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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거울의 도시
작가 : 홀로가는길
작품등록일 : 2017.7.27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함으로써 반역자로 간주되어 실각하였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일에만 자꾸 휘말리는데…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14
작성일 : 17-07-31 02:05     조회 : 294     추천 : 3     분량 : 7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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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누구지?”

 

 이안은 그가 말한 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턱 밑에 닿은 달빛에 반사되어 은빛이 나는 칼날을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창문에 비친 침입자는 그보다 한참 키가 컸다. 어둠 속에서 침입자는 당연히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목소리에서 뭔가 막힌 듯한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복면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흔한 짙은 갈색이나 남색 혹은 검정색 계열의 짙은 머리 색깔인지 어둠 속에 잘 어우러져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도둑이라 생각했지만 ‘돈은 어디 있지?’ 이런 종류의 말로 협박한 것이 아니었고, 침엽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체취에서 도둑은 아닐 거라고 이안은 생각했다. 이 자의 목적은 뭐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침입자가 말했다.

 

 “넌 누구냐. 왜 이 곳에 들어온 거지?”

 칼날은 더욱 이안 쪽으로 다가왔다. 이안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이안 패트릭입니다. 왕의.. 왕의 탄신일을 맞아 삼촌과 함께 수도를 구경하러 왔습니다.”

 

 “…”

 

 침입자는 이안의 대답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너무 식상한 대답이라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건가 아니면 다음 질문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이럴 때 소리라도 쳐야할까 침입자를 밀치고 문으로 뛰어갈 수 있을까 등등 이안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다치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로 뒤죽박죽이었다.

 

 그 때 침입자가 다시 말했다.

 “우선, 넌 네 나이 또래 비해 성숙한 것인지 아니면 겁이 없는 것인지 여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니면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던가…”

 

 그러면서 침입자는 갑자기 이안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러다 그가 찾던 것이 아닌지 이안의 오른손을 놓고 다시 반대편 왼손을 잡았다.

 “손에 박힌 굳은살로 보아 넌 검을 좀 쓸 줄 알겠군. 아니면 스텔라 일 수도 있고.”

 

 이안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침입자의 대답에 보이지 않는 송곳이 자신의 몸속에 훅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당황했단 것을 예리한 침입자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고 이안은 생각했다.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많이 쓸리고 헤져서 값비싼 옷이 아닌 걸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 직물은 대륙 내 왕가와 고위 귀족들에게 주로 납품되며, 그 이외의 사람이 얻기 위해서는 이것을 만든 자와 친분이 불가결하지. 난 이 옷을 만든 자를 알고 있으니, 넌 아르덴에서 왔거나 아님 그곳을 다른 곳보다는 오래 머물 것이라는 알 수 있지.”

 

 침입자는 저 나름대로 결론을 지은 것인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스텔라에 이 옷을 걸친 자라니 같은 스텔라 라고 해도 좀 꺼려지는군.”

 

 “…”

 이안도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이 옷이 값비싼 이유는 실용적인 부분과 미적인 부분 둘 다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아르덴에 위치한 공방에서 만들어내는 옷으로, 한 옷을 만들 때 여러 스텔라들이 달라붙어 올 사이사이 마다 스텔을 담는다.(옷감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스텔이 그 안에 담긴다)

 여기에 참여하는 스텔라들은 기본적으로 스텔을 운용하는데 매우 능숙하며, 도제 수습 기간도 약 10년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스텔은 많은 쪽이 적은 쪽의 스텔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스텔을 담고 있는 옷일수록 내구성과 방어능력이 증가한다. 그래서 한 옷에 얼마나 많은 스텔라들이 참여했고, 얼마만큼의 스텔을 옷 안에 촘촘하게 많이 담는지에 따라 그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 이외에도 미적인 면도 신경 쓰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전문가가 투입되어 다양하고 독자적인 디자인과 스타일로 평상복도 가볍고 유행에 맞게 제작하고 있다.

 

 “아, 그리고 네가 들어오기 전에 네 가방을 좀 뒤져봤지. 명색이 도둑인데 방을 좀 뒤적이는 거 당연하지 않나?”

 

 “…”

 이안은 그가 말하는 ‘도둑’이 물질적으로 무언가 훔치려는 도둑이라기보다는 그가 원하고자 하는 것만을 훔치려는 괴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통행증의 국적을 보니 넌 아르덴 출신이더군. 아르덴 신분증도 있고. 근데…”

 

 이안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아르덴에서 자신의 시민에게 발급해주는 신분증은 보통 검정색에 아르덴을 상징하는 탑과 글라디올러스 꽃이 노란색으로 수놓아져 있지. 하지만 넌 남색이더군. 남색은 아르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에게 주는 것이 아닌 귀화를 신청한 자 중, 특히 망명한 자에게 주는 신분증이지.

 근 20년 사이에 망명한 자라면, 네르센의 에르반트 선제후에게 밑 보인 제후 및 황족, 일로이드의 왕당파 귀족, 레비시안의 왕족?“

 

 “…”

 

 “흠, 이것도 아닌가? 아니면 브리티아? 브리티아라면 검은 유니콘을 지지했던 귀족?”

 

 “…”

 

 “아! 브리티아 내에서 시끄러운 곳이 하나 더 있지. 돈이 적어도 조용할 날 없지만 많아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남부 아그리젠. 남부에서의 신은 레테나퀴스도 아니고 유니콘도 아닌 돈을 손에 쥐고 있는 헤브레샤 라지? 그 쪽에서 쫓겨난 가문인가?”

 

 브리티아 남부, 아그리젠은 바다와 무역의 도시답게 배의 안전 기원을 위해 바다 여신, 헤브레샤를 모신다. 상체는 사람의 몸체에 하체는 물고기 비늘을 한 인어모습을 한 아그리젠을 수호하는 여신이다.

 

 아그리젠은 해상무역으로 많은 이득을 얻어 쌓은 부로 또 다른 곳에 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낳았고, 그 냄새를 맡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그 곳의 기류를 타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패한 많은 중‧소 귀족들은 몰락하였고, 유서 깊은 몇몇 가문의 대귀족들만이 상인들을 중재하거나 심판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겠다 하여 명목상의 신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높은 지위도 두꺼운 족보도 뛰어난 능력도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많이 가진 자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브리티아 내에서 유일하게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보통 브리티아의 지방귀족이 세금을 걷어 수도로 보내는 반면, 아그리젠은 수도에서 파견된 지방관이 아그리젠의 상인연합이 걷은 세금을 수도로 보낸다.

 

 세율도 다른 지역보다는 약간 높은 편이라, 그들은 자신들이 브리티아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불평하기도 뭐한 것은 높은 세율의 혜택으로 상인연합에 등록된 상인들은 수도의 중‧소 귀족들만큼의 사병수를 거느릴 수 있었기 때문에 돈 낸 만큼 권리를 다 누리고 있는 그들의 말은 수도의 중앙귀족과 왕족들에겐 그저 배부른 소리였다.

 

 이 연합은 그들의 상징으로 헤브레샤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그리젠의 실질적 권력과 돈을 쥐고 있어 이들 연합을 돈을 손에 쥐고 있는 헤브레샤 라고 칭하기도 한다.

 

 “…”

 이안은 그가 일개 괴도라 칭하기에는 대륙 내 정세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다. 이 자가 진정 훔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 꼭 답을 얘기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냥 너에 대해서 내가 일부러 알아내기 위해서 막 뒤졌던 게 아니라 정말 우연한 계기로 네가 누구인지 찾아본 것뿐이니까.”

 

 “?”

 이안은 그의 말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어떠한 계기로 그가 나에 대해서 알아볼 마음이 생긴 것인지. 자신은 그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찾는 무언가에서 뻗어 나온 가지 중 하나가 ‘나’ 인 것인가.

 

 그렇게 이것저것 떠올리며 허공을 헤매던 이안의 눈이 창문에 비친 침입자의 눈과 마주쳤다. 침입자의 눈동자도 그의 머리처럼 짙은 색 아니면 무채색 계열인지 어둠 속에서 까맣게 만 보였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하지만 조그만 머리를 엄청 굴리고 있다는 건 이미 얼굴에 다 보인다고. 내가 널 스텔라 라고 했을 때, 너도 모르게 미세하게 위·아래로 동공이 흔들렸을 때부터 넌 이미 패를 다 보인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한 곳만 보고 있는 횟수도 많고, 굳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거 하며. 아, 근데 이건 어찌 보면 현명하겠군. 괜히 아무 말 지껄이다가 자기 말에 자기가 넘어지는 수가 있으니.”

 

 침입자는 쿡쿡 저 혼자 웃더니 말했다.

 “앞으로 거짓말 칠 때, 그거 조심하라고 얘기 해주는 거야. 성장하려면 자신의 문제가 뭔지 알아야 하니까.”

 

 그의 말을 끝으로 이안은 자신의 목 주변으로 느껴졌던 위압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침입자가 그에게 들이댔던 칼을 치운 것이었다.

 이안은 허전해진 느낌에 목 주위로 손을 더듬어 보았다. 역시 그가 자신에게 겨누던 칼을 치웠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아 이안은 잠깐 동안 서 있었다. 그러자 침입자가 말했다.

 

 “애초에 널 해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단지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침입자는 이안이 또 무슨 궁리를 하는 줄 알고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까 배려 차원에서 말했다. 속으로는 ‘쪼그만 게 뭐 저리 의심도 많고 생각도 많은지.’ 라고 생각했다.

 

 “너, 이 물건 어디서 났지?”

 

 침입자는 이안의 침대에 걸터앉아 손에서 무언가를 던졌다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이안의 눈에는 둥그스름한 물체가 그의 손에 있다가 허공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빛으로 언뜻 보아 꽤 무게가 나가 보이는 펜던트였다.

 

 “수도에 와서 어느 한 가게에서 산 물건입니다.”

 

 “그 가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럼 위치는?”

 

 “수도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여기 지리가 익숙지 않습니다.”

 

 “흠… 그렇게 나온다 이건가.”

 

 침입자는 이안에게 그 펜던트를 이안의 눈앞으로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이 문양에 대해서 아는가?”

 

 그는 펜던트 위에 새겨진 문양을 말하는 것 같았다. 2마리의 용이 서로 마주보며 큰 나무를 얼기설기 엉겅퀴처럼 감싸고 있었다. 이안이 봤을 땐 그 나무를 옥죄는 것 같았지만.

 

 “모릅니다.”

 

 침입자는 이안의 시야에서 펜던트를 내리고 한숨 쉬며 말했다.

 “꼬맹이. 난 최대한 너에게 예우를 갖추며 물어보는 거야. 너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할 정도로 똑똑한 거 같으니까 최대한 똑같은 위치로 대우해주며 물어보는 거야. 언제 수틀리면 너에게 다시 칼을 들이댈지도 몰라. 칼을 들이대는 걸로 안 끝날지도 모르지.”

 

 이안은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똑같이 대우해주긴 완전히 어린애 취급하면서. 그리고 그를 묵묵히 다시 쳐다보았다.

 

 침입자는 그런 이안을 보며 다시 말했다.

 “이 문양을 나도 본 적이 있어서 그래. 꽤나 중요한 일이야.”

 

 “…”

 

 “난 이 문양 때문에 인생이 꼬인 사람이지. 그래서 네가 아는 거 단 하나라도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

 이안은 그의 말에 놀랐다. 그가 말하는 문양은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지는 않았지만 뒤틀리게 한 요인으로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고, 자신도 아직까지 쫓고 있는 무언가의 흔적이었다.

 

 “난 이 문양을 꽤 오래 쫓았어. 처음엔 어느 가문의 문장인 줄 알았지. 그래서 대륙 내 국가문장원의 자료도 찾아보고, 서적이 많은 도서관들에 파묻혀 찾기도 하고 안 해본 게 없어. 하지만 대륙의 어떤 귀족이나 왕족도 이 문장을 가졌던 또는 가진 가문은 없어. 혹시나 누가 도안을 가져가서 새겨달라고 한 이가 없는지 싶어서 공방들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 이 문양은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거란 얘기지.”

 

 “…”

 

 “그리고 누가 생명의 나무를 이렇게 옥죄는 문양을 자신 있게 쓸 수 있겠어?”

 

 이안은 그가 가리키는 생명의 나무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고대에 존재했다던 엄청 난 크기의 생명의 나무 뿌리 아래 지하 세계와 현재의 땅이 이루어졌고, 그 가지 위로 하늘이 생겨났다는 전설.

 그 신성한 의미인 나무를 레테나퀴스도 쓰지 않는데 그 누가 문장으로 쓸 수 있으며, 그것을 옥죄는 듯한 용을 그려넣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문양…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저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물건입니다.”

 

 침입자는 이안의 말에 눈이 커지면서 걸터 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이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안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그의 눈은 어두운 색인데도 불구하고 또렷해보였다.

 “누구? 누구에게 받았지?”

 

 똑똑똑

 

 누군가가 이안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침입자와 이안은 동시에 문을 쳐다보았다.

 

 “이안, 삼촌이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자니?”

 라키아였다.

 

 이안은 소리를 칠까 가만히 있을까 고민하다가 앞에 서 있는 침입자를 보았다. 침입자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이안은 침입자에게 정보를 더 캐낼까 생각했지만 그도 이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거 같았다. 단, 하나 궁금한 점이라면 이 침입자는 어디서 이 문양을 보았으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인생이 꼬인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똑똑똑

 

 라키아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안은 라키아의 집요한 성격을 알기에 만약에 자신이 자고 있더라도 깨워서라도 물어볼 것이다. 자냐고 물어봤던 건 그냥 예의상 물어본 것이고 자신이 자고 있던 깨어 있던 라키아는 궁금한 것을 해결해야 오늘밤 잠에 들 것이다.

 

 그 때 침입자가 이안을 놓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턱에 앉아 이안을 돌아보았다. 달빛에 비친 그의 눈은 청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이안은 어두운 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다시 보지.”

 

 검은 침입자는 그렇게 나갔다. 이안은 그가 열어놓고 나간 창문에 다가섰다.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고, 움직이는 그림자라고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나뭇잎 정도였다.

 

 똑똑똑

 

 “이안, 정말 자니?”

 

 이안은 그가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은 그를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가에서 미련 없이 돌아서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니 다시 문을 두들기려고 손을 든 라키아가 서 있었다. 라키아는 이안이 문을 열자 이안이 뭐라 말하기 전에 이미 몸을 방 안으로 들이밀어 들어갔다.

 

 “도대체 뭐 하고 있었…? 아니 이 추운 날 문은 또 왜 열어놓고.”

 

 라키아는 열린 창문으로 가서 능숙하게 문을 닫고 잠갔다. 그래도 라키아가 닫는 모양새를 보니, 그에게 익숙한 창문인가 싶었다. 그럼 적어도 창문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 라고 이안은 생각했다.

 

 “혹시 누가 있었어? 뭔가 웅얼웅얼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해서.”

 

 “아닙니다. 창문을 열어놔서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들이 소리를 낸 것 같습니다.”

 

 “흠…”

 라키아는 한쪽 눈을 일그러뜨리며 이안을 쳐다보았다. 이안은 그런 그를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라키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그럼…”

 그리고 뒤를 돌면서 침대 쪽을 보았다. 그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보여서 의아해하면서 이안에게 물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라키아는 침대 위에 있는 펜던트를 들며 말했다.

 “웬만해선 네가 이걸 몸에서 떼어내지 않는데… 이런. 줄이 떨어져서 그랬나.”

 

 “…”

 

 라키아는 이안을 스윽 한 번 보고 펜던트를 그에게 던졌다. 이안은 반사적으로 그가 던진 것을 받았다. 이안이 펜던트를 무사히 받아내는 것을 보고 이안은 안심했는지 웃으며 말했다.

 

 “잘 관수하라고. 그건 너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지표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안은 손에 들어온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펜던트에 새겨진 문양을 눈에 다시 담았다. 두 마리의 용이 몸을 뱀처럼 꼬아 나무를 휘감은 문양을.

 

 “벌써 가십니까? 뭐 물어본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안은 펜던트를 내려다보다 허전한 느낌에 고개를 드니 라키아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뭘 좀 물어보려고 왔는데 까먹었네. 내일 날이 밝아 맑은 정신이 되면 생각나겠지. 일단 자고 생각해봐야겠구나. 잘 자거라, 이안.”

 

 이안은 방을 나가는 라키아에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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