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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12)
작성일 : 17-07-30 20:26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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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웬은 눈에 익은 길로 접어들었다. 며칠 전 방문했던 그 제 3 도서관이었다. 지난번의 실수를 기억하는 로웬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여전히 잘 관리되어있는 문에서는 어떤 소음도 나지 않았지만... 로웬은 그 문에서 커다란 소리가 난 것 마냥 문을 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눈으로 서가 사이를 훑자 역시나, 어제의 그 여학생이 고요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짧은 단발이 자꾸 흘러내려 귀찮은 듯,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또 무언가 먹을 것이 놓여 있었다.

 

 

 '보라색 컵케익...'

 

 

 로웬은 그걸 자세히 보다가 정체를 깨달았다. 컵케익 위쪽에는 하얀 크림이 잔뜩 올려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끔찍한 단맛을 상상해본 로웬의 몸이 움츠려졌다. 어쩐지 메어리가 죽은 후로는... 그녀와 함께 즐겼던 모든 단 간식들이 역겨워졌었다.

 

 그는 조용히 며칠 전 앉았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러면서 힐끔 그녀가 앉았던 쪽을 바라보자니... 오늘도 그녀는 그로테스크한 제목의 책들을 잔뜩 쌓아두고 있었다. 로웬은 먼저 온 손님을 방해하지 않도록 소리를 극도로 죽여서 가방 속의 책을 꺼냈다. 그가 배운 모든 '기척을 없애는 법'이 이 순간 동원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로서는 그렇게까지 노력해야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가 배웠던 '아일체스트 식 예의'가 이르길, 도서관에 소란을 떠는 것은 미개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심지어 그것을 누군가에게 지적당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로웬은 머릿속에서 오가는, 혹독했던 예의범절 교육을 떠올리면서 허리를 곧추세웠다.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와 설화 모음집'의 두번째 이야기는 얼음마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괴팍한 얼음 마녀에게 납치된 의동생을 찾으려는 소녀의 모험 이야기였다. 그러나 알고보니 괴팍한 얼음 마녀는 남자 아이의 어머니였고... 소녀는 뿌리친 의동생의 손을 끝내 잡지 못하고, 눈속에서 얼어서 죽는 이야기.

 

 그녀는 죽어서 따뜻한 봄의 나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먼저 죽어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엄마와 만나는. 그런 이야기.

 

 로웬은 마지막 장을 펼쳐놓고, 억지로 이를 깨물었다. 소녀의 강인하고, 곧은 마음씨는 꼭 그녀같지 않은가.

 

 

 '메어리는 죽어서- 봄의 나라에 갔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끝끝내 붉어진 눈가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로웬은 자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동화책 종이가 방울방울 젖어가는 것을 보고서 눈가를 짚었다. 울고 있다니. 로웬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로웬은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늘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낼 요량이었다. 그러나 주머니가 비어있었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유비 이그렛을 깨우다가 세탁해놓은 손수건을 못 챙겼던 것이 떠오른다.

 

 로웬은 급한 대로 셔츠 소매를 당겨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나 금세 멈출 줄 알았던 눈물은 터진 둑을 따라 흘러내리는 호숫물처럼 멈추질 않았다. 금새 셔츠 소매가 축축해졌다.

 

 

 "크흠."

 

 

 문득 들리는 기침 소리에 퍼뜩 로웬의 고개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마자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단발 머리의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신기한 생물을 바라보는 듯 로웬 아일체스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로웬은 멍하니 있다가, 그녀의 눈동자가 자기 얼굴을 훑어보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양 소매를 들어서 얼굴을 가렸다. 양 팔에 가리워진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얼굴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을 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 이 도서관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여학생은 급하게 얼굴을 가린 로웬을 보다가, 가방을 뒤졌다. 이윽고 로웬 앞으로 무언가 스윽 밀려왔다. 로웬은 푹 숙인 시선 끝에 분홍색 천이 걸리자 슬쩍 고개를 들었다.

 

 분홍색의, 평범한 손수건이었다. 손수건 끝에 직접 새긴 것 같은 이니셜이 적혀있었다. SUE.

 

 

 '나, 나 닦으라고 주는 건가.'

 

 

 당황한 로웬은 딱 눈 정도까지만 팔을 내려서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눈만 빼꼼히 내밀면 울어서 엉망이 된 얼굴이 보이지 않으리라는 얄팍한 생각이었다. 로웬은 정작 빨개진 눈가 가득 묻어있는 눈물자국이, 어딜봐도 이 사람이 울고 있다는 명료한 증거가 된다는 것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책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다시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거절하기에는 타이밍이 이미 늦어버린 애매한 상황이었다. 로웬은 눈치보는 미어캣처럼 3초에 한번씩 그녀를 바라보면서 슬쩍 손수건을 집어들었다.

 

 그 손수건으로 대충 눈물을 닦고 나니, 남은 건 축축해진 양 소매와 손수건, 그리고 수치심 뿐이었다. 모르는 여자애 앞에서 펑펑 울다니. 치욕도 이런 치욕이 있을 수가 없었다.

 

 한참 자리에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변명할까, 고민하던 로웬은 결국 도피를 택했다. 수업시간이 거의 가까워져 온 탓이었다. 그는 애써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수업이 늦을까봐.' 라고 되뇌이면서 급하게 짐을 챙겼다.

 

 그가 후다닥 일어서는데도 손수건을 건네준 여자는 그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은근히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기를 바랬던 로웬은 왠지 애매해지는 기분을 애써 누르면서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도서관 밖에서 그는 축축한 손수건을 꺼냈다. 선명하게 새겨진 자수가 보였다.

 

 

 '수... 란 말이지.'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그것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깨끗히 세탁해서 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돌려주는 김에 오늘의 추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지. 그는 왜인지 끝끝내 제대로 그의 추태에 대해 설명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사실 정말로 그건 변명할 길 없는 순수한 울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길로 기숙사로 돌아간 로웬 아일체스트는 제 파트너의 기가 찬 꼴과 마주했다. 그러나 상태에 대한 물음은 유비 이그렛이 더 빨랐다. 그는 로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뭔 꼴이야?"

 

 "...내가 할 소리인 것 같은데."

 

 

 유비 이그렛은 로웬이 아침에 깨끗하게 치워놓았던 방을 열심히 더럽히고 있었다. 어디서 뭘 했는지 대체 알수가 없지만- 그가 걸어다닐때마다 온몸에 잔뜩 묻은 흙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온 몸에서는 불쾌한 땀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무래도 다시 청소를 해야겠다고 로웬은 생각했다.

 

 유비는 로웬 아일체스트의 몰골이 더 어이가 없었다. 어디서 무슨 괴롭힘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눈가가 빨갛게 부어있는 꼴은- 나 울고 왔소,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마 내일쯤에 온 대학에 로웬 아일체스트가 울었다는 소문이 퍼질지도 몰랐다. 대체 이 자식은 자기 존재감에 대한 자각이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유비는 터덜터덜 침대가로 걸어가 풀썩 앉았다. 그가 앉는 바람에 자욱하게 흙먼지가 일자, 로웬은 질색을 하며 손을 휘저었다.

 

 

 "이쪽으로는 다가오지 마."

 

 

 유비는 그 단호한 반응에, 문득 장난기가 치솟았다. 그는 확 그냥 로웬의 침대에 앉아버릴까 잠시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단념했다. 저 로웬은 얼굴이 새파래져서 그냥 침대를 청소할 게 뻔했다. 완전 재미없는 반응이다.

 

 

 "단서 찾은 건 있어?"

 

 

 유비는 삐닥하게 침대에 기대어서 물었다. 불과 어제... 수사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는 한바탕 설교를 들었던 로웬 아일체스트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특징지어야 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없다."

 

 "그럴줄 알았지. 난 좀 찾았거든."

 

 

 유비 이그렛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오랜만에 제 파트너보다 자기가 임무에 더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그 미소의 의미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로웬이 무표정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쳇, 역시 재미없구만. 유비는 속으로 투덜대면서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는데. 뭘 먼저 들을 건지는 안 물어볼거야. 좋은 소식부터 말할거라서."

 

 

 유비 이그렛의 얼굴에 씨익 미소가 번졌다.

 

 

 "찾아냈어, '유령 목격자'를."

 

 

 로웬의 벽안이 반짝 빛났다. 이곳에 잠입한지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첫 성과였다.

 

 유비는 자세를 똑바로 세운 로웬에게, 그가 미하엘 앤드로프에 대해 들었던 것들을 찬찬히 풀어놓았다.

 

 미하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급히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했다. 교수가 과제를 다시 하라고 해서...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탓이라고 했다. 남자 기숙사로 비를 피해 뛰어가던 중에 그는 보다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지름기를 이용하기로 했단다. 문제의 그 뒤뜰이었다.

 

 뒤뜰을 지나서, 기숙사 담만 넘으면 곧장 남자 기숙사 뒷문이 나오는 구조여서, 학교의 남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이용되는 지름길이였다. 비록 밤의 뒷뜰은 좀 으슥하기는 해도- 그들 나이대의 남학생들은 두려울 게 없는 나이였다.

 

 뒤뜰로 들어가 무성하게 자란 수풀들을 헤치고 걸어가던 때였다고 했다. 그가 뒤뜰을 중간쯤 지났을때, 눈앞에 어스름하게 빛나는 형체가 나타났다고 했다. 기분나쁘게 일렁이는 그 불빛은 점점 선명해지는가 싶더니 그에게 쏜살같이 달려왔다고. 미하엘은 그것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미하엘 앤드로프는 기절했다고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당직을 서던 교수가 그를 깨웠을 때라고 했다.

 

 

 "그 이후로 다시는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로웬의 이마가 살짝 찡그러졌다. 유비는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직접 가서 뭔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내일 같이 그에게 가서..."

 

 

 그렇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서 검술 담당, 그러니까 싸우는 쪽이 누구냐고 물으면 단언컨대 로웬 쪽이다. 그리고 두 사람 중 머리 쓰는 담당이 누구냐고 물으면 그것도 분명 로웬 아일체스트였다. 유비는 히어로물로 치면 사이드 킥이고 탐정물로 치면 셜록 옆의 왓슨이었다.

 

 주인공에게 별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시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 정도면 괜찮은 역할이지.'

 

 

 유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뺨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은... 셜록 옆의 왓슨이 활약할 순간인 것 같았다.

 

 

 "그... 안좋은 소식을 이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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