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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금요일에 만나요
작가 : 시더우드
작품등록일 : 2017.6.6

감정의 무게를 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이 더 무거울까요.
죄책감과 질투 중 어느 것이 더 가벼울까요.
감정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또는 선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여기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자신의 선택을 고민합니다.
선택이 어떠하든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겠지요.
서로의 선택이 바꿔 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열일곱번째 금요일 : YOU OR ME
작성일 : 17-07-31 01:16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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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개강을 정말 코앞에 두었을 때, 드디어 김건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체 어떤 여행을 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건지 어떻게 여행을 두달이나 할 수 있나 궁금했지만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다. 수현과 연락을 해보니 부산에서만 일이 있어 잠깐 만났을 뿐 그 이후부터는 건이 혼자 계속 여행을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차마 수현과 둘이서 만날 자신이 없어 건이가 서울에 도착하면 만나자는 말로 수현과의 만남을 계속해서 미뤄왔었다. 결론적으로 세 명이 함께 여름방학이 완전히 끝나기 전 여름방학에 각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기로 정했다. 어쩐지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가 소개팅을 했고 지금도 관계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밝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첫 번째 만남이 지나고 선호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내게 매일매일 조금씩 다가왔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갈 때 쯤에는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메시지가, 점심을 먹을 때 쯤에는 날도 더운데 맛있는 것을 먹으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아주 사소한 내용이었지만 선호는 그 작은 것들도 다정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선호는 개강을 앞두고 학원 수업을 마무리하느라 매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메시지를 나누는 와중에도 바빠 보인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그리고 하루는 저녁에 잠깐 전화가 가능한지 물어 보기도 했다. 내가 괜찮다고 대답하고 정확히 5분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쪽은 그 쪽인데 엄청 부끄러워 하는게 느껴졌다. 잘 지내고 있는지 등 우리가 대화를 나눴던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개강날 바쁘지 않으면 만나자는 이야기였다. 떨리는 목소리에서 선호가 얼마나 용기를 낸 건지 느껴졌다. 나는, 약간 고민하다 좋다고 대답했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선호의 웃음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왔다.

 

 선호와 개강날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자 성희가 정말 뛸듯이 기뻐했다. 정말 잘 될 거라고는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선호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얼떨떨했다. 물론 과거에도 동윤이 나를 딴에는 좋아해 준다고 깝죽거리는 했었지만, 그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런 다정한 애정공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아직은 어려웠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참 달콤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서 이런 종류의 애정을 받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사람들이 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희는 엄숙한 얼굴로 이것은 썸이다, 하고 자신이 선언했다. 나는 그 엄숙한 선언에 웃음을 터뜨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애정전선에 밝게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나는 아주 낙관적인 마음이 되어 건이를 만나게 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수현과 건이와 만나게 되면 도착하는 사람의 순서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건이, 정확히 도착하는 나, 약간 늦게 도착하는 수현, 이 순서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했다. 2층까지 있는 카페는 넓고 한적했다. 1층을 둘러보니 건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먼저 주문을 하고 진동벨을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나무 계단에 샌들 굽이 부딪혀 텅텅,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민망한 기분이었다. 계단을 모두 올라서자 역시나 한적한 카페 2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있는 건이가 보였다. 그렇게 올라오는 소리를 내면서 왔는데 노래를 듣고 있는지 창가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행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계단 위에서 건이를 바라보았다. 거의 두 달 만에 만나는 거라서 그런지 느낌이 이상했다. 소개팅도 아닌데, 그보다 더 긴장이 되었다. 나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 쉬고 건이가 앉아 있는 자리로 향했다.

 

 여행을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넋이 나가 있는건지 건이는 내가 근처로 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 건이의 뒤쪽으로 조용히 걸어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지난 번에도 이런 장난을 쳤을 때 건이가 엄청 놀라 했던 기억이 나서 혼자 웃음을 참았다. 바로 화들짝 놀랄 줄 알고 기대했는데, 건이는 오히려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히려 내가 당황하고 민망해서 손을 떼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지, 하고 있자 건이의 손이 가만히 올라와 내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리고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뒤돌아 봤다.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황망한 표정으로 건이에게 손이 잡힌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오는 거 알고 있었어."

 때마침 내 손에서 진동벨이 울리자 건이가 훌쩍 일어나 내 손에서 진동벨을 가져가 내려가 버렸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건이의 앞자리에 풀썩 앉았다. 카페 안은 시원하기만 한데 손이 잡혔던 자리가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건이는 금방 음료를 갖고 올라와 내 앞으로 돌아왔다. 아까 느꼈던 미묘한 감정은 사라지고, 금방 헤실헤실 웃으며 잘 지냈냐는 말을 건넸다. 아까는 잠깐 봐서 몰랐는데 하얗기만 했던 피부가 아주 조금 그을린 것 같았다.

 "잘 지낼 것도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방학 다 갔어. 억울해!"

 "어디 안 갔다 왔어?"

 "응. 가족들도 다 더위에 지쳐서 어디 갈 엄두가 안 났거든. 집에서 에어컨 바람만 즐겼어. 너는 조금 탔다?"

 "나는 엄청 돌아다녔거든. 놀랠걸?"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여행지도 앱에서 자신이 다녀온 곳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세상에. 두 달이면 남미 여행도 갔다 올 수 있는 시간이라 그런지 건이는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다. 북한만 빼고는 다 다녀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 원래 여행하는 거 좋아하니? 야, 진짜 많이 돌아다녔다."

 "이렇게 여행해본 거는 처음이야. 대학생이 됐으니까,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이제 방학때마다 너 못 보는 거 아니야. 전국 일주했으니까 다음은 어디야?"

 "다음은 유럽을 가볼까…"

 하면서 건이가 웃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해졌다. 맞다, 우리 사이는 원래 이런 느낌이었지. 우리는 도란도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이는 주로 여행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진상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깥은 여름의 햇살이 쨍하니 비추고 있었지만 카페 안은 햇빛과 어우러져 충분히 한적하고 시원했다.

 

 시간이 꽤 지나서 수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다. 편안하고 단정하고 입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오히려 학기 중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지고 온 가방에는 온갖 노트북이며 책들이며 꽉 들어차 있었다. 이걸 끌고 다닌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요새 많이 바빴어?"

 "응. 나 요새 대외활동에 완전 치여 살아.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한 건데, 팀 프로젝트도 아닌데 사람들은 잠수 타기는 기본이고 맨날 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야근하는 것처럼 밤 늦게까지 일한다니까."

 수현은 전공과는 큰 관련이 없는 대외활동에 무심코 참여했다가 큰 화를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케팅과 관련된 대외활동을 하면 나중에 취업할 때나 도움이 될까 싶어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고 참여했는데 장난이 아니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별의 아픔을 맞이했을 때도 꽤 침착했던 수현의 이런 모습은 참 신기했다. 나와 건이는 흥미진진하게 수현의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건이는 항상 수현의 이야기를 가장 빨리 듣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쪽은 주로 나였는데, 건이도 여행때문에 수현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수현은 한참 이야기를 마치고 열이 받는지 시켜 놓은 아이스 음료를 쭉 들이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땀도 식고 할 말도 했으니 예전의 수현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직 지친 기색은 가시지 않았지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너는 잘 지냈어? 아르바이트 한다고 얘기만 들었는데 뭐 특별한 거 있었어?"

 나는 말해야 할 타이밍이 왔음을 직감했다. 때마침 내가 드문드문 웃음을 지으며 카톡을 하고 있자 수현과 건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던 참이었다.

 "특별한 게 딱 하나 있었지."

 "진짜? 뭐야, 빨리 말해줘!"

 "나 며칠 전에 소개팅했었어."

 수현은 입이 딱 벌리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지간히 놀란 표정이었다. 하긴 동윤의 사건 이후로 학기 중에 공공연히 그딴 놈을 만날 바에 그냥 혼자 다니는 게 훨씬 낫다며 연애를 유독 멀리했었던 나였다. 건이도 놀란 표정이었다.

 "와, 안영이 너 이렇게 몰래 소개팅 하기 있어? 잘 되가는 거야?"

 "응. 그냥 괜찮은 거 같아."

 "누구한테 소개받은거야?"

 "성우 오빠한테. 그 친구랑 나랑 닮았다고 해서 소개시켜 준거야. 근데 진짜 좀 닮았다?"

 수현이 더 놀라워하며 얼른 사진을 내보이라고 재촉했다. 나는 지난 번 카톡을 하다가 선호에게 전달받았던 셀카 한 장을 보여주었다. 수현이 사진을 보자 대박, 하며 놀라워했다. 한동안 수현에게 선호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연애 코치를 받았다. 연애를 많이 해봤다더니 수현은 선호의 행동 패턴에 대해 꿰고 있었다. 내가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말하면 반응이 이랬겠네 하고 단번에 알아챘다.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 들으니까 설렌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진짜 괜찮은 애인 것 같아, 잘해봐 안영아."

 나는 민망함에 그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탁자에 올려 두었던 수현의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아, 또 전화 온다. 얼른 끝내던가 해야지.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수현이 전화를 받기 위해 카페 1층으로 내려갔다. 수현이 자리를 비우자 어쩐지 어색함이 맴돌았다. 그때서야 지금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게 거의 수현과 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현이 내려가자 건이는 창 밖을 바라보면서 딴 짓을 하고 있었다. 행동을 보아하니 자신도 이 순간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김건의 행동은 내 손바닥 안이었다. 무언가 말을 걸으려던 찰나에 핸드폰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선호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대학교 친한 친구들을 만난다고 어제 저녁 이야기를 했던 터라 잘 놀고 있냐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부담스러울 만한 이야기들을 선호는 특유의 다정함과 배려로 자연스럽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정말 배우고 싶은 능력이었다. 나도 '한참 수다 떠는 중. 오랜 만에 만나니까 좋은데 벌써 개강한다는게 실감난다ㅠㅠ' 하고 답장을 보냈다. 핸드폰을 내려 놓자 건이와 눈이 마주쳤다. 건이는 마치 나를 한참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처럼 어쩐지 시무룩해 보였다.

 "너가 저번에 말했던 기분 뭔지 알 것 같다."

 "응? 어떤 기분?"

 "예전에 수현이가 남자친구 사귀었을 때, 너가 그랬잖아.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갑자기 남자친구를 사귀어서 와서 놀랐다고. 그 기분이 뭔지 알 것 같아."

 "에이, 뭐야. 별로 놀라지도 않았으면서. 그리고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도."

 그렇게 말하고 건이는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맑게 웃는 얼굴에 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동시에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복잡한 감정 때문에 건이의 웃는 얼굴에 함께 환하게 웃어 주지 못했다. 이런 내 자신에 다시금 화가 났다.

 

 사실 내게 있어 건이와 수현을 다시 만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건이에게 해명을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친구인듯 아닌듯 애매한 그들의 사이에 내가 함께 있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장 궁금한 것은 묻지 못했다. 아니, 차마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내가 봤던 것들에 대해 물어보게 되면 영영 그들과 친구 사이로는 남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들 사이에 남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들과의 사이를 깔끔하게 정리할 것인지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수현과 건이를 함께 만나는 일을 열심히 피해왔다.

 

 그러나 선호와 만나게 되면서, 내게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이들의 애매한 사이에 끼여 있어도 나와는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셋이 만나는 자리에 흔쾌히 나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건이나 수현이 나의 이런 속사정에 대해서 알리는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이의 티없이 해맑은 웃음에 속이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사실 내가 건이에게 이런 감정을 품지 않았다면 어려운 점은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장은 미약하게 두근거렸다. 종종 눈이 마주칠 때면, 함께 길을 걷다가 손이 스칠 때면,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게 될 때면. 함께 만나는 시간 내내 이런 감정이 그림자처럼 내 뒤에 붙어 있었다. 그러다가도 건이와 수현을 바라보다 그들의 특별한 사이를 몇 번이고 실감하게 되면, 다시 고개를 젓게 되었다. 아냐, 이 감정은 그냥…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나름대로 수현과 건이와 함께 저녁까지 즐겁게 먹고 헤어졌다. 나는 지하철역으로, 둘은 날도 더운데 시원한 한강변을 따라 집에 간다고 했다. 수현의 터질 듯 무거운 가방은 건이가 대신 들어 주었다. 수현의 가방을 멘 건이를 보고 나는 한참 웃음을 터뜨렸다.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 내 복잡하고 힘든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선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친구들 잘 만났어?

 "응. 이제 집에 가는 길이야. 더운데 엄청 돌아 다녔어.

 - 진짜? 내일 아르바이트 가는 날이던가?

 "응. 오늘 안가는 대신 내일 나가기로 했어. 벌써 가기 싫다."

 - 피곤하겠다. 내가 대신 가줄까? 나 카페 알바 해봤는데.

 선호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진심인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아냐. 사장님한테 혼나고 싶지 않아. 말만으로도 고맙다, 선호야."

 - 개강하고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해?

 "저녁 시간대나 주말로 옮기려구. 사장님이 알아본다고 하셔서 기다리는 중이야. 너는? 개강해도 계속 학원 가?"

 - 나는 수업 듣느라 정신 없어서 안될 것 같아. 벌써부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

 "하하, 나도. 벌써부터 개강 걱정이다. 방학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 그래도 나는 얼른 개강했으면 좋겠어.

 "응, 진짜? 왜?"

 - …너랑 만나기로 했잖아.

 전화기 너머에서 다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 정도면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정말 돌직구나 다름없었다. 나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선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니 벌써 집 앞이었다. 나는 집까지 오는데 하나도 안 심심했다고,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선호의 다정함과 배려심에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털어 놓고 싶고, 기대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이 좋아하는 감정 중 하나인걸까, 궁금해졌다. 집에 도착하니 수현과 건이가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 오늘 하루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에는 그 어떤 복잡한 감정도, 마음도 없이 세 명의 밝은 웃음 만이 가득했다. 그래, 다 괜찮을 거야. 평범한 연애를 시작하면 모든 게 다 정리될 거야. 나는 내게 최면을 걸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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