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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왕 수호 기사단
작가 : 지니2
작품등록일 : 2017.7.18

“주인이다……”

황갈색 눈의 집시들 사이에서, 자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집시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웬과- 불타오르는 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서 산발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리가시가 주인을 스스로 선택했다!”

로웬은 바들바들 떨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들의 노란 눈이 로웬에게 꽂혔다.

“자격이 없는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 위에서도 무사하리라. 유리 가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검. 맨발로 바닥을 뛰어라, 유리 조각을 밟아라. 너의 피가 네 자격을 증명할 것이다. 유리 가시는 선택하는 검.”

집시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간간히 시리어스 주의][생각보다 안진지함 주의][주인공 2명][기사단물][정통(?) 판타지]
[천재검사, 얼굴이 열일하는 주인공1][잔머리대왕, 그냥 일 안하는 주인공2]

 
Episode 1. 잠입 (11)
작성일 : 17-07-30 20:25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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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고 있으려니, 학생들 사이의 소근거림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레노위- 대단하지. 편입한지 이제 2주 조금 넘게 지났는데 이런 평가라니...'

 

 '대부분의 과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거 같은데.'

 

 '모든- 이지. 그가 듣는 수업에서는 모두.'

 

 

 질린다 질려. 유비는 벽보에 붙은 로웬 아일체스트의 평가표를 확인하고 고개를 저었다. 수사학 이론 최우수, 근현대사 최우수... 심화 생활체육 최우수, 천문학 탐구 최우수, 시와 감상 최우수... 차라리 로웬 아일체스트가 '최우수'를 받지 않은 과목을 찾는게 더 쉬울 것 같았다.

 

 로웬의 평가를 모두 확인한 유비 이그렛은, 그의 생각을 정정해야 했다. '최우수'를 받지 않은 과목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거다. 왜냐면 걔가 수강하는 과목에서 그에게 '최우수'가 아닌 점수를 준 교수는 없었으니까.

 

 그는 아주 착실하게- 잠입의 기본기 조차 어기고 있는 파트너의 행적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근현대사, 유비 이그렛. 노력 요함...'

 

 

 어째선가요, 교수님. 우리... 꽤나 친분을 쌓았던 거 아니었나요. 유비는 피눈물을 머금으면서 간단명료한 평가표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오웰 교수님은 붐명 최근 들어 그에게도 미소를 지어주기 시작했었다. 물론 싸늘한 비소였지만.

 

 유비는 로웬에게 지어주는 미소와 확연하게 온도차가 나던 그 표정을 떠올리면서, 이 냉정한 평가표를 납득하고야 말았다. 어쩌면 그나마 쌓은 친분으로 '노력 요함'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사실 그의 평가는 '최악'이라던지 '이 대학에서 당장 나가' 따위인지도 몰랐다.

 

 

 "유비... 어때?"

 

 

 미하엘 앤드로프가 그의 옆구리를 꾹꾹 지르면서 속삭였다. 유비 이그렛은 별 숨길일도 아니라서, 자기의 평가표를 톡톡 두드렸다.

 

 

 "아무래도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앞으로 유비 이그렛에게는 성장할 구석이 잔뜩 남은 거였다. 유비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가 씩 웃자, 미하엘의 표정이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졌다.

 

 

 "오- 유비. 내 앞에서는 그렇게 괜찮은 척 할 필요 없어."

 

 "어 아니. 음. 진짜 괜찮은데?"

 

 

 유비는 뺨을 살짝 긁적였다. 그러나 미하엘은 어깨를 조심스럽게 토닥이며, 그를 달래는 뉘앙스로 말을 건넸다.

 

 

 "괜찮아. 내가 많이 도와주면... 평가가 금방 오를거야. 생활체육은 그래도 우수가 나왔더라."

 

 

 유비는 한 번 더 '괜찮은데'하고 반박을 하려다가 말았다. 미하엘 앤드로프의 눈동자에 담긴 우월감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반박하는 대신, 벽보에서 미하엘 앤드로프의 평가를 찾았다.

 

 

 '생물학 실습 우수... 생물학 이론 보통... 그 외에는 전부 노력 요함이라.'

 

 

 사실상 미하엘 앤드로프의 상황도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저 평가표를 가지고서 대체 어떤 부분에서- 자신이 유비 이그렛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 유비는 히죽 히죽 웃고 있는 미하엘의 미소가 순간 불편해졌다.

 

 사회성이 좋다는 말은 눈치가 빠르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유비 이그렛은 적어도 관계와 관계를 파악하는 데서는 누구보다도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이 순간 그 좋은 감각이 말한다. 미하엘 앤드로프의 뇌 속에서, 유비 이그렛은 그보다 아래의 존재로 인식되었다고.

 

 

 '진짜 단순한 녀석이네.'

 

 

 스스로도 잘하지 못하면서 남을 깔아보다니 우스운 일이다. 유비는 미하엘을 돌아보면서 그가 원했을 울상 어린 표정을 한번 지어주었다. 이런 취급을 당하는 일이 한 두번이었던 것도 아니고... 특히나 이 학교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으니 미하엘 앤드로프가 그를 어떻게 여기든 별 상관이 없긴 했지만.

 

 

 '애들이 왜 널 꺼리는지 알겠다.'

 

 

 그 표정을 보고서 희희낙락하는 미하엘 앤드로프를 보면서, 유비 이그렛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처음 여왕수호기사단에 들어갔을 때의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다. 거기 단원들도 날 어마어마하게 깔봤었지.

 

 유비는 머릿속으로 흘러가는 생각들은 꾹 눌러두고 밝게 웃었다. 어디까지나 이 학교에서 그는, 눈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밝고 명랑한 유비 이그렛이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편입생.

 

 

 "밥 먹으러 갈까?"

 

 

 미하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시 꼼지락대다가, 횡설수설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다.

 

 

 "바, 밥먹고 나 좀 도와줄래? 내가... 채집을 좀 해야하거든..."

 

 

 채집. 유비는 저번에- 붉은 머리의 여학생과 미하엘이 복도에서 소동을 벌였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때 그 여학생이 미하엘 앤드로프에게 무언가를 책임지고 찾아놓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일환일까.

 

 

 "이런 것들이 다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거야. 기초 식물학 같은 수업을 드, 들을때 말이야. 내가 선배로서... 어떻게 채집을 할 수 있는지 가르쳐줄게."

 

 

 유비 이그렛이 곧장 긍정의 대답을 꺼내놓지 않자, 미하엘이 이것 저것 더 주절대기 시작했다. 그 꼴을 약간 안쓰럽게 보던 유비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끄덕임을 본 미하엘의 어깨가 쭉 펴진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될걸.'

 

 

 유비는 한숨을 푹 쉬고 싶은것을 억지로 참고, 그냥 웃어보였다.

 

 두 사람은 일전에 함께 갔던 카페테리아에서 대충 점심을 때운 뒤에 표본 채집을 시작했다. 미하엘은 이것 저것 표본 채집하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그건 사실 유비 이그렛이 어릴 때 엄마 심부름으로 숲에서 열매를 따면서 익혔던 거였다. 그럼에도 유비는 그저 웃으며 으스대는 미하엘의 강의를 참아냈다.

 

 그는 설명을 한귀로 흘리면서, '한나 아벨'을 언급했던 붉은 머리 여학생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들은 실종자의 이름이다. 심지어 실종자와 한 조였다고 했다...

 

 

 "그런데 미하엘. 그녀는?"

 

 

 유비는 미하엘이 던져준 장갑을 끼면서 지나가는 듯 물었다.

 

 

 "...그녀?"

 

 "그 빨간 머리의... 아만다라고 했던가?"

 

 "아... 아만다 리안."

 

 

 미하엘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의 시선이 땅으로 푹 박힌다. 그를 통해서 아만다에게 접근하려던 유비는 혀를 찼다. 어딜 봐도 그녀가 불편해보이니... 미하엘을 통해서 아만다와 친해지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유비는 역시나 식품영양학과의, 그녀와 친할 애들을 찾아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 그런 여자애는 신경 쓰지 말고. 고사리 식물을 좀 캐줄래?"

 

 

 미하엘 앤드로프는 급히 말을 돌렸다. 그가 급하게 주변의 고사리를 가리키면서, 얄량한 생물학적인 지식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유비는 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고사리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여자와 한 팀이 된거야? 성격이 별로인거 같던데."

 

 

 유비 이그렛이 다시 지나가는 투로 질문을 툭 내뱉었다. 이번에 미하엘은 그의 말을 적당히 넘기지 않았다. 아마도 '성격이 별로'라는 유비 이그렛의 말에 반응한 것 같았다. 미하엘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다 한나 아벨 그 문제아 때문이야."

 

 

 허. 한나 아벨. 다시금 등장한 실종자의 이름에 유비 이그렛의 온몸이 곤두섰다.

 

 

 "그 년은 분명히 학원에서 도망간 거야. 분명하지. 난 말이야 유비... 다른 학생들과 수준이 너무 안맞아서 혼자 레포트를 진행하고 있었어... 내가 생물학은 '우수'를 받는 학생이거든."

 

 

 유비는 웃음을 터트리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수준이 안맞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로웬 아일체스트 같은 학생 아닐까. 생물학 실습 수업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건 그 외에도 수 명이나 있었는데.

 

 

 "...그런데 그 여자애가 도망가버리면서, 그 여자와 조를 짰던 아만다 리안이 혼자 남았어. 도저히 홀로 할 능력이 안 되는 그 애가 내게 매달린거야. 한 조를 해달라고..."

 

 

 그는 기계적으로 웃었다. 이건 무슨 종류의 허풍일까.

 

 

 "한나 아벨이 도망갔다니...? 그녀가 누구야?"

 

 

 그러나 이 한숨 나오는 대화의 한 가운데서, 유비 이그렛은 단서를 찾아내야 했다. 그의 입은 충실히 미하엘 앤드로프에게서 추가적인 정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나약한 계집애. 난 그 계집애가 왜 도망갔는지 알아."

 

 

 미하엘이 그의 영혼없는 대꾸에 낚여 은밀히 중얼거렸다. 유비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아주 조심스럽고 천천히, 스스로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그 계집애는 유령이 무서웠던 거야. 다 알지."

 

 "유령이라면... 학교 안에 도는 소문?"

 

 "오 유비. 이 불쌍한 편입생 같으니. 유령은 사실이야."

 

 

 미하엘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 넓은 공터에는 기실 그들 둘 밖에 없었으나... 그는 마치 누군가 듣는 듯이 속삭였다. 유비는 굳어지려는 표정을 애써 조절해서- 어벙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의 표정을 목격한 미하엘의 눈에서 어두컴컴한 즐거움이 번졌다.

 

 

 "한나 아벨은 유령을 봤어. 확실해. 그녀가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을 들었지. '그게 유령인거죠?'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미하엘이 웅변하듯이 말했다. 유비 이그렛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의 모든 JQ가 총동원되어, 이 관계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나 아벨의 실종과 유령 소동이 관계가 있다는 게 확실해졌다. 한나 아벨은 그- 목격자조차 있는지 알 수 없는 유령의 목격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가 나약하기 짝이 없다는 거야. 유비, 나는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극복했잖아."

 

 

 미하엘이 연이어서 말한다. 유비 이그렛은 한나 아벨과 유령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하다가, 미하엘이 말한 것을 뒤늦게 알아들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그는 완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미하엘을 올려다보았다.

 

 

 "뭐?"

 

 

 미하엘은 눈알을 굴리다가 눈을 감았다. 그는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잠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물론 너무나 두렵지만... 나는 이렇게 하멜른에 남았지."

 

 

 유비는 입을 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미하엘 앤드로프를 바라보았다.

 

 

 "나도 유령을 봤다고."

 

 

 유령 목격자.

 

 미하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유비 이그렛에게 말한다. 유비는 멍하니 자신에게 찾아온 이 행운의 사나이를 응시했다. 지금 그는, 이 학교에 잠입한 이후에 처음으로... '유령 목격자'를 발견한 것이다. 존재한다고 소문만 돌 뿐, 그 누구도 본 적 없던 유령의 목격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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