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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보통이 아닌 연애
작가 : 꿀크리스마스
작품등록일 : 2017.6.16

준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6살이나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아주 예쁜, 우리 회사 신입사원과.

개자식, 3년 간 사랑이 이거야?

소임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별을 고했던 건 소임이었지만,
헤어진 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시기에 새로운 애인을 사귀는 건
임준답지 않았으니까.

“오해하고 있잖아. 어떻게 나를 그렇게 몰라.”
왠지 모를 슬픈 눈으로 자꾸만 소임의 주위를 맴도는 준과

“저한테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나는 우리가 오늘부터 1일인 줄 알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들이대는 카페 알바생 진기까지.

소임과 준, 그리고 진기가 그려내는
보통인 듯 보통이 아닌 연애 이야기.

 
24 알 수 없어요 (3)
작성일 : 17-07-30 21:20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7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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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알 수 없어요 (3)

 

 

  침묵의 사무실 안에는 직원들의 타자소리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 그리고 달달달달달달달달, 소임이 세차게 다리를 떠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거 알아요? 이번에 주태훈 국회의원 사망 했대요.”

  “주태훈이 누군데?”

  “그 있잖아요. 여당에서 대선 주자로 나오네, 마네 했던 국회의원요.”

  “아니, 그렇게 잘나가는 사람이 왜?”

  “알 수 없는 원인의 교통사고라고 하는데, 뭐. 그들의 세계야 모르는……”

  달달달달달달달달달.

  소임의 옆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던 남자직원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 소임이 다리를 떠는 소리에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묻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소임을 쳐다보았지만, 소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다리를 떨 뿐이었다.

  “차대리님. 저, 다리 좀……”

  “어……? 어. 미안해요.”

  남자직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임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게, 내가 다리 떠는 것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이 가차없이 다리를 떠는 것은 그게 그렇게 신경에 거슬리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임은 남자직원의 핀잔에 그제야 쉼 없이 떨고 있던 다리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소임은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엄지손톱부터 시작해서 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톱까지 치아가 손톱깎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로 물어뜯는 중이었다.

  한참을 손톱을 물어뜯는 일에 열을 올리던 소임은 드르르륵, 진동을 울리는 핸드폰에 제깍 반응을 하더니 몸을 의자에서 튕기듯이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문자를 확인했다.

  [립스틱 정기 세일.]

  소임이 자주 애용하는 화장품 가게에서 립스틱을 정기 세일하고 있다는 광고문자였다. 소임은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책상위에 던졌다. 그 둔탁한 소리에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게의치 않았다. 소임은 여전히 초조했다.

  ‘아니, 왜 연락이 없는거야?’

  다리를 떨고 손톱을 물어뜯고 핸드폰 진동에 집착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는 모두, 그 날 이후 연락이 없는 진기 때문이었다.

  ‘다시 연락 준다고 했잖아? 설마, 그 다시가 다음 생인거야!’

  그러니까, 진기와의 한강에서 완벽한 데이트를 했던 날, 그 다음 날. 진기는 전날 만났던 진기가 아닌 것만 같은 낯선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다시 전화드리겠다는 극존칭을 사용한 말을 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데, 그 다시가 없었다. 그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뭘까? 그 날 내가 뭘 실수했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줬나? 아닌데, 잘해준 건 언제나 잘해줬는데.’

  처음에는 걱정을 했다. 그런 낯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아주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고. 전화를 그렇게 받을 수밖에 없던 그런 상황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무슨 아주 큰 일이 생긴 것 같아 걱정을 했고, 그날 저녁 전화를 다시 걸었다.

  - 현재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진기의 전화가 꺼져있다고. 꺼져, 꺼져있다고. 혹시 둘러서 표현하는 것일까 싶었다. 이건 진기가 직접 전하지 못한 진심이 아닐까, 하고. 나한테 꺼지라는 말인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그런 무근본의 생각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걱정이 들어설 수 있었고, 소임은 그렇게 기다렸다. 급한 일이 해결되면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이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그렇게 이틀이 지난 후, 여전히 꺼져있는 진기의 전화기는 소임을 화나게 했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무슨 사정이라고 말을 해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갑자기 잠수를 타버린 진기에게 화가 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는 가라앉고 의심이 증폭되었다. 그때 냉면집에서 보았던 그 여자. 아침에 낯설게 받는 진기의 전화. 이건 덜도말고 더도말고 백퍼센트 바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와이프가 있는 유부남이거나. 그날 소임에게 했던 것도 모두 거짓말이 맞았고, 진기는 바람남이고 유부남이라고.

  ‘나한테 벌써 질린건가?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의심이 길어지자 힘든 것은 소임뿐이었다. 진기의 전화기는 여전히 꺼져계신 중이었으니까. 일단은 자초지종을 듣기 전까지는 의심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정적 소모가 너무 컸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결국 현재 소임은 자신을 책망하는 중이었다. 모든게 내 탓이오,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알 수 없어, 알 수 없어.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소임은 마음이 너무 괴로워, 책상에 엎드려 머리를 콩콩 찧으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좀 전에 소임에게 다리를 좀 그만 떨라며 어깨를 톡톡두드렸던 직원은 저 인간이 드디어 미쳐돌아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요 며칠 간 걱정하고, 화를 내고, 의심을 하고, 결국에는 자책에 빠져버린 소임의 다이나믹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상한 터였다.

  “차대리, 업무시간에 지금 낮잠 자는 겁니까?”

  김부장은 유독 눈에 튀는 행동을 하는 중인 소임에게 정색을 하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마음의 고통에 빠진 소임에게는 들릴 리가 없는 말이었다. 소임은 여전히 머리를 박으며 자책을 하는 중이었다.

  “차대리.”

  “(쿵쿵)”

  “차대리!”

  “(쿵쿵)”

  “차소임!!!”

  “(쿵쿵……?) 네?”

  “도대체 뭐해, 지금?”

  김부장은 당장이라고 소임을 한 대 칠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그 주먹으로 친다기 보다는 말로, 언어적 폭력으로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표정이었다는 뜻이다. 소임 역시 김부장의 감정 상태를 눈치챘다. 진기고 나발이고 소임은 일단 자신의 생명이 걱정되었다.

  “죄…… 죄송, 끅, 죄송합, 끅.”

  급기야 소임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진기에 대한 감정적 소모와 김부장에 대한 두려움이 초래한 결과였다. 그런 소임의 조금 덜 떨어진 듯한 모습이 김부장도 불쌍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깊은 한숨을 아주 길게 쉰 뒤, 마음을 가다듬는 듯 했다.

  “하아…… 됐고. 임대리, 차대리. 제 자리로 오세요.”

  그렇게 가까스로 진정을 한 김부장은 준과 소임을 호출했다. 김부장의 표정이 확실히 온화해지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운 호출에 잦아들던 소임의 딸꾹질이 다시 요동쳤다.

  “안 죽이니까, 딸꾹질은 좀 멈추고 오세요. 거슬리니까.”

  마지막 김부장의 ‘거슬리니까’ 라는 단어에 소임의 딸꾹질이 좀 더 커졌고 어쨌든 이 딸꾹질이 멈춰야만 김부장의 호출에 응답할 수 있는 소임은 안간힘을 써서 딸꾹질을 멈췄다. 그리고 다가간 김부장의 앞에 준은 이미 서 있었다. 소임은 조금 창피한 마음에 준을 곁눈질 해 쳐다보았는데, 준은 그런 소임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임준 대리, 차소임 대리, 두 사람. 이번 출장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다들 박수 한 번 주세요.”

  알고보니 준과 소임을 칭찬하기 위해 호출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은 몸을 돌려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응했다. 그리고 김부장은 준과 소임에게 봉투 하나씩을 건넸다. 거래처 사람들이 성공적인 거래 및 심도 있고 집중력있게 거래해준 준과 소임에게 소정의 사례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백화점 상품권이었는데, 소정의 사례라고 하기에 액수가 좀 크기는 했다.

  “임대리가 아주 설득력있고 신뢰감있게 거래해주었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김부장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준을 바라보며 극찬을 했다. 그리고 단단한 손을 준에게 내밀어 결속력을 다지듯 힘찬 악수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약간 비스듬히 한 채로 이번에는 소임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대리는,”

  소임은 긴장했다. 이번에도 혼나겠지. 그 회의에서 대부분의 거래를 성사시킨 것은 준이었고, 미리 준비를 해온 것도, 서류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설득을 한 것도 모두 준이었으니까. 자신은 옆에서 말이나 더듬고, 실수나 하고, 하마터면 일을 방해할 뻔 했으니까. 소임은 눈을 질끔감았다. 사람들 앞에서 대대적으로 창피를 당할때는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게 좀 더 편했다.

  “회의가 꽤 길었다고 하던데, 그 무거운 분위기를 희석시켜주는 차대리의 웃음과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에 쟁점을 짚어주는 그 예리한 시선에 감탄했다면서 극찬을 하더군요.”

  “네?”

  “두 사람. 고생했어요. 차대리는, 출장에서 일한 것처럼만 사무실에서도 일 좀 해주고요.”

  김부장을 장난을 치듯이, 소임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일렀다.

  소임은 조금 얼떨떨했다. 극찬, 극찬이라니. 그러니까, 일을 모두 성사시킨 준이 아닌 자신에 대한 극찬이라니. 그때 분위기는 분명 준을 좋아하던 분위기였다. 자신은 있는 듯 없는 듯, 신경도 쓰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극찬을 하다니. 웃음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예리한 시선이라니. 나한테 그런게 어디있다는 말인가.

  소임은 난데없는 극찬에 당황하여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김부장이

  “방금 말했죠? 출장에서 했던 것처럼만 사무실에서 일 해달라고?”

  라는 조롱을 받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돌아갈 수 있었다.

 

 

 *

 

 

  예상하지 못했던 칭찬에 얼떨떨함, 여전히 연락두절인 진기에 대한 고민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던 소임에게 드디어 퇴근이 찾아왔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만 싶었다. 모든 일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모든 일이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아, 칭찬은 그래도 좋은건데.

  “오늘 좋은 일도 있었는데 우리끼리 회식 어때요?”

  휴식에 대한 소임의 달콤한 상상을 산산히 무너뜨려버리는 말을 내뱉는 유희였다.

  ‘아, 얘는 언제 또 따라왔어.’

  이미 회사 건물을 빠져나온 소임을 어느새 따라온 유희였다. 그리고 이제는 아주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팔짱을 끼며 소임에게 회식을 제안했다. 회식은 뭔 놈의 회식, 타임워프라도 사용해서 곧장 내 집, 내 방, 내 침대로 직행하고 싶은 심정인데 말이다.

  “죄송해요. 오늘 너무 피곤하고 몸도 안 좋아서 집에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차대리님 남자친구랑 싸웠어요? 요즘에는 데이트도 안 하는 것 같고 표정도 어둡고. 진기씨도 카페에 안 나오던데요?”

  맞았다. 진기는 며칠 째 무단결근 중이었다. 진기가 그렇게 전화를 끊어 버린 날, 점심에 바로 카페로 찾아갔었는데 진기는 없었고, 전에 소임에게 쌀쌀맞게 굴던 여자 알바생만 있었다. 알바생은 진기는 한 동안 나오지 못할 거라는 연락만 남기고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진기가 뭐라 한 마디를 한 것인지 뭔지 소임을 대하는 알바생의 태도가 조금 나긋나긋해졌다고 느끼기도 했다.

  “집에 일이 좀 있대요. 그럼, 전 그만 가볼게요.”

  소임은 유희와, 유희를 따라 온 박대리와 신주임, 몇몇 다른 직원, 그리고 준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돌아섰다. 집에 일은 무슨,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소임은 여전히 진기의 생각에 심사가 꼬여있는 중이었다.

  소임은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기며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누군가 소임을 불렀다.

  “차대리.”

  준이었다.

  “네?”

  “어디가?”

  “아. 집에 가지. 좀 피곤해.”

  “같이 가. 같은 방향이잖아.”

  “너, 차는?”

  “아…… 오늘 두고 왔어. 가자.”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준과 함께하는 퇴근, 그것도 버스를 타고 하는 퇴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준과 연애를 시작하고서는 언제나 준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함께 했었으니까. 소임은 거절할 힘이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준도 집에 가는 길이라면, 그리고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같은 버스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소임은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준과 나란히 섰다.

  “……”

  “……”

  같이 가자고 한 사람치고는 준은 너무 침묵을 지켰다. 이럴거면 왜 같이 가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래나 저래나 기운이 없었던 소임은 차라리 준이 말을 걸지 않는게 편하기도 했다.

  곧 버스가 도착하고 준과 소임은 같이 탔다. 그리고 두 자리가 붙어있는 의자에 나란히 않았다. 소임은 창가자리, 준은 통로자리였다. 소임은 창 밖을 내다봤고, 준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마디 말없이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나란히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소임아. 일어나, 내리자.”

  창밖 풍경을 바라보던 소임은 어느새 잠이 들었고, 준은 목적지에서 소임을 깨워 함께 내렸다. 두 사람은 다시 말없이 나란히 서서 집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차대리.”

  집 앞에 다와갈 즈음, 준이 불쑥 소임을 불렀다.

  “응.”

  “그 날. 네가 없었으면 거래가 끝까지 성사되지는 못했을거야. 정말 잘 해주었고, 너 덕분에 우리가 함께 이룰 수 있었던 일이야."

  “무슨…… 나는 실수만 하고, 웃기나 하고. 다 네가 이룬거지. 그날, 임대리 좀 멋졌지. 임대리 능력이 톡톡히 발휘된 날이야. 축하해.”

  “아니.”

  준은 조금 단호하게 말하며 소임의 말을 잘랐다.

  “네가 없었다면 그 긴 회의에 사람들은 지루했을 것이고, 내 말을 끝까지 집중력있게 들어주지 못했을 거야. 그럼 일이 성사되지 않았겠지. 네가 중간중간 분위기를 풀어주고, 또 중간중간 내가 생각하지 못한 쟁점을 콕콕 집어주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음 역시 움직인거야. 대단해, 차대리.”

  “아이, 그만해. 그만. 그런 거짓말 안 속아.”

  “차소임.”

  준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소임을 바라보며 섰다. 그리고 소임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려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했다. 소임은 갑작스러운 준의 행동에 당황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스킨쉽, 갑작스러운 눈빛. 소임은 오랜만에 준의 투명한 눈동자를 오랫동안 마주볼 수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맞추던 이런 눈맞춤.

  “잘 들어, 차소임. 너 능력 있어.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너만의 그 기운. 그리고, 물론, 뭐 실수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쟁점을 집어내는 그 능력. 소임아. 너 진짜 능력있는 대리야. 믿어. 네 자신을.”

  준의 진심이 담긴 그 말은 며칠 간 진기 때문에 괴로움이 가득했던 소임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소임은 순간 울컥한 느낌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괜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고마워. 준.”

  “가자. 피곤해 보여.”

  준과 소임은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빌라 건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3층과 4층의 버튼을 눌렀다.

  “소임아. 요즘 진기씨랑은…… 잘 지내지?”

  다른 누구도 아닌 준에게 듣는 그 질문에, 소임은 심장이 요동쳤다. 뭐랄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킨 느낌. 그래서 소임은 좀 과장되게 반응이 나왔다.

  “그럼! 어, 당연하지! 아주, 아주 잘 지내! 왜, 못 지낼게 뭐가 있다고? 하하하.”

  “……그래, 그럼 다행이네. 요즘 얼굴이 많이 어두운 것 같아서.”

  “일이. 일이 힘들어서. 좀 많이 피곤해서 그래. 진기씨랑은 아주 잘 지내! 좋아!”

  띵동, 그때 3층에 도착했다. 소임이 살고 있는 층이었다. 준과 연애를 할 때만 해도, 언제나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헤어지기 아쉬워 하고, 포옹을 하고 가벼운 굿나잇 입맞춤을 하고는 했는데.

  “그래보이네.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어.”

  이제는 이런 간단한 인사가 전부였다.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으니까.

  “응, 너도 잘 쉬어.”

  “잘 자.”

  “응, 너도.”

  그렇게 소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대문을 향해 걸었고, 준은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

  소임은 약간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뭘까, 이 기분은. 소임은 뒤를 돌아봤다. 이미 문은 닫혔고, 엘리베이터는 올라갔다. 소임은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때 소임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주진기]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렸던, 진기의 전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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