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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우연히 살아나다
작가 : 글쓰고싶다
작품등록일 : 2017.7.30

[현대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희생했고 자신보다 그들을 아꼈지만 결국 버려진 진우연.

삶에 의미를 잃고 죽음을 택하지만 정체 모를 마신이 우연을 깨운다.

"최고의 자리로 만들어주지."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정신, 잠들어 있던 본능이 깨어났다.

우연은 다시 살아났다.


 
16
작성일 : 17-07-31 02:09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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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경매를 무사히 마치고 암시장에서 나온 우연과 태현은 차에 올라탔다. 어디 가서 뭐라도 먹을까 했지만 낮에 배 터지게 먹은 탓인지 식욕이 당기진 않았다. 우연은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달라 했지만 기어이 찜질방으로 데려다준다는 태현의 말에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다.

 

 "사실 오늘 우연씨한테 경매에 직접 참여하게 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요."

 "이유요?"

 

 한강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쯤 태현이 전방을 주시한 채 말을 걸어왔다.

 

 "우연씨는 지금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계신가요?"

 

 우연은 하급 게이트에서 다른 헌터들이 아등바등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들은 우연의 수준에 한참 못 미쳤고 D급이었던 탱커 김상훈도 마찬가지였다. 우연이 생각하는 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태현이 말을 이었다.

 

 "우연씨는 지금 거의 불가능한 걸 하고 있어요."

 

 우연은 태현의 말이 의아했다. 자신이 보통의 헌터보다 강한 것은 느꼈지만 헌터는 A급 위로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불가능하다는 수치가 자신에게 적용될 정도로 느끼진 않았던 것이다.

 

 "헌터들이 게이트를 혼자 클리어할 수 없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시야에요."

 

 태현은 한쪽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빛 한점 찾아볼 수 없는 게이트 내에서 서포터가 없으면 횃불을 들어야 하는데, 그건 전투에 있어서 굉장한 패널티가 되죠. 하지만 우연씨에겐 그렇지 않다는 걸 수빈이를 통해 들었어요."

 

 우연은 태현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아니 어둠 속에서 더 강해질 수 있는 듀켈의 권능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연씨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보스와의 접전에서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번에도 말했던 것처럼 우연씨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진 않을게요. 다만 우연씨의 능력이 매우 탐나는 능력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정말 같은 팀으로 일하고 싶은 거구요."

 

 늦은 밤이라 달리는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았다. 태현은 진실된 눈으로 우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게이트매니저 김태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매니저가 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경험시켜드리고 싶었어요. 게이트는 헌터만이 갈 수 있지만 매니저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려드려야 했거든요."

 

 실제로 매니저가 아닌 우연이 경매장에 올라섰고 거기엔 자격이나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판매자이기만 하면 됐다. 우연이 올라가서 이변이 생기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태현의 말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매니저였다.

 

 "별 볼일 없지만 제 진실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우연씨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더 팀다운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오늘의 경험이 우연씨에게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네요."

 

 우연은 그제야 태현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태현이 자신에게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왔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태현의 제의를 들었던 날, 태현을 이용하는 거라고 여기자 했던 자신의 마음이 떠올라 괜스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한때, 버려졌기에 배신의 아픔을 알고 있던 우연이었다. 이제 누군가를 가볍게 믿을 수도 없었고 믿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심 어린 태현의 마음 앞에 마음조차 열지 않으려는 건 자신 스스로도 너무 야속하다고 느꼈다.

 

 "오전에 있었던 일은 간단하게 뇌물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하하, 매니저가 헌터한테 잘 보이려면 이런 거라도 해야죠. 사실 우연씨 능력에 맞는 슈트를 찾으려면 해외로 가도 모자랄 테지만."

 

 태현은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것인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연은 그런 태현의 행동과 말이 싫지 않았다. 마음이 열린 걸까? 우연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픔이 있기에 서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우연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뒷좌석에서 가방을 들고 왔다. 암시장에서 거래하고 환전한 이천오백만 원이 들어있는 돈가방이었다.

 

 "잘 부탁해요. 이건 계약금."

 

 태현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했지만 우연은 대답 대신 환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의식을 되찾고 나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런 밝은 웃음이었다. 

 

 "잘해보자구요."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

 

 뚜루루루- 뚜루루루-

 

 옛날엔 모두 사용하는 기본 벨소리였지만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벨소리. 대리석으로 된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핸드폰이 거실을 시끄럽게 울렸다. 태현이 우연에게 주었던 그 핸드폰이었다.

 

 "여보세요?"

 

 허리춤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스피커폰으로 연결한 우연은 젖은 머리를 털며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집 앞인데.-

 "형, 집 앞이에요? 벌써?"

 -어, 빨리 와. 수빈이가 늦는다고 징징거린다 또.-

 -내가 언제!-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수빈이의 앙칼진 목소리만 들어도 태현이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느껴졌다.

 

 "미안, 금방 나갈게요."

 

 우연은 서둘러 머리를 말리려다 이내 포기했다. 머리를 말리는 것보다는 얼른 나가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우연은 허리춤의 수건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가지각색의 슈트가 색깔별로 차례대로 걸려있었고 한 쪽엔 코트와 가디건이, 한 쪽엔 손목 시계와 넥타이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모두 헌터가 쓰는 것들이었다.

 우연은 관심 없었지만 사람의 외적인 부분은 언제나 중요하다며, 설령 괴수의 앞이라 하여도 다를 것 없다고 강조한 태현의 작품이었다. 쉬는 날이면 꼭 어디든 가서 조금씩 조금씩 사 오더니 기어이 드레스룸까지 만들어 공간을 꽉 채워 놓았다. 태현은 우연이 말리든 말든 개의치 않았고 덕분에 '입을 게 없네'라는 고민은 사라졌지만 '뭘 입어야 하나'라는 걱정이 자리 잡았다. 우연은 심각한 패테(패션테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뭐 슈트는 크게 상관없나.

 우연은 화이트 계열의 슈트를 꺼냈다. 잘 어울릴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고급스럽고 비싸 보이는 건 확실했다. 슈트를 입을 때 슈트의 색깔 별로 착용해야 하는 액세서리나 시계를 간단하게 정리해둔 태현의 쪽지가 생각났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아무거나 집어 들고 나와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았을 땐, 음 상당히 괜찮았다. 나름 감각이 있는 듯했다. 젖어있는 머리도 꽤 섹시하잖아?

 

 "오빠, 패션쇼하러 가세요?"

 "야, 그러지 마.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을 텐데. 왜 그러냐."

 

 안 했는데.

 우연의 모습에 임수빈은 숨넘어갈 듯 웃었고 태현도 신기한지 룸미러로 힐끔힐끔 보았다. 태현은 우연이 무안해할까 봐 안 보이게 웃으려고 노력했지만 들썩거리는 어깨를 숨길 순 없었다.

 

 "이상해요?"

 "이상하다곤 안했.. 윽큭큭."

 

 임수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은데?-

 

 개그코드는 달라도 코디스타일은 비슷한 듀켈이었다.

 

 "형, 오늘은 어디부터 가죠?"

 "응?"

 "게이트요, 어디부터 가요?"

 "무슨 소리야,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태현은 놀라며 우연을 보았다. 우연의 말똥말똥한 두 눈이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 네가 말한 헌터 만나기로 한 날이잖아. 그래서 일찍 왔잖아."

 "헌터?"

 "그래. 네가 알아봐달라고 했던,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약속 잡는 건 또 얼마나 어려웠다고."

 

 아! 그동안 매일매일을 정신없이 보내니 무슨 날인지도 까먹었다. 직접 정했던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까먹다니. 우연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정리해두었던 메모를 찾았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우연은 핸드폰에 늘 적어두고 다니는 습관을 만들었던 것. 조금 뒤적거린 후에야 메모를 찾았지만 딱히 적어놓을 게 없었는지 날짜만 기입돼 있을 뿐이었다.

 

 "이름이 뭐죠?"

 "박현정, 스물일곱이래."

 "박현정? 여자에요?"

 "왜? 남자여야 돼?"

 

 태현이 문제 있냐는 듯 물어보며 아닌 것 같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주겠다고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우연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어 보였고 핸드폰에 다시 정리해놓았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었다. 능력만 확실하다면 말이다.

 

 "근데 나 이러고 가도 괜찮은 거죠?"

 

 *

 

 도착한 곳은 한강 근처의 레스토랑이었다. 예약해놓은 창가 자리는 바로 옆에 있는 한강 때문에 참 운치 있어 보였다. 누가 이곳을 예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리 선정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아직 안 왔나 보네."

 

 먼저 도착한 우연의 일행은 주문을 잠시 미룬 뒤 박현정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5분쯤 지났을까. 검은색 크롭티에 쫙 빠진 스키니진을 입은 박현정이 나타났다. 언뜻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몸매에 시크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우연의 일행을 보더니 가볍게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태현이 먼저 일어나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인사를 했다. 세 달 전의 관리하지 않은 칙칙한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었고 잘 나가는 기업가처럼 세련된 스타일로 한껏 멋부린 태현이었다. 첫인상이 사람을 판단한다고, 태현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하는 그녀는 수빈이랑 우연과도 차례대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태현이 식사 주문을 했다. 운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식사도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가벼운 얘기만이 오고 갔고 모두가 식사를 마쳤을 때쯤 태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럼 혹시 살짝만 보여줄 수 있어요?"

 

 레스토랑의 커피가 입맛에 맞았는지 수시로 홀짝이며 말했다. 저게 뭐가 좋다는 건지.

 태현의 물음에 박현정은 잠깐 고민하더니 테이블에 포크를 들어 보였다.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를 먹기 위한 작은 포크였다. 별 동작 아니었지만 우아하게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휙-

 

 박현정은 들고 있던 포크를 한강으로 던졌다, 아니 정확히는 한강이 보이는 창문으로 던졌다. 임수빈이 동시에 어! 하는 소리를 질렀지만 우려와는 달리 창문이 깨지지는 않았다. 창문이 단단해서가 아니었다. 가로막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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