 닮고자 갑자기 마구 채를 썬 양상추를 흡입했다.

 

 마리가 내 등을 한 대 찰싹 때렸다.

 

 “야! 이거 오빠가 다 낸다는데 지금 무슨 뻘짓 하는 거야? 풀은 네 집에 돌아가서 먹으라구!”

 

 갑자기 동철씨가 웃는다. 웃겨서 못 봐주겠다는.

 

 내 얼굴도 약간 붉어졌지만, 이심전심. 마리는 내 마음을 참 잘 읽는다.

 나도 그 생각이었다.

 

 “야! 나 원래 야채 좋아해!”

 

 갑자기 경철 오빠가 웃었다.

 야채를 멀리하는 내 모습을 봐왔으니까.

 

 “웃기시네! 너희 육식동물인거 하늘이 알고 내가 안다,

 그냥 실컷 먹어! 그냥 이렇게 된 거 오늘 즐겁게 마시고 놀고 찢어지자!”

 

 뭐 찢어지자고?

 저 시키가 뭔 똥구멍 찢어지는 개소리인지.

 순간 난 경철 오빠를 째려보았고, 눈치 빠른 마리는 다른 제안을 했다.

 

 “오빠! 우리 노래하러 가자, 오랜만에 헤드뱅잉 한번 해야지~”

 

 갑자기 동철씨가 시계를 보더니,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마리가 그의 팔을 낚아챘다.

 

 “가시죠! 제가 뭘 잘못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과의 의미로 노래 한 곡 선물 드리겠습니다! 2차는 이 탑작가가 쏘겠소!”

 

 동철씨는 마리의 팔심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렸고,

 경철 오빠는 마리의 눈짓에 쪽도 못 쓰고 자리에서 따라나섰다.

 

 나는 이 모든 일이 나를 위한 마리의 깊은 속뜻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래하는 노래방, 싸고 맛난 안주가 가득하다.

 여기는 대학 시절부터 우리가 자주 오던 노래하며 값싸고 푸지게 먹는 노래방, 개코.

 

 마리는 종업원에게 배가 출출하니 안주를 빨리 내오라고 했다.

 

 그는 말이 없다. 입이 대발 나와 있다.

 식당에서도 제대로 먹은 것이 없는 내 남자, 혹시 오늘도 실수를 할까 봐 저러는 것일까.

 난 이제 마음을 비웠다.

 장이 안 좋은 그를 위해 화장지 몇 첩도 흔쾌히 나눠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속에서 꿈틀거린다.

 

 “저 속 괜찮으시면 뭐 좀 드실래요?”

 

 경철 오빠와 오순도순 닭발과 소주를 나눠 먹으면서,

 목청을 정돈하는 한 쌍의 바퀴벌레 같은 두 사람 곁에서 동철씨는 신선이라고나 할까.

 그런 미친 포스를 뽐내고 있었다.

 내가 ‘빠꿈빠꿈’ 쳐다보자, 그의 마음이 1mm 정도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네, 약간 출출하긴 하네요…. 지연씨는 괜찮으세요?”

 

 “그럼요! 그렇게 잔뜩 먹어놓고 또 배고프다고 하면, 그건 정녕 육식동물이죠!”

 

 동철씨가 웃는다. 역시 이 사람은 나쁜 놈이 아니다.

 진짜 나쁜 놈이라면,

 비루한 경철 오빠의 연락에 이렇게 단숨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그는 좋은 사람이다.

 

 날렵한 콧날, 군살 없는 허리라인, 풍성한 머릿결! 이런 것들이 증명해준다.

 원래 성격이 좋아야 유전자도 좋은 기운을 받아서, 멋지게 자란다고!

 

 “그럼! 제가 라면 하나 끓여 드릴게요!”

 

 “아.. 아니예요, 괜찮은데”

 

 영화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라면 먹고 갈래?’ 그래, 오늘 너도 내 라면을 맛본다면 나를 정녕 잊지 못할 것이다.

 

 메추리알만한 달걀 하나와 라면 한 봉지.

 나는 이것으로 그에게 오늘 제대로 매력 어필을 해야 한다.

 봉지 안에 든 온갖 조미료를 정성껏 물에 부어 끓이기 시작했다.

 

 “이것 봐 나를 한번 쳐다봐~~”

 

 마리가 폭탄 맞은 핑클 비주얼로 마리가 노래를 한다.

 그녀는 역시 사심이 없다.

 친구의 연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저 태도.

 경철 오빠와 나, 마리는 정말 격 없는 사이.

 

 이곳이 자신의 소개팅 자리였다면,

 저 육중한 몸을 저리 흔들지 못했을 것이다.

 

 경철 오빠가 침을 튀기며, 소리 내어 웃는다.

 

 “저것 봐! 뱃살 출렁이는 것 좀 봐! 여전해, 으하하.”

 

 경철 오빠의 말에 마리는 더욱 출렁이는 뱃살로 웨이브를 탔고,

 동철씨는 마치 신천지에 구경 온 것처럼 신기하게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직감했다.

 그가 나, 그리고 마리와 다른 세상에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오늘 보는 장면들은 ‘진짜 처음’이라는 듯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똥구멍 찢어지게 웃기게 해드릴게요!’

 

 동철씨를 넋이 나가라 쳐다보다 보니, 라면이 조금 불었다.

 급히 냄비를 만지다가 쇠의 뜨거움에 움짤했다.

 

 “앗 씨발!”

 

 나도 모르게 어디서 이런 소리가 튀어나온 것인지.

 이런 욕이란, 평소에 쓰지를 말아야해!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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