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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흔들리는 동공과 훌러덩 저 아래
작성일 : 17-07-31 13:13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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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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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동공이 흔들린다.

 동공 아래에는 궁둥이,

 그리고 훌렁훌렁 저 아래 바지 벨트.

 

 그가 소리를 질렀다.

 

 “으아악!”

 

 내 남자가 하의를 탈의한 체

 경악을 하고 있다.

 

 고깃집이 떠내려갈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잘생긴 이놈.

 

 분명 못 볼 것을 봐서 기분은 좋았으나,

 아주 당황스러운 이 기분은..

 

 그의 불편한 감정이 느껴진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화장실 문을 닫아줬다.

 난 개념있는 여자니깐!

 

 그래도 그가 저 안에서 나오면,

 가만 있지는 않을꺼야.

 살짝 두려워졌다.

 

 비좁고 환기도 안 되는 화장실에는 그 남자가 있었다.

 오분 전쯤 생성 되었을 무척 구린 그 냄새와 함께.

 남자가 궁둥짝을 까고 앉아 있는 그 변기 앞에서..

 귀하지만 못생긴 나의 코를 움켜쥘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아도 절대 참을 수 없던 그 내음.

 분명 장이 많이 좋지 않은 듯 했다.

 

 그는 그렇게 힘겨워 보이지는 않았다.

 

 뭐 죽기 직전이라거나,

 숨이 꼴깍 넘어갈 것 같은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피를 토하거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고꾸라져 있거나,

 그런 일도 없이 반반한 얼굴을 처들고,

 나름의 큰일을 보고 있었다.

 함부로 애틋했던 그의 모습.

 

 앗!

 테이블의 내 고기가 생각났다.

 둘이 먹다가, 둘이 다 죽어도 인정할만한

 맛난 돼지 비계가 지글지글 꼻아서 절고 있었다.

 저런.

 

 내가 과연 이 테이블에서

 그를 기다리는 게 맞는 것일까.

 저 밀폐된 공간에서 나와 이 자리에서 실컷 욕을 던져놓고,

 나를 이곳에 놓고 떠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아까 그의 동공은 아주 맑고 깨끗했어!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나왔다.

 잘생긴 나의 왕자님.

 쾌변을 완료한 냄새였으나,

 매우 불편한 표정이었다.

 

 “가시죠…”

 

 “네?!”

 

 나는 그의 냉랭한 표정에 놀랐다.

 계산서를 집어 들었다.

 아직 구워지지 못한 체 붉은 기운을 발사중인

 ‘생삽겹살’이 테이블 위에 있었는데,

 감히 이런 행동을 하다니!

 

 “동철씨, 고기 아직 다 안 먹었…”

 

 완전 나를 노려보는 그의 칼날같은 눈빛.

 

 “그럼 혼자 드시고 올래요?”

 

 대박. 개판 매너.

 이런 게 바로 얼굴값이라는 거지, 뭔지.

 화를 낼까 했지만,

 그러면 진짜 여기서

 ‘바이 바이’ 로 끝날 수도 있다.

 그의 말을 따르자.

 

 “좋아요! 커피 마시러 가요!”

 

 그가 헛웃음을 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흥분한 이 남자.

 안절부절못하는 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싸늘한 그의 표정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

 이 정도도 양호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를 붙잡고 싶었다!

 

 “네?! 왜요?”

 

 동철씨의 얼굴이 붉어져 있다.

 

 “제가... 정말 창피해서 더 못 있겠어요!”

 

 “아니... 저는 하도 안 나오시길래 걱정이 되서”

 

 갑자기 열폭한 그 남자의 표정.

 쪽팔리면서도 화를 참지 못할 때의 모습이

 바로 저런 거구나.

 표정의 신비란!

 

 남자라는 게

 정말 다양한 표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럼, 전화하시면 되잖아요. 여자분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합니까?”

 

 순간 고깃집 아저씨의 째려봄이 느껴졌다.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켜본 방청객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헉, 둥근 문고리도 빠져있다.

 천지연의 원펀치의 위력, 역시나 나는 우월 유전자다.

 

 이 남자를 놓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여기서 한 번 수법을 써보자.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는 건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니깐

 어디 한번 울어봅세!

 그의 마음을 잡아야하므로.

 

 세상에서 가잘 슬픈 장면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나는 내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가장 슬픈 생각을 해서,

 눈물을 기어코 쥐어 짜갰느니라!

 이 세상에 온갖 음식이 사라진다. 나는 이제 풀밖에 먹을 것이 없다.

 헉, 난다... 눈물이!

 

 “그럼 어떻게 해요? 어제는 건널목에서 버리고 가고, 오늘은 화장실에 가서 빨리 안 나오고”

 

 난 울먹거렸다.

 

 “어제는 제가 정말 잘못했는데요. 진짜 사정이 있었다고요!”

 

 “그게 뭔데요? 네?! 그쪽이 뭔데 사람을 막 이상하게 만드냐고요!!”

 

 동철씨는 한숨을 푹푹 쉬더니 말했다.

 

 “그날..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랬어요...”

 

 역시 로코의 대왕,

 마리의 말이 맞다.

 진짜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그의 인생 끝물에 만난 것도 억울한데,

 그가 얼마 못 살 팔자라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내 눈앞에서 다 타버린 돼지 비계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하리오.

 

 필요 없다!

 나는 또 돈 벌어서 다음 달, 내년, 십 년 후에도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가 마지막 만찬인지도 모르는 체,

 오늘의 쪽팔림을 되새길 여유 없이 내일 아침을 맞이해야 하잖아.

 

 안 먹혔다..

 그는 카운터로 유유히 걸어가서 다 흡입하지 못한 고깃값을 계산했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나는 가게 정문을 가로막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대모 시위대처럼, 일제시대 열사처럼.

 열정적, 돌진적으로.

 

 처음 본 그의 프사,

 그의 사진을 출력하여 방에 붙여놓았을 때의 기분, 일주일간의 절식, 건널목에서의 모욕.

 모든 게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를 만나도록 이 상황을 세팅한

 주선자, 경철 선배에 대한 원망까지!

 대학 선배라는 게,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을 소개해 주지를 않나, 이 더러운 세상!

 

 아주 쌍으로 나를 곤란하게 하는

 사회에 대한 비관과 달관이 섞인 그런 자조적인 눈물이

 통통한 내 두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동철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실, 보다는 무척 쪽팔려하는 듯한 모습.

 

 “아니, 왜 이러세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일어나세요, 좀”

 

 손수 일으켜 세워주기는커녕 지시하는 듯한 저 말투.

 그는 정녕 아파서 내 몸을 터치할

 팔뚝 힘조차 없는 것인가.

 아니지, 내가 아직 싫은거지. 아직이라..

 그의 얼굴이 유독 하얗게 보인다.

 

 나는 눈물을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더 나올래야 안 나와서.

 

 “아프면, 아프다고 말씀을 하셔야죠. 왜 나오신 거예요?”

 

 그는 당황했다.

 

 “다 알고 계셨어요?”

 

 “네! 그럼 제가 눈치 백 단인데, 그거 하나로 이제껏 이 험난한 세상 살아왔는데요!”

 

 “경철이 그 자식이 말한 거예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고개를 두 번 끄덕끄덕했다.

 

 주워들은 것이라고는

 니가 좀 잘산다는 것뿐인데.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이 자식을 그냥!”

 

 그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낸다.

 담배다.

 담배를 피우려고 하는 그를 말려야 한다.

 안 그래도 짧을 명을 재촉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그의 섬섬옥수 손가락 사이에

 한 개비의 사악한 영혼이 채워지는 순간.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내 기필코 저것을 빼앗아

 그의 수명을 연장시키리라!

 

 순간, 그가 내게로 나자빠졌다.

 내 위로 그가 떨어졌다.

 올레! 신이시여.

 당신이 나를 돕는군요!

 

 헉, 그가 남자라서 나보다 무겁기는 한가 보다.

 내 위로 나자빠진 이 남자.

 

 몸을 일으킬 수 없다.

 이런 남자와 길바닥에서 일자로 뻗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의 동공이 나의 동공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고 있다.

 이러다가 미친 듯이 서로 보고 싶은 게

 사랑이겠지.

 

 점점 달아오르는 그의 얼굴.

 원숭이 궁둥이인지, 사과인지,

 점점 빨개질수록 주변인들의 ‘킥킥’ 소리도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로로 다시 바로 선 그 남자.

 어느새 나 홀로 뻗어있다.

 

 “지연씨, 일어나시죠!”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는 이 남자.

 나는 두 팔을 수직으로 뻗으며,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저 좀...”

 

 나는 육중한 몸뚱이를 홀로 일으킬 수 없었다.

 홀로 일어나려고 하다가는 엉덩이 속까지 다 보일 것을.

 

 그제야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우리 진짜 인연이 아닌 것 같네요.. 어제는 저도 정말 죄송하고요,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뭐야.

 그가 유유히 사라진다.

 

 내가 커피 한잔 사려 했는데, 가버렸어.

 그는 진짜 아파서 사라진 게 분명해.

 나를 이렇게 버린 인격 제로 종자가 아니라구!

 그런데 통증이 저렇게 잦은 것인가.

 

 내 님은 대체 홀로 어디로 가는 것인가.

 혹시..

 나 또 버려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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