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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강남역 10번 출구 건널목,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작성일 : 17-07-31 13:11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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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아침, 우리집도 보통의 다른 집들의 아침과

 유사하리라 믿는다.

 

 팬티 고무줄을 튕기며,

 코를 후비는 아버지를 보다가

 열이 뻗쳐서 마트에 가자고

 내게 칭얼대는 어머니.

 

 젊은 시절과 달리 집에서 큰소리는커녕..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숨죽이는 일요일을 맞이하며

 내게 약수터로 함께 도망가자는 아버지.

 

 독가스를 금방이라도 뿜어낼 것처럼 해독이 아주 필요한 통통한 배에도 불구하고,

 먹다 자기를 반복하는 남동생.

 사랑스런 그들의 모습은

 나의 행복을 고의적이지는 않지만,

 필사적으로 방해하여,

 약속 시간보다 일찍 바깥으로

 나를 떠밀었다.

 

 나를 아래위로 살피던 동생이 말했다.

 

 "누나 왜 그런 걸 주워 입고 다녀? 촌돼지같애!!”

 

 5월에 입을 수 있는 내가 가진 아이템 중에서 가장 고가로 걸쳤는데,

 신발장 앞까지 다다른 나를 보고 남동생은 나불거렸다.

 남동생은 오전에 용돈까지 받아먹고는 금새 닭대가리처럼

 잊었는지..

 입 두들겨 맞을 소리를 했다.

 가족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비록 그런 말을 들어도 “아 진짜” 이러면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여지가 없는 남루한 내 옷장의 현실.

 

 “고마워. 개삐리리야!”

 

 나를 향해 돌직구를 던진 남동생을 내일 패기로 하고, 집을 나왔다.

 저 시키는 십이지장까지 딱딱하고 건조한 그런 종류의 물건이 분명해!!

 응원은 못 해줄망정.

 

 촌돼지라.

 그런데 왜 불쾌함보다 배고픔이 연상되는 것인지.

 왜 ‘돼지고기 김치찌개’ 가 떠오르는 것인지.

 난 어쩔 수 없는 하찮은 인간이야.

 

 배고픔이 뚝뚝 흐르는 일요일 오후.

 강남에 가면 난 훈남 소개팅남 동철님과 스테이크를 썰 수 있으니라!

 오늘은 내 배에 소고기를 하사하겠노라!

 라는 기대감으로 타닥타닥 소리내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도착!

 여기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강남역 10번 출구.

 사람이 참으로 많구만.

 

 어렸을 때 오라지게 못생겼다가,

 급하게 갈아엎은 듯한

 여성들이 종종 보인다.

 나 같은 순수 자연 미인이 돌아다니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이 동네.

 

 혹시, 푹 파이거나, 훅 올라갔거나,

 그렇게 벗고 다니면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으려나?!

 어림없는 소리!

 그렇다 해도 질타뿐일 것일 것을.

 

 “야! 옷으로 좀 감추고 다녀라, 엉?!”

 

 아마 이런 말들이 오가는 꼬락서니가

 내 앞에 펼쳐질지 몰라.

 

 약속은 7시이지만,

 그를 만나기로 한 강남역에 도착한 것은 6시.

 내 안의 부지런한 에고(ego)는

 나에게 일찍 나갈 것을 지시했다.

 내가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지.

 

 오늘 만큼은 강남의 햇살은 강북보다 따뜻한 것 같다.

 

 "유 알 마이 선샤인!”

 

 나올 때보다 더 덥다... 헉헉.

 아마 내 마음이 활활 데워져서겠지.

 

 그 어느 국가의 태양보다

 훨훨 타는 정열적인 마음을 지닌 꿀처녀,

 천지연의 소개팅 day.

 

 제대로 떨린다. 두근두근 팡팡.

 

 너무 긴장해서인지, 겨드(랑이)에 살짝 땀이 난다.

 땀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주말에도 ‘장사 잘돼 붐비는 2호선’을 탔으니,

 내 몸도 약간 허해진 것이지. 허덕허덕.

 대략 집에서 나와서, 지하철에 탑승하여,

 강남역에 도착한 분량이 한 시간이니

 내 외모의 신선도는 분명 다소 감퇴하였을 것이다.

 

 날 위한 화장실이 어디 있을까.

 눈치 안 보고 외모 복원할 수 있는 널따란 거울이 있는 그런 곳.

 아 맞다!

 나의 세금으로 완성된 지하철역 화장실.

 

 이런.. 소개팅녀들의 대기실인지 뭔지,

 분칠하려는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그다지 거울 필요 없이 나가도 될 것 같은 여성들도

 많고 많았다.

 

 강남역 흔하고 흔한 카페 화장실로 갈까?!

 잠시 갈등했지만,

 카페에서 불필요한 지방 촉매제가 될 프라푸치노 혹은 살찌는데 무해하다는 아메리카노조차 사먹기는

 돈이 좀 아까워서.

 나는 화장하는 못난이들의 틈을 비집고,

 경쟁적으로 화장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집고 들어가 보게 된 거울. 비추는 내 얼굴을 보았다.

 

 “너도 참...”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못난이라 할지라도,

 나보다는 어리고, 잘 입고, 예쁘구나.

 

 “이 얼굴로.. 오늘 잘해낼 수 있을까?”

 

 감춰진 내 얼굴의 매력점을 찾기 위해

 뚫어지라 거울을 보고 있는데,

 옆의 여자가 나를 밀쳤다.

 

 망할, 그녀는 당근 사과 한마디 없이

 유유히 오래된 사과 같은 자신의 얼굴에 분칠을 해나갔다.

 

 다시 또,

 불길한 예감.

 아니야, 아니야, 부정적이지 말자.

 나는 오늘 행복해질 것이다.

 뭔가 자존심 적은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어보지 지금 처바르는 파우더 외에는

 다른 장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니.

 

 이 죽일 놈의 준비성.

 덕분에 나는 경쟁적인 화장실 화장터를 빠져 나와,

 강남대로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아직 30분이나 남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올 때마다 낯선 것은 망했다 생겼다 계속해서

 바뀌는 간판 때문인지,

 저 잡스럽게 돌아다니는 새로운 사람 때문인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나는 그에게 문자를 했다.

 

  “저희 예약한 식당이 어딘가요?”

 

  “아, 강남역에 도착하면 같이 가요. 골목이라서 찾기 힘드실 수 있어요”

 

  “네^^”

 

 눈치도 더럽게 없지. 내가 괜히 지금 물어봤겠냐고!

 난 갑자기 신경질성으로 변했다.

 20분을 남겨놓고, 길바닥에 있을 수 없어서,

 드럭 스토어(올뤼브X, 왓순X 이런 종류 등)에 들어갔다.

 많은 화장품.

 저거 다 바른다고 피부 좋아지고 예뻐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내 얼굴이 그 방증이니까,

 관심 없이 제품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에 ‘파격 세일 70%’라는

 울분에 찬 플래카드를 단 화장품 판매대를 발견했다.

 

 그건 내가 평소 바르고 싶었으나,

 약간 고가라서 안 사던 브랜드인데,

 한국 매장 철수를 기념하여,

 '빡친 가격 할인' 하던 것.

 

 난 정신없이 집어삼켰다. 그래도 기본은 바르는 여자니깐,

 이 정도는 사줘야 한다!

 게다가 내가 애정하는 점포정리의 기회.

 난 역시 운이 좋은 여자야.

 그런 마음으로 서너 개를 골랐다.

 앗! 근데 나 소개팅 가는 중인데.

 고민이 되어, 가게 점원에게 물었다.

 

 “저 이거... 좀 찜 해주실 수 있나요?”

 

 "네?"

 

 뭐 VIP처럼 생기지도 못한 것이,

 어디서 특별대접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그런 음성?!

 나는 겸손하게 말했다.

 

 “아 제가.. 다른 일이 좀... 있어서, 계산하고 맡겨주시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보관해드리고 그런 서비스는 없는데요….”

 

 내가 뭐 나만 특별대접 해달라, 그런게 아니고, 정말 급해서 그런다는 것을,

 피력하고자, 조금 불쌍한 표정으로 무리수를 던졌다.

 

 “제가.. 소개팅 좀 다녀와야 해서, 부탁드릴께요!”

 

 점원의 표정.

 그건 비웃음 같다가, 웃는 것 같다가, 그런 야릇한 표정이었다.

 굳이 나는 왜 그 소리까지 해서 화장품을 싸게 사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그래, 이게 여자라는 종족들의 특징이겠지.

 점원은 방긋 웃으며, '오케이'를 했다.

 생각보다 착하군.

 그런 생각으로 화장품 가게를 나왔다.

 

 동철님과의 소개팅 10분전이다.

 거울보기와 쇼핑까지 알차게 마쳤으니, 이제 그를 만날 일만 남았다!

 두근두근.

 

 깨톡,

 

 “지연씨 어디세요? 저 강남역 10번 출구 앞 건널목에서 건너려고 해요”

 

 나는 답장보다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확 전화를 했다. 우리 사이에 문자질?!

 그의 반대편에 내가 있다!!

 드디어 들리는 그의 첫 음성.

 

 “네, 지연씨”

 

 핸드폰 처음 샀을 때,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음하하.

 처음으로 들어보는 동철왕자의 음성이다. 아 갠춘한 편이다. 이 자식, 목소리 참 괜찮네.

 

 “저 그쪽으로 갈게요.. 여기가.. 아까비! 10번 출구 맞은편이네요!”

 

 나는 10번 출구 맞은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흔들흔들.

 

 네 눈에 내가 보이는 거지?!

 그런데, 손을 흔드는 남자가 없다.

 

 하긴 12차선 도로에서 달걀같이 작은 내 얼굴과 섬섬옥수 손가락이 보이겠어.

 이해해, 이해해.

 다 이해할꺼야, 난 이해심많은 여자니깐.

 

  “우리 오 분 후면 보겠네요. 신호 바뀌면... 근데 서로 알아볼 수 있을지”

 

 그의 목소리, 그놈 목소리, 올레, 아주 괜찮았다.

 

  “제가 찾을게요!”

 

 하하하.

 우리는 오 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런 게 필연이자, 인연인지라.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노라, 그가 나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게 아직 좀 에러지만.

 

 제길슨.

 우리나라의 교통체계에 대한 원망.

 왜 이리도,

 빨간 신호등이 긴 것인지.

 

 오분이 오십 분처럼 흘러간다.

 새우눈 보다는 조금 나은 내 눈으로 스캔하건대,

 저 반대편에서

 그처럼 추정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최소한 175센티미터에 배때지 혹은 얼굴의 골격 중 일부가 과도하게 돌출된 청년은 보이지 않는다.

 내 레이더망에 그로 추정되는 남자는 네다섯 명쯤 걸려들었다.

 

  “노랑불 이네요!”

 

  “앗싸! 노란불, 이제 바뀌는 것 같아요. 제 사진 못 보셨죠?”

 

 난 내 얼굴을 못알아 볼 것 같아서, 주제넘는 배려심의 말을 던졌다.

 

 “프사에 안 해 놓으셔서... 아마 모르겠죠...”

 

 “그래요? 저는 사실...”

 

 뚜뚜뚜두,

 전화가 끊어졌다.

 

 신호등불이 전화회선을 방해하는 것인가, 뭔가. 이건 뭔가.

 

 건널목의 6차선. 그와 내가 교차해야 하는 순간이다.

 콩닥콩닥.

 누군가 내 어깨나 팔목이라도 잡아야 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손길이 없다.

 헉, 발길질이라도 누가 해줘야 한다.

 

 붐비는 건널목에서 두리번거리다가 객사 당할 듯하여,

 냉큼 뛰어 건널목을 건넜다.

 건너버린 나는 혼자다.

 

 모두가 나를 지나쳐, 반대편으로 건너서,

 유유히 어떤 건물로 가거나,

 누군가의 손목을 잡았다.

 난 혼자였다.

 

 동철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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