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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발작스런 첫데이트!
작성일 : 17-07-31 13:13     조회 : 304     추천 : 0     분량 : 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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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오늘은 내 꼭 만나리라.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

 

 나는 촌 돼지처럼 보인다는

 그 옷도 가져다 버렸고, 얼굴은 안되고 옷 잘 입는 수지에게

 명품 원피스 한 벌도 빌렸다.

 혼수 상태에도 빠트릴 수 있을 정도로, 미치도록 살을 쥐여준다는 초강력 압축 거들도 마리로부터 대여했다.

 

 수지는 어제 한번 밖에 안 입은 원피스라고 생색을 내면서 빌려줬는데,

 온종일 입고 때약볕을 싸돌아다녔는지 땀 냄새가 진정 절었다.

 마리도 딱 한번 입은 거들이라면서 생색을 내면서 빌려줬는데,

 그녀가 한번 입고 벗어서인지 할머니 몸빼바지 같은걸.

 무척이나 헐겁게도 늘어져 버린 상태였다.

 그래도 친구밖에 없지.

 길가는 사람들이 뭐 하나 빌려주겠어??

 

 외면은 이토록 남루하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반짝반짝!

 

 월요일 오후 다섯 시 삼십 분!

 여섯시가 되면 미친 토끼처럼 사무실을 튀어나갈 생각에

 먼저 그에게 확인 문자를 쳤다.

 

 “오늘은 어제처럼 그러시면 안 됩니다! 어디십니까? 저희 회사 근처에 당도하셨나요?”

 

 득달같이 깨톡의 ‘1’이 없어졌다.

 

 “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언제까지 어깨춤만 추게 할 거야. 들석, 들석 들석.

 어깨에서 노래가 나오는 듯했다. 앗! 행복한 이 기분.

 흥을 타는 나를 보고,

 옆에 앉은 후배 여자가 나를 꼴아보았다.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오늘은 신나는 날이니깐!

 소개팅하기로 한 남자가 회사 앞에서 대기 중이니깐!!

 으하하하.

 

 하지만, 김부장의 저 갈치같은 눈빛은 기분이 나빴다.

 점심시간에 어디서 김치찌개를 주워먹고 와서,

 소화가 안되는지 사이다를 한병 마시고,

 꼴깍꼴깍 졸다가 일어나더니

 나를 계속 째려보고 있다.

 

 혹시 또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인가.

 

 “지연, 왜 그래.. 오늘 하루 종일 들떠서”

 

 나의 절친이자, 입사 동기 서과장이 말했다.

 

 “으하하하. 나 오늘 소개팅해!”

 

 서과장의 귀끔인데, 못알아 들었다.

 

 “으하하하, 난 소개팅하기로 한 남자가 회사 앞에 와 있어!”

 

 김부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지연!”

 

 “네!!”

 

 “미쳤구만, 완전. 왜 이렇게 아침부터 시끄러워??

 지난주 금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한 옥외광고 기획안 어딨어?”

 

 “앗! 그게...”

 

 “왜 그것도 삶아 먹었어? 아니면 뭐 구워 먹었어?”

 

 갑자기 후배가 ‘우하핫’ 웃었다.

 정말 재수가 없는 저 목소리.

 

 집에가다 하수구에 빠져버릴 망할 것.

 

 “오늘 새벽 두 시까지 제출하겠습니다!”

 

 화가 나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진짜 미쳤구만, 그럼 내가 새벽 두 시에 집에 가서 그거 보라고?”

 

 역시나 오늘도 내가 타깃이군!

 난 눈물을 떨구기나 할 것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사실 저 기획안은 내 일이 아니다.

 옥외광고 담당은 서과장인데, 그가 업무가 많다고 하자

 갑자기 지난 주 금요일 ‘어이, 할 일없는 천대리.

 

 이거 오늘 저녁까지 해서 줘’ 하고, 서과장이 하던 일을 내게 훅 떠밀은 것인데.

 이걸 오늘까지 끝낼 실력이면

 내가 이 회사에 다니지도 않았다!

 

 아마 글로벌 다국적 초일류 명품 최고 복지 기업에서

 ‘대리’ 딱지는 진작에 뗐겠지.

 

 “죄송해서요! 두시에 드릴테니깐 컨펌주세요.

 부장님 사모님하고 사이 않좋으셔서 세시나 돼야 나간다고 성혜교씨가 그러던데요?!

 여자 친구라도 생기기 전에는 늘 그 시간에 퇴근할 것 같다고”

 

 갑자기 부서 사람들이 ‘킥킥’거렸다.

 

 ‘성혜교’는 나를 개무시하는 신입 사원이자,

 내가 혼날 때마다 눈치없이 잇몸이 승천하여 천당가도록 웃는 그 상년.

 

 갑자기 김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김부장을 보고 아주 조금만 민망해하는 ‘금수저’ 신입사원 ‘성혜교’.

 그녀는 송혜교의 발끝도 못따라가는 얼굴 컴플랙스 때문에 죽도록 운동만 한다.

 다행이 그것 때문에 허리만 가늘고,

 수술은 죽어도 안했다고 우기는 D컵 가슴은

 그 못난 얼굴을 몇몇 남자들에게 들이댈 수 있는 가냘픈 동아줄이랄까.

 혜교는 나를 살짝 째려보았다.

 

 김부장이 당황하면서 말했다.

 그는 성혜교를 어려워한다.

 마치 며느리가 시어머니 대하듯.

 

 “흠.. 아무튼! 천대리 자꾸 이러면 곤란해. 내일 퇴근 전까지 가져와”

 

 그의 회전의자가 육중한 몸뚱이 때문에,

 단번에 돌아가지 않았다.

 엉덩이를 휙휙 돌리니깐, 돌아간다.

 살짝 바퀴가 망가졌군!

 

 너도 내 외모나 디스하고, 권력자의 딸, 성혜교에게 아부를 하고,

 심보를 그렇게 못되게 쓰다가는 네 인생이 바로 그 바퀴처럼 될 것이다!

 살짝 저주를 걸었다. 띠롱!

 

 주섬주섬 동철 왕자를 만나러 갈 채비를 했다.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는 김부장에게

 너무 심한 인신공격을 한 것은 아닌지 살짝 후회되기도 했지만.

 원래 좋은 일을 앞두고는 남을 욕해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

 

 엘리베이터다.

 보고서 따위는 쿨하게 잊자! 잊고말고!

 내 행복에 진정한 도움은 안된다고.

 보고서는 못생기고, 동철씨는 잘생겼잖아?!

 다시 그의 프사와 카카오스토리에서 사진을 확인했다. 정말 내 스타일.

 당신은 나의 타입이십니다!

 

 난, 그에게 다시 깨톡을 보냈다.

 

 “우리 오겹살 먹으러 갈래요?! 저 고기 엄청 잘 구워요!”

 

  “아.. 그래요^^ 저 회사 앞 건널목이에요.”

 

 같은 건널목. 다른 느낌.

 기다릴 수 없다. 나는 신호등이 바뀔까 무서워, 그를 다시 놓칠까 두려워, 전화를 걸었다.

 받았다.

 그의 숨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난 말했다.

 

 “접니다! 오늘도 튀시면 안 됩니다!”

 

 “절대요!”

 

 이 생생한 음성.

 노래방 마이크 에코 같은 이 소리는 당최 뭐지.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린다.

 나 뒤 봐도 되는 거니. 뒤에서 들렸어, 이 소리!

 

 맞은편에는 배불뚝이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 뒤에,

 나의 왕자님이?!

 

 “안녕하세요, 지연 씨”

 

 맙소사.

 기어코 나는 뒤를 보고야 말았다.

 그다, 그야.

 

 나의 질긴 입 근육들이 움직인다.

 입꼬리가 승천하여, 눈꼬리에 닿을 것처럼. 마비되었던 내 얼굴 근육들이 동요한다.

 내 육체도 잘 생긴 남자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오 마이 갓.

 사진하고 똑같애.

 그래, 같은 사람이니까.

 

 “어머! 반가워요!”

 

 나는 그의 손을 냉큼 잡았다.

 너무 좋아서, 그의 손모가지를 비틀 뻔했다.

 

 까만 눈동자가 계란형의 얼굴 골격에 붙어있다.

 입술은 얇지만, 탐스럽고, 적당한 입술 위 간격으로 날이 선 콧날.

 그리고 전체 바디의 균형감은 모델 저리가라.

 

 내 이럴 줄 알았다.

 그깟 프사는 비록 목 위까지만 살짝 보여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는 ‘미남이시네요’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그는 아우라가 있었다.

 키는 플러스가 아니고 보너스일 뿐.

 잘생긴 얼굴을 빛내 줄 그럼 180cm.

 

 내 남자, 그는 내 남자, 내 것이 될 것이다.

 

 스멀 스멀 피오르는 연기와 향긋한 스멜. 그가 내 앞에 있다.

 내가 오겹살을 굽는다.

 정장핏이 이렇게 좋은 남자는 회사건물이 즐비한 이 지역에서 6년째 일하지만, 난생 처음본다.

 티비에서 본 남자가 내 앞에 앉아 있어! 오마이갓!

 

 “제가 구울게요. 지연씨, 드세요”

 

 “아니에요! 저 굽는 거 좋아해요. 이거(불판 위를 가르치며) 다 드시면, 구워주세요”

 

 “이거 다요? 이거 이인분인데 혼자 어떻게 다 먹어요?”

 

 “네? 보통 혼자 이삼 인분 먹지 않나요?”

 

 갑자기 남자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내 배를 살짝 쳐다보는 것 같다.

 

 또 입실수를 한 것인가.

 

 “으하하” 입방정을 중화시키고자, 크게 웃었다.

 

 음하하하. 함께 웃었다.

 그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매력 포인트로 황금 비율의 ‘소맥’을 선사하리라!

 

 “언니! 여기 맥주 두 병이랑 소주 한 병이요!”

 

 말아줬다. 그가 벌컥벌컥 들이켰다.

 

 “짠!”

 

 “지연씨는 참 재밌고, 밝은 분 같아요”

 

 이건, 내게 반쯤 넘어왔다는 소리?!

 

 “그럼 제가 호감이란 말씀이시죠? 그것 말고 다른 건 맘에 드는 거 또 없나요?”

 

 갑작스러운 정적.

 갑자기 남자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술에 약한가.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저.. 잠깐만...”

 

 말없이 그가 배를 움켜쥐고, 내 앞에서 일어섰다.

 

 뭐지?!

 

 화장실 쪽으로 간다.

 왜 그러지? 혹시 고깃집 주인이 우리의 행복을 질투하여,

 맥주에 독을 탄 것인가?! 아니면 소주에?!

 아니다. 이거 내가 개봉했는데.

 그럼 혹시.. 또 도망?

 

 아니다. 지갑이 테이블 위에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혹시.

 

 

 그가 오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오분을 더 기다릴 용기가 없어

 마리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이 상황을 설명했다.

 

 마리가 한숨을 지었다.

 

 “지연아... 니가 고깃값 계산해라”

 

 “응? 무슨 소리야?!”

 

 “그 남자... 아무래도 시한부인가봐. 얼굴이 빨개졌다며. 고기랑 소맥을 먹었는데도...”

 

 “응!!”

 

 “내 촉으로는 그래. 그 남자 시한부야. 그러니깐 고기랑 소맥을 먹고 속이 부대끼는 거지….”

 

 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10분째,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

 

 “야! 화장실에 갔다고!!! 근데 그게 죽는 거랑 뭔 상관인데?!”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울먹이며 소리를 지르자,

 고깃집에서 남자에게 잘 보이고자 안되는 얼굴을 극복할 요량으로

 열심히 고기를 굽던 여자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마리가 소리를 질렀다.

 

 “야! 정신 차려! 황동철이 미쳤냐? 그렇게 잘생기고, 돈 많고 괜찮은 남자를 너한테 소개해주게?

 너한테 아직 보험 가입하라고 안 했다며! 그 남자가 시한부니깐 너한테 맡기려고 해 준거지!!”

 

 나는 눈물이 흘렀다.

 

 “이런 개새끼들……”

 

 여전히 닫힌 남자화장실 문이 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쉽게도 타버리는 삼겹살 비계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족팔뚝으로 닦았다.

 

 “그래도... 잘 생겼잖아. 한번 가봐야겠다.. 화장실에...”

 

 마리가 조용히 말한다.

 

 “그냥, 고깃값 니 돈으로 계산하고 깨끗하게 나와. 원래 이별할 때 질척거리는 게 엄청 추해, 쿨하게 보내줘, 천지연!”

 

 “됐어! 꺼져”

 

 난 코끼리 보폭으로 화장실을 향해 돌진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남자 화장실 문이 잠겨있다.

 한 칸밖에 없는 남루한 화장실이었다.

 망할, 고깃집은 이렇게 크면서 변기는 단 한개 뿐이라니.

 

 그가 그 안에서 겪을 고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동철씨! 동철씨!”

 

 그가 인기척이 없다. 화장실 문도 잠겨있다.

 나는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있을 그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위기의 순간에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된다고.

 

 난 주먹을 불끈 쥐어, 원펀치로 문을 ‘퍽’ 쳤다.

 

 헉.............................

 

 오마이갓.

 내가 뭔 짓을 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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