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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최강 서울 삽질녀
작가 : 로미유
작품등록일 : 2017.7.31

애정 불신이 만연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순수 처녀의 막돼먹은 연애기!

 
명품, 니들 천 쪼가리 아끼지마!
작성일 : 17-07-31 13:07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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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날씨가 좋아서,

 조퇴를 시도했다.

 김부장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부장님, 배 아픕니다! 조퇴하려 합니다!”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되는 거 엄살 부리는 거 아니야?!

 좍좍 좀 먹어!”

 

 부장이 내 똥배를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 '이분이 확 성추행으로 잡혀가고 싶나?!’ 생각 했지만,

 그저 배시시 웃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깐!

 나도 뻥쳤지만,

 너는 조퇴 수락해주면 끝나잖아.

 결국엔 해줄꺼니까.

 

 당연히 짜증이 났다.

 내가 황동철한테 시집가면 너 같은 시키는 초대도 안 하고!

 이 회사 일 미터 근처에서는 어떤 영양소도 섭취하지 않겠다, 퉤퉤 !!!

 그런 마음으로, 그에 대한 미움을 비워낸 체 회사를 빠져나왔다.

 어쨌든 조퇴는 수락해 주었으니까.

 

 대낮 자유다!

 맑은 낮의 매연, 잿빛 하늘!

 도시의 아름다움이여~~~!

 

 난 오늘 조퇴를 하고, 생애 첫 명품 원피스를 사러 간다.

 나의 동철님을 위하여.

 

 유일하게 하나 더 있는 친구, 양수지!

 가식과 허영과 ‘몸쓸 외모’를 갖춘

 나의 성괴 친구 ‘수지’가 날려준

  ‘명품 브랜드 페라가너 패밀리 세일 VIP 할인 초청장!’

 

 나 천지연, 김마리, 양수지.

 우리는 '삼총녀'였다.

 총맞은 것처럼 생겼다면서, 감각있는 남학교 학우들이 붙혀준 그 별명.

 얼굴이 총맞은 것처럼 생겼다나, 뭐라나.

 친절한 한국의 남고딩들이여!

 

 수지는 초딩시절부터 '좀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정말로 뚜렷하지 못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다.

 작은 얼굴 크기에 눈,코,입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구분도 안 될 정도로 작았으니,

 그것은 일종의 도화지랄까?

 몇 번의 칼드립으로 지독히 못생긴 얼굴은, 수능 직후, 조금 예뻐졌는데,

 서른이 너머 과도한 욕심으로 조금 손을 보다가, 꽤 몸쓸 ‘성괴’가 된 비운의 여인.

 하지만 지금 다니는 광고대행사에서 패션 홍보를 담당중이다.

 

 “가서 내 이름 대고 내가 골라놓은 옷 보여 달라 그래.

 작년 SS컬렉션에서 히트 친 건데, 66 사이즈는 한 벌씩밖에 없거덩. 입어보고 맘에 드는 걸로 계산해!”

 

 성괴 쿨녀, 수지의 쿨한 목소리.

 

 ‘패밀리 세일, ’70~80%’에 명품을 구입할 기회'를 놓칠수야 없다!

 반드시 오늘, 합리적인 가격의 거물을 냉큼 잡아서 이 몸뚱이에 걸치겠노라!

 

 Step1. 강남구 도산대로 1시 도착!

 Step2. 사물함에 이 잡스러운 핸드백과 스카프 맡기기

 Step3. VIP쿠폰을 내밀고, ‘성괴 수지’ 아니, ‘김수지 과장’친구다!

  이러면서 맡겨놓은 옷을 달라고 하기.

 Step4. 혹시 맡겨놓은 옷이 맞지 않더라도, 좌절금지.

 Step5. 1시부터 펼쳐지는 ‘명품 옷 대 방출’에 열정 재투척!

 

 명품매장 다 죽었.

 강북인 대표로 참가했다는 자부심으로

 강남의 ‘싸질르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득템을 할 것이다!

 

 도착했다. 도산대로, 12시 40분.

 어제 먹은 족발이 여전히 소화가 되지 않아 점심을 굶었다.

 역시 한밤의 폭식은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다.

 역시 식사는 전날 저녁 한번 진하게 먹어주면,

 다음 날 낮까지 든든하니까.

 

 근데, 망할,

 오월이라 그런지

 벌써 오라지게 더워지고 있고만.

 

 이 동네에 나처럼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됐다, 그런 피해 의식은 갖지 말자고!

 자동차 없다고 꿀릴 이유 뭐 있나, 이렇게 건강한 두 발과 다리,

 배때지를 가졌는데 말이지!

 

 이 동네에 어울리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찾았다.

 근데 왜 ‘천원짜리 혹은 천오백원 짜리도 보이지 않는 걸까.

 강남은 전부 이런것이냐?

 빨랑 가게로 들어가야겠다.

 어쩌면, 그곳은 무료 커피를 제공할지도 몰라.

 수지에게 물어봐야지.

 

 “야! 거기 공짜로 샌드위치나 커피도 주냐?”

 

 “그냥 딴 데서 처 먹고 와. 안줄 거야. 옷 사러 온 아줌마들 때문에 아수라장일걸”

 

 “응~ 그래”

 

 도산대로 명품 vip대방출 매장! 도착!

 포기한 채, 난 패밀리 세일이 열리는 핫한 그 장소로 들어갔다.

 역시나 강남 아줌마들과 낮부터 할 일없는

 ‘대낮 지킴이’ 언니들이 앞줄에 포진되어 있었다.

 일단 번호표를 맡고 사물함에 물건을 맡겼다.

 1시가 되자 입장이 시작되었고,

 나는 줄에서 전화를 걸어서 수지의 밑에서 일하는 여자 대리에게

 ‘수지가 맡겨놓은 옷 좀 달라’고 말했다.

 대리는 나를 자기 상사처럼 깍듯이 잘해줬다.

 

 “아 양수지 과장님 친구분이시죠? 저 옷 준비해놨어요.

 아줌마들 이목이 있으니깐, 탈의실 앞에 서 계시면 그쪽으로 가져다 드릴게요!

 (아줌마들 무리를 가르키며) 눈치 장난 아니거든요”

 

 우리 회사 나의 후배보다 친절한 이 포스.

 얼굴도 수지와 사뭇 다르게 이쁘다.

 수지 이년이 아마 질투 때문에, 이 아이를 달달 볶을 것이다.

 부럽다, 너의 20대, 그 몸매, 피부 모두다.

 

 그래도 얘도 내 밑에 있으면, 나한테 깍듯이 안 하겠지... 뒤에서 호박씨나 까고.

 수지는 ‘성괴’가 된 이후에,

 모든 여성의 깍듯한 대접을 받는 듯하다!

 성괴를 포스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아랫사람을 쥐 잡듯이 잡을 모습이 안봐도 뻔하지.

 

 수지의 대리가 건네준 원피스3벌. 모두 66이란다. 한벌은 77.

 

 “아.. 저희 브랜드가 66도 워낙 작은 편이라서, 제가 77도 하나 가져왔어요. 있길래...”

 

 수지의 대리가 내 몸뚱이 위아래를 살펴본다.

 우린 서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난 직감이 왔다.

 저 옷들은 내 몸뚱이를 온전히 덮을 수 없을 정도로 가녀린 천조각이라는 불길한 예감.

 역시나, 탈의실에서 난 그 확인 사살을 했다.

 

 "아 십. 십8.

 아쉽다. 정말...!!"

 

 단 한 벌도 내 장딴지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나는 정말 앞뒤가 올록볼록 앰보싱 휴지처럼

 내 배때지와 엉덩이 앞 뒤로 울룩불룩하게 만들고, 이건 뭥미.

 요즘 옷들 말 이러기야?

 비싸다고 지금 천 쪼가리 아낀 거야?

 명품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이 순간.

 대체 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바깥에 저 수지의 대리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니가 준 66, 심지어 77까지 단 한 벌도 내 몸뚱어리를 커버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아 진짜.

 나 솔직한 여잔데, 그런 말 못하겠다.

 아까 그토록 해맑게 옷을 받아 탈의실에 들어온 나를 그녀도 기억할 것이다.

 

 갑자기 동철 왕자님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합니다. 명품으로 입고 나오지 못했습니다. 얼굴이 짝퉁이면,

 옷이라도 명품이어야 할 텐데... 대신 제가 족발 쏘겠습니다!’

 

 내가 내일 이런 맘으로 어필한다면, 그가 나를 좀 좋아하게 될까?!

 그래 ‘마리’가 그랬잖아!

 자신의 본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라고.

 이런 저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신이이여,

 왜 저에게는 이런 살찐 유전자를 내려주신 겁니까!

 이번 생애는 날씬한 몸매는 바로 포기해야 하는지.

 

 바깥에서 수지의 대리 목소리가 들린다.

 

 “옷 괜찮으세요? 뭐 도와드릴까요?”

 

 “아! 잠깐만요...”

 

 에이 씹.

 쿨하게 나가자.

 난 나가서 말했다.

 

 “내 맘에 드는 게 없어. 막상 다 입어보니깐, 컬러감도 다 나랑 다 안 맞구..”

 

 “색상이요? 제가 다른 것 찾아드릴까요?”

 

 나는 두 손으로 손사래를 쳤다.

 마치 자동차 앞유리를 닦는 것처럼, 손바닥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아니, 아니. 나 더 입어볼 시간이 없어요. 지금 잠깐 외근 나온 거라서”

 

 “아..네”

 

 “고마웠어요”

 

 천쪼가리 아까워서 제대로 만들지도 못한 명품 장인들의 부산물을

 그녀에게 도로 건넸다.

 수지의 대리를 뒤로 한 채 나왔다.

 아마 그녀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 이 곳에 없다는 것을.

 

 나오면서 주변을 살펴 보았다.

 웅성웅성 북적북적

 저 강남 아줌마들은 대체 어디서 몰려 온 건지.

 남편은 얼마나 벌어다주는 걸까.

 이 시간에 여유롭게 할인 옷을 후지르는 언니들.

 그들은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이옷 저옷을 눈알을 부라리면서, ‘찜’해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 나와 달랐다.

 안 처먹었는지, 말랐다.

 여기 옷들을 다 입어볼 수 있을 만큼.

 지갑이 비어서 지불을 못 살지언정,

 혹시 뇌가 나보다 약간 비어서 할인가 계산을 빨리 못할 지언정.

 

 그래!

 오늘 조퇴나 만킥 하자!!!

 사물함에서 가방을 찾고, 매장을 나왔다.

 

 배부른 줄 알았던, 배때지의 감각이 살아났다.

 

 “주인님 배고파, 쌀 좀 투척해줘!!”

 

 그래,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난 비빔밥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지!

 동철 씨,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나요..

 내 방 벽에 붙여놓은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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