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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실연 다이어트
작가 : 도진
작품등록일 : 2017.7.27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살을 빼기 위해 거짓 이별을 하는 한 남자 이야기

 
10. 실연 다이어트
작성일 : 17-07-31 01:36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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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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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에 카페에서 본 그 여자 맞죠?”

 

 “그래 내 남자친구 뺏아 간 여자”

 

 미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허한 하늘을 바라 본다. 요즘 따라 하늘 보는 일이 많아졌다.

 

 “저도 그런 적이 있어서 누나 마음 잘 알아요 덕분에 살도 빠졌으니깐 저는 손해는 아니죠”

 

 미나가 놀란 표정으로 찬희를 쳐다 본다.

 

 그럼 예전에는 뚱뚱했다는 말인가?

 

 찬희는 잠시 차도에서 나와 차를 정차 시킨 뒤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 거렸다.

 

 "여기요"

 

 찬희가 나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남자 사진이었다.

 

 얼굴이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설마 찬희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그때 찬희가 말했다.

 

 “1년 전 제 사진이예요 제가 그 여자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밥도 못 먹을 만큼....... 그때는 그 여자가 아니면 안 됐어요 밥을 아무리 먹으려고 해도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가 않았어요 어쩌면 살기 싫었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딱 1년 아프더니 살이 이렇게 쏙 빠져 있더라구요 그 덕분에 살에 파 묻혀 있던 제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 오면서 이렇게 핸섬보이가 됐어요 이제는 고맙기까지 해요”

 

 지금은 저렇게 웃고 있지만 저 미소 속에 아픈 상처가 있는 줄 몰랐다.

 

 나도 며칠 전에 실연을 당해 봐서 안다.

 

 그런데 나는 이럴수록 밥맛이 좋으면 좋았지 밥맛이 없지는 않았다.

 

 나는 준호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 했는데 찬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카페에 도착하자 사장이 밖에 나와 있었다.

 

 그를 본 순간 우울한 기분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나도 어쩌면 찬희처럼 회사에 고마워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조기 퇴직 덕분에 사장을 만났으니깐 말이다.

 

 나를 본 사장이 해맑게 미소를 짓는다. 그가 걸어 다니는 모든 일상생활들이 화보처럼 느껴졌다.

 

 내가 넋 놓고 바라보자 찬희가 웃는다.

 

 “누나! 사장님 너무 대놓고 보는 것 아니예요 설마...... 우리 사장님 좋아해요?”

 

 “내.... 내가 뭘?”

 

 “말까지 더듬는 걸 보니깐 수상한데요”

 

 아직 수호와 찬희는 우리가 사귀는 사인 줄 모른다.

 

 찬희는 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뒤따라 들어가려는데 우영이 막아섰다

 

 “아무 일 없었던 거지?”

 

 “나 이제 괜찮아요”

 

 우영은 믿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살짝 숙여 내 눈을 바라 본다.

 

 “그래 니 눈 보니깐 괜찮은 것 같네 점심 먹으러 가자”

 

 그가 살짝 유리문을 열어 수호와 찬희에게 말했다.

 

 “우리 먼저 밥 먹고 올깨”

 

 수호와 찬희는 동시에 ‘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잠시 걸었다.

 

 그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가 멍하니 있자 우영이 내 손을 잡았다.

 

 순간 몸이 긴장 되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길거리마다 봄꽃이 활짝 피었다. 벚꽃이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 마음도 벚꽃처럼 활짝 피었다.

 

 “뭐 먹을래?”

 

 그와 같이 먹는 거라면 아무거나 다 괜찮았다.

 

 “그럼 오늘은 비빕밥 먹자”

 

 우영은 요즘 그녀 때문에 세끼를 다 먹고 있었다. 이상하게 밥맛이 좋았다.

 

 그래서 몸무게가 벌써 2kg나 쪘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사장님이 그를 아는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비빕밥 둘이요”

 

 5분이 지나자 종업원이 커다란 양푼이를 우리 앞에 놓고 간다.

 

 “비빕밥 둘 아니예요?”

 

 “연인 사이는 월래 하나로 같이 먹는 거야”

 

 우영이 수저통에서 수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긴가 민가 하는 표정으로 맛있게 비빈 밥을 입 안에 넣었다.

 

 한마디로 꿀맛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우리만 쳐다 본다.

 

 갑자기 먹을 수가 없었다. 그가 너무 잘생겨서 보나 싶었는데 그것도 약간은 있겠지만 커다란 양푼이에 같이 먹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 우영에게 물어보니 그가 따로 시킨 거란다. 별것도 아닌데 마음이 행복해 졌다.

 

 우리는 그 많은 밥을 다 먹고 배도 꺼질 겸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농구하는 학생들. 돗자리 펴고 다정하게 책을 읽는 연인들.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우리처럼 손을 잡고 걷는 여인들 대부분 커플들이 많았다.

 

 우리는 잠시 벤츠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의 손길이 온 몸을 감싸자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배가 부르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하품이 연달아 나오자 어느새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어느새 졸고 있는 그녀의 고개는 자신도 모르게 우영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미나가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어깨를 낮추어 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 햇빛이 들어온다.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를 위해 우영이 큰 손으로 얼굴을 가려 준다.

 

 이미 휴대폰에는 불이 나고 있었다. 액정화면을 보니 수호였다.

 

 무려 10통이나 와 있었다. 우영은 수호가 걱정이 되었지만 잘 자고 있는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수호에게 점심을 시켜 먹어라고 문자를 보내고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나자 미나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자신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이 햇빛을 가려 주고 있었다. 사랑 받고 있었다. 조금 더 이 행복을 만끽 하면서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우영이 말했다.

 

 “깨어 났으면 좀 일어나지”

 

 우영의 소리에 미나가 재빨리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머리를 거두었다.

 

 “어떻게..... 내 어깨..... 마비 됐는지 움직이지가 않아”

 

 우영의 자신의 어깨를 만지며 투덜 거리자 미나가 흘겨 본다.

 

 이상하게 초등학생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놀리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우영은 미나의 손을 맞잡고 카페로 향했다.

 

 수호와 찬희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면 화낼게 분명하지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 카페에 들어서자 수호가 득달같이 뛰어온다.

 

 “사장님! 우리가 얼마나 바빴는지 아세요? 왜 이제 와요”

 

 수호가 화가 단단히 났다. 평소 화를 잘 안 내는 녀석인데 바쁘긴 많이 바빴나 보다.

 

 “너희들은 오늘 여기까지 하고 먼저 들어가 나머지는 나하고 미나씨가 마무리 할테니깐”

 

 “그렇지만 누나는 아직 잘 모르고 사장님 혼자 힘드실 텐데....”

 

 말을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 벌써 유니폼을 갈아 입고 나오는 수호와 찬희였다.

 

 둘이 남자 뻘쭘해진 그녀는 애꿎은 탁자만 계속 닦고 있었다.

 

 “그러다가 탁자 구멍 나겠다. 지금은 손님 없으니깐 이리 와서 이것 좀 마셔”

 

 우영이 나란히 커피 두 잔을 탁자에 놓는다.

 

 오늘은 거품으로 하트 문양까지 만들었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다.

 

 “내가 실력 발휘 좀 했지”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코 끝에 닿는 향기가 감미로웠다. 눈을 감고 향기를 맡자 우영이 이상한 말을 한다.

 

 “내 앞에서 눈 감지 마 키스 할지도 몰라”

 

 하마터면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이게 19금 농담인가?

 

 그때 종소리가 울리더니 아름다운 여자 한명이 들어왔다.

 

 손목에 여성스러운 리본을 장식한 화이트 셔츠에 블랙 니트 미디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허벅지까지 찢어진 옆선은 걸을 때 마다 섹시한 느낌을 풍겼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외모가 딱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였다.

 

 “오랜만이야 우영아”

 

 나도 모르게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여자가 탁자에 올려 놓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핸드백은 며칠 전에 잡지에서 본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이였다.

 

 “사장님! 말씀 나누세요 저는 커피 들고 올깨요”

 

 우영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더니 의자에 다시 앉힌다.

 

 “미나씨는 여기 가만히 있어요 커피 타는 건 내 전문이니깐”

 

 우영의 부드러운 미소에 여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여자는 나를 위 아래 훑어 보다가 콩바귀를 뀐다.

 

 자기가 위라는 듯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우영을 하염없이 바라 보는 여자가 민아는 얄미웠다. 내 남자친구데 지가 더 좋아한다.

 

 우영은 커피를 채린 앞에 놓아주고 민아를 소개했다.

 

 “채린아 인사해 이쪽은 내 여자친구 미나씨야”

 

 서로 인사를 하는데 여자는 별로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마치 내가 자신의 물건을 건들린 듯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운데 낀 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나는 화장실에 정리할 게 있다며 자리를 떴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그제야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얼룩 진 유리를 호호 불어 가며 열심히 닦고 있는데 채린이라는 여자가 들어왔다.

 

 가방에서 빨간색 립스틱을 꺼내 거울을 보면서 입술에 발랐다. 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한마디 한다.

 

 “우영이 골키퍼가 이렇게 약할 줄 몰랐네! 방심하지 마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깐!”

 

 눈을 밑으로 까며 말하는 모습이 나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니 주제에 우영이를 감히 넘봐! 라는 표정이다. 내가 봐도 사장이 아깝다.

 

 나도 알건 안다 굳이 그렇게 말 안 해줘도...

 

 여자는 나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미나는 거울을 비친 자신을 얼굴을 바라 본다. 퉁퉁 부은 눈, 낮은 콧대, 두꺼운 입술 내가 봐도 거울 속에 내 모습은 예쁘지 않았다.

 

 일부러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지만 어색하기만 했다. 잘 안 웃는 편이라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썼더니 볼에 경련이 일어났다.

 

 진짜 그와 나는 그 여자 말대로 안 어울리는 걸까? 한 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준호와 사귈 때도 그랬으니깐 결국 다른 여자한테 빼겼지만.......

 

 화장실에서 나가자 채린이라는 여자와 우영이 다정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뭐가 묻었는지 털어 주는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는 연인사이처럼 보였다.

 

 나와 사장도 다른 사람들 눈에 저렇게 보일까?

 

 시선을 거두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냥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꽃고 평소에 즐겨 듣는 노래를 들었다. 김동률의 감사였다. 노래도 좋았지만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최대한 볼륨을 높여 흥얼 거리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그때 한쪽 이어폰이 빠진다. 우영이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다.

 

 “언제 왔어요?”

 

 깜짝 놀란 미나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노래를 듣고 있었길래 내가 들어와도 몰라?”

 

 사장이 한쪽 이어폰을 귀에 꽃으며 내 옆으로 다가오자 나는 옆으로 자리를 피했다. 왠지 그의 옆자리는 내자리가 아닌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

 

 “연인사이는 이렇게 딱 붙어서 같이 듣는 거거든”

 

 옆으로 피하려고 해도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자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이 순간이 꿈처럼 지나갔으면 좋겠다.

 

 현실이 될까봐 무서웠다. 현실이 되면 또 다시 상처 받을까봐 무서웠다.

 

 옆을 보니 우영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왠지 겁이 난다. 준호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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