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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스타가 사랑한 파파라치
작가 : 몽지나11
작품등록일 : 2017.7.31

6세기 대가야 왕녀 연과 신라 진흥왕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사랑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채 비극으로 끝나고...21세기 한류스타 양욱과 시골처녀 귀은으로 다시 태어난 두 사람. 의문의 죽음을 당한 귀은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파파라치 기자 진마리의 몸을 빌어 양욱과 의도치 않은 동거를 시작한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대가야 2왕녀 수가 깨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삼진그룹의 음모 속에서 다시금 애틋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7. 귀은, 양욱과 동거시작
작성일 : 17-07-31 04:27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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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귀은, 양욱과 동거시작

 

 한강변에서도 가장 고급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양욱의 집이 있었다. 35층 맨꼭대기에선 한강과 강변대로가 한눈에 보였다. 탁 트인 경관과 온갖 유명한 아티스트가 만든 해외 가구들로 채워진 고급스러운 실내에 입이 쩍 벌어졌다. 실내는 대리석으로 꾸며져 무슨 궁전에 온것만 같았다.

 

 현관에 들어서자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의 여인이 양욱을 맞았다. 인자한 얼굴엔 깊은 주름이 패여 한평생 고생을 하며 살아왔단 것을 엿보게 하는 인상이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방은 다 치워놓았나요?”

 

 “네. 말씀하신 대로 서재방을 치워놓았습니다.”

 

 양욱은 무표정한 혜나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들어선 귀은을 그제야 중년여인에게 소개했다.

 

 “여긴 우리집 일을 오랫동안 해주고 계신 강릉댁 아주머니셔. 가족이나 같은 분이시지.”

 

 중년여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치 않습니다. 도련님. 그런데 이 두 분은 누구십니까”

 

 양욱은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귀은은 물론 혜나를 일별하고는 무겁게 입을 뗐다.

 

 “아줌마. 여기는 진마리 씨라고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우리집에 함께 지내게 됐어요”

 

 귀은이 고개를 꾸벅이고 인사했다.

 

 “뭐든 시켜만 주시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유”

 

 귀은의 씩씩한 말투에 양욱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마리. 아까부터 왜 그래. 정말 머리가 이상해진거야?”

 

 귀은은 아차 싶었다. 사투리를 쓰면 안되는 거였는데.

 

 “사...사실은 제 고향이 그 쪽이라서요. 갑자기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왔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아니에요. 저도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니 정겹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강릉댁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 강릉댁의 시선이 혜나에게 향했다. 양욱은 고개를 돌리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남자도 이렇게 당황할때가 있었다니.

 

 “이름은 혜나라고 해요. 아줌마...”

 

 “혜나양, 잘 오셨습니다.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강릉댁이 역시 상투적으로 혜나를 반기는 인사를 했다. 혜나는 강릉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혜나는, 그러니까 아줌마, 제 말에 놀라지 마세요”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혜나는, 희주누나 딸이에요.”

 

 순간 강릉댁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그녀는 혜나의 모습을 다시한번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어릴적 그 매혹적인 소녀 희주의 모습을 쏙 빼닮아있었다. 강릉댁은 그러나 감정을 애써 숨기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

 

 “알겠습니다. 두 분 방은 미리 치워놓았어요. 상은 십분 후에 차려두겠습니다. 그럼 잠시 쉬신 뒤에 식당으로 오십시오”

 

 강릉댁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고 난뒤에 귀은과 혜나는 방으로 향했다. 통유리로 된 서재방 밖으로는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혜나는 강을 따라 흐르는 유람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혜나야. 저거 타고 싶은겨?”

 

 귀은은 가슴이 콱 막혀왔다. 살아있을적 혜나를 좋은 곳에 데려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빨리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했으면 혜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도 다니고 조잘거릴텐데.

 

 “약속헐게. 저거 우리두 꼭 타러가자. 가서 맛난 것도 잔뜩 먹구오자. 우리 혜나 좋아하는 거 언니가 다 사줄테니께.”

 

 “뭘 그렇게 퍼먹겠다는거야?”

 

 화들짝 놀란 귀은이 돌아보자 언제 왔는지 양욱이 문에 기대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 카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캐주얼한 모습이 양복을 입었던 모습과는 달리 색다른 매력을 풍겼다. 내 이야기를 들은 건가? 주책없이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서 나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참인가. 애 밥부터 먹여야지”

 

 “가유...가”

 

 “아까부터 정말 거슬리는데 그 사투리는 연기야? 설정이야?”

 

 “...미..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위엔 갈비며 잡채를 비롯해 온갖 산해진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은은 주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강릉댁 아주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찬을 이리도 많이 차리셨어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당치 않습니다. 입에 맞으셨으면 합니다”

 

 강릉댁이 역시나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혜나는 조용히 앉아 역시나 밥안에 있는 콩을 하나하나 골라내고 있었다.

 

 “혜나야. 그러면 안돼. 콩까지 다 꼭꼭 씹어 먹어야 키도 쑥쑥 크고 피부도 고와지는 거야. 언니말 듣고 어서 다시 씹어봐”

 

 귀은이 혜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양욱은 그런 귀은을 이상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당신이 혜나 언니인줄 알겠소.”

 

 양욱이 이기죽거렸다.

 

 “...콩은 좋은거니까요”

 

 귀은이 모기목소리만한 톤으로 대답했다. 이때 차임벨 소리가 들리고 강릉댁이 방문객을 맞으러 나갔다. 귀은은 고기와 생선을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언제 또 이런 음식들을 맛볼수 있을지 기약할수 없었다. 저승소년이 일단 진마리의 넋을 찾아오면 그녀는 몸을 내줘야 할 운명이었다.

 

 방문객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양욱이 개인적으로 부리는 비서였다. 안경 아래 선한 표정과 과묵한 입매가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그의 손에는 쇼핑백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당부하신대로 당장 필요한 옷가지만 골랐습니다”

 

 “응...수고했어”

 

 그의 눈길이 혜나와 귀은을 스쳤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양욱은 그가 가져온 쇼핑백들을 하나 하나 열어보고는 그중 두어개를 귀은의 앞에 밀어넣었다.

 

 “사이즈는 a컵. 정확할거야.”

 

 양욱이 귀은의 몸매를 훑어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귀은은 자신의 가슴사이즈까지 스캔한 양욱의 눈썰미에 황당했다. 쇼핑백 안에는 브레이지어와 팬티가 들어있었다.

 

 “누...누가 a컵이란 거에요?”

 

 귀은이 발끈했다. 귀은의 몸은 아니었지만 왠지 억울함이 치올라왔다. 진마리의 몸이 말랐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a컵이라고 외친 것은 심한 처사였다.

 

 “그럼, 당신 가슴이 뭐 수박이라도 되는줄 알았어? 내 눈썰미는 백퍼센트 정확해. 아니면 사이즈 까보던가”

 

 양욱이 되려 화를 냈다. 귀은은 할 말이 없었다. 보다못한 임비서가 끼어들었다.

 

 “진기자님, 마음에 안드시거나 사이즈가 안 맞으시면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네...네. 감사합니다”

 

 귀은이 깍듯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양욱이 또다시 비웃는 투로 말했다.

 

 “뭘 처음 보는 것처럼 굴어? 임비서에게 당신이 한 그 짓거리는 기억이 안나나보군. 하긴 당신은 양심이란게 없는 여자니까”

 

 임비서가 끼어들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진기자님. 불편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네...네”

 

 도대체 진마리 이 여자는 뭘 어떻게하고 살아왔길래 양욱이 저렇게 쌍심지를 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새 옷으로 갈아입는 귀은. 양욱이 읍내에서 사다준 옷을 벗어놓고 임비서가 사온 옷을 집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진마리 이 여자의 가슴사이즈는 진짜 A컵이었다.

 

 “이 아가씨는 다이어트를 너무 했나보네. 몸이 깡말라서는...”

 

 귀은이 브레지어를 꿰어입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엄마야!”

 

 귀은이 옷으로 가슴을 가리고 불청객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는 당연히 노크라고는 전혀 할줄 모르는 양욱이었다.

 

 “뭐...뭐뭐...뭘 보는거요”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엿집에서 봤던 그 표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볼게 있어야 보지.”

 

 “쥐새끼처럼 넘의 몸을 함부로 훔쳐보는기 취미인가벼”

 

 버럭, 귀은은 자신이 내뱉고도 당황했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을 얼결에 입에 담았던 것이다.

 

 “...뭐?”

 

 양욱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말은 상엿집에서 만났던 그 까만 눈의 여자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그러게 누가 사람을 당황시키래요. 너무 놀래서 또 사투리가 나왔네.”

 

 귀은은 허겁지겁 얼버무렸다. 양욱은 아까부터 진마리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양욱은 그녀의 말투가 너무나 귀에 익었다. 자신에게 쥐새끼라고 말했던 그 시골처녀의 말투와 너무나 닮았던 것이다.

 

 “꼭 누구처럼 말하는군.”

 

 “누...누구처럼 말하다니요”

 

 “있소. 어떤 얼빵하기 그지없는 아가씨. 그래도 그 아가씬 수박은 아니어도 참외정도는 됐는데...”

 

 그가 여지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진마리의 몸에 들어가있는 귀은은 화를 내야할지 말아야할지 헛갈렸다.

 

 “당신도 미리 회사에 연락해두는게 어때. 당분간 휴직계라도 내고 오던가. 혹시 위험할지도 모를 일 아니요. 혹여 내가 보디가드라도 붙여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지 몸뙹이는 제가 지킬게요. 우리 혜나나...웁”

 

 또다시 말실수를 했다. 귀은은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혜나나 잘 돌봐주세요.”

 

 “진마리가 다른 사람 걱정을 다 하다니, 소가 웃겠구만.”

 

 “혜나, 잘 부탁드려요. 그 애는 다치면 절대 안돼요.”

 

 “...진작 물어보고 싶은 말이었는데 도대체 혜나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그렇게 다정하게 언니처럼 구는거야? 그 애 죽은 언니가 보면 기함을 하고 일어나겠구먼. 눈꼴시어서”

 

 ‘그렇소. 내가 그 언니요’

 

 귀은은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진마리의 몸을 가진 귀신이란 사실을 말해봤자 믿지 않을게 뻔했다.

 

 “애가 너무 안됐잖아요”

 

 “허긴 아버지를 잃고 언니까지 먼저 갔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거야. 알았소. 혜나는 내가 잘 지킬테니 당신은 회사에 연락이나 해요”

 

 “네”

 

 “아, 오늘은 일단 푹 쉬고. 내일 움직이도록 해요. 어쨌든 죽다 살아난거니까.”

 

 “네”

 

 귀은은 조그맣게 대답했다. 그녀는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키고 ‘진마리’란 이름을 검색했다. 진마리는 ‘스타다나와’의 기자로 단독과 특종만을 터트린 스타기자였다.

 

 “대단헌 여자인가 보네. 휴. 그러나저러나 회사에 가서 뭐라고 그런댜. 이상헌 말 했다가는 된통 들통나기 십상일텐디...”

 

 

 귀은은 진마리가 터트린 기사들을 읽고 또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이 몸뚱이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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