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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외로움에 절규하는 밤낮의 보통남녀
작성일 : 17-07-31 13:10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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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망의 D-day.

 드디어 나의 동철님을 만나는 날이다.

 

 어제 너무 설레서, 정말 푹 잤다.

 원래 잠이 잘 안 올 듯한 토요일 밤이 될 것 같아서,

 숙면을 취하고자,

 많이많이 먹고 누웠으니까.

 

 육개장 한 사발,

 대형 할인마트에서 사 온

 통 큰 케이크 반 판을 사이다를

 가볍게 후식으로 흡수했다.

 

 아주 기분이 달콤하여,

 순식간에 숙면 모드.

 

 나만의 숙면 팁!

 잠이 안 올 때는 엄청 처먹고,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가기!

 

 아무튼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요일.

 그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내 방의 온갖 사물들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책상 안녕! 어머 옷장도 잘 잤니? 거울도 안녕!"

 

 얼굴을 그곳에 비춰본다.

 피부가 촉촉한 것이,

 기름기가 아주 '반들반들'하다.

 이런 개기름 진 것을

 진정한 '물광피부' 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여자는 피부가 생명이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

 

 방 밖을 나갔다.

 우람하지만 못생긴 남동생이

 거실 쇼파에 일자로 누워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혈기왕성한 모쏠 청년, 천창훈.

 

 가족들조차 그를 놀린다.

 평생 여자 손목 한번 못 잡아 볼 것 같다고.

 하지만 시크하게 반응하는 남동생.

 우리가 신경쓸 것 같아서 숨겼는데,

 사실 자신의 군생활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고.

 웃기시네!!

 제대하기 전에 자신이 찼다는 어의없는 소리.

 뻥치시네!!

 

 요즘에 고무신 거꾸로 안 신는 군인이 어딨냐면서.

 갑자기 어디서 웃기지도 않은

  '나쁜 남자' 흉내를 내는 건지.

 개콘을 보는 것 같은

 코믹스러운 담화!

 

 사실.. 남동생은 '로맨스 소설' 마니아다.

 내 친구 김마리 웹 소설의 광팬이다.

 

 불쌍한 자식...쯧쯧

 물론 내 자식은 아니지만.

 

 가족들은 알고 있다.

 그는 늘 외로움에 허덕인다는 것을.

 

 그의 모니터의 ‘컴퓨터공학 과제’ 폴더와 책상 밑..

 쓰레기통을 보면 알 수 있다.그렇고 그런 흔적들..

 

 그는 학교 화장실에서 휴지를 뽑아 와서 자기 방에서 쓴다.

 가족들이 바깥에서 열심히 벌어

 공급하는 물자를 절약하기 위한 배려인

 줄 알 수도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이색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말했다.

 (다 알면서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익살스럽다니까.)

 

 “창훈이는 방에 휴지 안 갖다 줘도 어디서 가져다가 저렇게 쓰는지 모르겠네?!”

 

 침대 밑에는 버려진 휴지들이 가득하다.

 말라 비틀어진..

 엄마는 늘 그 휴지의 반만 정리한다.

 

 혹시나 창훈이가 알아서 존심상해 할까봐!!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귀하다고.

 대단한 아들사랑이야.

 

 '천창훈'이는 엄마의 못생겨도 귀중한 아들.

 

 아직도 여드름이 흥건한 면상으로

 재방 드라마를 돌려보는

 창훈이의 일요일 아침을 보니,

 그를 위한 선행의 의도가 솓구쳤다.

 

 “창훈아, 누나가 용돈 줄까?”

 

 착하고 예쁜 누나의 말에 창훈이의 새우눈이 반응한다.

 못난 눈알이 꿈뻑꿈뻑.

 

 "엉!"

 

 돼지같은 몸뚱이가 아리따운 나를 향해 돌진했고,

 난 만원을 내밀었다.

 

 “여기~”

 

 냉기가 돈다. 겨우 이정도?

 욕도 못하겠고, 안 받지도 못하겠다는 창훈이의 표정이 썩었다.

 

 “아껴써”

 

 “꺼져!!”

 

 귀여운 내동생.

 고맙다는 표현을 저렇게 하다니.

 역시 남자들은 표현력 나약해!!

 

 착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깨톡,

 오마나 이런 반가운 음성이!

 동철 왕자님이 보낸 약속에 대한, 재확인 문자일 것이다.

 

 헉! 아니네.

 마리다..

 

 "여자는 예쁘면 끝이거든. 무조건 예쁘게 하고 나가"

 

 미친년.

 안심하고 먹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다시 거울을 보니,

 여성의 면상이 아니라,

 감자전 한 장이 반들반들 비춰졌다.

 

 넓쩍하고 남루한 내 얼굴.

 

 망할..

 마리 말을 괜히 들었다.

 '널 그냥 인정해주고 바라봐주는 남자 만나'라던 그녀의 말.

 어디서 이런 개소리를!!

 그 말 듣고, 며칠째 엄청 먹었는데, 오늘 소개팅이 잘 안되면,

 클레임을 걸고,

 마리에게 떡볶이에 순대, 김말이 10개까지!!

 풀코스로 얻어 먹을 테다!

 

 근데, 감이 안 좋다..

 마리는,

 굳이 왜 이런 소리를 아침부터.

 그리고 내게 이런 기분을 안겨주는 것인가.

 '저주'같은 불안감 급습!

 

 게다가 만나기로 한 날 아침에,

 동철님은 문자 한 통 보낼 손가락의 여유도 없는 것인가.

 혹시 어제 외박?!

 나쁜 사내 같으니라구!!

 

 헉.

 내가 미쳤구나. 벌써부터 의심을 하다니.

 그는 절대 그런 남성이 아니다.

 

 난 쿨하게 문자를 보내보기로 했다.

 

 "오늘 몇 시에 어디서 봐요?"

 

 3분째.. 깨톡 '1'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에게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것일까?

 꼬박 20분간 그의 답문을 기다렸다.

 피부의 촉촉했던 개기름이 말라가는 느낌.

 이런 걸 배고픔이라고 하지!

 그 때, 동철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오늘 저녁 7시,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봬요. 일단 식당은 예약해 두었습니다"

 

 칼같이 답장을 전송했다.

 

 "네! 있다가 뵈요!"

 

 근데 참, 강남역까지 집에서 한시간도 넘는데 말이야.

 얜 뭐 물어보지도 않고, 강남역으로 오라는 불칠절을 베푸는거니.

 혹시 이 시키 얼굴값 하는 거 아니야?!

 기분이 또 다운.

 뭐니, 나 갱년기니. 왜 이런 UP and DOWN??

 

 ‘삼총녀’에게 묻기로!

 홀로 고민은 노노!

 연애 상담은 연애 못하는 여성들이 최고지!

 고렇고, 말고.

 왜나하면, 시간이 많으므로.

 단톡방 고고!

 난 말을 던졌다.

 

 "야 이 남자 좀 이기적인 듯."

 

 수지왈

 "얼굴값 하나 보네ㅋㅋ"

 

 마리왈

 "왜?"

 

 "아니, 나보고 그냥 오늘 강남역으로 7시에 오래"

 

 수지왈

 "박력 있넹"

 

 마리왈

 "장소나 메뉴 안 물어봤어?"

 

 "음식은 다 잘 먹는다니깐, 지가 고른다고 했고, 장소는 안 묻고 결정했어."

 

 수지왈

 "그래?? 미친넘이네ㅋㅋㅋㅋ"

 

 마리왈

 "음식은 너가 선택권 준거고, 장소는?! 그냥 일반적인 곳이라서 정한 게 아닐까?

  보통 강남역에서 많이 보잖아."

 

 "그런가..."

 

 마리왈

 "주선자가 너 어디 사는지 알지?"

 

 "경철오빠자나!! 나 대학 다닐 때 꽐라대고 그래서 집에 몇 번 데려다줬어. 털끝 하나 안 건드리고ㅎㅎ"

 

 마리왈

 "음... 그럼 또 말이 달라지는데. 남자가 분당이나, 용인 이런데

 살 수도 있지나. 아마 합리적인 거리로 정한 걸꺼양^^"

 

 "그렇겠지?"

 

 수지왈

 "그냥 이기적인 색히 같은데ㅋㅋㅋ버려."

 

 "꺼져"

 

 마리왈

 " 잘 다녀와^^ 화이또!"

 

 "고마워, 마리~~!!!"

 

 마리왈

 "나 엄마랑 아침 외식하러 가야 해서, 돼지갈비. 나중에 얘기해 줭^^"

 

 "응!!!!!!"

 

 역시 마리는 현명하다.

 ‘로코의 여왕’ 다운 사고방식.

 

 엄마가 갑자기 욕을 한다.

 

 "야!! 몇 번이나 불렀는데, 제때 좀 처먹어!"

 

 저 몹쓸 방언.

 못 들은 척 했다.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는 개 같은 심정을 알리오.

 나는 오늘 아침은 굶겠소.

 그대 있는 그곳, 강남역에 가야하기 때문이오.

 여기 그대를 기다리는 한 여인이 있소.

 

 망할, 오랜만에, 시 한편 출현했다.

 장난 아님.

 사실 나는 대학 시절, ‘시창작 동아리’였다.

 주선자인 경철오빠도 그곳에서 알게 되었고,

 나는 문학청년들의 얼굴이 그토록 남루한 것을 그 곳에서 알았다.

 주선자, 경철 선배에게 문자가 왔다.

 

 "천지! 오늘 만나기로 했다매?! 걔 직업도 좋고, 집도 괜찮게 살어~ 잘 해봐^^"

 

 아 완전 마음이 떨린다. 오들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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