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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제물 : 너에게 나를 바친다 (가제)
작가 : 조은산
작품등록일 : 2017.7.26

어린 시절 무당 할아버지에게 애기 무당 일을 강요 당하며 학대 받아온 소녀, 연지. 어느 날 연지앞에 나타난 서위.
서위는 연지의 지긋지긋한 세상을 깨부수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어느 날, 연지는 서위와 자신 앞에 나타난 이상한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되고. 그 남자가 다시 자기의 세계에서 서위를 데려갈 것이라 예감한다.

"나의 빛. 나의 선. 나를 구하러 이 추잡한 세계 밖에서 온 나의 서위. 너는 나의 추잡한 세계를 부숴주었고, 그토록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선사해 주었어. 서위,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1부), 차원이동물, 미스터리 로맨스

 
16. 해멸단 (5)
작성일 : 17-07-31 11:00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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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해멸단 (5)

 

 

 

 

 

 

 “나는 일시아. 태양족의 아산.”

 

 별을 데리러 가는 행차길. 가마로 행차하는 길, 연지는 홀로 중얼거렸다. 아려가 마치 세뇌하듯이 알려주었던 인사말이었다.

 

 대외적으로 일시아란 운명의 아이라고 했다. 그럴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타지 사람들을 대면하게 되면 꼭 이렇게 인사를 하라고 당부를 받았다.

 

 “나는 일시아. 태양족의 아산.”

 

 꼭 우스웠다. 마치 코스튬 파티에 가는 것 같았다. 이상한 복식으로 차려 입고서, 이상한 인사말을 외우며, 또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하긴, 저쪽 세계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몇 안 되었다. 이쪽 세계에서 오래 살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연지 자신의 본명은 금방이라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초부터 잘 불리지 못 했던 본명이었고, 이곳에선 일시아라고 불리니 말이다.

 

 “아산, 몸은 어떤가.”

 

 말을 탄 늑산이 마차 곁에 가까이 붙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늑산은 이 쪽 저 쪽을 통틀어 연지 자신을 생각해주는 몇 안 되는 이였다. 그러나 연지는 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늑산은 마치 자신의 친 동생 아산이 돌아 온 것 마냥 연지를 대했다. 단 한 번도 연지를 아산이라 칭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늑산이 연지를 꼭 닮았다는, 혹은 이쪽 세계의 아산을 얼마나 아꼈고 어떤 추억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지에게서 늑산은 그저 낯선 남자일 뿐이다.

 

 게다가 늑산을 볼 때마다 이석이 떠올랐다. 물론 시력을 잃은 연지의 눈에 늑산의 이목구비 확실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쩜 목소리마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아니, 어쩜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이석의 목소리가 이렇게 굵고 낮았던가.

 

 “괜찮아요. 그만 신경 꺼요.”

 

 연지는 가마 벽에 기댄 채 날선 투로 늑산의 물음에 대꾸했다. 그에 늑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물론 연지의 싹수없는 말투 때문은 아니었다.

 

 “자, 잠시 쉬었다 간다.”

 

 이게 몇 번 째인지 모르겠다. 거사라며, 제대로 몸도 못 가누는 연지까지 가마에 태워 여행길에 오르게 하고는. 급하지가 않은 건지 자꾸 쉬었다 간다.

 

 물론 연지에 대한 배려인 건 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연지에 대한 배려는 아니지, 그 잘난 일시아에 대한 배려일 테다.

 

 “몸은 어떻습니까.”

 

 전사 하나가 물을 가져다주며, 연지에게 물었다.

 

 “뭘 물어요. 지겹고 지쳤지.”

 

 여전히 날선 투로 연지는 대답했다. 전사는 쓴 웃음을 지을 뿐 더는 어떤 사족도 붙이지 않았다. 그저 우려된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비록 연지가 그의 표정을 알아 볼 순 없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건, 남들이 날 쳐다보는 표정을 볼 수 없는 것 단 하나예요.”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일시아여.”

 

 전사는 당황하여 물었다.

 

 “저쪽 세계에서 지쳤거든요. 그쪽은 신기가 하나도 없다면서요?”

 “신기라 하면, 신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신기든 신력이든. 이쪽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쪽에선 그거 참 더럽게 재수 없다는 취급 받거든요.”

 “…….”

 

 연지는 전사가 건네준 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곤 다시 뒤이어 말했다. 전사가 당황하든, 얼이 빠지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으니까. 또한 그의 기분 따위 살필 필요도 없었다.

 

 “남이 죽을 거란 거 느끼는 게 대부분이긴 했거든요. 종종 점도 사소하게 쳐주긴 했는데, 그것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고요.”

 “…….”

 

 전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에 연지는 혹시 전사가 자신의 말을 듣기 싫어 떠난 줄 알고 물었다.

 

 “거기 있어요?”

 “네, 일시아여. 말씀하십시오.”

 

 전사는 시종일관 공손했다. 그에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역시 오래 품을만한 감정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짜증스러웠다. 권태로웠다.

 

 “힘들었어요. 엄청.”

 

 연지는 그렇게 말하곤 한 박자 쉬었다. 어쩐지 목이 메었다. 다시 물로 목을 축여도 매 한가지였다.

 

 “…서위가 나타나기 전까진. 서위가 있으면 그런 거 다 상관없었는데.”

 “…….”

 “이쪽에선 서위를 별이라 부르죠?”

 “…네, 그렇습니다.”

 “혹시 서위를 본 적 있나요?”

 “…네, 오래전 어린 시절의 별을 뵌 적 있습니다.”

 

 연지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연지 혼자 떠드는 것뿐이었지만. 저렇게 예우하듯 서위를 부르는 주제에 그들의 목적은 결국 서위를 죽이는 일이니까. 그것도 연지 자신의 손을 빌어서.

 

 이렇게 비겁한 사람들이 어디 있나. 기껏해야 연지와 서위는 열일곱 먹은 여자 애들일 뿐이다. 이쪽 세계에선 청소년 보호법 같은 것도 없나 보다.

 

 “언제까지 쉰대요? 목적지엔 언제 도착하죠?”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이 속도라면 내일 아침 쯤 당도할 테지요.”

 “…그래요. 저는 이만 가마에 들어가 쉴게요. 제발 저 늑산이란 작자에게 저 깨우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연지는 전사가 내민 부축의 손길도 마다하고 자신의 가마로 돌아갔다.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

 

 

 야도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족에 심어둔 이쪽 사람의 전갈을 받은 것 같았다.

 

 야도의 예상대로 일시아도 이 마을로 오는 여행길에 올랐다고 했다. 서위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곧 연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위는 구멍을 뚫어 목걸이로 만들어 건 동전을 매만졌다.

 

 “여기 오는 건 신력자 보단 전사들이 대부분이겠지.”

 

 야도는 그리 말하며, 해멸단 정예 들 중 하나를 여장시켰다.

 

 “아 씨. 왜 가발까지 씌우고 난리야. 쟤도 머리 짧잖아, 야도!”

 “야, 무당족 놈들이 서위가 머리가 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여잔 줄만 알고 있잖아.”

 

 끊이지 않는 실랑이다. 정말 이번 작전이 야도의 다짐대로 성공할까.

 

 여장을 한 비오란 사내는 서위도 부락에서 오가다 몇 번 본 사람이었다. 서위만한 키의 여리하게 생긴 사내였다. 얼굴은 여자라기 보기엔 무리가 크지만 체격은 그래도 대충 속아 넘길 만 했다.

 

 “…근데, 비오씨는 그렇다 쳐도, 전 왜 가발을 써야 하죠?”

 

 서위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야도에게 물었다. 끊임없는 동료들의 딴죽에 야도는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서위가 애써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지만, 야도는 버럭 신경질부터 부렸다.

 

 “아, 씨! 생각 없냐! 늑산인지 뭔지 그쪽 족장이 네 모습 알고 있다며!”

 “…그럼, 그건 그렇다 쳐도 치마는 왜 입는 거죠? 도망치려면 움직이기 힘들 텐데.”

 “야! 그건 네 사정이고, 도망은 각자의 몫이야.”

 

 야도는 시종일관 뻔뻔했다.

 

 “…단장. 여기서 도적 출신은 너 뿐이야. 도망질에 긍지를 갖고 있는 건 너뿐이라고.”

 

 이번엔 아합이 야도의 신경을 긁는다.

 

 “아, 진짜! 이것들이랑 두 번 일 못 하겠네!”

 “뭘 두 번 못 해. 일 할 때마다 이 모양이었으면서.”

 

 비오란 사람이 크게 웃으며 그런다. 그에 야도가 이번엔 참지 못하고 비오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다.

 

 “작작해라, 정말?”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서위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잠깐의 작당인 듯 작당 아닌 작당의 시간이 끝이 났다. 식사를 하러 마을 주막집에라도 가자는 야도를 따라 걸으며, 서위는 아합에게로 슬쩍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저.”

 “뭐. 할 말 있으면 해.”

 “…혹시 작전 성공률이 높긴 한가요?”

 

 그에 아합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위를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도 무작정 자신의 단장을 믿으라고 말 할 줄 알았던 아합은 이번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되긴 돼. 상황이 좀 꼬이긴 하더라도 우리 해멸단 인간들은 합이 잘 맞으니까. 각자 능력도 좋고.”

 “…그 말은……?”

 “여차할 땐 알아서 살아남아야 된다는 거지. 단장을 믿긴 해도, 마지막엔 네 자신을 믿어.”

 

 그러고선 아합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앞서서 주막을 향해 걸어갔다.

 

 

 **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았다. 야도는 정말 대책이 없었다. 아니, 야도는 그렇다 쳐도 아합까지 그럴 줄은 몰랐다.

 

 저녁 식사는 무조건 반주라며 그들은 거사를 앞둔 주제에 술을 시켰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식사는 바로 술판으로 이어졌다. 작은 주막 대부분을 차지한 해멸단 정예란 족속들은 모두 술을 퍼부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해멸단 사람들은 뭐 그렇게 친화력이 좋은지 마을 사람들과 금세 친해져 그들까지 술판에 끌어들였다.

 

 정말 이것이 작전 수행 중 하나란 말인가. 아니 틀어질 순 있다는 염려는 수없이 해 왔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대책 없을 줄 몰랐다.

 

 분명, 야도가 받은 전갈은 그랬다. 내일 오전쯤에 태양족이 이 마을에 도착할 거라고. 길을 잘 들어 지체 없이 여행길이 이어진다면, 오늘 자정에 도착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야, 우리 해멸단에게 숙취 따윈 없어.”

 “아뇨, 오늘 밤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고요.”

 “우리에겐! 숙취란! 없다!”

 

 서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었다. 야도는 신이 나서 술잔을 들고 선창했고, 해멸단 정예들과 더불어 마을 사람들도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후창했다.

 

 “우리에겐! 숙취란! 없다!”

 “와아아아!”

 

 축제가 따로 없었다.

 

 연호 없이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아합이 서위를 달래는 양 말했다.

 

 “걱정 마. 태양족이란 족속들은 상징에 미쳐 사는 놈들이니까. 제 아무리 자정에 도착해도 마을 근처에서 밤을 지내고 태양이 뜰 때 맞춰서 올 놈들이야. 특히 이방의 땅에 올 땐, 그게 그들의 관례지.”

 

 하지만 그 역시 위로가 되진 않았다. 참 걱정 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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