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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20)
작성일 : 17-07-30 21:36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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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재회와 화해의 기쁨은 잠시 넘겨두고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말레바의 처치다. 말레바. 이 괴물의 최초 출현까지 거론한다면 아마 몇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할 긴 이야기다. 그 만큼이나 오랫동안 이 세계에 숨어들었던 괴물 중 하나이기에 대처 방법도 잘 알려져 있었다.

 

 미드워커들의 오랜 전투의 역사로 남은 흔적과 경험을 엮어 18세기 영국인 콜튼 그레이엄 (Colton Graham)이 저술한 '괴물 대 백과사전'의 분류에 의하면 B 등급의 인간 유사형 괴물로, 인간의 기억 중 가장 묻어두고 싶었던 기억들을 읽어내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유로이 늘어나는 꼬리가 주된 전투에 이용되고 가면은 쓰고 벗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안면 조직에 융합되어있는 구조다.

 

 콜튼 그레이엄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괴물은 A에서 F등급 까지 분류되어 있고 논외로 S, SS, SSS등급이 있는데 'SSS' 등급은 최상 분류로 단 한 마리, 검은 용이 거기에 속한다. 검은 용의 죽음으로 의미 없는 분류이긴 하지만 미드워커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용도로 아직까지도 최상분류군으로 지정되어 있다.

 

 가장 하위군 F는 '렘'이 속하고 단아와 은랑의 귀환을 화려하게 장식해 준 발케는 A 등급이었다. 사실상 거의 1년을 쉬다가 활동을 시작한 미드워커 두 명과 신생 미드워커 하나가 처리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의 괴물이었다. 그러나 제작에만 긴 시간과 재능이 필요한 염화의 진이 준비되어 있는데다가 그 발케가 고유능력을 발휘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콜튼의 괴물 분류는 B 등급과 C등급 간의 격차가 아주 커서 B 등급 이상은 '위험괴물군'으로 분류되고 미드워커 개인이 대항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되어있다. B등급의 일반 전투 권장인원이 4명이라지만 과거 미스테리 클럽의 소속원들은 두 명이서도 거뜬히 해치워냈다. 심지어 기사는 혼자서도 말레바를 베어낸 전적이 있었다. 물론 과거야 그렇지, 지금이야 어떨지는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단아는 미심쩍은 눈으로 검을 어색하게 쥐어보는 제윤을 바라보았다. 영 불안했다. 그녀 자신이나 은랑도 미드워커의 삶을 다시 선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저번에 발케를 조우한 이후 괴물 사냥은 처음이니 말이다.

 

 아니, 지금 순간이동도 제대로 적응 못해서 버스 위에 떨어지고, 벤치 위에 떨어져 바닥에 쳐박히는 수준인데. 은랑은 제대로 위치설정도 못해서 엉뚱한 데 떨어지는 데다가, 방금 돌아온 제윤은 더 할 말도 없는 수준이다. 마법이라고 썼다가 서로를 맞추지나 않으면 다행일 지도 모른다. 개판이겠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다. 오늘 하루 여기저기 넘어지며 구른 바람에 욱신거리는 몸에 점차 익숙해지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우리. 잘 할 수 있으려나."

 "왜 이래. 무려 벨릭페스의 검을 든 기사와 용의 무녀, 여왕의 대리인으로 된 완벽한 파티조합인데."

 

 단아의 중얼거림에 은랑이 걱정마라며 대답했다.

 

 "구성원 자체는 사기급이지. 그래. 문제는 지금 다들 귀환 유저라 컨트롤이 개망 똥망이야."

 "…시발."

 

 단아의 이어지는 말에 이번엔 제윤이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경을 건드리는 말이긴 한데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근데 고민해봐야 뭐하겠어. 결국 이게 다시 현실이 되어버렸는데. 안 그래?"

 

 난감하게 흘러나오는 은랑의 목소리에 제윤과 단아가 동시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그건 그래. 우리가 이래 봐야 결국 신나게 구르다 보면 모든 게 잘 흘러가고 있을 건데."

 "그럼 쓸데없는 말은 닥치고,"

 

 제윤의 말에 두 사람이 그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시작해보자."

 "오케이, 그럼 탐지마법 써?"

 "그거보단 그냥 광휘를 이용해서 유인하자."

 "아무리 그래도 말레바니까, 결계정도는 만들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아…. 결계는 문지기가 전문인데."

 "어쩌겠니.없는 사람인데."

 

 단아의 말에 은랑이 "그렇긴 하지"라고 중얼거리곤 다시 물었다.

 

 "그래, 그럼 '베르그의 결계'로, 아니면 '유진의 결계'로?"

 "말레바가 워낙 날쌘 놈이라 대충 페이스를 맞추려면 '유진'쪽이 나을 거 같아."

 "방어는 버리겠다는 소리네."

 "어차피 말레바는 장기전을 해 봐야 우리가 불리해져. 속전속결로 가자."

 "오케이, 그럼 범위 지정은 어쩌지."

 "주변에 괜찮은 데가 어디 있지?"

 "일단 좀 둘러봐야 할 것 같은데."

 

 두 여자가 계획을 순식간에 세우는 걸 지켜보던 제윤이 검을 한 번 휙, 돌리면서 단아에게 물었다.

 

 "야. 너 캐스팅 된 마법 뭐 있어?"

 "있긴 뭐가 있어 임마. 아무것도 없어. 일단 나 지금 지팡이도 없단 말이야."

 "바이스(Weiss)는 또 어디 갖다 버렸는데?"

 

 제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일이 그렇게 됐어. '바람의 협곡'에서 삽질하다가 떨어트렸거든. 찾을 방법이 없어."

 "미친. 거기는 왜 갔는데?"

 "그게 다 얽히고 얽힌 문제가 있었거든? 넌 그냥 닥쳐."

 "이게 까분다?"

 "왜. 뭐. 뭘 그렇게 노려봐 이 새끼야."

 

 틱틱 거리는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은랑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바이스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데."

 

 예상치도 못한 말에 단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입만 뻐끔거렸다.

 

 "뭐야. 분명 그 때 협곡에서 떨어트렸는데."

 "그래. 나도 그 때 네 옆에 있었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실 나도 정확하게 이해하긴 힘든데. 도서관 얼음계곡 아래에서 분실물로 처리 돼서 관리실에 있더라. 너 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그 당시에 너도 여왕이고 뭐고 때려치운다고 난리 칠 때라 말도 못했어. 그러고 나서 결국엔 줄 수가 없어서 멤노스한테 잠시 맡겼었고."

 "아니, 이해가 안되네. 바람의 협곡에서 떨어트린 게 왜 거기에 있어?"

 "나라고 알겠어?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이거나 받아. 네 거잖아."

 

 은랑의 손 위에 올려진 것은 검은 색의 끈 팔찌였다. 아무리 봐도 지팡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물건이다. 단아는 조금은 떨떠름하지만 반가운 기분으로 건네지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팔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형은 30cm가량의 지팡이로 '바이스 로젠블랏(Weiss Rossenblott)'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바이스 로젠블랏은 어떤 나무의 가지를 잘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나무는 무엇이든 흡수하고 기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관계없이 그 성질과 형태를 유지하고 뱉어낸다고 한다. 두 번째 세계를 탐험하던 어떤 미드워커가 그것을 발견하곤 신비한 나뭇가지를 잘라 여왕에게 경애의 의미를 담아 선물했다고 하는게 역사서에 기록된 바이스의 첫 등장이었다.

 

 그 나무의 특수한 성질은 잘라낸 나뭇가지에 불과한 바이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일반적인 '저장'이나 '보관'마법과는 다르게 단순히 물건만이 아니라 '마법'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라 미드워커들이라면 누구나 탐 낼 무기였다.

 

 일반적으로 마법을 미리 준비한다는 건 어딘가에 '인'을 새겨둔다는 것인데 그런 과정은 필요 없이 허공에 그린 인을 지팡이에 흡수 시켰다가 필요 할 때 단순히 지팡이를 휘둘러 사용 할 수 있다. 물론 흡수해 둘 수 있는 마법엔 한계가 있다. 딱 다섯 개. 그게 최대 한도다. 고작 다섯 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괴물과의 전투에서 별다른 시간 없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쉽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바이스 로젠블랏은 오래 전 여왕의 대리인이자 이 지팡이의 최초의 주인이었던 독일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역사서에 저술되어 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바이스는 여러 주인을 거쳤다가 어느 기점으로 모습을 감춰 몇몇 이들의 기억속에서나 회자되던 이름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와 똑같은 것을 얻고자 했지만 바이스의 모체가 되는 그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현재까지 밝혀진 점은 없었다.

 

 미드워커들은 바이스의 최초의 주인이 여왕이었기 때문에, 그 전설이 된 나무를 '여왕의 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마법마저 집어 삼킨다 해서, 그 나무가 있을 상상의 장소를 '마력을 삼키는 숲'이라 칭했다. 실제로도 그런 나무로 된 숲이 있는 지도 미지수지만 많은 미드워커들에게 꼭 찾아내고픈 환상의 장소쯤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그 '바이스'가 여왕의 증표, 퀸 모멘타에 들어있었을 줄이야. 단아는 그 때를 회상했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전개였다. 그 때 다섯 사람은 동아리실에 모여 앉아 각자 빈둥거리고 있었다. 아니지, 처음은 다섯이 아니라 네 사람이었다.

 

 단아는 테이블에 퀸 모멘타를 펼쳐둔 채 별 의미없이 카드를 뒤적거리고 있었고 제윤은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한 겨울에 창을 열어 둬 한기가 스며들었던 것 같다. 원래는 닫아뒀는데, 제윤이 안에서 담배를 태우는 바람에 열게 된 것이었다.

 

 문지기는 공부할 때만 쓰는 안경을 쓰고 이따끔씩 제윤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괴물 대 백과사전을 탐독하고 있었고 광대는 동아리실 바닥에 담요를 덮고 누워 천장만 뻐끔 뻐끔 쳐다보는 병신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야야. 과자 사왔다. 이거나 쳐먹어라."

 

 그 때 문을 열고 은랑이 들어왔다. 코 끝이 새빨갛게 얼은 그녀는 양 손으로 군것질 거리로 가득 찬 박스를 불안하게 들고 있었다. 만세! 단아와 광대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오. 무녀님,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지요."

 

 은랑의 앞을 막고 누워있던 광대가 꾸물거리며 그녀의 다리를 덥썩 잡고 한 팔을 뻗으며 빵 한조각을 구걸하는 비천한 천민에 빙의할 태세를 보이자 은랑이 기겁하며 발을 들어 그를 털어냈다.

 

 "왔어?"

 

 문지기가 다정하게 물었고 제윤은 "문 닫지?"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제윤의 시선도 은랑이 가져온 과자거리에 향해있었다. 아무래도 미드워커가 일반인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높다보니 학교에서 제공하는 양으론 무리가 있었다.

 

 "아 시발. 왜 이렇게 추워. 문은 왜 열었어? 마제윤. 넌 그냥 나가서 피워. 겁나 민폐야."

 

 은랑이 그렇게 말하며 힘겹게 동아리실 문을 닫았다. 누가 좀 이거 받지? 짜증스러운 말에 광대가 벌떡 일어나 상자를 받지도 않고 안에 든 과자를 뒤적거렸다.

 

 "사탕이다, 사탕!"

 

 광대가 히히덕거리며 사탕 다섯개를 잡자 단아가 "나도, 나도! 난 딸기, 딸기우유맛!"이라고 제 의견을 피력했다.

 

 "시끄러워 이것들아."

 

 신이 나서 짹짹거리는 소리에 은랑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상자를 내려놓았다. 광대는 딸기우유맛 사탕을 골라 껍질을 벗겼다. 자신에게 주는 줄 알았는지 단아는 뒤에서 그 모양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린 채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탕은 광대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미친. 그걸 네가 왜 먹어!"

 "왜. 나도 이거 좋아해! 겁나 좋아해!"

 

 낯 뜨거울 정도로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에 은랑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미친 것들아! 그거 또 있어!"

 

 그 말에 단아가 엄청나게 상처받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소리쳤다.

 

 "아니야! 넌 몰라! 내가 원하는 건 저거라고! 저 놈이 삼킨 거!"

 "글쎄 또 있다니까!"

 "엉엉엉엉. 서럽다 서러워. 랑이가 나한테 윽박질렀어. 봤지?"

 

 언제 빡빡 소리 질렀냐는 듯 단아가 광대에게 동의를 구했다.

 

 "봤어. 무서워. 소리 질렀어. 꺄악."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말한 광대는 단아와 가까이 붙어 댕그랑 눈으로 은랑을 바라보았다. 똑같은 눈으로 울망졸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혈압이 오른 은랑이 억, 소리를 내면서 뒷목을 잡았다. 여왕과 광대는 미스테리 클럽의 최대 재앙콤비임에 틀림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소리 지르던 상대에게 붙어서 키득거리던 단아는 갑자기 다시 화가 치밀었는지 광대에게 말했다.

 

 "야. 넌 바나나맛 좋아하잖아! 바나나 아닌 건 취급도 안 하겠다며?"

 "자기야. 원래 평면적인 인간은 매력이 없어. 난 겁나 입체적인 인간 상이라 감히 예측할 수도, 단정지을 수도 없는 멋진 남자지. 이제부터 난 딸기우유파야."

 "지랄 마. 뱉어. [뱉어 내]라고!"

 

 순간, 작은 공간에 마법의 흔적이 느껴졌다. 다섯의 시선에 동시에 테이블 위로 움직였다. 데구르르. 펼쳐진 카드들 위로 길쭉한 검은 지팡이 같은 것이 굴러가고 있었다. 데구르르, 탁. 열심히 굴러가던 지팡이는 이내 바닥으로 떨어져 소리를 냈다. 아. 이건 또 뭐람. 다섯에게 공통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게 바로 바이스 로젠블랏, 지금 제 손에 들린 물건이다. 엄지와 검지로 그 팔찌를 집어 살짝 비틀자 검은 팔찌가 길게 늘어나며 말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팔찌는 길쭉한 검은색의 지팡이로 변했다. 틈이나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한 몸체였다. 손에 착 감겨오는 지팡이를 살짝 흔들자 차르륵, 하며 각기 색이 다른 세 개의 문장의 배열이 꽈배기처럼 지팡이를 타고 올라왔다.

 

 폭파. 천공. 절단. 전부 괴물 대항 공격용 상위 마법이었다.

 

 "이 정도면 쓸만하네."

 

 다시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자 문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 그럼."

 

 단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제 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지팡이를 든 팔을 몇 번 붕붕 흔들고는 어깨를 좌우로 움직여 주자 피곤한 몸이 비명을 질렀다. 익숙한 불평이다. 몸의 의사따윈 가볍게 무시한 그녀는 제법 우아한 움직임으로 지팡이를 이용해 허공에 광휘의 인을 그린 후, 그 인을 지팡이로 쳐 올리는 행동을 취했다.

 

 그러자 환하게 빛나던 문자가 점으로 분해되더니 뭉쳐들어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면서 길게 꼬리를 남겼다. 구조요청이나 괴물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일반적인 광선 마법이었다. 아, 우리 후배님한테 이것 부터 가르쳐야 겠네. 하늘로 피어오르는 빛을 보며 문득 드는 평안한 생각에 점차 현실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환한 빛 한 줄기가 탁, 하고 하늘 위로 그림을 그리듯 올라가자, 뒤이어 다른 곳에서 두 개의 빛줄기가 연달아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은랑과 제윤이었다. 뒤따라 올라온 빛 줄기 중 하나는 영 부실하게 흐느적 거리면서 그리 위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푸시시 하고 흩어지는 게 딱 봐도 제윤의 마법인듯 했다. 오랜만의 마법이다 보니 눈물겨운 수준이다.

 

 "넌 그냥 검이나 한 번 더 휘둘러 보는 게 좋겠어."

 

 두고 두고 놀릴게 생겼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이 째질듯 웃으며 저를 바라보는 은랑과 단아의 모습에 제윤의 반듯한 이마가 와락 찌그러졌다. 세 사람은 계속해서 빛을 쏘아 올렸다. 사냥감을 놓쳐 단단히 성이 난 괴물은 당장 반응을 보일게 분명했다.

 

 두 개의 반듯한 빛 줄기에 비해 제윤의 마법은 비실비실하게 희끄무리한 색이었다. 두 여자는 그 모습이 웃긴 지 휴대폰 카메라 까지 빼어 들고 하늘을 찍어댔다.

 

 카메라 화면으로 보이는 세상은 색색깔의 네온사인과 검은바탕이 전부다. 그 재미없는 그림 위로 하얗게 빛나는 빛 줄기가 올라가는 모습은, 그들에게만 허락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점점 달에 가까워져 보이는 빛줄기가 긴 꼬리를 남기며 밤을 가르는 아래로, 높은 건물 옥상에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그 무언가는 번져나가는 달빛의 일부를 집어삼킨다.

 

 말레바, 괴물의 몸체다.

 

 "드디어 오셨군."

 "기념으로 한 장 쩍어야겠네. 여길 보세요, 괴물씨."

 "잘 나왔어?"

 "경치가 죽여줘. 나 사진 작가 해볼 걸 그랬어."

 "그거 카톡으로 보내줘, 프사해야지."

 

 눈에 보이는 괴물을 두고 진행되는 두 여자의 대화에 잠시 말이 없던 제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 욕구가 격하게 든 탓이었다.

 

 찰칵, 소리와 동시에 화면이 깜박이며 파일이 저장되는 것을 확인한 단아는 위로 향했던 팔을 내렸다. 그럼 이제 달밤에 운동이나 한 번 더 해야지. 핸드백에 휴대폰을 넣으면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적당한 장소 찾아서 결계 치는 동안 나머지 하나가 시간 좀 벌었다가 유인하자."

 "그래,그래."

 "유인을 누가 할 건데?"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은랑을 뒤이어 제윤이 넌지시 묻자, 서로를 흘긋 바라본 은랑과 단아는 시선을 돌려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바로 너지."

 "너 아냐?"

 "…나 거의 2년 만인데."

 "정확하게는 1년 7개월 정도지."

 "충분하네, 그치?"

 "응응."

 

 이미 확정되어진 결말에 제윤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유인할 수 있을 지 모르겠는데."

 "거참, 엄살은. 걱정마. 우리 공주님이 그러시다면야, 이 용사님께서 힘 좀 써줄게."

 

 당당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툭툭 쳐주는 단아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뭘 어쩔건데?"

 "다 방법이 있어."

 

 

 "그럼, 데리고 좀 놀아! 결계 칠 테니까!"

 "마제윤 짱짱맨!"

 

 깔깔 거리며 멀어져 가는 두 여자의 소리가 멀리 메아리쳐 들려왔다. 특히나 단아는 신이라도 나는 모양인지 발랄하기 그지 없었다.

 

 "방법은 개뿔."

 

 제윤은 그렇게 중얼거리곤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잘 생긴 얼굴은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는 것 마냥 찌푸려져 있었고 손에 들린 새까만 검이 한층 분위기를 잡아 줄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의 등 뒤에서 번쩍번쩍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주단아. 뭐 이딴 거지 같은 마법을 다 만들었어.

 

 그래도 괴물의 시선을 끌기엔 안성맞춤이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괴물의 모습에 그는 오른발을 뒤로 살짝 빼며 검을 사선으로 늘어뜨렸다.

 

 하나 둘.

 셋.

 

 그는 순식간에 눈 앞으로 휙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에 뒤로 점프하며 물러났다. 탁, 하고 다시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코 앞으로 말레바의 몸체가 내려앉았다. 지나치게 가깝다. 이렇게 지척에서 괴물을 마주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붉은색의 두 줄이 세로로 그려진 새하얀 가면을 쓴 것 같은 얼굴. 저 하얀 가면을 부수면 말레바는 시력을 잃는다. 제대로 눈코입이 구분되어 있진 않지만 저 가면에 시력을 담당하는 기능이 있는 건 확실하다.

 

 검은색에 가까운 군청 색의 몸체는 건장한 남성의 것 마냥 꿈틀거리는 근육이 도드라져있고 뻗은 꼬리는 허공에 원을 그리며 말려있었다. 가까운 거리의 괴물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끔찍한 탐색전이다. 표정도, 작은 움직임도 읽어낼 수 없는 거리지만 점점 일자로 펴져 날카롭게 변하는 꼬리는 명확히 보인다.

 

 긴장이 눈가를 타고 뺨으로 흘렀다. 손 끝까지 전해지는 느낌에 손이 차게 식어버리는 느낌이다. 잘 벼려진 꼬리가 유유히 움직이다 직선으로 꼿꼿이 세워졌다. 움찔, 놈이 어깨 근육이 꿈틀거렸다.

 

 지금이다.

 

 뒤로 몸을 던지는 동시에 늘어뜨렸던 검을 쳐 올리자 검은 액체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팔에 긴 상흔이 생긴 놈은 키에엑! 이라는 소리를 내지르더니 몸을 낮춰 두 손으로 땅을 짚었다. 이윽고 날카로운 꼬리가 휘둘러졌고 제윤은 넘어지려는 몸을 억지로 돌려 꼬리를 검으로 막아냈다.

 

 챙!

 

 늑대 앞에 선 토끼라도 된 기분이다. 이것 참 개같네. 과거엔 혼자서도 잘 상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비어버린 뒤가 무서워 떠는 꼴이라니. 그는 조소를 내뱉으며 다시 휘둘러지는 꼬리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 바람에 가로등에 검을 든 쪽 어깨를 세게 부딪혀버렸다.

 

 "윽!"

 

 두 어 걸음 물러나면서 어깨를 부여잡았다. 욱신거리는 어깨를 잡고 있던 그의 얼굴에 순간 당황이 어렸다. 스스로의 행동이 얼마나 웃긴지, 그제 서야 자각이 들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이렇게 고통에 머뭇거릴 틈 따윈 없이 이를 악물고 괴물에게 달려들었을 테다.

 

 아. 그래, 나는 그랬어.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지. 가만히 몸이나 사리는 건 제 취향이 아니었다.

 

 "병신새끼."

 

 픽, 웃음이 터지며 뱉어지는 말과 함께 그는 검을 다시 고쳐 쥐었다.

 

 제 뒤를 휘감듯 몰려있던 후광에서 갑자기 실처럼 빛 한줄기가 유연하게 뻗어 나와 어딘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 후광은 점점 사라져갔다. 자신을 부르는 표식이다. 단아와 은랑이 결계를 완성한 모양이었다.

 

 그는 당장 그 표식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자신은 지금 사냥당하는 토끼를 가장한 몰이꾼이다. 결국에 사냥 당할 것은 저 괴물이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몸을 숙이자 말레바의 꼬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즉시 검을 휘둘렀지만 말레바와 닿을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다.

 

 제기랄. 틈을 만든 셈이다. 순식간에 비는 자세를 파고드는 유연하고도 거친 꼬리를 피해 망설임 없이 옆으로 점프해 굴렀다. 재빠르게 일어난 그는 지척으로 다가온 괴물을 피해 공원 가장자리에 설치된 낮은 담을 순식간에 뛰듯이 넘었다. 건물과 건물을 지나, 몇 번이고의 길을 지나치면서 숨이 탁, 하고 막혀왔다.

 

 "야! 빨리!"

 

 모퉁이를 돌자 은랑이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하는 게 보인다. 양 옆과 뒤가 건물로 꽉 막힌 막다른 길목에서 단아의 옷자락도 보였다. 한쪽 건물의 끝 바닥에서 반대편 건물의 끝을 향해 일자로 그려진 금색 문자의 배열이 마치 선처럼 이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은랑이 그 선을 넘어 막다른 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제윤이 그곳을 향해 달리자 말레바도 그를 쫒아들어왔다.

 

 괴물을 포함한 모두가 그 선을 넘자, 한쪽 건물 벽에 바짝 붙어 쭈그려 앉아 있던 단아가 마지막 '인'을 바닥에 그리자 건물과 건물 사이를 완전히 잇게 된 선이 환하게 빛났다.

 

 "어서오십쇼!"

 

 단아가 그렇게 외치면서 바이스의 끝을 벽면에 대고 위로 올리자, 그 끝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 '인'의 배열을 확인한 단아가 미소를 지었다. 위로 올라간 빛은 양 쪽 건물과 비슷한 높이에서 멈췄고 양 옆으로 벽을 타고 번져나가, 위가 뚫린 사각 기둥 모양의 공간을 형성했다. '유진(Eugene)'의 결계가 형성된 것이다.

 

 결계는 일정한 구획으로 나눠질 때 형성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방'의 개념이다. 그래서 뚫린 공간에서는 마법적 인의 배열로 선을 그려 그 경계를 만들어줘야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유진이 고안한 결계는 사방을 막아버리지만 머리 위, 하늘은 그 범위가 아니다.

 

 제윤은 고개를 살짝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양 쪽 건물 벽에 지그재그 형으로 박혀 위를 차단한 새하얀 사슬이 있기 때문이다. 괴물은 완전히 이제 독 안에 든 쥐인 셈이다.

 

 "야."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두드린 단아가 바이스를 치켜 들며 살벌하게 미소지었다.

 

 "꼬리부터 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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