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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실연 다이어트
작가 : 도진
작품등록일 : 2017.7.27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살을 빼기 위해 거짓 이별을 하는 한 남자 이야기

 
16. 실연 다이어트
작성일 : 17-07-31 03:22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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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영은 아침부터 거래처에 나와 원두를 보고 있었다. 외국에서 좋은 원두가 들어 왔다길래 카페에 가기 전에 잠시 들른 것이다.

 

 지금 사용하는 원두보다 모양도 훨씬 좋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았다. 시음해 보니 맛도 이전 원두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이 원두로 다시 계약을 하고 카페로 향하는데 차가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 시켰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 낯이 익은 아주머니 한분이 우영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수두룩 했다.

 

 그의 머릿속에 강한 첫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미나의 어머니였다.

 

 우영은 차선에서 벗어나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반대편 창문을 내려 그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세요"

 

 평소 기억력이 좋은 말순은 우영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 보았다.

 

 원래 잘생긴 사람은 잘 기억하는 편이었다.

 

 우영이 집까지 데려다 드리겠다고 제안을 하자 말순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한사코 사양을 했다.

 

 결국 강제로 짐을 트렁크에 싣자 말순은 속으로 좋으면서도 마지못해 차에 타는 것처럼 어색하게 차에 올라 탄다.

 

 “우리 미나하고 같은 회사면 민정이라는 여시 잘 알겠네? 그 여시가 우리 미나 남자친구하고 바람이 났잖아 그래서 내가 손 좀 봐줬지 내가 왕년에 좀 잘나 갔거든”

 

 말순은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말을 이었다.

 

 이상하게 말순은 우영이 아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급기야 속내 얘기까지 한다.

 

 “이번에는 결혼까지 갈 줄 알았는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안 되네 지금 결혼해도 노산인데 혹시........ 그쪽은 결혼 했어?”

 

 “아직 안했습니다.”

 

 결혼을 안 했다는 소리에 말순은 우영에게 더욱 관심을 보인다.

 

 내 사위하면 딱 좋겠다.

 

 “그럼 사귀는 여자 친구는 있나?"

 

 "네 있습니다.“

 

 “그 얼굴에 없는 게 이상하지”

 

 말순은 허탈한 마음에 한숨을 쉰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 제대로 마셨다.

 

 우영이 여자친구가 미나인 것을 모르는 말순은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역역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영은 살포시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아파트에 도착한 우영은 트렁크에서 짐을 가져와 말순에게 건네 준다.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다음에 이쪽에 올 일이 있으면 한번 들려요 내가 맛있는 식사 한번 대접 할 테니깐”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순이 아파트로 들어가자 우영이 휴대폰을 꺼내 미나에게 문자를 보낸다.

 

 라면을 먹고 있던 미나는 우영의 문자를 보고 거울 앞으로 뛰어간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답장도 안 보내고 자는 척을 했다.

 

 우영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래도 멀리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베란다로 나가 아래롤 내려 다 본다.

 

 우영이 차가 집 앞에 떡하니 주차 되어 있었다.

 

 5분쯤 지나자 그의 차가 아파트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인터폰을 보니 엄마였다.

 

 문을 열자 엄마의 양손에는 검은 봉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엄마 오늘 무슨 날이야?”

 

 “자식 다 필요 없어 내 생일은 내가 챙겨야지”

 

 미나는 재빨리 달력을 본다.

 

 엄마의 생일이라고 빨강색 색연필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머리를 쥐어 박으며 자책도 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요즘 제 정신이 아니다 보니 처음으로 엄마의 생일을 까먹었다.

 

 알고보니 점심 때 쌍둥이 동생 말이 이모가 온다고 엄마가 아침부터 수산시장까지 가서 장을 봐 온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생일날이 되면 엄마는 항상 말이 이모를 챙겼다.

 

 정각 12시가 되자 말이 이모가 집에 도착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엄마와 이모는 쌍둥이지만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이모는 갸날픈 청순한 스타일이면 엄마는 통통하고 귀여운 스타일이였다.

 

 그때 불청객이 따라 들어온다. 이모 딸 유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엄친딸로 유명했다.

 

 대학도 명문대를 나와 지금은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마치 어깨에 뽕이 들어간 옷처럼 어깨에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

 

 세상은 역시나 불 고평 하다.

 

 유미는 학벌도 좋고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끝내준다. 그녀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추려 든다.

 

 유리가 지금 입고 있는 심플한 검은색 원피스는 저번 달 패션잡지에서 본 옷이었다.

 

 명품이라 그림의 떡이었는데 지금은 그림의 떡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있다.

 

 갑자기 내가 입고 있는 파자마가 부끄러워 졌다.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는 식탁에 완성된 음식을 차리고 계셨다. 나도 옆에서 거들었다.

 

 반면에 공주 유리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소파에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밥 먹어 라는 소리에 그제서야 그림이 움직인다.

 

 가족들이 모처럼 식탁에 둘러 앉았다. 때마침 배가 고팠던 나는 젓가락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볼이 터지게 음식을 집어 넣자 엄마가 옆구리를 꼬집는다.

 

 악! 소리도 못하고 엄마를 그저 쳐다 볼 뿐이다.

 

 유리는 사람이 밥을 먹는 건지 새가 밥을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새 모이처럼 조금씩 먹고 있었다. 저 몸매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우리는 가까운 백화점으로 향했다.

 

 매장으로 들어가 각자 마음에 드는 옷을 골랐다.

 

 유리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 보는 반면에 나는 사이즈가 없어서 옷만 보고 있었다.

 

 탈의실에서 나온 유리는 마치 천사가 따로 없었다. 하얀색 원피스가 신경질 나게 너무 잘 어울렸다.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하는데 남자가 보면 오죽하겠는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휴~

 

 말이 이모가 옷을 고르자 유리가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한다. 골드 카드였다.

 

 순간 내 손에 들려있는 체크카드가 부끄러웠다. 그녀는 덤으로 엄마 옷까지 사주었다.

 

 “유리는 한 달에 얼마 정도 저금해?”

 

 “한 100만원 정도요”

 

 엄마는 부러운 눈길로 유리를 쳐다 본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나오자 검은색 외제차 한대가 우리 앞에 섰다.

 

 운전석에서 회색 정장을 말끔하게 입은 남자가 빨간색 장미로 수놓은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어머님! 생신 축하 드립니다.”

 

 유리의 남자친구였다. 유리를 데리러 서울에서 온 것이다.

 

 유리와 말이 이모는 그남자 차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니는 저런 남자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큰일 났다.”

 

 엄마와 나는 말없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내가 택시를 타자고 했지만 극구 사양을 하신다.

 

 순간 우영을 부르고 싶었지만 지금 시간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엄마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다시 돌려 백화점으로 갔다. 스트레스에는 쇼핑이 최고다.

 

 거금을 들여 백 하나를 사 드리자 그제서야 엄마가 환하게 웃으신다. 직원에게 엄마 몰래 조용히 6개월 할부라고 말했다.

 

 한 동안 핸드백 할부 값는다고 고생 좀 하겠지만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우영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따라 손님도 없고 미나도 없으니깐 시간도 안가고 재미도 없다.

 

 수호와 찬희는 손님이 없는 틈에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커피잔을 씻고 원두를 내리고 있는데 종소리가 울린다. 손님이 왔다. 뒤 돌아 서서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데...... 뜻밖에 아버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6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아마도 젊은 새엄마랑 살다 보니 저절로 회춘이 되나 보다

 

 “아버지가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일단 아버지가 좋아 하시는 카페 모카를 만들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맞은편에 앉는다.

 

 “채린이 어제 귀국 했다면서”

 

 “그런데요"

 

 “이참에 채린이랑 약혼 하는 게 어때?”

 

 “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습니다."

 

 우영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럴때는 일하는게 상책이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유리문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오늘 따라 작고 왜소해 보였다. 미운 아버지였지만 측은하기까지 했다.

 

 쟁반을 들고 아버지 계셨던 탁자로 갔다. 커피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처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과 대학까지 나온 놈이 할 일이 없어서 커피장사나 하냐면 반대 하셨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의사를 존중하고 계셨다.

 

 내 원래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 였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의 병원을 이어 받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 내가 오는 날 엄마는 생을 마감 하셨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은 망가져 버렸다.

 

 이런 내가 누구의 정신을 챙긴다 말인가? 내 정신도 제대로 못 챙기는데...

 

 

 

 

 강회장은 하나뿐인 외동딸 채린이 귀국을 해서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앞에 앉아 있지만 꿈만 같았다.

 

 “아빠! 나 우영이라 약혼 할래”

 

 “벌써..... 그럼 아빠가 서운한대”

 

 채린은 아버지를 이용해 우영을 다시 자기꺼로 만들고 싶었다.

 

 우영이 아버지는 이미 내편으로 포섭해 놓은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인 애교를 부리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결국 딸의 재롱에 못 이긴 강회장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승리자는 채린이었다.

 

 오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했다.

 

 매일 아침마다 연예인처럼 샵에 들러 머리도 하고 화장을 했다.

 

 남들은 그녀가 직접 한 줄 알지만 사실은 남몰래 전문가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서나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했다.

 

 아마도 모든 걸 가진 자의 여유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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